산행‧여행기/타인 산행·여행기

친구 이종찬의 RV 타고 종주한 미국 여행기- 미국 중부 북부 지역

박연서원 2010. 10. 15. 11:29

제 3 편 기수를 북북서로 돌리다,

 

 

새벽의 돌고래

                                                                                                                            5 월 24 일 수요일

 

  하룻밤을 지내면서 이 캠핑장에도 정이 들었다. 우선 뒤편 석호는 요트를 위한 부두가 있고, 그 석호의 잔잔한 물 건너편 언덕에는 산뜻한 전원주택들이 몇 채 서 있는데 그 언덕과 뜰이 또 온통 하얀 모래로 덮여, 마치 눈 쌓인 언덕위의 집 같은 정경이어서, 우리는 어제 저녁 늦은 저녁을 한 후, 물가의 벤치에 앉아 한참 잡담을 나누다 늦게 자리에 들었었다

  새벽녘에 일어나 길 건너 Beach 쪽 모래사장으로 넘어 갔다. 해변은 비어 있고, 바다 위로 갈매기들이 낮게 날고 있고, 백사장 위에는 제비만한 크기의 물새가 백사장을 재빠르게 내달리다, 날아오르다 를 반복하며 수선 떠는 품이 마치 텅 빈 해변의 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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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모래 사장에서 깡총거리며 모이를 찾는 물새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 반공 높이 솟구쳐 오른 수평선. 어마어마한 물의 중량을 온몸으로 느끼며, 작은 물결이 해안의 모래를 밀고 왔다 다시 허물어 가는 ‘깃털 같이 가벼운 간지럼’ 을 느끼며 , 무한히 큰 에너지의 가장이에서 일렁이는 ‘티끌처럼 작은, 끊임없는 움직임’ 이라는 화두를 생각 했다.

  오랜만에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칭을 해 본다. 바다의 에너지, 파도의 간질거림 , 파도소리, 이런 곳에서의 나의 존재가 정말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분에 도취 되어 몸을 풀고 있는데, 100 m 정도 앞 바다 표면으로 검은 솟구침이 일었다. ‘아! 돌고래 !’ 몇 초 간격으로 검은 등지느러미를 보여 주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와 30 여 미터나 될까 싶은 거리에 다가와 맴돌이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TV 에서 보았던 소년과 돌고래의 우정이야기를 생각하며 정말 소년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아랫입술을 비틀어 쥐고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같이 놀자 !’ 며 함성도 질러 댔다. 정말 애틋한 정서를 보이면 그가 더 다가와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그러나 돌고래는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유영하다가 다시 100 미터 거리 밖으로 벗어나더니 크게 공중으로 솟구치어 온몸을 보여 주고는 사라졌다. 그리움 같은 걸까! 오랜만에 마음 뿌듯한 교감을 느끼며 차로 돌아 왔다.

  아침을 먹고 Perdido Key Dr. 를 떠나, 55 N 를 타고 테네시 주의 멤피스 로 달렸다. 멤피스는 미시시피 강 중류의 도시로, 엘비스가 살던 집과 그의 묘소가 있고, 마크 트웨인이 집필한 곳이라고도 한다. 앨라배마 주와 미시시피 주를 지나는 이 여정은 그 동안 플로리다에서 해안 드라이브로 변화를 주기 전의 여행 모습으로의 회귀였다. 다만 작은 변화가 있다면, 다른 동부 주들은 exit 근처에는 그곳으로 나갈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상점 숙박시설에 대한 표지판이 광고 겸해서 길옆으로 즐비하게 늘어 서 있던데 비하여, 이곳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상업성 광고의 홍수라는 비난하는 말도 있지만, 이런 정보의 부재도 한편으로는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불만감을 야기 시킨다.

  우리는 저녁 5시 경에야 Rest Area 를 지키는 Ranger 로부터 미시시피 주 지도와 Granada 근처의 Grenada Lake Park 에 가면 캠핑이 가능 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어 겨우 6시 반이나 되어서야 잠자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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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nada Lake Park 의 캠핑장 모습

 

엘비스와 Grace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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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월 25 일 목요일

 

  일찍 일어나 캠핑장을 벗어나 Dam 의 제방위에 올랐다. Grenada Lake 는 댐에 의해 형성된 인공 호수로 주위는 Hugh White State Park 를 형성하고 있다. 댐의 규모도 크지만 저수지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새벽녘이라 약간 안개가 끼어서생긴 착각인지 모르지만 어느 방향으로는 수평선이 보이기도 한다.

  이 나라는 모든 것이 큰 나라, 그래서 그 감흥에 정서적 마비감이 온다. 작년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때도 그랬던 것 같이, 나는 이렇게 크고 엄청난 정서를 감당 할 수 없다. 마치 작은 그릇이 큰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못내 넘쳐 흘리고 말 듯, 자연의 거대한 아름다움 앞에서 나의 감성의 깊이가 너무 얕다는 것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한다.

  지금 나는 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까. 정말 자연을 나의 가슴에 껴안아, 나의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일까. 불현듯 며칠 전 읽은 법정스님의 잠언, ‘사물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존재의 대상으로 보라.’ 는 말씀이 생각났다. 이 말씀이 사물인 아닌 정서에도 해당하는 것일까 ! 그분 같은 수도자도 자연 앞에 나와 같이 자괴감과 위축감을 느꼈었을까.

  어차피 감당할 수 없는 정서이기에, 그것을 나의 품에 안겠다는 당치않은 욕심을 버리고 그 아름다움 속에 나를 던져 보리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오늘 차창으로 넘실대는 자연의 모습들 , 광활한 평원, 옹기종기 엉켜 있는 작은 숲, 초원 속의 소떼, 숲속의 물 흥건한 소택 ,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넓은 논들 - 정말 신기하게도 차창 밖으로 논들이 지나쳤다. 갓 심은 면화 밭, 이런 것들에 그냥 나를 던져 넣고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캠핑장에서 1시간 반 쯤 달려 멤피스 시에 도착했다. 양형은 멤피스가 음악의 도시로 특히 엘비스의 집이 있어 유명하며, 우리는 그의 집인 Graceland 를 본 후 Mud Island 를 관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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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land 관람을 위한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Graceland 를 관람하면서 미국인들의 엘비스에 대한 사랑이 엄청남을 새삼 느꼈다. 우선 6 에이커 크기의 일개 가수의 집을 Graceland 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놓고 주중 평일에도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몰린다. 이를 관리하는, 몰려드는 인파를 정리하고, 표를 팔고 어쩌고 하는 눈앞에 얼쩡거리는 직원들만도 수십 명에 이르는데, 입장료도 단순한 Mansion Tour 가 1인당 25 불, 기타 엘비스 자가용 비행기라든지, 자동차박물관 등까지를 관람하려면 55 불까지의 입장료를 내야한다. 게다가 입장 전에 소지품 검색을 하는 등 호들갑떠는 데는 놀랍기 보다는 차라리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오늘 같은 주중에도 관람객을 저택까지 실어 나르는 버스를 서너 대 기다려서야 차례가 올 정도로 붐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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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의 화려한 묘소, 봉헌된 꽃들, 그리고 끊임 없는 인파들

 

  Grace Land 관람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점심을 차안에서 때우고 Mud Island 로 향했다. Mud Island 는 미시시피 강 중간의 작은 모래섬. 그 안에 미시시피 박물관이 있고, 그 마당에는 상당한 길이의 미시시피 강의 축소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미시시피 박물관 내에는 개척기 시대의 증기선의 모습, 그 내부의 도박장, 남북 전쟁 시의 Gunship 모형 등, 미시시피 강과 관련 된 것은 모두, - 음악과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 를 모형 등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하나의 큰 건물 안에 미로와 전시실들을 만들고, 하나의 예를 들면, 작은 전시실에 배의 내부 구조 등을 현실감 있게 꾸미고 밖을 암흑 처리 한 후 음향 처리하는 등의 기법으로 도박장의 분위기, 전투중인 전함 내부의 긴박감등을 관람자가 실감 있게 느끼도록 하는 등, 어찌 보면 보잘 것 없는 전시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옥외의 뜰에 미시시피 강의 전체 흐름의 축소모형은 우리의 청계천 조경 시에 참조하지 않았나 싶은 낯익은 모습이다.

 

  이곳 남부에 와서 느끼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영어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잘하지는 못하는 영어 실력이지만, 웬만하면 감으로 때려잡을 수도 있겠는데 어제부터 이상하게 내가 질문을 하면 그 답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헤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내가 피곤해서인가 남부 사투리 때문인가. 특히 Mud Ireland 입구를 찾고, 그 안에서 RV 주차장을 찾는데 더듬거려서, 나에게 설명을 해주는 친절한 Information center 여직원과 우리 일행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스타일을 망치는 하루가 되어 버렸다.

 

  3시 반 경에 멤피스를 출발하여 I-55 를 타고 센트 루이스 방향으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려 미주리 경계를 넘어 도로 옆 KOA 캠핑장에 들었다.

 

                                                                                                                               5 월 26 일 금요일

 

  어제 저녁에는 기상이 심상치 않았다. 이 미주리 주 Haiti KOA 캠핑장은 주위가 목화밭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야지대에 있는데, 저녁 무렵부터 북쪽하늘이 번쩍번쩍 하더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자정이 가까워서는 온 사방에서 번개와 천둥이 치더니 굵은 빗줄기를 뿌렸다. 한 달 전, 테네시에서 토네이도로 20 여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 터라, 이 악천후에 평야지대 한 가운데 차안에서 잠을 청하자니 더욱 두려워졌다. 우리 부부의 침대는 Cap-over 라고 운전석 위에 올려 져 있는 것이라,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코끝에 거의 닿았는데, 콩알만큼 굵은 빗줄기가 천장을 두드리니 그 사운드 효과는 가히 공포를 자아낼 수준이다. 게다가 차안은 후덥지근하다. 덧창을 살짝 열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줄기가 잠자리를 한 바퀴 휘둘러 몸을 식혀 줄 것 같은데, 초반처럼 담요와 매트리스가 젖을까 보아 굳이 모든 환기 구명을 닫아 놓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지호 아빠가 여행 중에 읽으라고 준 신영복씨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을 읽기 시작했다. 1941 년 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교수 등을 역임하고 69년 통혁당 사건인가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 복역 후 88 년 가석방되었으며, 90 년대에는 사면 복권 되어 다시 교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저자가 20 년 감옥살이 중에 쓴 서간문이나 일기 형식의 글이다. 젊은 나이에 사상범으로 무기 징역이라니 그 자체도 심상치 않지만, 글의 내용 또한 범상치 않았다. 어제 하루 진이 빠진 하루였지만 한 시간 정도 읽다 잠을 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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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teway Arch. 미국의 서부개척 (Westward Extention) 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의 하늘은 청명 했다. 일찍 식사를 하고 센트 루이스를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Walmart , Sears 에서 시간을 보내고도, 정오 조금 넘어 미시시피 강변의 Gateway Arch 공원에 도착했다.  1963년에 건설을 시작해서 1965 년 완성된 630 ft 높이의 타원형 조형물은 실제 숫자로 표시된 높이에 비하여 위용이 대단하다. 위에까지 승강기와 기차기능을 합한 차량(Tram Tour) 을 타고, 올라 갈 수 있으며 투어 요금은 1인당 20 불이다.

  미국의 서부 진출(Westward Extention) 의 전진 기지 역할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설계 건설 되었다고 한다. 미국까지 여행을 와서 탈것을 타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집사람의 눈치를 견디지 못해 아무 말 못하고 따라 올랐다. 유선형 금속 아치 맨 위에 작은 점같이 보였던 작은 창을 통하여 도시와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미시시피 강 등을 조망하

는데 비좁고 답답하다. 외형적으로 가늘고 날렵한 유선형 금속 아치의 모형을 강조하다보니, 조망 시설의 설계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보다는 지상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초현대적 감각의 Arch 를 올려 보는 것이 더 아찔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Tram 투어 승강장 건물 내의 박물관(Westward Extention Museum)에 볼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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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te Arch 위에서 내려다본  미시시피강

 

  Gateway Arch 관람을 마치고 한 시간 반을 달려 일리노이 주의 Springfield 에 도착하여 KOA캠핑장에 들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미국의 현충일인 Memorial Day 여서 연휴이기 때문에 캠핑장이 매우 붐빈다, 처음에는 빈자리가 없다고 하더니 텐트 사이트 한 곳을 배정해 준다. 일반 텐트 사이트는 Sewage Hook-up 이 없다. 캠핑장에는 밤늦게 까지 차들이 들이 닥쳤고 수영장과 놀이터에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은근히 내일과 모래 캠핑장구하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이 든다.

 

 

링컨의 도시 Springfield.

 

                                                                                                                                5 월 27 일 토요일

 

  스프링필드는 링컨의 도시다. 일리노이 주의 주도이면서도 곳곳의 주요 건물 장소에 Lincoln 의 이름이 붙어 있다. 링컨은 젊은 나이에 이곳에 와서 변호사가 가 되었고, Congress member 가 되고 Congress 대표가 되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캠핑장을 나와 Lincoln Memorial Garden and Nature Center 라는 곳에 들렀다. 순수하게 호수 변에 만들어진 자연 생태 공원인데, 링컨의 이름을 붙였다. 숲 사이 오솔길에 톱밥 등 나무 부산물로 산책길을 만들어 호반을 산책할 수 있게 한다. 곳곳에 수줍게 피어 있는 물망초의 보랏빛 꽃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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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컨의 저택, 하원 의원, 대통령 후보일 때 살던 곳인데 너무 검소했다.

 

  스프링필드 시의 다운타운에 있는 링컨의 집은, 주위 몇 블록과 함께, 성역화 되어 1850 년대 모습으로 유지 관리 되고 있다. Visitor Center에서 차례대로 순번을 정하여 15명 정도가 모이면 그룹으로 하여 가이드 한명씩을 붙여 저택 내부를 구경시킨다. 그들의 노력에 비하여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것은 링컨에 대한 최대의 예우가 아닐까 싶다. 저택은 실제로 링컨이 살던 그 것은 아니고, 허물고 개발 되었던 것을, 링컨이 죽은 수년 후, 원래의 모습을 되살려 다시 지었다고 한다. 1860 년대 의원이었으며 대통령 후부시절에 살던 집으로는 너무나 검소하고 집기들도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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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집의 뜰을 관람하다

 

  링컨의 변호사 사무실이었던 곳은 저택으로부터 두 불럭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의 상가 건물과 거의 구별 되지 않아, 현관 앞에 가서야 표지판을 보고 그곳인 줄 알았다. 역시 시간을 정하여 일정한 인원이 모아 진 후에 전문 안내인이 안내를 한다. 거의 1시간 가까운 안내라서 그리고 그 대다수가 당시의 생활상들을 설명하는 장광설의 안내라서 듣기 영어에 약한 우리 일행은 금방 싫증이 났는데, 미국 관람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고 또 안내인과 토론을 한다. 우리는 한 30 분 버티다 중도에 슬쩍 비켜 나왔다.

  장소가 장소인 때문인지 젊은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많이 와 있었다. 게다가 오늘이 메모리얼 데이 연휴 첫날이니 만큼 이런 교육적인 장소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의 수준 때문일까, 오늘 링컨 저택과 사무실에서 보는 아이들의 눈에 총기가 넘쳐나고, 태도도 자못 단정하다. 미국이 타락해 가는 제국이라는 관점은 미국 속내를 여행하다 보면 달라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유롭지만 엄격하게 자라는 미국의 어린이의 모습에서 전혀 그런 징후를 찾을 수 없다. 그들은 순수하고, 부모와 사회를 존경하고 잘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은 차라리 우리 사회가 더 우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의 시작으로 미국전역에 휴가 시즌이 시작된다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날을 기점으로 대다수의 캠핑장이 개장을 하고, 은퇴한 노인들이 RV 를 타고 조용히, 무기력 하지만 행동적인 여행을 시작 한다고 한다. 캠핑장의 RV 캠퍼의 절반이 - 아니 평일이라면 우리 일행 아니면 대다수가 - 노인 계층이고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큰 - 크기가 한국의 공항 리무진 버스보다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 차를 몰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늙은 부부가 RV 문간에 맥을 놓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스프링필드의 관광을 마치고 80W 를 타고 IOWA 주 경계를 넘어 80 W 연변의 West Liberty KOA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캠핑장에서 만난 한국전 참전 용사

                                                                                                                                 5 월 28 일 일요일

 

  어제 저녁에 산보를 나간다던 집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나를 불렀다. 책을 보던 나는 ‘왜 귀찮게 구나’ 하는 기분으로 차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집사람은 검은 색 큰 개 한 마리를 끌고 있는 노인을 세워 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 이분이 한국 전쟁에 참전 하셨대. 한번 얘기 좀 해 봐 !”

  노인은 19 살 때인 1951 년에 부산 인근의 어느 지역에 주둔하는 부대에 근무 했다고 한다. 우리가 캠핑장에 갓 도착 했을 때에도 양형에게 ‘안녕 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던 양형도 얼버무리며 웃어 주었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집사람에게도 ‘여보세요!’ ‘안녕 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서 반가운 김에 그래도 말이 통하는 것이 나은 나를 불러 낸 것이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노인네는 55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인사말로 우리를 반기는 것이다. 나는 덕담을 나누다 그 때의 한국에 대한 봉사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해 주었다.

  이번 미국여행에서 느낀 것은 미국 곳곳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끈끈한 연결 고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Manhattan 의 Battery Park 에 있는 한국 전쟁 참전 기념비를 비롯해서 그동안 머물렀던 도시의 공원 곳곳에 한국전에 참전하여 목숨을 잃은 이들 미국 젊은이들을 위한 참전 기념비와 위령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본다. 어제의 스프링필드 시의 경우에도 바로 링컨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Oak Ridge 현충묘역 내의 링컨 묘소 옆에 한국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1,750 여명의 충혼탑이 세워져 있다.

  내가 읽어본 그들 충혼탑 비문에는 예외 없이 그들이 모국 - 그들의 조국인 미국의 방위를 위하여 죽었다고 표기하여 놓았다. 우방인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든가, 세계평화를 위해서 몸을 바쳤다는 거창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미국의 한국전 개입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에 기인한다고 논하면서, 한국의 일부 계층이 반미 성토를 할 때 주장하는 표현과 표면적으로 너무 같은 것이다.

미국으로서야, 민주주의 이념의 진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의 목숨도 지킬 능력이 없는 카오스 상태의 극동의 한 소국의 전쟁에서 꽃다운 자국의 젊은이 5 만여 명을 죽였으니 그것이 바로 조국을 위한 전쟁이라고 강변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한국의 반미성향 인사들은 그 당시 우리의 지도자들이 손을 벌려 도움을 반겼는지는 모르지만, 그 것은 저들을 위한 전쟁이지, 민중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논리겠지.

  자신 없는 분야라 의견을 달 용기가 나지 않지만, 그렇다면 모든 도움을 받은 자들은 도움을 준 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 모두 자기 좋아서 한 일이니까...

 

오늘은 일찍 서둘러 7 시에 캠핑장을 나와 80번과 29 번 도로로 서진하여

Sioux City KOA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낮 동안 계속 강한 바람이 불었다. 차고가 높고, 옆면이 넓어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불안하여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Sioux City 는 South Dakota 동쪽 주 경계에 있는 도시. 내일은 서쪽 주 경계에 있는 Rapid City 까지 이동 할 예정이다.

 

Badland Nat'l Park

                                                                                                                                  5 월 29 일 월요일

 

  시간을 한 시간 조절했다. 서울과는 15시간 차이. 어제 저녁 까지도 밖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차안은 무더워 곤혹스러웠지만 오늘 아침은 하늘도 맑고 기온도 서늘하고, 바람도 멎었다.

  오늘 일정이 멀어서 아침 일찍 출발 했다. 첫 목표는 Sioux Falls 시이다. Sioux 부족은 이 곳 South Dakota 지역에서는 가장 큰 부족이었던 것 같다. 곳곳의 지명에 나타난 부족의 이름과 Bad Nat'l Park 남쪽의 큰 넓이의 인디안 보호구역들을 감안할 때 부족의 세력을 짐작 할 수 있다.

  Sioux Falls 폭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야무진 바위로 이루어 진 몇 단계로 연속 되는 아름다운 폭포이다. 평평한 초원 한 곳이 크게 침식되어 이루어진 폭포로 암석지형의 폭포로 아름답고, 규모에 비하여 물 떨어지는 소리가 웅장 하여, 당시의 탐험가들에게는 구원의 소리로,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물소리였다고, 현지 안내판에 기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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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oux Falls 폭포: 물 떨어지는 소리가 웅장 하여, 당시의 탐험가들에게는 구원의

                                                          소리로,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물소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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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oux Falls 미술관 앞에서- 작품명 농부의 초상

 

  Sioux Falls에서 Rapid City 까지는 약 300 마일 정도이다. 전후좌우로 끝없이 구비치는 초원의 연속이다. 앞도 뒤도 양 옆도 모든 지상의 물체가 하늘에 맞닿아 지평에 수렴되어 선을 이루어 간다. Silk Road 관광 때,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달릴 때의 생각이 난다. 넓음과 텅 빔과 먼 지평선은 같은데, 그 곳은 생명이 없는 회색의 버려진 땅, 이곳은 초원의 풀이 바람에 너울대고 곳곳에 소떼들이 되새김질을 하며 명상을 하는 생명의 땅이다. 오늘 하늘까지 쾌청하고 태양을 뜨겁지 않아서 주행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차창 밖으로 출렁이면서 몰려드는 초원의 바다를 가슴으로 받으며, 개척시대의 이민자들의 감격과 욕구를 가늠해 보았다. 구대륙에서는 하늘같은 영주들이나 가질 수 있는 규모의 땅들이, 여기에도 , 저기에도 , 그리고 저 지평선 너머에도 또 있는 행복의 향연이었을 것이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가는 필그림일 수도 있고, 가난과 기근에 굶주려 고향을 등진 묻지 마 탈출일 수 도 있는 그들의 여정에, 이런 축복의 향연이 베풀어졌다면, 그들이 인류역사상 가장 행복 했던 부류중의 하나였을 것이라는 부러움이 들었다. 마음이 찡하며, 그저 그렇게 흘려버린 것 같이, 보내 버린 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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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dland Nat'l Park 에서

 

  90번 도로 131 exit에서 Badland Nat'l Park 로 접어들었다. 입구에서 50 불에 미국 국립공원 Annual Pass 를 구입했다. 1회 입장이 25불인데 그 두 배만 지불하고 Annual Pass 를 사면 일 년 동안은 미국 내 모든 국립공원과 국립공원 관리청이 관리하는 시설 등에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Badland 국립공원 지형은 2,5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형으로, 지층 단면이 각기 다른 색깔로 층층 노출되어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실크로드의 고성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보이기도 하는 토성암의 더미더미들이 특이한 형상을 보이며 이름 그대로 황량하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하루 달려오며 맛본 비옥한 초원의 풍요로운 감흥 때문인지 금방 이 삭막한 땅의 몰골에 싫증이 났다.

  한 시간 다시 조정된 현지 시간으로 4시 경에 Badland/White River KOA 캠핑장에 들었다. White River 캠핑장이라는 이름에서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를 예상 했었는데, 하얀 강은 시멘트 물 같이 걸쭉한, 회색 물이 흐르는 강이었다. 식사 후, 산책을 나와 다리를 건널 때 다리 밑에 있던 수백 마리의 제비가 새까맣게 떼를 지어 주위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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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강(White River)은 시멘트 물 같이 걸쭉한, 회색 물이 흐르는 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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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및의 제비집 군락

 

아마 우리 발소리에 놀랐나 보다. 다리 밑을 살피니 어릴 적 초가집 처마 밑에서 보았던 제비집들이 아파트 같이 덕지덕지 다리 상판 밑에 켜켜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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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외로운 사슴 

                                             

 

Mt. Rushmore Nat'l Memorial

 

                                                                                                                               5 월 30 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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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을 나와 배드랜드 국립공원 Scenic by-way( 244 번 도로) 를 탔다.  지각작용이 2천 5백만 년 전의 지층을 노출 시키고, 그 석회질 토양이 풍우에 침식 되어 기묘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오아시스 지대에 반짝 번성했다 화석화 된 폐허 도시 같은 음울한 모습이다. 아직도 White River 계곡 물이 희뿌옇고 걸쭉한 것은 지금도 침식과 침하 활동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인가. 가까이 다가가 손끝으로 비벼보면 암석이라기보다는 푸슬푸슬 가루로 떨어지는 것이 야물지 않다. 침하 되지 않은 지표 부분은 아직 그대로 평원을 이루며, 마치 장마가 휩쓸고 간 초원 같이 어수선하고 메마르다. 높은 곳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계곡이 있고, 그 너머에 평원이 있고 그 뒤에 또 계곡과 그 넘어 지평선, 마치 창세기에 에덴에서 쫓겨 내려온 아담의 그것과 같은 절망감 같은 것이 스멀거린다. 넓고 막막하고, 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그래서 Badland 라는 동화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일까?

 

  까슬한 초원에는 산양과 Plairie Dog 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놈들은 우리가 차도를 서행할 때 상체를 세우고 경계하다가 차를 세우고 접근하면 수선스러운 소리를 지르며 땅굴 속으로 재빨리 숨어든다. 한참을 숨을 죽이고 기다려도 저편 토굴 입구에서 발딱 선 모습으로 우리를 경계하는 놈들은 있어도 주변의 굴에서는 한 놈도 얼씬 거리지 않는다. 처음 볼 때는 TV에서 자주 보았던 ‘미어 캣’ 으로 생각했는데 자주 보니 모습이 토끼 같고, 마모트 같기도 한 다소 뭉툭하고 체장이 짧은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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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rie Dog

 

  다시 I-90 번을 타고 Rapid City 로 가서 Mt. Rushmore Nat'l Memorial 로 남하 했다. 우리가 도착 했을 즈음에 비가 퍼 붓기 시작 했는데, 이곳의 기상 변화는 일상적인 모양이다. 양형이 이 여행 계획을 위해 읽은 유학생 주부의 여행기에도 잦은 기상 변화로 충분한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고 기술 했다고 한다. 비가 오는 동안에는 차안에서 식사를 하고 조금 잦아들었을 때 관람을 시작했다.

  Rushmore 산 정상에 새겨진 네 대통령은 워싱톤, 제퍼슨, 프랭크린, 그리고 링컨이다. 조각된 모습들이 균형감 있게 보일 위치에 테라스 같이 단을 만들어 그 장대한 조각상을 마주할 수 있다, 그 큰 바위 봉우리에다 그림도 아니고 조각으로 어떻게 형상을 실물 같이 깎아 낼 수 있는지 예술가들과 공학 기술자들의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 나는 우리가 어려서부터 교과서 겉표지 등에서 사진으로 보아 왔기 때문에 조각 연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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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Rushmore Nat'l Memorial

 

오랜 것으로 생각 했었는데 1927 년도에 시작해서 1941 년에 완성 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미국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아 왔는가를 새삼 느끼었다.

KOA캠핑장에 일찍 등록을 하고 소형차를 한 대 빌렸다. RV 의 연비가 낮아 - 3.8 리터인 1 갤런으로 7 마일 밖에 주행하지 못 한다 - 기름 값도 만만치 않고 우리가 둘러 볼 것들이 산간 도로이기 때문에 둔중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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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안들의 자존심 Crazy Horse Memorial 작업 현장. 무자력의 인디안들의 현실로 볼 때

허망한 꿈 같이 보였다.

 

  소형차로 갈아타고, 처음 찾은 곳은 Crazy Horse Memorial 작업 현장. 현장이라고 한 것은 거대한 화강암 석산에 인디안 전사의 기마상을 조각 중인 곳으로 현재 진행이기 때문이다. 계획 모형은 말 탄 용사가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는 모형인데, 이제 겨우 두상의 윤곽과 들어 올린 팔을 표현하기 위해 곧게 들어 올린 왼손의 윗부분과 말머리 부분만을 발파해 냈기 때문이다. 이를 전망 할 수 있는 언덕위에 기념관, 인디안 유물전시관, craft 점들이 있지만 입장료는 25 불이나 된다.

  Crazy Horse 는 1800 년 대 중반 인디안 Sioux 부족의 전사로 당시 미 Custer 장군 휘하 부대를 전멸 시킨 영웅적인 인디안 전사라고 한다. 나중에 미국 정부의 강화조약을 빌미로 한 기만에 속아 인디언들은 땅을 빼앗기고, Sioux 추장은 죽었으며, Crazy horse 도 강화 협의 중에 미 병사가 등 뒤에서 찌른 칼에 죽었다고 한다.(1876 년). 과연 용맹스러운 전사임에 틀림이 없다.

  Rushmore 에 4명의 대통령상이 완공 단계에 들어가는 시점인, 1939 년 인디안 보호지역 내의 Sioux 족 추장이 이 대륙에는 백인의 영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디안의 영웅도 있다며 건설을 주장해서, 당시 성가를 올리기 시작하고 있는 조각가 Kovczak Ziokoowski 에게 설계와 협조를 부탁해서, 1946 년부터 작업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까지 8 백만 톤 규모의 화강암이 깨어져 나갔고, 60 년 세월이 흘러 Kovczak 도 죽었고, 그 부인과 지식들이 유업을 이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고 하지만, 완공은 요원할 것 같고, 내가 낸 후원금 성격의 25불의 입장료는 결국 이 가난한 인디안 부족들의 쌈짓돈으로나 쓰일 것 같은 절망감이 들었다.

 

  Crazy Horse Memoreal 현장을 떠나 다음은 Custer State Park 에 들렀다. 이 주립 공원은 두 부분으로 구획되어 있다. 공원 남쪽 부분은 평원의 초원 지대로 Wildlife Loof Rd. 를 따라 사슴, 야생 당나귀, 버펄로 등의 야생 상태를 관람 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차도에 올라 사람의 눈길을 유혹하여 먹을 것을 구하려는 당나귀 떼와 사슴들은 덤덤해질 정도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버펄로는 처음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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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ter State Park 도로상의 야생 나귀

 

어렸던 시절 읽은 책에서, 버펄로가 한때 미 대륙에 수백만 마리에 달했는데, 백인 사냥꾼들의 남획으로 거의 멸종 상태가 되었다는 글을 읽고 가슴 아파한 적이 있다. 천성이 태평하여 총격으로 옆의 동료 쓰러져도 태연히 풀을 뜯는 둔감성 때문에, 사냥꾼들은 쉽게 대량으로 가죽을 수집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짧은 기간 내에 멸종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그 책의 기술이 너무 애처로워서 내 머리에 크게 각인된 동물. 그때 사진에서 본, 검은 갈기를 뒤집어 쓴 버펄로의 위용이 너무 멋있어, 미 대륙 종단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야생 버펄로를 직접 보는 것이 필수 리스트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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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ffalo 의 어미와 송아지: Buffalo 는 물소, American bison (들소)이 바른 이름이다.

 

  그러나 Loof Road 여정이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덕 한 구비 너머에서 서서히 우리 쪽으로 풀을 뜯으며 이동하는 100 여 마리는 됨직한 한 무리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환호성을 질렀다. 무리에는 어린 송아지가 3 분의 1 정도 차지하고 있다. 송아지들의 가벼운 뛰놀음이 버펄로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조금은 달래어 주었다.

  버펄로의 원래 의미는 물소라는 뜻이다. 네팔을 여행하면서, 뿔이 긴 물소를 버펄로라고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원래의 이름은 American Bison, 버펄로는 아마 초기 정착민들에 의해 잘못 붙여진 이름 같다. 버펄로의 체구나 머리와 상체 부분에 뒤덮인 갈기 때문에 용맹스럽고 부리부리한 눈을 가졌을 것 같이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에서 본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체구에 비하여 애잔하고 수심 찬 눈 빛, 사자의 그것에 버금할 것으로 생각했던 갈기는 털갈이 계절이라서인지 듬성듬성 엉켜 마치 거적 같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안내판에는 버펄로에 근접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얌전한 편이지만, 일단 흥분하면 시속 30 마일로 돌진해 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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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Custer State Park  의 아름다운 지형들

 

  공원의 북쪽 지역은 우리나라 설악산, 금강산, 지리산 같이 아름다운 지형이다. 용의 등줄기 같은 강한 뼈대를 보이며 흐르는 산마루와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 기암괴석들 사이를 왕복 2차선의 좁은 산간 도로가 유연하게 흐르고 있다. 바위의 변화가 기기묘묘한 것이 우리의 금강산이나 설악산에 비견 할 수 있으나, 내 느낌은 한국의 괴석들은 야무지고 수려하게 빛나는 모습인데 비하여, 이곳의 그것은 주름진 바위들의 기묘한 변화는 볼만하나 질감에 있어 다소 처지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실제 그 바위들 중에서 나는 수많은 부처님, 수백의 보살들, 장비, 관운장, 신사임당의 단아한 모습도 찾아 낼 수 있었다. 코끼리 하마 개구리 등의 동물의 형상은 흔하니 거론하지 않더라도.

 

bb87 번 도로인 Needle Parkway 는 미 관광청에서 전 미국 Natural Landmark 로 공인 하였다는 내용의 안내 동판이 입구 바위에 박혀 있다. parkway 의 정상부에 Sylvan Lake 라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우리 일행은 그 산길의 아름다움, 그리고 산상의 침엽수림과 기암괴석에 감싸여 있는 Sylvan Lake 의 아름다움을 끝으로 오늘 하루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졌구나 한 포만감을 느끼며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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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부 Sylvan Lake 에서

 

  우리가 소형차를 따로 임차한 것은 아주 현명한 행동이었다. Needle Parkway 에는 화강암 산자락을 파내어 만든 1차선 터널들이 몇 곳이 있는데 폭과 높이가 좁고 낮아 RV였다면 통과할 수도 회차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Devil's Tower Nat'l Monument

 

                                                                                                                               6 월 1 일 목요일

 

  7 시 반경 캠핑장을 나와 385 를 타고 Deadwood 로 향했다. Deadwood 는 Gold Rush 때 크게 번창 했던 도시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인근의 Lead에서 금광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이 있으니 이를 따르는 채광업자와 광부 뿐 아니라, 검은 사업들이 번창 했었을 것이다. 서부 활극에서 언젠가 들어 본 것 같은, 총잡이 Wild Bill Hicock 이 이 곳을 지배 하다, 다른 총잡이에게 죽었고, , 그의 무덤과 그가 자주 갔던 주막이 이 마을 외곽에 있단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제법 있어 그 당시의 주방, 가지노 등이 보존 되고 있다고 한다. Lead 마을에 Homestake 금광이 있다. 1945 년 까지 금광이 운영 되다 채산이 맞지 않아 휴광 했었는데, 1982 년 금값이 회복되어 다시 열었다 2001 년 에 아주 폐광 했다고 한다. Visitor Center 옆에 거대한 분화구 같이 역 원뿔형으로 파 들어간 노천 금광 터가 있고, 그 앞 쪽으로는 터널 굴착 방식의 금광이 별도로 있다. 터널은 수직으로 5천 피트 깊이까지 파 내려갔다고 한다.

  우리는 관광 트롤리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이드 설명을 듣는 투어에 참석 했다. 손님은 우리 4명과 노부부 한 쌍. 가이드는 20 대 초반이나 되었나 싶은 젊은 여자로 씩씩하고 말솜씨가 재치 있고 귀여운 얼굴을 가졌는데, 뒤돌아 있을 때의 방둥이는 지름이 70 Cm 는 족히 됨직한 몸을 가졌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아직은 균형을 깨뜨리지는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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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 마을의 Homestake 노천 금광터 

 

  Lead 마을의 인구는 한창 때 1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3,000 명 정도. 다국적 노동자들이어서 사회문제도 많았고,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있었다고 한다. 폐광된 광산 외에는 주위에 농장도 없고 공장도 없어서, 지금 주민들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가이드는 귀엽게 우리를 가리키며. 당신들 바로 관광객들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Deadwood 의 카지노 등 관광 업소에서 일을 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 년 평균 강설량이 7 m ) 두 곳의 고지대 스키장이 있어 스키 손님들도 몰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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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수직갱 기계시설

 

  광산 사무실과 기계실 , 탄광 진입로, 탈의장 등을 안내 받았다. 탈의실의 옷장이 1,000 여개 이며 여성 노동자도 100 여명 있었다고 한다. 한창 때에 광부 숫자가 3 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금광에서 채굴한 광석 등을 끌어 올리는 활차와 엔진 로프 등의 크기와 굵기가 어마어마하고 아직도 잘 관리 되어 있어서 가이드에게 - 그녀가 지금은 굴에 물이 차서 금값이 온스 당 2,000 불이 되어도 다시 금광을 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 이 기계들을 무엇에 쓸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도상 단계이지만 지하 과학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 검토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트롤리가 지나가는 위치 좋은 곳에 제법 위엄 있는 저택이 있는데 그 집이 ‘케빈 코스트너’ 가 한때 소유했던 집이라고 소개했다. 방이 30 여개라고 한다. 케빈 코스트너가 왜 이곳(촌구석)에 저택을 가졌느냐고 물어 보니, 그의 부모가 여기에서 30 마일 정도 북쪽의 Spearfish 에 살고 있었다고 했다. 하기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함께 춤을” 이 이곳 South Dakota/Wyoming 주위 Black-hills Mt 인디안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하니까.

 

  Lead 를 떠나 Spearfish Canyon Scenic Byway(14A) 를 타고 Spearfish 까지 올라와 I-90 을 탔다. 

  다음의 여정은 와이오밍 주 관문에 있는 Devil Tower Nat'l Monument. 비교적 완만한 지형에 높이가 100 미터 이상 솟구친 마치 아이스크림 컵을 거꾸로 엎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의 통 바위 봉우리이다. 암벽 등반가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라고도 하는데, 그 정상에 있는 평지의 넓이가 축구장 넓이 라고 하는, 미국 첫 번째의 Natural Monument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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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Tower Nat'l Monument .

 

  와이오밍 주의 도로 지도 뒷면 관광안내 자료에 외이오밍 주를 ‘The Place of Firsts ! ’ 라고 서두로 기술하고 있다.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첫 번째 주이며 , 첫 여성 판사를 허용 했고, 첫 국립공원 Yellowstone 지정( 1872 년), 첫 Natural Monument 지정(1906 년) 이라고 하니 그렇게 자부할 만도 하다

.

  Devil Tower 의 형상이 비범하니 만큼, 인근의 인디안 부족들의 경외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며, 그와 관련된 인디안 설화도 많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샤이안(Cheyenne) 족의 것으로 이런 내용이다.

 

  샤이엔족의 용사들이 이 벌판을 지나는데 거대한 곰이 공격해와 용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으나 당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용사들은 그들이 믿는 천신- Great Sprit- 에게 도움을 청했고, 천신은 그들이 밟고 있는 땅을 하늘로 불쑥 높여 바위기둥 같이 만들었다. 그래도 성난 큰곰은 그 바위기둥을 오르려고 원통 벽을 긁어 대다가 지쳐 결국 샤이엔족 용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대나 어쨌대나. 어쨌든 그 원통형 봉우리의 거의 수직을 이루는 옆면은 빙 돌아 모두에 곰 발톱에 긁힌 자국 같은 수직의 긁힘이 마치 방금 기계로 깎은 것 같이 선명한데, 자연의 현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 명칭은 Devil's Tower Nat'l Monument . 국립공원 관리청이 관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Annual Pass 로 무료입장(10불 해당) 해서 또 즐거웠다.

저녁 캠핑장은 I-90 에서 Yellowstone/Grand Teton 국립공원으로의 진입로(16번 도로) 입구에 있는 Buffalo KOA 캠핑장으로 정했다. 와이오밍 주에 들면서는 주위의 풍경이 크게 변한다. 작은 구릉이 출렁이기도 하고 다소 마른 느낌을 주는 회색빛의 산천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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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stone Nat'l Park

                                                                                                                              6 월 2 일 금요일

 

  와이오밍 동부에서 I-90 을 타고 Yellowstone 으로 가는 길은 Buffalo 시에서 16 번 도로를 타고 가는 것과 이를 지나쳐서 Sheridan 에서 14 번 도로를 타는 둘이 있다. 첫눈에는 두 방법의 총 길이가 거의 같아 차라리 큰길인 90 번 도로로 진행하다 14 번 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는데, 이를 눈치 챘음일까, 와이오밍 주의 Welcome Center 의 중년의 여자 안내인은 내 손까지 꼭 잡아 조이며 14 번을 타지 말고 16 번을 타라고 간청을 한다. 14 번 도로는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해서 RV 로 이동하기가 어렵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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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번 도로도 초반에 험한 산을 넘는다. 지도로 보니 Rocky 산맥의 한 흐름이 이루는 산줄기이다. 뚝 떨어진 벼랑, 도도히 흐르는 탁한 물줄기.. 잠시 실크 로드 여행길의 ‘하미’ 에서 ‘바리쿤 고원’ 에 이르는 협곡을 연상 시키는 삭막한 지형이다. 단지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고, 곧게 벋은 침엽수가 제멋대로(?) 서, 눕고, 옆 나무에 기대어 들어 차 있는 숲을 갖고 있어 생명의 존재가 더 느끼어 지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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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산굽이를 넘어서면 Ten Sleep 에서부터 평지이다. 서쪽의 또 하나의 산줄기와의 사이에 100 km 이상이 되는 넓은 평지가 펼쳐진다. 건조한 지역인지 초목이 메마른 느낌을 준다. 넓은 초지에는 소 말 보다는 사슴이 더 많이 보인다. 큰 산이 옆에 있으면 풍부한 물과 정취로 더 풍요로워야 하는데 Great Plairie 의 다른 곳 보다 더 메마르게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Cody에서 40 마일 정도 서쪽으로 더 달리면 Yellow Stone 국립공원의 동쪽 입구에 닿는다. 입장료는 25 불. 우리는 물론 Annual Pass 덕으로 무료 통과이다. Badland 국립공원에서 지불한 Pass 가격 50 불은 본전을 찾은 셈이다.

  입구에서 몇 마일 구간은 마침 도로 보수 공사 중으로 정체하여 순서를 기다리며 교차하기도 하고, 비포장도로를 덜컹 거리며 달리고 하다 보니 첫인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게다가 수년 전의 대화재로 큰 침엽수들은 고사하여 서있거나 나뒹굴어 있어 삭막함 그것이었다. 특히 전체적으로 쓸쓸해 보이는 것은 - 나중에 내린 결론이지만 - 여기가 고도 2,000 미터 이상 지역이라 전체적인 색깔 톤이 가을빛인 것에 영향이 있는 듯 했다.

  캠핑장은 Yellow Stone Lake 북안 Fishing Bridge 에 있는 RV 캠핑장으로 잡았다. 공원구간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37 불이나 되었다. 게다가 sewing hook-up 이 안되고, 수압도 높아 Water hook-up 도 직접 연결은 차량 내부 관을 파열 시킬 수 있으니 탱크에 물을 받아 이용하라고 한다. Shower 도 1회 3 불의 사용료를 따로 내라고 하니 당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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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d Faithful의 간헐천(geyser eruption)

 

  캠핑 사이트를 확보하고 나니 4시가 조금 넘었다. 그래서 시간도 줄일 겸 오늘은 Old Faithful의 간헐천 (geyser eruption)을 보기로 했다. 며칠 머무를 예정이지만 숙제를 하듯, 하나씩 보아야 하니까. 캠핑장에서 50 분여를 Yellowstone Lake 변을 따라 차를 달려, 한 시간여를 기다린 6 시12 분경 간헐천 분출을 보았다. 오랜 소문 탓인지 그렇게 감명 깊지 않았다. 그보다는 Old Faithful에서 Madison 으로 가는 길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geyser, mud pot, hot spring 등 화산 지대의 지질현상들이 정말 이곳이 관광 천국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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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웅덩이 속으로 필시 뜨거운 용암층까지 뚫려 있을 시커먼 동공

 

개발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hot spring 웅덩이가 뜨거운 김을 내 뿜고 있는데 웅덩이 속으로 필시 뜨거운 용암층까지 뚫려 있을 시커먼 동공이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뜨거운 김을 내며 흘러 넘쳐 시내를 흐르는 온천수, 온천수내의 미생물들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여 얕은 온천 바닥에 색깔 있는 이끼 같이 깔려 있는 bacteria mat 등 하며...

도로변에는 버펄로들이 지천으로 평지에 퍼져, 유유자적 즐기고 있고, 때로는 어둠이 덮인 둔덕 위에 우뚝 미동도 않고 버티고 있어 가슴을 철렁이게 하기도 하는 미국 첫 번째 국립공원 Yellow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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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stone Lake

 

 캠핑장에는 9 시 반쯤 돌아 왔는데 아직도 하늘 일부가 희뿌옇게 환하다.

 

                                                                                            

                                                                                                                                  6 월 3 일 토요일

 

  Yellowstone 의 볼거리는 크게

 

1. Mammoth Hot Spring 지역 : 미네랄 함유도가 높은 온천수가 지각을 뚫고 흘러나와 그 미네랄의 퇴적물이 쌓여 계단 또는 , 테라스 모형을 이루고, 그 위를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넘치는 것 ,

2. Old Faithful 을 중심으로 하는 간헐천 지역

3. Yellowstone Lake 지역 : 수면 면적이 132 평방 마일이나 되는 호수 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침엽수림과 설산의 풍경이 아름다운, 호반의 온천 지역.

4. Yellowstone Grand Canyon 지역

5. Roosevelt Country 의 폭포와 수림지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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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Yellowstone 호수 북부 지역은 잦은 산림화재로 큰 나무들이 불에 타 죽고 그 잔해 밑에 작은 묘목들이 자생적으로 밀생해 자라는 모습이, 다소는 썰렁한 정경이지만 오히려 거대한 자연의 생명력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공원 당국이 자연환경을 해칠 수 있다며 인위적인 진화 활동을 하지 않았다니, 땅덩이 큰 나라의 턱없는 여유 같이 들리지만 일견 그럴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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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llow Stone Lake 변의 마치 행성의 분화구같은 Humahole

 

  캠핑장 관리원들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어제 밤새 RV 주위에 곰이 나타난 흔적은 없었다. 공연히 밤중에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 마음만 졸였었다. 오늘 여정은 캠핑장을 나와 호수 서안을 끼고 남하하여 Yellowstone 남쪽의 또 다른 국립공원 Grand Teton Nat'l Park 를 구경하고 그 곳 KOA 캠핑장에서 1 박하고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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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호수 주변의 전망 좋은 곳에서 차도 마시며 사진도 찍으며 여유 있게 남하를 했다. 연안의 길이가 141 마일에 이르는 호수는 평균 고도가 2,000 m 수준인 점을 감안 하면, 그 높이에 이렇게 넓은 호수라니 놀랍다. 호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노천 열탕과 그에 면하여, 차갑게 넘실대는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 그리고 먼 대안의 침엽수림의 장관은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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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호수의 최서단의 West Thumb 지역은 호수 연변에 온천과 Fumahole 군이 펼쳐지는데 호숫가에 뜨겁게 뿜어 나오는 증기의 모습도 장관이고 그 어두운 온

천공의 모습은 그 곳에 상체를 내밀고 지상 세계를 엿보는, 음습한 지하의 신들이라도 보일 듯 으스스 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말 천혜의 온천지역, 그러나 개발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온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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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Tetond 국립공원의  Mt. Moran 과 Jackson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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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Lake  호반에서 발견한 흑곰

 

  Yellowstone 에 비하면 Grand Teton 은 삼각형으로 솟구친 바위 산봉우리 들이 한 줄기를 이루는가 이루는 공원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공원 지역이다. 큰 산과 넓은 호수, 안정적인 지질 그리고 그 배경을 이루는 침엽수림들. 우리는 Yellowstone에서 놀란 정서를 진정시킬 겸, 이곳 Jackson 호수에서 유람선 탑승을 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유람선 승선은 반도 못 알아듣는 선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바위산의 위태로운 선들과 수면위에 밀생 한 것 같이 보이는 침엽수림, 그리고 혹시나 물가에 나와 노닐 곰들을 놓칠세라 분주히 둘러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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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City 공원내의 사슴뿔 아치

 

  오늘은 미국 도착 한 달이 되는 날, 그동안 쫓기듯 달려만 와서 선상에서 한 시간 반의 여유가 느긋하고 나른했다.

 

                                                                                                                           6 월 4 일 일요일

 

RV 여행 8 주의 반인 4 주가 끝나는 날이다. 캠핑장을 나와 Grand Teton과 Yellowstone 남단을 지나 Fishing Bridge 에 돌아오니 오전 10 시가 지나고 Fishing Bridge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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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끓어 솟구치는 온천 웅덩이

 

북쪽으로 달리면 처음 머무르는 곳은 Mud Volcano 지역, 실제로는 Mud Volcano 는 그 곳 10 여개의 mud pot 들 중의 하나의 이름인데, 각 mud pot 들이 각양의 가스를 뿜으며, 뜨거운 진 흙탕물을 튕겨 올리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공룡의 으르렁거림 같은 괴음을 내기도 하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mud pot 는 산성 기운이 강해, 발이 빠지거나 할 경우 구두를 녹일 정도라는 경고문이 안내판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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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Grand Canyon of Yellowstone. 이곳은 폭 300 내지 400 미터, 깊이 150 ~ 300 미터, 길이 25 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협곡지역으로 Yellowstone Lake 의 물이 북쪽으로 흐르는 곳. 이 협곡은 지금도 협곡 내 곳곳의 열탕 작용과 Geyser 활동으로 지층이 약화되어 강물과 풍우에 의해 침식이 확대되어 간다고 하는데 협곡의 천애절벽이 장관임은 물론이고, 그 색상의 다양함은 유황 성분 때문인지 철분의 함유로 암석이 산하 되어 이루는 색상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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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nd Canyon of Yellowstone

 

협곡에는 두 개의 거대한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데, 공원당국은 이 폭포를 기준으로 협곡 양편에 폭포 마다 옆에서 보기, 전체 조망 보기, 미적 감각이 제일 좋은 곳, 등등의 이름을 붙이며 조망대를 대여섯 곳 설치하여 관광객의 호기심고 키우고 관광 욕구를 충족 시켜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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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moth Hot Spring의 아름다운 테라스형 지형

 

  Mammoth Hot Spring 은 Mineral 성분이 함유 된 온천수가 아래로 흐르며 미네랄 성분을 침전시켜 층계 형으로 평평한 지판을 만들고, 각 지판마다 가장이에는 마치 테라스 난간이나 담장 같은 턱이 마치 인공으로 꾸미어 놓은 것 같이 형성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형성의 묘법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대다수가 이미 온천수가 말라 마른 테라스 형상만 남긴 모양인데, 몇몇은 아직도 상층에 온천수가 분출하여 잔물결을 이루며 아래로 흘러, 물기를 머금은 테라스 조형은 마치 비에 젖는 대리석 작품을 보듯 신비로운 빛을 반사하여 그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오늘 Yellowstone 여행을 마감하며 느낀 것을 종합하면, 결론은 Yellowstone 은 정말 천혜의 관광지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특히 그것들이 태초의 지구 생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지질학적인 전문적 설명이 필요한 것들이라, 난해하기도 하지만 , 난해한 것 자체가 신비함의 원천이 된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소년과 망아지

                                                                                                                           6 월 5 일 월요일

 

  어제 하루를 지낸 West Yellowstone KOA캠핑장은 하루 사용료가 60 불이나 되어 이제까지의 사용료 중 제일 높았다. 캠핑생활이 진행 될수록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서 은근히 당한 기분도 들고 밉살스럽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 캠핑장이나 주변의 풍경은 항상 새롭고 신선하고 아름답다. 여기도 올곧은 침엽수림에 둘러 싸여 있고, 멀리 Yellowstone 의 설산들이 조망되는 기막힌 위치이다.

 

 

  이곳에서 동쪽 Yellowstone 쪽으로 6 마일정도 에 위치한 West Yellowstone 시는 공원 관광객을 위한 Cabin, RV 캠핑장, 유흥장, 선물상점 등이 들어 서 있는 흥청거리는 관광 도시라 가격이 비싼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의 일정이 힘들어서 우리 일행은 모두 잠을 푹 잤다. 아침 기상 시간도 늦어져서 요사이에 걸맞지 않게 8 시가 지나서야 추스르고 캠핑장을 나설 수 있었다. 캠핑장에서부터 우리는 벌써 몬태나 주에 들어서 있다. 우리는 북상하여 Bozeman 시에서 다시 I-90 에 올라 탄 후 Glacier Nat‘l Park 쪽으로 달리다 중간의 Chateau 시에 있는 KOA 캠핑장에 오늘의 숙소를 잡았다.

  침엽수가 울창한 시냇가를 따라 굴곡진 시골 길을 달린다. 이곳은 북쪽이여서 인지 나무들이 침엽수 일색이다. 시냇물이 숲과 구별되지 않고, 나뭇 뿌리를 스치며 흘러가는 것이 생경스럽다. 우리의 강이 치수의 대상이 되어 물과 땅이 제방 등에 의해 확연히 구별되어 있는데 비하여, 이곳의 나무는 시내와 어울려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 어떤 격의가 사라진 자연스러움, 깊음 같은 감성을 자아낸다. 그 산악구간을 지나면 다시 평지로 변하면서, 주인이 있기나 한지를 모를 넓은 사슴이 뛰노는 마른 초지가 펼쳐지거나, 대형 이동식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며 작물을 키우는 경작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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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도로에 뛰어든 사슴을 두 번이나 만났다. 사슴은 유달리 귀가 커서 애잔해 보였는데, 아스팔트 위에 머물러 서서 달려드는 차를 바라보곤, 넋 나간 놀란 눈으로 얼어붙듯 서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집사람은 도로 양옆에 철조망이 쳐 있는데, 저 사슴이 결국은 차에 치일 것이 아니냐며 가슴 아파 했는데, 대다수의 미국사람들이 야생동물들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집사람이 생각하는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오늘 머물 Chateau KOA 캠핑장은 위치가 우리의 목적지와 약 100 마일 이 떨어진 소도시 - 마을이라는 편이 더 적절했다.- 에 있다. 캠핑장 입주자가 많지 않아서 인지, 40 대 중반의 주인 여자는 친절하게 화장실, 샤워실 등을 손수 안내해 주며, 석양 때의 서쪽 하늘이 특히 아름다우니 꼭 사진을 찍으라며 당부를 한다. 골프장과 붙어 있는 캠핑장은, 약간 비스듬한 경사로 마을 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먼 조망이 가능해서 국립공원 같은 화려한 풍광은 아니지만 역시 미국의 자연과 전원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몬태나 주는 소고기 값이 매우 싸다. 바비큐를 하려고 등심 고기를 샀는데 1.6 파운드가 1 불 80 센트에 불과해, 우리 돈 4 천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네 명이 포식을 하고, 바비큐 냄새에 끼룩거리며 주위 하늘을 맴도는 갈매기 떼에 고기를 던져 주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식사 후에 캠핑장이 위치한 Chateau 시로 산책을 했다. 시차 때문인지 9시가 넘어도 해가 아직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 우리는 식사 후, 6 시쯤 철시한 마을을 여유 있게 산보했다. 인구는 전체가 1 천명이나 될까.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아 시가지가 텅 빈 것 같은데, 공원 내 놀이터와 수영장에 아이들이 정말 힘차게 뛰놀고 있다.

  마을 공회당 앞 공간에 우마용 트레일러가 세워져 있어 우리 일행이 신기해서 기웃 거리고 있는데, 농부와 한 10 살 쯤 먹은 소년이 �아와 우리가 마음껏 볼 수 있게 문짝을 활짝 열어젖혀 주더니, 소년은 ‘ 속에 망아지도 있어요.’ 하며 암말 뒤로 들어가, 낯선 손님에 놀라 어미 뒤에 숨어 나오려 하지 않는 망아지 목을 두 팔로 감아 안고 안간 힘을 쓰며 우리 앞으로 끌어내며 자랑스러워 한다. 그 씩씩한 어린 소년의 순진하고 당당한 모습이라니. 나는 그 망아지보다 더 귀여운 소년에게 금방 반해 버렸다. 그 농부도 마치 어린이가 자기 장난감을 자랑하듯 흐뭇한 표정이다. 이것이 정말 시골의 순박함이 아닐까 싶었다.

 

 

Glacier Nat'l Park

                                                                                                     6 월 6 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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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Mary 호반의 차디차고 고요한 아름다운 풍광

 

  Chateau 캠핑장 옆은 골프장이다. 이 아담하고 작은 마을에 풀코스 골프장이라니.... 일찍 일어나 골프장 구릉에 올랐다. 골프장은 구릉 위에 있고 캠핑장은 비스듬히 남쪽으로 경사지게 위치하고 있어 경사를 조금 올라가야 한다. 아침이슬 때문이기도 하지만, 첫 보기에는 잔디 같이 보였는데 의외로 풀이 깊어 혹시 뱀이라도 밟지 않나 걱정을 해야 했다. 6 시 반경이 되었으니 새벽 골프 손님이 있을 법도 한데 텅 빈 골프장에 스프링클러만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골프장의 잔디와 인공 호수, 멀리 지평선을 방해하는 우리와는 같을 수 없는 기하학적 산 능선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스트레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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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eau 에서 Glacier National Park 의 동쪽 입구인 St. Mary 시 까지는 100 마일쯤 거리라 곧 도착 할 것으로 생각 했는데 의외로 사간이 많이 걸렸다. 너른 목장 사이를 가로 지르는 마차나 달릴 것 같은 미국답지 않게 좁은 길이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게 했기 때문이다. 달려고 달려도 지평선으로 뻗어나는 도로가 졸음을 �아 주었다.   마리수가 수백 마리는 될 법한 거대한 Corral, 방목한 소 말 떼 등 등.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미국 농촌을 차로 달리고 있다. 떠도는 소 한 마리 정도는 눈치도 채지 못하게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렇게 큰 목장이다. 몬태나 주의 면적은 약 37 만 평방킬로미터인데 인구는 90 만 명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 몬태나의 자연과 몬태나의 농촌과 그들의 삶이 어떨지 어림 할 수 있었다.

  원래의 계획은 St. Mary 에서 시작해서 Glacier Nat'l Park 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 지르는 ‘Going to the Sun Road' 를 타고 횡단하여 공원의 핵심이랄 수 있는 Logan Pass 를 건널 예정이었는데, 입구의 Visitor Center에서, 6 월 2 일의 폭설로 Logan Pass 가 폐쇄되었고, Logan Pass 구간 도로가 굴곡이 심하고 좁아, 길이 21 ft 이상의 차량은 통행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차의 길이가 25 ft 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통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도로의 3 분의 1 구간에 있는 Sun Point 주차장에 RV 를 주차하고, 약 4 km 거리인 St. Mary Falls 까지 트레킹 했다. 빙하가 깎아 낸 바위산의 살벌한 위용과 St. Mary Lake 의 차디차고 고요한 거울 같은 호수를 곁에 두고 걷는 하이킹 코스, 울창한 수풀이 곁들어 있고, 안내판의 경고문대로 정말 도중에 곰이라도 마주칠까  보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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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acier 국립공원의 여자 Ranger : 딸아이를 닮았다.

 

졸이며 걷는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한 하이킹 코스였다. 도중에 배낭과 무전기를 들고 도보 Patrol 하는 여자 ranger 를 만났다. 녹색 국립공원 유니폼을 단정히 입고 제모까지 쓴 20 대 초반 정도의 앳된 얼굴과 호리호리 하고 당당한 자세가 낯익어 말을 걸어, 집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때 딸아이가 꿈꾸던 것이 국립공원 Ranger 였고, 약간 과장 되게 머리를 뒤로 저치며 껄껄 웃는 품이 영락없는 딸아이의 모습이라 더욱 정이 갔다. 딸아이는 지금 어떻게 시간을 지내고 있을까. 국립과학 검역원 채용 시험에 합격한 애는 지금 근무처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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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킹은 약 2 시간 정도가 걸렸다. 차를 몰고 입구로 나와 다시 10 마일 정도를 북상한 Babb에서 다시 Many Glascier Route 를 달렸다. 길이 끝나는 곳에 호수와 Many Glacier Hotel 이 있는데, Hotel 은 1920 년대에서부터 운영하여 온 스위스 풍인 건물이 호수와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선중이고 6 월 11 일부터 개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은근히 투숙 하고 싶어 하는 양형 부부는 아쉬워했고, 여행비를 아껴야 하는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St. Mary entrance 근처의 KOA 캠핑장에서 일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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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풍의 Many Glacier Hotel

 

 

                                                                                                    6 월 7 일 수요일

 

  시간을 다시 한 시간 조절하다 : 서울과 16 시간 차이

 

  아침 캠핑장의 풍경은 어느 곳이나 아름답다. 맑고 신선한 공기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일까. 한쪽 편으로는 Glacier 연봉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반대편으로는 침엽수림 위로 높이 융기된 벌거숭이 능선이 지평선을 이루며 길게 뻗어 나가고 있고, 그 아래로 차디찬 맑은 여울이 도도히 흐른다. 침엽수림의 곳곳에 산불로 인한 것일까 ! 민둥 벌거숭이거나 고사한 수목의 잔해들만이 듬성듬성 서 있는 것도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운동을 겸한 산보를 했다. 찬 공기가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캠핑장 주인의 개인지 버려진 개인지 검은 등에 배가 하얀 큰 개 한 마리가 밖을 성큼성큼 떠돌다 만나는 사람마다 눈을 맞추며 따라 다닌다. 눈빛이 용맹하여 심상치 않은데 나뭇가지라도 던져 주면 가벼운 기합소리를 내며 내달아 껑충 뛰어 올라 잡아서 던진 사람에게 가져 온다. 자연 속에서는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자기의 기량을 뽐내며 스스로 즐거울 수 있나 보다.

 

  캠핑장을 나와 Glacier 공원을 남쪽으로 돌아 서쪽 입구에서 공원으로 다시 입장했다. 역시 입구에서 16 마일만 열려 있고, 그 이상은 나갈 수 없었다. 동쪽의 St. Mary Lake 같이, 서쪽에는 Mcdonald Lake 가 있다. 풍치는 동쪽만 못했다.

 

  Glacier Nat'l Park 을 나와 인근의 Whitefish State Park 을 찾았다. 안내 책자의 내용이 그럴듯해서 어렵게 찾아 갔으나 별로 신통하지 못했다. 캠핑장과 보트 선착장에서 호수를 즐길 수 있을 뿐인데 동네 공원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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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itefish Lake에서 실망해서 Flathead Lake 행 계획도 취소하고 2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내달려 IDAHO 주의 Goeur d'Alene 시 Coeur d'Alene Lake 변에 있는 KOA캠핑장에 도착 했다. 오늘 총 운행 거리는 407 마일로 여행 기간 중 주행 거리가 제일 길다.

 

  몬테나의 도로는 미국의 일반적인 도로와 분위기가 다른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이다. 중앙선도 Green mat 형태가 아닌 단순 중앙선으로 우리의 시골 국도 같아 운전에 신경을 써야했다.

 

  몬테나 주의 지형은 광활한 목축지역과 산간 지역이 어우러져 모두 엄청 넓다. 산간 지역의 어떤 곳은 우리의 시골 전원 지역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담하고 포근하게 느끼어 지는 곳도 있다. 내일은 호수에서 낚시를 하며 하루 여유 있게 보낼까 는 생각해 보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내일은 시애틀까지 달려갈 계획이다.

 

 

제 4 편 서부 해안을 남쪽으로

 

Wananum Indian

                                                                                                        6 월 8 일 목요일

 

  90 번 도로를 타고 아이다호 주 경계를 넘으면 바로 Spokane 시가 나타난다.

Spokane 시는 제법 큰 도시다. 그러나 마치 우리나라 1980 년대의 서울 같이 어수선한 도시였다. 마침 러시아워여서 차가 많이 밀렸는데 바로 1980년대 양평 인근의 혼잡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Washington 주는 자동차 여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미진했다. 우선 주 경계를 넘어 들어가면 다른 주에는 있어 왔던 Welcome Center 가 운영되고 있지 않다. 다른 주에서는 Welcome Center 가 운영되지 않을 경우에는, Rest Area 등의 관리인 사무실에서라도 요구 하는 사람들에게 도로 지도와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데 전혀 그런 기미도 없다.  

  Spokane에서 Seattle 까지 어디도 관광 정보를 주기 위한 인원이나 자료의 교부가 없었는데 대신 엉뚱하게 Rest Area 에서 노인들이 무료 커피 봉사를 하고 있었다. 지도 따위가 있느냐고 물어 보아도 벽에 붙인 큰 지도를 가리키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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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kane 에서 150 마일 서쪽으로 90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Wananum Visit & Echo Vista View Point 라는 곳이 있다. 황량한 벌판을 가로 지르는 협곡 내에 길쭉하게 Wananum Lake 가 누워 있고, 양안에는 건조한 관목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빈 땅인데, 안내문에 협곡 건너편에 화석화된 나무 군락지가 있다는 것과, 이 지역에 한때 수천 명에 이르는 Wananum 인디안 들이,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상당한 수준의 문화생활을 영유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성품이 순박하여 서진하는 백인들에 저항을 전혀 하지 않아, 결국 그 흔한 인디안 보호 지역도 할당 받지 못하고 결국, 부족 전체가 소멸되었다고 적혀 있다. 저항하지 않고 협조적이던 순박한 native American -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 에 대한 성의 어린 배려도 하지 못한 죄책감을 이렇게 썰렁한 안내판으로 사죄하고자 하는 것일까. 수백 년 전도 아닌 겨우 100 여 년 전에 행해진 이 위대한 미국인들 선조들의 비열함이, 생존을 위한 투쟁 현장에서는 무엇이 최선의 대안인지를 일깨워 준다.

 

  Washington 주는 참 많은 것을 보여 준다. 어수선한 정비 되지 않은 도시, 푸른 초원, 이동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하여 대규모로 경영되는 농장, 방치된 넓은 황무지와 도도히 흐르는 컬럼비아 강의 탁류, Rainier 산의 높은 산줄기, 빙하와 깊은 숲, 6월의 초여름에 두세길 높이로 쌓인 Chinook Pass 의 눈, 그리고 정갈하게 정비된 도시, 시애틀과 거기에 바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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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ier 국립공원 북동부 Chinook Pass 정상 부분에서 눈 덮인 장관

 

  우리는 90 번 도로상의 Ellensburg 에서 도로를 갈아타고 410 번 도로를 거쳐 Mt. Rainier Nat'l Park 의 북동쪽을 스쳐 목적지인 Kent 의 KOA South Seattle 캠핑장에 도착 하였다. 410 번 도로는 미국 American Scenic By-way 선정 기관에서 best of best 로 꼽는 아름다운 도로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택한 것이었는데 Chinook Pass 정상 부분에서의 눈 덮인 장관, 길 따라 여울져 흐르는 시내, 울창한 수림의 발등을 간질이며 흐르는 시냇물 등 다른 여느 미국 산하에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었다.

 

 

  캠핑장은 정갈 했다. 시애틀 시내까지 버스로 40 분 정도여서, 저녁을 일찍 먹고 버스로 시내 중심가를 헤매다 11 시 경에 돌아 왔다. 도중에 비가 와서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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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ier 국립공원 Paradise 에서 찍은 사슴. 손을 벋으며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받아 준다.

 

  미국을 여행 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미국이 향유하고 있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것이 아닌 그들만의 것이라는 부러움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또다시 법정스님의 말씀 ‘사물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고 존재 그자체로 인식하라’ 는 말씀을 다시 떠올린다. 야생 들꽃이 하늘을 부러워하지 않고, 산야의 작은 잡목이 울창한 숲을 동경하지 않는 정신세계,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대 전제를 설정해 놓고 본다면 작은 들풀이나 낙락장송이나 평등한 개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미국을 여행하면서 부러워하는 것을 내가 미국을 여행하며 아름다움을 찬탄하고 칭찬 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마음가짐으로 나는 우주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고 다짐해 본다.

 

Seattle

 

                                                                                                   6 월 9 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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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시내 도시공원

 

  여기 Kent 시 KOA캠핑장 바로 앞에 Boeing 사가 자리하고 있다. Seattle 이 우주 항공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그 방면의 박물관이라든가 관련 행사를 갖는 것이 그 때문인가 보다. 시애틀 다운타운과도 버스로 통하고 있는 요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요금은 다른 곳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며 시설도 항상 깨끗하게 관리 되고 있다.

 

  오늘 하루는 시애틀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계속, 산, 초원, 강의 연속이었기에, 오랜만의 대도시 관광으로 여자들의 기분을 돋우기로 했다.

먼저 다운타운 북쪽의 Space Needle Tower 로 갔다. 이름의 거창함에 비하여 우리 남산 타워 수준의 타워 형 건물인데 입장료가 1 인당 14 불이나 된다. 약 180 m 높이에서 바다에 연한 해안 도시 시애틀의 모습과 연안 바다위에 조화롭게 배치된 연안의 섬들까지 조망 할 수 있다.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실질적인 미 대륙 동서 횡단은 이미 달성 했구나 실감했다. 메인에서의 아카디아 공원 앞바다, 파나마 시티의 카리브 바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서해 바다 태평양을 본다.

 

 

  다음은 Pike Place Market 를 들렀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가 정겨웠지만 일행이 흥미를 갖지 않아, 집사람들을 시내 백화점가에 풀어 주고 양형과 둘이 이곳저곳을 거닐며 집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였다. 전체적으로 시애틀이 그리 큰 도시가 아니라 관광 안내서에서 거창하게 떠드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애틀의 이름은 이곳에 거주 하던 추장의 이름에 유래 한다고 한다. 백인들에게 우호적이어서 이를 기려 도시 이름으로 하였다고 하는데, 자기의 땅과 지위를 빼앗기며 우호적일 수 있다는 것이 무었을 의미하는 것일까.

 

Rainier National Park

                                                                                                   6 월 10 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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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ier Nat'l Park 설산 전경

 

   캠핑장을 나와 Rainier 국립공원을 그 남쪽 부분인 Paradise 쪽으로 들어갔다. 그제 레이니어 북동쪽을 스치며 산을 일견 했었는데, 그쪽 보다는 관광지나 등산 기점으로 남쪽의 Paradise 를 더 선호 한다고 한다. 공원 입장료도 남쪽에서만 받았고 Visitor Center 와 숙박시설도 Paradise 쪽이 더 많이 들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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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ier에서 여우 사진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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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를 맴돌며 재롱을 피우던   Steller Jaybird

 

  공원 입구에서 파라다이스로 오르는 곳곳의 쉼터에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접근하는 사슴들과 떠도는 여우와 우리가 던져 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다람쥐와 다투는 자줏빛 모자를 맵시 있게 쓴 Steller Jay Bird 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다.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보호를 받아서인지 전혀 경계하는 빛이 없다.

파라다이스의 Henry M. Jackson Memorial Visitor Center 에 도착하기 직전 Narada Falls 표지가 있어 들렀다. 그냥 지나치기가 쉬운데 길옆에 잠시 주차하고

 

 

가드레일의 옆으로 소리를 따라 내려가면 20 m 낙차의 폭포이다. 눈 녹은 물이 엄청난 분무를 함께 일으키며 떨어지는데 해가 뜨면 그 무지개가 함께 뜬다. 보는 각도에 따라 쌍무지개가 뜨는 작은 폭포이다.

  파라다이스에서 미리 준비가 있었다면, 눈을 밟으며 한 시간 정도라도 하이킹을 하였으면 좋았었다. 이곳 미국의 젊은이들은 큼직한 배낭과 스키나 스키 보드를 짊어지고, 스키부츠를 신고 산을 오른다. 바위투성이의 빙하 슬로프에서 스키를 탈 모양인데 리프트 시설도 없이, 야성의 설원을 활강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으니, 부럽기만 하다,

 

  파라다이스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고 레이니어 공원을 나와 미국 서부 해안 북단의 Olympic Nat'l Park 로 향했다. 북위 48 도가 넘는 위치이다. 캐나다의 Vancouver Island 의 맞은편이고. Olympic 국립 공원지역과 Seattle 과는 길고 좁은 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안에 섬들이 조밀하게 들어차 있기까지 해서 지도에서는 ‘만’ 이라기보다는 강같이 보인다. 우리는 101번 도로로 이 좁은 만을 오른쪽에 두고 북상 했다. 저녁 5시 반쯤 Port Angeles 인근의 KOA캠핑장에 도착 했다. 위도 때문인지 다소 춥게 느끼어 지는 날씨.

 

 

 

Olympic Nat'l Park 

 

                                                                                                    6 월 11 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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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rricane ridge 의 사슴, 설산을 배경으로 앙증맞은 포즈를 취해 준다

 

  아침에 안개가 자욱했다. 올림픽 국립공원에 오른다고 해도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릴 것을 예상하고 한 시간 반 정도를 Port Angeles 의 월마트 와 Food market에서 쇼핑을 하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안개는 9 시 반부터 걷히었다. Hurricane ridge 에 올랐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차로 40 분정도 꼬불거리는 길을 한참 올라, 산마루턱에 올라서면 주위에 경사진 풀밭이 펼쳐지고 까마득한 계곡, 저 멀리 설산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캐나다와의 국경인 Fuan de Fuca 해협이 조망 된다. 그 풀밭에는 애리한 사슴들이 뛰노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산을 내려와 Lake Crescent 에 잠시 쉬었다. 번역하면 ‘초승달 호수’ 인데 주위의 드높은 봉우리에 감싸여 있는 짙은 초록빛 , 그러나 맑고 찬 초록빛 물이 찰랑댄다. 정말 자연은 인간이 더럽히지 않으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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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 Rain Forest 의 거목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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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전나무 위에서

 

  올림픽 반도의 서해안 쪽으로 흐르는 Hoh River 를 거슬러 올라 국립공원 경내에 다시 들어서면 Hoh Rain Forest 지역이 있다. 위도에 맞지 않게 열대 우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큰 잎 단풍나무 숲속에서 단풍나무에 기생하며 자라는 이끼류가 나무줄기를 덮고, 가지로부터 주렁주렁 매달려 자라는 이끼류 기생 식물이 얽힌 숲, 그리고 지름이 3 미터, 높이 최고 90 m 에 달한다는 전나무(Sitka Spruse) 숲이 경이롭다. 일부 전나무들은 잘라 눕혀 놓았는데 마치 나무로 된 높은 담장을 대하는 듯하다. 어찌 보면 한대 지역이랄 수 있는 이 숲에, 이런 거대한 나무와 습지 그리고 열대 우림지역의 생태 현상을 보인다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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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 Rain Forest 내의 열대 우림을 닮은 숲

 

  Hoh Rain Forest 를 끝으로 올림픽 국립공원 관광을 마치고 101 번 도로를 남하하여 Oregon 주의 Astoria 시로 이동 한다. Oregon 주와 워싱턴 주의 서쪽 경계는 동서로 흐르는 컬럼비아 강이다. 강폭이 거의 5 마일이 되는데 바다처럼 넓다. 다리는 설치한지 오래 되어 다소 구식으로 왕복 2 차선으로 길고, 그리고 양쪽 끝 부분을 크게 들어 올렸다 내려와 운전하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아마 그 밑으로 큰 배가 다닐 수 있게 하려는 것일 것이다.

 

저녁 캠핑장은 Astoria 시 인근 Fort Stevens State Park 정문 앞에 있는 KOA캠핑장이다..

 

 

Lewis & Clark 그리고 Astoria

                                                                                                    6 월 12 일 월요일

 

  Astoria 시 이름의 어원이 무엇일까. - ria 접미어가 무슨 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혹시 - 완전히 추축이지만 - 놀람의 땅, 신비의 땅이라는 이름이 아닐까.    미국의 3 대 대통령 Thomas Jefferson 은 2,500 불의 예산으로 미 서북부 탐험을 위한, 작은 규모의 군 정찰대를 파견하는 안을 마련하여 의회의 승인을 얻었다고 한다. 작전 내용은 미주리 강의 상류를 타고 올라 대륙분계선(Continental Devide : 강물이 동서로 갈라지는 분수령의 경계를 말함) 을 건너 컬럼비아 강을 따라 내려와 태평양에 이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정찰대의 대장은 28 세의 Meriwether Lewis 이고. 부대장은 그의 군 동료인 32 세의 William Clark 이다. 실제 집행 비용은 38,727 불이 들었다고 하는데 1804년 5월 14 일 출발해서 1806 년 9 월 23 일 센트 루이스로 귀환한 그들의 여정은 미국의 대륙에서의 서진정책의 기원이 되었고, 어쩌면 초강대국 미국을 형성하는 초석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Lewis & Clark 는, South Dakota 주에서 Washington, Oregon 주에 이르기 까지 곳곳에 그 이름이 붙은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들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심이 대단 한 것 을 알 수 있다.

  어쨌든 그들이 태평양에 닿아 임무 달성을 체험한 곳이 Astoria 지역. 이곳에 도착한 Lewis 와 Clark 은 그들의 주둔지의 위치를 잡는데 일상적인 군의 관례를 깨고 전 대원 - 안내인인 인디안 여인과 노예인 흑인까지 포함하여 - 투표로 장소를 결정하였다고 하는데 미국인들은 이것을 “the Vote at the Pacific" 이라고 이름 붙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진영지가 Fort Clatsop 이고 이것이 미군 최초의 로키산맥 서쪽의 군 진영이었다고 한다. 그 위치가 지금 Astoria 지역이다.

 

  Astoria 에서 해안을 끼고 남하하면 Cannon Beach 를 만난다. 작은 휴양도시이며 해안 도시인데 주거 지역이라기보다는 모텔과 상가들이 정갈 하게 들어서 있는 관광도시 같다. 각 건물마다 꽃들을 예쁘게 가꾸었는데, 사람들은 얼마 보이지도 않아 가꾸는 손길이 자주 가지 않을 터인데 모두 싱싱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다. 좋은 자연 환경 덕분인가.

마을과 바닷가 모래사장은 축대로 구별하였는데 모래의 색깔이 우리의 그것과 분위기가 같다. 다만 저 모래 사장 끝에는 흰 거품 머금은 파도만 이 자그마하고 아담한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사납게 끝없이 몰려든다. Cannon Beach 는 해안 저쪽에 솟아 오른 바위들이 마치 중국 계림의 기암 같은 모습이어서 화보에 명물로 나오는데 오늘따라 운무가 끼어 더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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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non Beach 를 떠나 26번 도로를 타고 동진하여 Portland 시에서 장미 공원 (Washington Park 내의 장미공원) 을 보고, 콜롬비아 강을 따라 84번을 타고 동진하여 Crown Point 의 Vista House, 더 동진하여 Multinomah 폭포를 구경 했다.    Vista House 는 높은 절벽 고지에 등대 같이 지은 석조 건물로, 조망 범위가 넓고, 절묘한 위치에 서 있어 정말 기분 좋은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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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강과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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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ltinomah 폭포의 장관 

 

   컬럼비아 강변도로인 84 번 도로를 강을 왼편으로, 깎아 지르는 절벽과 산림을 오른쪽으로 두고 달린다. 비가 오는 자연은 더 장엄해 보인다. 산봉우리 위로 피어오르는 운무와 비에 젖은 자연의 모습이 서늘할 정도로 아름답다.

        

  컬럼비아 강은 큰 강이다. 하구에서 150 마일이나 들어 와서도 강물의 수량은 엄청나다. 지각 작용에 의한 것일까, 빙하의 침식 작용에 의한 것일까. 남쪽 강안은 벼랑이나 높은 산으로 구성된 높은 고원 지대여서 강을 따라 100 여개의 폭포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최대 장관이 Multinomah Falls. 가늘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높이가 100 m 를 훨씬 넘어 사진을 찍는데 한 화면 안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다.

                    

  5시 쯤 되어서 하늘이 갰다. 비가 갓 개인 자연은 또 다른 모습이다. 짙은 수림 옷을 입은 산은 햇볕을 받자 하얀 김을 뿜으며 옷을 말린다. 온산에 피어오르는 김은 온천지에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수직으로, 옆으로 마구 피어오른다.

 

  커다란 트레일러가 내 차를 추월하며 빠른 속도로 내 닫는다. 뒷바퀴에서 튕기는 물방울들이 오색 무지개를 피운다. 달리는 거대한 트레일러 바퀴 뒤에 걸린 오색 무지개. 거대한 자연은 가장 인공적인 것도 자연으로 감싸 안는다.

 

  Oregon 주에서는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휘발유를 직접 주유 할 수 없다. 여자 주유원이 주춤거리는 것이 안쓰러워서 내가 하겠다고 하였더니, 생긋 웃으며 ‘ 잡혀가요 ! 잡혀가요 !’ 하며 알지 못할 말을 해서 당황했다가 나중에 안 사실. 환경 측면의 배려 인 것 같기도 하고, 일자리창출인 것 같기도 하고..

 

  Oregon 주는 전반적으로 토지가 꽤 적절히 이용 되고 있다. 평지는 대부분 경작 되고 있다.   캠핑장은 Cascade Locks 에 있는 KOA 캠핑장에서 머문다.

 

 

                                                                                                  6 월 13 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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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ea Bay Bridge 정경

 

  어제 머문 캠핑장은 컬럼비아 강이 로키산맥의 지류인 캐스케이드 산맥과 만나는 곳. 한편은 울창한 숲에 덮인 산들이 있고, 한편은 강이 흐르는 곳. 강을 따라 철길이 같이 달리고 있어 밤새 간간이 기차 달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어 있다. 온 김에 인근 Hood 산을 본다며 Hood 산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을 선택 했는데 Hood 산 영역이 단순한 스키리조트이고 게다가 안개까지 끼어 별 소득 없이 100 마일 정도의 드라이브가 별 성과가 없는 것이 되었다.

 

  오후 2 시 경에 태평양 연안인 Lincoln City 에 도착 했다. 당초 Lincoln City 에 숙박 할 예정이었는데, 너무 일러 해안을 따라 남으로 내려와 New Port 를 지나친 해변의 KOA 캠핑장에 묵었다. 링컨시티에서 뉴포트에 이르는 101 번 도로변은 한쪽은 태평양, 한쪽은 때로는 벼랑을 이루기도 하는 고지대를 형성한다. 날씨가 흐려서 태평양의 정취는 다정하지가 않다. 운전하며 오른 쪽으로 흘낏 흘낏 훔쳐보는 해안에는 검회색의 바위나 자갈 해안으로 하얀 포말을 이루며 파도가 몰려들고 있었다. 카리브 해안같이 풍성한 모래사장이 있지도 않고, 물빛도 파랗지 않아 맨땅의 해변은 을씨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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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ea Bay Bridge 정경

 

  우리가 머문 캠핑장은 New Port 와 Wal Port 사이의 Alsea Bay 변에 있는데, 썰물 때가 되면 해안에 물개 떼들이 몰려들어 논다고 한다. Alsea Bay Bridge 건너편 바위위에 물게 10 여 마리가 놀고 있는데 아직 썰물이 아니라서 우리 쪽 해안에는 물개가 보이지 않았다.

  선영에게 전화를 했다. 다음주 화요일에 신입들의 소집이 있다고 한다. 좋은 보직을 받았으면 좋겠다.

 

 

Oregon 주 해안

                                                                                                       6 월 14 일 수요일

 

  썰물이 되어서도 물개들은 우리 쪽 해안으로는 와서 쉬지 않았다. 만 가운데 썰물 때에는 모래톱이 돋아 올라 그곳에서 물개들이 수십 마리 무리를 이루어 쉬고 있고 몇몇은 바다 수면에 까만 머리를 들썩이며 유영을 하고 있다. 어제 저녁 물개를 가까이 볼 것을 기대하며 해변에 나섰던 나는, 춥고 비까지 뿌려서 그냥 들어 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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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시년스러운 오래곤주 해안

 

  아침에 일행 중에는 혼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그냥 밖으로 나와 Alsea Bay Bridge 를 걸었다. 캠핑장이 바로 다리 진입로 밑에 있어, 캠핑장에서 바로 다리의 보도로 연결 되는 통로가 정갈스럽게 꾸며져 있다. 이렇게 산보 하고 싶은 이는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Alsea Bay 는 깊이 들어온 작은 만에 모래톱이 입구를 거의 막고 있어서 썰물 때에는 석호로 변한다. 만 입구 가까운 곳에 모래들이 둔덕을 이루어 쌓여 있어 그곳이 물개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다리를 걷노라니 다리 난간에 앉아 있던 갈매기 두 마리가 귀찮다는 듯이 다리 아래로 뛰어 내린다. 물새들은 참 편리 하다. 가볍게 날개를 벌려 활강을 하더니 다시 솟구쳐 뒤편의 난간위에 다시 사뿐 내려앉는다.  저 아래 모래 둔덕에 물개 떼들이 모여 놀고 있다... 육안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와 있는데도 아직도 멀리 거뭇거뭇하게 작은 물체가 움찔 거리는 것으로만 보인다. 때로는 몇 놈은 무리에서 벗어나 바닷물 속으로 빠져 들고는 한다.

 

  긴다는 것은 육지에서 살기에는 핸디캡이다. 물속에서는 물 찬 제비 같은 물개가 땅에 오르면 기고, 자기들끼리는 용틀임을 하며 솟구치는 애벌레들도 혼자 땅에서는 긴다. 미꾸라지도 장어도 뱀도... 하느님이 뱀을 에덴동산에서 내쫓으며 다리는 없애고 기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게 하는 것은 위험한 자에게 주는 핸디캡인가. 독사가 하늘은 난다든가 말보다 더 빨리 뛸 수 있다면 어떨까.

 

  8 시 경에 캠핑장을 나와 101 번 Freeway 를 타고 남으로 향한다. Oregon 주 해안 도로이다. 나는 애초 미 서해안 도로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파도가 몰려오는 길고 넓은 백사장, 먼 지평선 그리고 늘씬한 미녀들의 비키니 차림 등등... 그러나 의외로 워싱턴 주, Oregon 주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며 만나는 풍경은 해안까지 급박하게 치받는 산줄기와 태평양의 회색빛 바다,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을 이루는 해안이나 좁은 모래톱에 부딪쳐 부서지는 다소 차고 음산한 정경이다. 태평양 연안의 도로는 좁고 어떤 때는 오른 쪽으로 핸들을 잘 못 돌리면 그냥 백여 길은 될 바닷가 벼랑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도로 구간도 제법 있다. 카리브 해의 그 뜨겁고 화려한 해안과는 너무나 달랐다.

 

  캘리포니아 주에 들어서서 첫 도시는 Crescent City. Redwood Nat'l State Park Visitor Center 표지를 보고 잠결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원에게 Redwood 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카탈로그를 보여 주는데 침엽수 같기에 가문비나무( Spruce) 의 일종이냐고 물었더니 안내원은 정색을 하며 Spruce 와도 다르고 Sequoia 와도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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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Redwood 숲과  Redwood

 

  Redwood 는 크기가 평균 100m 가 넘고 지름이 큰 것은 6 m 를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101 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며 지나는 Redwood 숲은 우리를 거인국에 온 난쟁이 같이 느끼게 만든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마치 돌기둥을 세워 놓은 듯 우람하고 당당하다. 침엽수의 일종이고 수명은 2 천년을 간다고 했다. 학명은 Sequoia Sempervirens. 세코이아는 체로키 인디안 추장인 Sequoyah 의 이름을 기리는 것이라고 하며 Sempervirens 는 영원한 삶을 뜻 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Giant Sequoia 와는 침엽수라는 것과 . 같은 Sequoia 계에는 속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Giant Sequoia 가 수명이 3,200 년, 아래 줄기의 지름이 40ft 에까지 이를 수 있고 높이는 311 ft 가 최대 높이인데 비하여 Redwood 는 수령 2천년, 줄기 지름 22 ft 이며 높이는 370 ft 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하니까, Giant Sequoia 에 비하여는 날씬하고(?) 키가 큰 셈. 19 세기 초반 Redwood 숲이 처음 발견 되었을 때는 숲의 넓이가 2 백만 에이커에 달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약 4만 에이커 정도만 남아 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에 Eureka 에 있는 KOA 에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