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역사 시사/문화 자료 216

일편단심 민들레

[일편단심 민들레] 민들레! 밟혀도 밟혀도 끈질긴 자생력으로 금빛 찬란한 꽃을 피우는 야생화. 민들레의 근성(根性)은 일편단심(一片丹心)입니다. 이 꽃은 큰 뿌리 하나를 곧게 땅속 깊게 내리고 옆으로 실뿌리가 뻗어 있으나 가늘고 빈약하지요. 그러나 큰 뿌리 하나가 땅속 깊게 뿌리를 내림으로써 바람에 흔들려도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조용필은 1981년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작사자가 이주현이라는 여성입니다. 당시(1981년) 72세의 이여사는 납북된 남편을 그리워 하며 쓴 자전적인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投稿)했는데 이를 본 조용필이 가사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가사로 다듬어 노래로 탄생한 것입니다. 그녀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불교 신자가 본 예수 <구수환 영화감독>

우리는 사랑의 화신으로 살다간 '남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를 알고 있다. 그 영화에 이어 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이태석 신부가 48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지 10년 뒤, 어린 제자들이 성장하며 벌어진 기적을 조명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연출한 구수환 감독은 기독교도 천주교 신자도 아닌 불교 신자였다. 그는 은퇴 자금을 털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카톨릭 사제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연이어 제작한 것이다. 그는 시사 고발 PD 출신임에도 따뜻한 사랑을 담은 영화를 제작한 이유를 말했다. “영화 에 이어서 영화 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었나요?”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지난 2019년에 59..

황혼의 별장과 홍순이 <이강민>

《황혼의 별장과 홍순이》 1973년 겨울, 찬 바람이 몰아치는 서부 전선 최북단 섬 말도, 보통 지도에는 흔적이 없고 큰 지도를 펼치고 자세히 보아야 표시된 작은 섬. 여객선이 없어 앞의 섬 보름도에서 내려 뗏목을 타고서야 진입할 수 있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 DMZ 남측 한계선 안에 있는 홀로 된 작은 섬 말도. 까까머리 열여덟 애송이가 멋모르고 해병대에 지원했고, 훈련을 마치고 팔리고 팔려 그곳까지 가게 됐습니다. 620명의 동기생들이 진해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사단, 여단, 연대, 대대, 중대, 소대를 거쳐 각각의 근무지로 곤봉을 싸들고 ‘나가자 해병대’ 군가를 힘차게 부르며 나갈 때, 나 혼자 이런 무인도 같은 섬에 배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대원들이 열댓 명, 모두 내가 보았던 늠름..

뜸부기 할머니

"동요에 얽힌 이야기" ♧ 뜸부기 할머니 ♧ "이글은 1981년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과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예술인마을 사람들은 이 동네에 살았던 한 노부인을 이렇게 부른다. 얼핏 들으면 할머니가 뜸부기를 사육하거나 뜸부기장사를 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할머니는 끝내 돌아오지 않은 오빠를 그리워하다 작고하신 동요 의 작가 최순애(1914 ~ 1998) 여사다. 이웃에 사는 시인 서정주씨가 동요의 첫 귀절을 따 붙여준 애칭 가 그대로 별명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일경에 쫓겨 숨어다니다 건강을 다쳐 요절하고 말았죠, 지금도 그 옛날의 성터(어렸을 때 살았던 수원성곽)와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하..

호박꽃 / 변재영

호박꽃 변재영 신념의 꽃이 있다. 옥토와 박토를 고집하지 않는다. 논두렁 밭두렁이면 어떠랴. 햇빛 한 줄기 드는 곳이면 쇄석 자갈밭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뼘의 빈 땅만 허락하면 가나안의 복지인 양 바득바득 덩굴손을 뻗어 꽃을 피운다. 인심 넉넉한 외할머니를 닮은 꽃, 담장 위에 노란 별로 뜨는 꽃이 호박꽃이다. ​소낙비 한 줄금 긋고 간 아침, 텃밭을 뒤지던 뒤영벌 한 마리가 나를 시간 저편으로 끌고 간다. 유년 시절, 초가집 일색인 동네에 유일한 기와집이 우리 집이다. 땡감나무에 몸을 숨긴 쓰르라미가 목청을 돋우면 담장 위에는 분칠한 듯 노랗게 핀 호박꽃이 맑고 투명한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셨다. ​내겐 어머니가 둘이다. 살을 주신 어머니는 내가 일곱 살일 때 병마로 하늘의 별이 되셨고, 지금은 ..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 내 무덤앞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 거기 잠들어 있지 않아요. 난 천 개의 바람으로 불고 있어요. 눈밭 위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익은 곡식 위에 햇빛으로 내리기도 하고 부드러운 가을비로 내리기도 해요. 아침에 서둘러 당신이 깨어날 때 난 당신 곁에 조용히 재빨리 다가와서 당신 주위를 맴돌 거에요. 밤하늘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이 나에요. 그러니 내 무덤 앞에 서서 말아요. 나 거기 있지않아요 나 죽지 않았거든요. 💦💦💦💦💦💦💦 어떻게 이런 시가 있을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위로하는 시라니ᆢ 산 자가 죽은 자를 애도하는 추모시는 있지만 죽은 자, 정확히는 죽을 자가 자기 죽음을 너무 슬퍼할 산 자를 망자 일인칭 주어로 걱정하는 참으로 특이한 감동의 시다. 대체 누가 썼을까..

이루지 못한 사랑 - 맹영숙

황순원 문학촌 / 소나기마을 '첫사랑 이야기' 공모전 대상 작품 ​ 《이루지 못한 사랑》 -맹영숙 / 대구 수성구- ​ 어머니 생신날이다. 다섯 자녀가 동생 집에 오랜만에 다 모였다. 어머니 방 창이 열려 있었다. 밤바람이 찰 것 같아 창문을 닫으려고 하니 어머니가 닫지 말라고 하신다. ​ “자정이 되면 남준씨가 저 전깃줄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온다." 아흔을 앞둔 어머니는 남준씨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알츠하이머 증세로 어머니의 모든 기억은 점점 엉켜버렸다. 그런데 남준씨의 이름은 물론이고 한국전력에 다녔다는 것도 또렷이 기억하신다. ​ “남준씨는 나 때문에 결혼도 못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다. 창문 선반에 돈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치우려고 하자 손사래치며 말리신다. "그 ..

돌아온 장사익 “사랑-미움이 인간의 역사…이제 다시 만날 때”

돌아온 장사익 “사랑-미움이 인간의 역사…이제 다시 만날 때”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9-06 11:42업데이트 2022-09-06 17:55 4년만에 ‘소리판’ 복귀 장사익 인터뷰“이젠 몇 키 낮춰 불러…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노래 ‘찔레꽃’으로 유명한 장사익(73)의 소리는 전통국악도 대중가요도 아닌 ‘장사익류’로 불린다. 45세에 처음 무대에 섰던 그의 음색엔 먼 길을 돌아온 듯한 삶의 애환이 베여있었다. 1995년 1집 ‘하늘가는 길’을 발표한 후 그는 13번의 전국투어 공연과 9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데뷔 24주년인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한국가수 대표로 애국가를 불렀다.장사익의 전국투어 ‘소리판’이 다음달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1994년 이후 2년마..

20세기 두 천재가 사랑한 여인 '김향안'

20세기 두 천재가 사랑한 여인… 그는 동지이자 매니저, 후원가였다 입력2022.07.16. 오전 3:02 수정2022.07.17. 오후 5:05 [아무튼, 주말-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시인 이상과 화가 김환기의 아내 시대 앞서간 예술 후원가 김향안 얼마 전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이 필자를 찾아왔다. 김향안(1916~2004)을 주제로 논문을 쓰려는데, 자문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향안은 누구인가? 시인 이상의 아내일 때는 ‘변동림’이라는 이름으로, 화가 김환기의 아내일 때는 ‘김향안’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인물. 그녀는 20세기 한국 문예계를 대표하는 두 천재 예술가의 아내인 동시에, 스스로 수필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삶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작가였다. 어떻게 그것..

18세 천재 피아니스트 '임유찬'

[ 18세 천재 피아니스트의 수상한 수상소감 ] ​졌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솔직히 부러웠다. 18세에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 밴 클라이번에서 최연소 1위를 기록한 피아니스트 얘기다. 흑백의 건반 사이를 물 흐르듯 가르는 화려한 연주 실력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전설의 연주를 마친 뒤의 소감 때문이다. ​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 하고만 사는 게 꿈인데,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다.” ​ 이 무슨 100세 철학자 같은 말인가. ‘세계 제패’니 ‘금메달 수상’이니 하는 세상의 언어가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말엔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 “한국 나이로 내년에 성인이 되는데, 그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