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편 다시 동쪽으로
Yosemite 국립공원
6 월 15 일 목요일
오늘 일정은 Eureka에서 Yosemite 국립공원으로의 이동이다. 주행거리가 400 마일이 넘는 먼 여정이다. Eureka에서 101 번 도로를 남하하다, Ukiah에서 20 번 도로로 갈아탄다. 20 번 도로는 중간에 Clear Lake 라는 상당히 크고 물이 맑은 호수를 끼고 달리는데 길이 좁고 굴곡이 심해서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Williams 에서 5번 도로를 갈아타고, 캘리포니아 주도인 Sacramento 를 지나 Merced 에서 Yosemite 직행로인 140 번 도로를 탔다.
Yosemite 로 접근 할수록 건조한 기후 현상이 차창 밖으로 두드러진다. 5 번 도로 연변에는 쌀농사를 짓는 논이 잠시 동안 펼쳐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다소 의외였던 것은 재미난 것은 논의 모양이 우리의 그것을 닮은 것. 흔히 상상하듯이 넓은 평지에 반듯하고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는 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둑의 선에 굴곡이 있었고, 필지도 의외로 크지 않게 분할되어 있었다. 아마 수답의 특성상 물의 평형을 위한 조치 리라 생각 된다, 벼 줄기들이 가지런히 정렬하여 서 있는 것이 모내기도 한 것일까. 이런 모습이라면 우리나라도 농가당 경작면적을 확대하고, 기계화 한다면 경쟁력이 꼭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Yosemite 공원에 가까운 Midpines KOA 캠핑장에 묵었다.
6 월 16 일 금요일
Yosemite 국립공원이 가까워 오면서 처음에 생각한 것은 우리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하여 너무 과대 포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기는 샌프란시스코와 LA 에 한국교민이 많아서 그럴 개연성이 있겠다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선 주위의 산들이 너무 평범해 보였다. 큰 인물 주위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듯, 명산 근처에는
Tunnel View에서 바라본 요세미티 계곡. 왼쪽 각진 바위가 El Capitan
그럴 듯한 풍경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들판을 덮은 풀들은 모두 늦가을 초원 같이 누렇게 시들은 모습을 하고 야트막한 벌거숭이산들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South Entrance 를 지나 국립공원 경내를 들어 와서도, 20 마일을 달려 Yosemite valley 를 진입하기 전까지 그랬으니 거의 절망감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Yosemite Valley 에 진입 하여 화강암을 쪼아 뚫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터널을 지나 펼쳐지는 Tunnel View 에서의 풍경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계곡 전체가 하나의 통 바위로 이루어 진 듯, 모든 봉우리 들이 강한 화강암 빛을 띠는 통 바위들이다. 마치 장군처럼 품위 있게 정방형으로 우뚝 솟은 ‘ El Capitan’ , 둥근 공을 반 도막낸 것 같은 ‘Half Dome’. ‘Yosemite Falls’ 과 그 외의 기암들과 숲과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Tunnel View’ 의 장관은 모든 의구심을 활짝 개게 하고 의심한자의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안내판의 설명들을 종합해 보면, 지각의 작용으로 요세미티 계곡 주위에 화강암층이 돌출해 올라오고, 이것이 풍우에 씻겨 V 형의 홈들이 패이기 시작 했고,
빙하기에 이르러 빙하가 덮이면서 얼음판과의 마찰로 인한 깨짐, 빙하의 흐름에 의한 마멸 등으로 이런 모습들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이런 장관을 이런 도식적인 설명으로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Bridalveil Fall 을 기점으로 Mirror Lake Trail 코스를 잡아 Half Dome 과 인근의 산봉우리 코 밑을 걸으며 그 자연의 속살을 즐겼다. 우리나라
Half Dome 밑자락의 Mirror Lake 의 아름다운 모습
명산들과의 차이는 이' Half Dome' 이라던가 ' El Capitan' 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하나의 큰 산봉우리 규모의 통 바위면서 그 절개 되고 깎인 부분이 마치 방금 정으로 쪼아 낸 듯이 생생한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Bridalveil 폭포, 요세미티 상-하 폭포와 그 외의 많은 폭포들이 인근의 건조 기후에는 걸맞지 않게 엄청난 수량을 쏟아 내고 있는데 그 위에는 눈 덮인 산들이 있다는 것. 마치 옛 중국인들이 꾸며낸 무릉도원이 이 좁은 Yosemite Valley 에 꾸며져 있는 것 같았다.
Mirror Lake Trail 은 약 1 시간 반 동안의 하이킹 코스였다. 거의 끝 부분에 있는 Mirror Lake 는 일테면 많은 시인 묵객들의 회자 대상이었다고 하는데 집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더니 보기 좋았다.
요세미티 공원 인근의 숙박지로부터 이 요세미티 계곡까지는 하루에 5~6 번의 유료 Shuttle Bus (왕복 약 8 불)가 있어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직접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은 계곡안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공원 측에서 무료 운행(15 분 단위로 운행) 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Maripose Grove 의 Giant Sequoia 숲안에 쓰러진 고목, 사람들이 마치 정차한 기차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사람 머리통만한 솔방울
요세미티 계곡을 돌아 나와, 다시 그 남쪽에 있는 Glacier Point Road 를 타고 Glacier Point 로 차를 몰았다. Glacier Point 는 요세미티 계곡을 굽어보는 높은 고지로, Half 돔이라든가 Yosemite Falls , 기타 봉우리들이 바로 눈 아래서 옹기종기 펼쳐져, 계곡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풍치가 장관이어서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생각이 든다. 공원 밖에서 오는 셔틀버스나 관광버스들은 여기를 생략하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가 차를 직접 몰고 여행하는 프리미엄 같이 느껴졌다. 게다가 주차장 인근에 Black Bear 암놈 한 마리가 새끼를 데리고 주차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서비스까지 추가로 받았다.
다음에는 South Entrance 인근의 Maripose Grove에서 Sequoia 숲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내 머리통 보다 큰 솔방울, 일곱 여덟 아름은 될 수목들이 풍채가 놀랍다. 뿌리 채 뽑혀 누워 있는 것은, 집사람이 그 옆에 서니 마치 기차 옆에 서있는 것 같이 보인다.
Tioga Road 를 통한 요세미티 공원 횡단
6 월 17 일 토요일
아침의 가벼운 스트레칭은 하루의 시작을 산뜻하게 한다. 미국에 온 이후 예외적으로 몸이 아파 거른 며칠을 제외 하고는 매일 아침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한 20 분 정도를 근육을 풀고 나면 운전하거나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운동이 없는 일과를 견딜 수 있다. 특히 한 자세를 길게 유지 하며 묵주 기도라도 올리노라면 마음까지 편하게 해준다.
오늘은 요세미티의 캠핑장을 나와 인근 도회지인 Merced 를 둘렀다. 네바다 주와 유타 주의 사막지역 주행을 앞두고 엔진 오일과 기타 차에 대한 Check 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자동차 정비소가 일을 할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일을 하고 있었다.
엔진 오일 교체를 위해 찾아 간 곳은 마침 40세 정도의 라오스 출신 정비공이 일하는 곳이다. 대개 정비 업소들이 바닥에 지하로 가슴 높이의 작업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서서 차 밑에서 폐유를 뺀다든지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점검한다든지 하는 것인데, RV 의 높이를 감안해서 작업장의 문 높이만 고려하여 찾아간 곳이 이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 동양인은 할 수 있다며, 45 불만 주면 하겠다고 했다. 바닥으로 기어들어가서 일을 하겠다는 것. 1980 년 15 세 때 미국으로 왔다는 이 라오스인을 나는 처음에는 중국인인 것으로 짐작하고, 주유소의 주인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이 가계에서 13 년을 근무한 고참이라고 어깨를 으쓱 했다. 얼굴 표정이 착해 보여서 - 사실은 지정 정비업소 체인점인 ‘Jiffy Lube’ 같은 곳에서 35 불이면 할 수 있는 것을 - 그냥 맡겨 버렸다. 나중에 미국에서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더니 ‘영어를 잘하면 좀 더 벌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서’ 하고 겸연쩍어 한다. 라오스의 내전, 베트남의 내정 간섭 등 혼미한 조국을 벗어나 25 년 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기 가계 하나 갖지 못하고 객인 정비공이라니 그의 삶도 애처롭다.
오늘은 120 번 도로- Tioga Road 라고도 한다. - 를 타고 요세미티 공원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한다. Tioga Road 라고도 불리 우는 이 길은 어제 까지는 눈 때문에 막혀 통행이 금지 되었다가 오늘 처음 개통 되는 것인데 ‘요세미티 계곡’에 못지않은 놀라울 정도의 장관이다. 바로 요세미티 계곡 북쪽의 고원 지대에 있다.
애초 19세기 말에 광산 붐이 일 때 그 용도로 이 산맥을 서쪽에서 동으로 접근하는 도로를 건설 하였는데, 길이 완공 될 즈음에 광산 붐이 식어 쓸모없이 버려져 있다, 1910 년도에 관광 진흥적인 측면에서 다시 재정비하여 개설한 도로가 이 도로라고 한다. 어제 El Capitan, Half Dome 과 거대한 암석봉우리의
북쪽 연장으로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고원 지대를 보았는데 이곳이 그곳이다. 최고 고도 3,300m, 도로의 평균 높이는 2,000 m 를 넘는데,
Tioga Road 주변 경치
그 높이에도 도로변에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고, 길옆의 화강암 들은 어떤 것은 마치 시루떡 같이, 어떤 것은 마치 정갈한 벽돌을 가지런히 쌓은 것 같이, 층을 이루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정으로 쪼아 놓은 듯 평평한 테이블을 이루고 있기도 하며, 이 계절에 길옆에 두 자 이상 쌓인 눈, 깊은 계곡, 담그면 손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찬 호수 등등 ... 관광객들이 휴식을 위해 정차를 하면 Marmort 들이 오히려 사람 구경을 하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접근하면 은근히 꽁무니를 빼고는 한다.
오늘 요세미티를 서에서 동으로 횡단 하면서 정말 신기하고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공원의 서쪽이 마치 아프리카의 건조한 사파리처럼 메마른 초지의 연속이었고, 공원 동쪽 출구를 벗어나면 또 바로 수목은 없고 엉겅퀴 같은 건조 지대 풀만 자라는 사막지역이 연결 되는데도, 요세미티 지역만은, 높이가 100m 가 넘고 둘레가 열 아름이 되는 거목들이 자라기도 하고, 침엽수들이 깊은 수림대를 형성하고, 풍부한 물까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은 눈 녹은 눈물이 주종을 이루는 것일까. 지금 6월 중순임에도 골자기에 노도처럼 흐르는 시냇물도, 길 옆 도랑과 바위틈을 쫄쫄 흐르는 작은 물도, 호수의 물도 모두 뼈 시릴 정도의 차디찬 물 일색이다..
요세미티를 지나 요세미티 동쪽에서 남북으로 달리는 395 번 도로를 타고 남하 하다가 Mammoth Lakes 인근의 Mammoth Mts RV Park 에 묵었다.
Mammoth Lakes 와 시에라 네바다
6 월 18 일 일요일
Mammoth Lakes 란 높이 약 3천 미터의 Mammoth 산 를 중심으로 한 호수들의 이름을 딴 관광 도시이다.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임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연평균 강설량이 10 m 이상인데다 2,700 m 이상의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눈이 오래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는 Mammoth Lakes 시에서 Devil Postpile Nat'l Monument 로 가는 길은 최근에 내린 눈으로 폐쇄되었다는 안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눈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캠핑장 뒤쪽으로는 가문비나무 숲이 있고, 그 뒤에 학교가 있다. 정문을 통해 들어간 것이 아니고 새벽 숲길을 돌아 들어가 경계를 넘은 것이라, 무슨 학교인지는 모르지만 라이트 시설을 갖춘 미식 축구장에 전광 스코어판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은 될 것이다. 주위는 바위산들이 둘러서 있고, - 이곳 시에라네바다 봉우리들은 요세미티 공원을 비롯해서 모두 통바위 (Monoliths) 들이다 - 눈 덮인 산정, 그 산자락의 침엽수림 등... 새벽 교정의 적막함과, 주위의 아름다움, 그리고 창공으로 솟구치는 태양. 아침 산책은 번잡한 생각을 정리해 준다.
Panorama Dome 과 Mamie Lake
캠핑장을 나와 호수 등을 구경하기 위해 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Panorama Dome - 바닥의 Twin Lake, Mamie Lake 를 굽어보는 하나의 뾰족 솟은 암반과 그에 연이은 화강암 산줄기들의 이름 - 의 모습이 차고 맑은 호수 위에 작은 파장에 원형을 흩트리며 비추어 있고. 침엽수에 둘러싸인 호수에는 오늘 주말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보트를 타며 이 서늘한 초여름의 풍광을 즐기고 있다. 호숫가를 산책하며 부러움을 삭이다 다시 395 번 도로를 타고 남하 했다.
395 번 도로의 오른쪽(서쪽)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시에라’란 스페인어로 ‘산맥’ ‘연산’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고도 2,500m~4,000m 에 이르는 통 화강암 산들이라 화강암의 강인함과 빙하 등에 깎인 예리한 윤곽들로 강한 인상을 주는데, 특히 좌우의 건조기후 - 특히 동쪽의 경우 Death Valley 등으로 대표 되는 건조 사막기후 지대 임. - 에 어울리지 않게 한 여름에도 정상에는 흰 눈을 쌓이고, 그 산자락에는 그 눈 녹은 물들이 차고 아름다운 호수들을 이루며, 건장한 침엽수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롭다.
Mammoth Lakes에서 조금 더 남하하면 Convicts Lakes Resort 가 있다. 웅장한 바위산과 그 밑의 침엽수림, 호수가 있는 것은 시에라네바다의 다른 산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죄수들이 호수’라는 이름이 이채롭다. 19세기 말 인근 네바다 주의 Carson City 에서 몇 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여 이 호수 상류로 숨어들었고, 여기에서 추격대와 총격전을 치른 후 죄수들은 모두 탈주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오히려 추격대장인 Morris 가 저격당해 죽었다고 하는데 이 사건에 비롯하여 이 호수를 Convict Lake, 그 뒤의 주봉을 Morris Mt 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주위는 뜨거운 사막지대로 바뀌었다.
395 번을 따라 더 내려가니, 주위는 완전 사막지대로 바뀌며 뜨거운 태양과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왼쪽으로는 Death Valley, 미군의 Ordinance Test 장등이 있는 완전 사막지대이고 오른쪽에는 미국 최고의 산 Witney 산 표지판이 보인다. 온도가 자꾸 높아지는 엔진도 식힐 겸. 운전 교대를 할 겸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서면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Klamer Jct 에서 58 번 도로를 갈아타고 동진하여 Bestow에서 15 번 North 를 조금 맛보다가 Ghost Town 출구에서 나와 KOA 에 들었다. 오늘이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Las Vegas 에서 LA로 향하는 15 번 남행길은 차에 차가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Las Vegas
6 월 19 일 월요일
사막지대라서 일까, 어제 저녁에는 견디지 못 할 정도로 더워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철철 흘리면서, 잠을 못 이루었었는데 밤엔 한기를 느끼어 몇 번 깨기도 했고, 아침에는 제법 서늘하여 광야에 나가 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달나라의 그것 같은 풍경들. 깡마른 강퍅한 산줄기가 저만치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고, 출렁이는 평원에는 마치 마른 댑싸리같이 생긴, 이곳 사막지역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덩치 큰 마른 풀이 곰팡이가 피듯 흩어져 있고, 가지가 가늘고 잎이 작은 키 낮은 관목들이 빛바랜 초록빛을 띠우며 마른 평원에 희미한 초록빛을 흩뿌리고 있다.
동편 산봉우리 배면들이 황금가루를 뿌린 듯 아스라한 붉은 빛을 띠더니 정작 태양은 엉뚱한 곳에서 불끈 머리를 내민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튀어 나오는 광야의 일출. 햇살은 피부를 찌르듯 아릴 정도로 따가웠다.
캠프장에서 라스베가스 까지는 160 마일 정도. 아직 오전이라 열린 차창으로 흘러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듬성듬성 마치 작은 소나무처럼 생긴 선인장들이 노변 곳곳에 우뚝우뚝 서 있는 길을 달려 Las Vegas 에는 저녁 무렵 도착 했다.
Las Vegas 어른들의 동화의 나라인가. 현대식 고층 건물인 호텔 정면에는 황금사자, 익룡, 파라미드,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따위의 장난기 어린 조형물들을 설치해 놓아, 마치 어른들의 시들은 치기를 다시 살려 내려고 장치한 무대장치 같다 보인다. 우리가 달리는 Freeway 15번과 평행으로 Las Vegas 심장부인 Las Vegas Boulvard 일명 Strip 이 함께 달리며 대다수의 카지노와 호텔들이 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우리는 Circus Circus Hotel 에 투숙했다. 제법 높고 화려해 보이는 3동의 고층 건물과 카지노, 서커스 공연장과 기타 유락장들이 있는 부속건물들이 그럴 듯 해 보였는데, 배정된 본관의 방은, 방값 78 불에 비해서 정작 쓸모없이 크기는 했지만 우중충 했다. 차라리 50 불 수준의 별관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찜찜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저녁을 먹고 Strip 가를 따라 왕복 1 마일 정도를 산책 했다. 각 호텔 카지노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과장된 조형물과 이벤트 행사로 고객을 유혹 한다. 어찌 보면 일상인들이 정상생활 속에서 습득한 절약이라든가 절제라든가 따위의 두터운 규범의 벽을 허물기 위해 정찬에 앞서는 전채 요리처럼 과장과 치기와 낭비를 아낌없이 퍼붓는다. 나도 정서적 수용력을 넘치는 자극으로 환락의 비틀거림 속으로 휘청거리며 달려 들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을 느끼며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서어커스를 볼 때는 인간에게 수련이란 것이 저런 것이겠구나 싶게 처연하고 비장한 감정을 느낀다. 역학적 이론으로나 가능한, 나의 영역이 아닌 연기자의 묘기를 감상할 때마다 마치 성인의 득도를 찬탄하는 그런 부러운 감정을 느낀다. 호텔 내의 ‘Midway' 라는 공간에서 무료로 30 분마다 공연되는 Circus Show 에서는 ‘ 링메이’ 라는 중국인 여자 곡예사가 곡예라기보다는 체조 공연 같이 어깨 높이의 수직 봉 위에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각 방향으로 하체를 움직여 가며 균형미를 과시 했다. 전직 체조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은 완벽한 공연이다.
Zion Canyon
6 월 20 일 화요일
Las Vegas 에서의 숙면은 짧았다. 어제 늦게 야경을 구경하고 돌아 와서도, 오랜만에 방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어설퍼 뒤척이다 자정을 넘어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선영이의 전화에 잠을 깨었다. 직장 첫 출근 날이라 선배들과 한잔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라며 들뜬 목소리다.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혼자 설수 있다는 것이. 이럴 때 엄마 아빠가 곁에서 챙겨 주며, 부추겨 주며 해야 하는데, 이렇게 멀리 자기들만 스스로를 즐기고 있자니 미안하다.
Las Vegas 를 나와 Zion Canyon 으로 향했다. 15 N 를 타고 가다 9 번 도로로 갈아타고 동진했다. 주위의 경치가 예사롭지 않다. 평평하던 대지가 지각작용으로 솟구치고 가라앉은 균열 면이 세월의 씻김에도 아직 마모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켜 켜의 지층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떤 것은 썰어 놓은 시루떡 같이 정갈하고, 어떤 곳은 불도저로 밀다 쉬고 있는 공사 현장 같은 모습 - 지질용어로는 Mesa(암반 대지)라고 한단다. 하느님이 창조하다 잠시 손을 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들. 이곳의 풍경 스케치는 자와 컴퍼스만으로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Zion 캐년은 87년 미국 근무 후 귀국길에 함께 발령 받은 동료들과 얼치기로 관광한 곳이다. 그 당시에는 어린 아이들을 둘씩 거느린 다섯 가족이 봉고차에 북적거리며 차창 밖으로 흐르는 경치만을 감상 했었다. 20 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감흥은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하기는 Zion Canton 과 , Brice Canyon 을 바꾸어 기억 한 것을 오늘 알았으니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Zion Canton 의 남쪽과 동쪽 입구를 관통하는 도로는 중간에 터널을 지나게 되어 있는데 - 20 년 전에는 여기를 작은 차량이라 주의하지 않고 지나 친 것 같다 - 1920 년대에 파 놓은 터널이 비좁아 RV 차들은 교차 운행 할 수 없어, 대형차가 통과 하려면 양쪽 터널 입구의 Ranger 들이 무선 교신하여 반대편 차들의 통행을 막고 에스코트 차량으로 선도하여 서행으로 일방통행하게 한 후, 통과 후에 반대편 차량들을 통과 시킨다. 터널의 길이가 1 마일이 넘으니 일단 터널을 벗어나면 맞은 편 차들이 수십 미터 줄지어 기다리며 부러운 눈길을 던지는 것이 여간 으쓱 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다. 이런 대가로 공원 측에서는 대형차들에게 15불씩 특별 통행요금을 챙긴다.
통과도로 양편의 풍경이 또 아름답다. 다소 연하고 낮은 바위 봉우리들은 어떤 것은 실타래를 세워 놓은 것 같이 경사 부분의 표면이 사리비로 쓸어 놓은 빗살무늬를 이루고, 어떤 것은 몇 켜의 떡 조각처럼 바위 판이 쌓여 있는 등 등. 정작 Zion Canyon 내부 협곡은 양쪽의 강한 암석 대지 사이로 푹 꺼진 6~7 마일의 폭 좁은 협곡으로, 작은 냇물이 협곡을 따라 흐르는데, 그 오금 저리는 바위 절벽과 바위봉우리들의 변화가 다양해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사진기를 가져대 보지만 그 높이와 웅장함이 도대체 화면 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아니 화면이 그 풍경을 감당하지 못한다. 너무 높고, 너무 넓고, 너무 바르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Zion Canyon Scenic Dr. 라고도 하는데 개인 차량의 통행은 금지 하고 공원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혼잡을 없애고 자연미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운행 시간은 아마 5분마다 일 것 같이 기다리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정도로 자주 다닌다. 우리는 차량이 접근 할 수 있는 곳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 거기서 약 1.2 마일 구간의 Riverside Walk Trail 을 하이킹을 하고 돌아 나왔다.
캠핑장은 Zion 캐년의 동쪽 출입구를 벗어나 Brice Canyon 으로 가는 도로상에 있는 Grendale KOA 캠핑장으로 잡았다.
Zion 의 또 다른 얼굴 : Kolob Canyons Road
6 월 21 일 수요일
캠핑장이 있는 Glendale 만해도 서늘하여 살 것 같다. 주위는 Brice Canyon 류의 작은 장관들을 갖추고, 수목들도 제법 있다. 우리 사이트 에 바로 붙어 말목장이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는 동안, 말들이 목책 사이로 목을 들이 밀고 우리를 흘깃거리며 우리 쪽의 풀을 뜯고 있었다. 말들도 기름지고 온순해 보였다.
캠핑장 등록을 하면 대개 직원들이 전동 카트를 타고 각자의 캠핑사이트까지 안내를 한다. 순수한 안내로 이들은 팁을 주어도 거절한다. 이 캠핑장에는 그 역할을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했다. 그런데 전동카트가 아니라 말없이 머리를 꾸뻑 숙이고는 냅다 내달아, 우리에게 지정된 사이트에 서서 우리를 기다린다. 천진스럽고 귀여워서 뭔가 주고 싶었지만 줄 것이 없었다. 돈을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Glendale 캠핑장을 나와 89 번 도로를 북상하다, 14 번 도로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달린다. Zion 의 서편 Kolob Canyons Road 를 보기 위해서 다시 공원의 서쪽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14 번 도로는 Scenic Driveway 라고 하는데, 초반에 통과차량 크기제한에 대한 겁주는 안내판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 구간 14 번 도로 중간에 있는 Sedar Break Nat'l Monument 는 별 특성은 없다. Brice Canyon 류의 작은 규모 정도로 생각 되는데 Nat'l Monument 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움푹 꺼진 지반 위에 침식된 토성암들이 기둥처럼 서 있는 모습인데 전체 규모는 크지 않아 특별히 주장할 만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차라리 대지 위의 3,000 미터 높이인데도 민들레 같은 노란 꽃이 만발한 초지와 기형적인 모습으로 하얗게 서있는 침엽수들이 더 아름다웠다.
Kolab Canyons Road 협곡의 씨알 굵은 우람한 바위 봉우리들
15 번 도로와 만나는 Cedar City 에서 15 S 를 타고 Zion 의 다른 볼거리인 Kolab Canyons Road 로 들어섰다. 약 5 마일 구간의 Kolab Canyons Road 에 들어서면, 초반에 서쪽 평원을 왼쪽으로 곁눈질하며 고도를 높이다가 계곡을 만나 동쪽으로 꺾으면 계곡 연변의 거대한 암석 봉우리들이 우리를 맞는다. 각 봉우리들이 짱짱하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솟구쳐 있는 것이 마치 굵직한 아들들을 많이 둔 집안을 방문한 것 같은 믿음직하고 싱싱한 느낌이다.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에서의 하이킹
차로 올라 갈 수 있는 정점인 Kolab Canyon Viewpoint 에서 식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아래 부분의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을 하이킹 했다. 길이가 왕복 9 km. 안내 책자에는 3시간 내지 4시간 코스라고 했는데 집사람과 나는 두 시간 반 이내로 완주 한 것 같다. 한낮이고 저지대의 계곡이라 상당히 더울 것을 예상 했는데 작은 규모이지만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끝인 Doublle Arch Alcove .
대화소리가 울리는 천연의 Dome 형 Alcove
계속 흐르는 개울물과 숲이 더위를 식혀주기 때문이었을까 예상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입구는 다소 메마르고 한 자 길이는 됨직한 도마뱀들이 가슴 썰렁하게 하기도 하는, 낮은 수목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황량한 계곡이었지만, 깊이 들어 갈수록 나무가 커지고, 양편의 바위벽 벼랑들이 높아지며 위용을 갖추어 간다.
Trail 끝 부분은 3면이 바위벽으로 막히며 거대한 Doublle Arch Alcove 가 우리를 맞는다. 거대한 바위벽의 100m 는 솟구쳐 있는 하단에,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반구형 돔이 2 중 구조를 갖추고 우리를 맞는다. 이 반구형 돔은 그 크기가 장춘 체육관을 반쪽으로 자른 내부 공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대화소리가 반향으로 울리고, 그 안쪽으로는 습기 때문인지 큰 고목들이 생사를 초월해서 서 있는 다소 음산한 기운에 우리는 재빨리 사진 몇 장을 찍고 달음질쳐 내려왔다.
저녁에는 Cedar City 에 있는 KOA캠핑장에서 머물렀다.
Brice Canyon Nat'l Park.
6 월 22 일 목요일
Brice Canyon 의 전경
Cedar City에서 딸아이와 통화를 했다. 인천 공항 근무로 발령을 받았고, 24시간 근무에 3교대라고 한다. 혹시 하루 근무 하루 휴식이면 어쩌나 했는데 하루 근무 후 이틀 휴식 조건이라면 시간 관리도 가능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딸아이의 취업이 집사람과 나의 기분을 고양 시켰다. 행복했다.
Cedar City 캠핑장에서 나와 15번을 타고 북상하여 143 번- 12 번 도로를 타고 다시 동진 한다. 목표는 Brice Canyon Nat'l Park. 그러나 143 번 도로가 Scenic By-way 이고, 12 번 도로도 Red Canyon 을 따라 달리는 U.S. Scenic By-way 로 지정되어 있는 도로이니 만큼, 중도의 경치도 볼만 했다.
Red Canyon 은 Brice 류의 경치로 붉은 토양의 Mesa 와 봉우리들이 볼만 했다. 유타 주는 건조하고 메마른 지형이지만 이런 비경들을 관광자원으로 하여 보상을 받고 있으니 신의 축복은 종류도 다양하다..
Brice Canyon 에 대하여도 20년 전의 여행에 대하여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깊고 넓은 협곡 바닥에 서릿발처럼 빽빽이 서 있는 ‘침식 된 바위기둥들’ 이라는 인상뿐인데, 오늘은 협곡 아래로 내려 가 Sunset Point 에서 Sunrise Point 까지 저지대 Trail (총길이 2.3 마일) 을 걸어 보니 그 진수를 느끼겠다.
Brice canyon 저지대에서의 트래킹
각양 형상 - 뾰족탑 형, 지느러미 형, 사원이나 사람 형상 등등 - 의 토성암의 기둥들이 마치 서안 진시황의 병마용처럼 넓은 계곡을 꽉 채우고 있다. 그 기둥들의 변화는 차라리 이것이 중국에 있었다면 중국인들은 그 모양들을 어떻게 각색하고 이름을 붙였을까 싶게 다양하다. 한국관광객들 중에 여승 한분이 흘끗 보였는데 그녀는 이곳에서 몇 분의 부처님을 만났을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Brice Canyon 에서도 Zion 과 같이 셔틀버스를 무료 운행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 내에 개별적으로 개인들이 차를 운행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서 이용도가 낮아서인지
Brice Canyon 의 각양의 바위기둥들: Temple 형, hoodoo 형 etc
차량 운행이 불규칙하고 뜸했다. 공식적으로는 매 13분 간격으로 운행 한다고 하는데
관광 중 실제 몇 대 만나지 못했다.
Brice Canyon 을 12 번 도로를 타고 통과하여 Cannonville KOA 캠핑장에서 묵었다.
Capital Reaf Nat'l Park
6 월 23 일 금요일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내가 자연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하게 살아 왔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게 됐다. 일테면, 초지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군락을 보면서 이름 모를 꽃이 만발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이다. 미국 거의 전역의
Nat'l Park 를 돌면서 여행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Yellowstone 에서도 Yosemite 에서도 Zion 에서도 Brice 에서도 각기 다른 그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고 전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나서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이름, 나무이름, 자연현상에 대해 바보나 다름없으니 그 다양함을 어찌 표현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오늘은 이들의 관광자료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를 사전도 찾아보고 물어 보기도 하면서 정리해 보았다.
Plateau : 고원, 臺地
Mesa : 우뚝 솟은 대지, (지적용어) 메사, 암석 대지 ,주위가 절벽을 이루는 봉우리가
평평한 산.
Alcove : 방, 벽 등이 우목한 곳
Hoodoo : 유령 등의 뜻으로 Brice Canyon 등에서 연질의 암석이 풍우에 씻겨 사람 형
상으로 우뚝우뚝 서 있는 모습을 표현 한 것
Fin : 지느러미의 뜻으로 사암이 벽같이 얇고 길게 세워져 늘어서 있는 모습이 물고
기 지느러미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
Spire : 뾰족탑, 원추형의 것
Pinnacle : 작은 뾰족탑
Tower, Temple, etc
낮에는 엄청나게 덥지만 밤에는 서늘하고 새벽에는 한기까지 느끼게 한다. 밤중에 서늘한 한기 때문에 몇 번 깨어 잠을 설쳤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캠핑장을 나와 12번 도로를 타고 북동진 하여 Capital Reef Nat'l Park 로 간다는 것이 초반에 방향을 잘못 잡아 Local 길을 타고 남진을 하다 비포장도로를 만나서 30 분정도 헤매었다. 게다가 양 옆의 초원에서 아침나절에 얼떨떨하게 부지런해진 야생토끼들이 수시로 길 위로 뛰어 오르는 통에 조심운전을 해야 했다.
Capitol Reef 의 풍광들
12번 도로는 scenic by-way 이여서 이동하는 내내 국립공원에 못하지 않은, 웅장함과 섬세함을 갖춘, 신비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지평선을 따라 흐르는 Mesa 들과 그 깎아지른 벼랑들, 그 벼랑에 어른거리는 석각 부조의 초벌 작품 같은 형상들, 지층의 색조와 그 결이 이루는 아름다운 변화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벼랑에 어른거리는 석각 부조의 초벌 작품 같은 형상들
Torrey 에서 24 번 도로를 만나 동진 하면 Capitol Reef 국립공원 이 나온다. Capitol Reef 는 일테면 Zion Canyon 과 Brice Canyon 의 종합 작품 같다고 하면 어떨까. 그 장엄한 면과 세세한 작은 변화를 함께 보여주는 느낌이다. 돌의 재질도 Brice 의 푸실한 것과 Zion 의 단단한 화강암 재질이 섞여 있다. 돌에 철분 등 광물질이 많아서 인지 적색 등 색조가 다양하여 Rainbow Park 라고도 한다고 한다.
Capital Reef 에서는 지형적으로는 서쪽의 고원 지대와 동쪽의 ‘Waterpocket Fold' 가 볼거리라고 하는데 차를 몰고 조급하게 다니는 우리에게는 잘 접근 힐 수 없는 풍경이다. 국립공원 측이 제공하는 공원 구내 지도와 안내 문서에 항공사진에는 동편의 Mesa 지형과 서편의 저지대의 물 흐름의 흔적을 보이는 거대하고 폭 넓은 마른 저지대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공원 Visitor Center 에서 남하하여 Egyptian Temple 로 대표되는 편도 10 마일 정도의 scenic driveway 를 취했다. 이 도로의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한 ‘Egyptian Temple’ 이라는 이름의 봉우리는 신전 같은
Capitol Reef 의 풍광들
채색 열주와 평평하고 수평의 지붕 모습의 암석 지층이, 풍화에 씻겨 깨어져 쌓인 것 같은 흙 언덕위에 솟구쳐있는 품이 어느 모로 보나 언덕 위 신전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곳의 벼랑면의 암석들의 문양이나 바위의 생김새의 문양이나 형태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석조 조각들의 초벌 작업 후의 그것으로 보인다. 벼랑 면에 어른거리는 모습들은 어떤 것은 거대한 신들의 집회장 모습의 부조 작품 같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또 다른 나름의 그런 석조 조각 작품의 초벌 작업의 그것 같아 보인다.
24 번 도로로 다시 돌아와 동진하여 Capitol Reef 를 횡단 하면서 기분 좋은 일 한 건 했다. 이맘때의 유타 주의 태양은 뜨겁다. 대낮에 보행을 하는 것은 건강한 남자들도 견디기 어려운 고행의 길이다. 인근의 고대 인디언의 암벽화를 보고 차로 돌아와 땀을 식히며 차를 출발 시키려고 하는데 한 백인 남자가 차 주변에서 주춤 거리며 다가와, 문을 열고 나와 맞으니 Visitor Center 가 얼마 남았느냐고 물어 왔다. 한 10 마일 거리는 족히 될 것으로 생각되어 그렇게 말해 주었더니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Capitol Reef 의 풍광들: Egyptian Temple
'산행‧여행기 > 타인 산행·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철진, 마지막 오지 남극 탐험여행 다녀오다 (0) | 2019.02.08 |
---|---|
유철진, 갈라파고스 탐사여행 다녀오다 (1) | 2019.02.08 |
친구 이종찬의 RV 타고 종주한 미국 여행기- 미국 중부 북부 지역 (0) | 2010.10.15 |
친구 이종찬의 RV 타고 종주한 미국 여행기 - 미국 동부 지역 (0) | 2010.10.15 |
친구 이종찬의 RV 타고 종주한 미국 여행기 - 머릿말 (0) | 201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