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llegro non troppo II. Allegretto quasi Menuetto & Trio III. Allegro
Mario Brunello, cello
Andrea Lucchesini, piano
Minnesängersaal im Palatin, Wiesloch
1998.01.27-30
첼로는 브람스가 남달리 사랑했던 악기였다. 과묵하고 신중한 그의 성격에 첼로의 낮고 부드러운 음색이 이 딱 들어맞았을 것이다. 브람스의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관현악 작품에서도 곡이 의도하는 뉘앙스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첼로가 빈번히 등장한다. 교향곡 2번 1악장이나 교향곡 4번 2악장의 은은하고 심오한 주제는 첼로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우며,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에서 독주 첼로는 주제를 면면히 이끌어가는 활약을 한다.
브람스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곡(첼로 소나타)을 적어도 셋 이상 만들었는데, 오늘날 남은 곡은 1번 e단조 Op.38과 2번 F장조 Op.99 두 작품뿐이다. 1번은 브람스 스스로 세운 ‘베토벤의 벽’에서 비롯된 거인적(巨人的) 열등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던 무렵, <독일 레퀴엠>을 완성하기 직전의 작품이다(1865). 2번은 교향곡 4곡을 포함하여 그러한 노력이 마감된 원숙기 만년의 작품이다(1886).
두 작품 사이의 시간적 거리는 21년에 달한다. 1번의 3악장 구조는 2번에서 4악장 구조로 발전했다. 3악장 구조는 공간적 열림의 춤과, 4악장 구조는 시간적 발전과 연관이 있다. 첼로 소나타 1번에서 출발한 브람스는 2번에 이르러, 좌절로 점철된 자신의 음악 생애를 너그럽게 그리고 역전(逆轉)의 미학으로 포옹한다. 그 21년은 브람스 자신에게 뼈를 깎는 자책의 기간이었지만, 바로 그 기간은 음악사에서 가장 창조적이었던 한 페이지가 된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 곡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들과 함께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 곡이 자주 연주되는 것은 첼로 소나타 작품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고 명실 공히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기 때문이다.
“브람스가 남긴 두 개의 첼로 소나타는 첼로 레퍼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 가장 먼저 배운 소나타 중 하나가 바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이고, 또 10살 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께 첫 레슨을 받을 때 연주한 곡도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였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
첼로 소나타 1번 E단조 Op.38
슈만이 라인 강에 투신한 후 정신병원에서 오랜 투병 끝에 쓸쓸하게 최후를 마치자 클라라는 한적한 전원도시 리히텐탈로 거처를 옮기고 많은 음악인들과 교류를 하면서 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당시 33세의 브람스는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첼로 소나타를 구상하고 가을에 빈으로 돌아온 후 곡을 마무리 짓는다.
첼로 소나타 1번은 친구인 겐스바허(Joseph Gänsbacher)에게 헌정되었다. 성악 교사였던 겐스바허는 첼로를 잘 연주하여,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면서 브람스는 그에게 조언을 구한 바 있었다. 또한 당시 브람스는 슈베르트의 원고를 검토하여 미발표된 작품과 잊힌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겐스바허의 도움으로 <방랑자 환상곡> 같은 걸작을 발굴하여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곡을 헌정했던 것이다.
1번 E단조의 곡은 황량한 느낌이 드는 북유럽적인 정취를 갖고 있다. 이것은 먼저 각 악장이 모두 단조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 다음, 첼로가 고음역으로 올라가지 않고 늘 피아노보다 낮은 위치에서 음을 잡는다는 것에 기인한다. 매우 중후하고 어두운 정취가 감도는 작품이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소나타 형식. 약박으로 화음을 둔 피아노를 동반하고 첼로가 조용하게 중얼거리듯이 제1주제를 연주한다. 청년기 브람스 특유의 텁텁한 서정이 가득하다. 경과부는 밝은 C장조로 시작된다. 발전부에서는 격렬한 피아노에 대비되는 첼로의 비약적인 하강 음형이 인상적이다. 첼로가 제1주제를 e단조로 쓸쓸하게 연주하면서 재현부에 들어가면 곡의 우울한 분위기는 더욱 짙어진다. 마지막에 잠시 힘을 만회하는 듯하지만 미치지 못하고 조용하고 쓸쓸하게 악장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