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 Op.64

박연서원 2019. 1. 9. 07:16

An Alpine Symphony Op.64

레하르(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 Op.64

Richard Georg Strauss, 1864 ~1949


Philippe Jordan, cond.

L'Orchestre de L'Opéra de Paris


Bernard Haitink, cond.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BBC PROMS 2012
London - Royal Albert Hall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관현악 마지막 작품. 이 곡은 교향곡이지만 표제가 있고, 이에 따라 자유로이 구성되어 있다. 단일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서(序) 밤~해돋이
2. 제 1주요부 - 등산
3. 제 2주요부 - 정상
4. 제 3주요부 - 하산
5. 종말


1911년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1915년 2월에 완성되었고, 초연은 같은 해 10월 작곡가 자신의 지휘아래 베를린에서 있었다.

자신이 '알프스교향곡'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이곡은 단일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만 내용상으로 볼 때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곡을 1915년에 작곡, 베를린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는데 초연때의 비평을 보면 '알프스 교향곡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며 영화풍의 음악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않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끌어 올림으로서 영원히 기억될 작품이다.'라고 했다. 실상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을 표출하기 위해 오키스트라를 대폭 증강시켰는데, 4관 편성인 기본편성 이외에도 20개의 호른, 6개의 트럼펫, 6개의 트럼본, 오르간, 바람소리 내는 기계 등을 사용하고 있다.

서주부는 '밤의 해뜸'으로 시작되는데, 먼저 73마디로 알프스의 경치를 그려내면 '밤의 동기'가 나타나면서 알프스의 밤을, 그리고 금관악기에 의해 '산의 동기'가 차차 커지면서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산의 봉우리들이 점차 분명한 윤곽을 드러낸다. 드디어 전합주로 '태양의 동기'가 울려 퍼지면서 태양은 찬란한 빛을 알프스에 내려쬐고 밝고 상쾌한 기분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서주부가 끝난다.

<제1부 등산>

소나타 형식으로 볼 때 주제 제시부에 해당되는 제1부는 '방황의 주제'로 시작된다. 이것은 서주부에서 사용된 '산의 동기'를 변형시킨 것으로 '방황의 주제'는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방황의 주제가 확대되면 험한 '암벽의 동기'가 호른과 트럼본에 의해 제시되고 무대 뒤쪽에 자리잡은 트럼펫은 '사냥의 동기'를 탄주한다. 여기에서 일단의 현악기군이 조용히 속삭이는 가운데 숲의 정경이 펼쳐지며 다시 방황의 주제가 뒤섞이는 가운데 이번엔 목가적인 조용함이 스치면서 '나그네의 주제'가 뚜렷한 내음을 전달해준다.
나그네는 시냇물을 따라 점점 산정을 향해 오르는데 폭포에 다다르게 되고 여기에서 '바위의 주제'와 '방황의 주제'가 얽히면서 관악기군과 타악기군은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그려내게된다. 이 부분은 가장 환상적이면서 즐거운 부분이기도 한데, 이어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목장에 도달하며, 나그네는 처음 온갖 꽃들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섰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참기쁨을 노래한다. 가장 알프스적인 내음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나그네는 발걸은을 재촉해 목장지대를 지나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만다. '방황의 동기', '바위의 동기'가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나그네의 앞길을 막고 있지만 끝내 나그네의 주제는 온갖 것들을 밀쳐내고 목적지인 산정을 바라다 보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만년설이 뒤덮인 빙하지대가 펼쳐지는데 밝고 눈부신 햇살의 위용과 보다 명확한 빙하의 주제가 뚜렸해지는 가운데 이번엔 위험한 순간을 표현하게 된다. 팀파니의 울림을 시초로 해서 방황의 주제가 나그네의 마지막길을 방해하지만 나그네는 온갖 시련을 물리치고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 제2부 산꼭대기>

전곡을 통해 정점을 이루는 대목이라고 할 수있는데, 관현악의 웅장한 울림을 통해 '산의 정상의 주제'를 탄주하는 가운데 나그네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온갖 고난을 잊고 정상에 도달한 나그네는 막상 정상에 오르자 어떤 기쁨보다는 장엄하게 펼쳐진 산의 위용에 잘난 멋에 취해 살아온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고 무한한 감동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벅찬 가슴을 억제할 수없어 '산의 주제'가 점차 울림을 더해가며 확대된다.
그런데 그순간 나그네는 어떤 환영을 보게 되며 이 환영의 장면은 오르간까지 합세, 깊은 종교적 체험까지 유발시킨다. 이는 인간의 눈으로 체험한 실제와 상상을 통한 영원의 세계가 결합된 최고의 순간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참 주위환경에 취해 있던 나그네는 현악기군의 트릴을 앞세운 '안개의 주제'가 급속히 커지면서 지금까지의 감동스러운 마음에 쓸쓸함을 느끼며 목관을 통해 비가를 부르게 된다. 그 사이에 해는 점점 넘어가며 폭풍전의 고요함이 오르간에 의해 표현되며, 천둥소리가 멀리서 들리는가 하면 비까지 쏟아지며 본격적인 '폭풍의 주제'가 전곡을 뒤엎는다.

< 제3부 하산>

본래는 폭풍과 하산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은 강렬한 폭풍의 주제가 계속되지만 이어서 나그네의 하산이 시작되면서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묘한 작법을 이용, 제1부 등산에서 쓰여진 주제와 진행을 반대로 배열하여 빙하지대를 지나고 암벽과 폭포와 산의 목장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제1부와 다른점은 계속해서 '폭풍의 주제'가 깔리고 있는 점인데 오르간과 타악기의 불안한 울림과 더불어 하산이 끝난다. 소나타형식에서 코다에 해당되는 종말 부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폭풍우도 물러가고 알프스는 다시 고요에 잠기게 된다. 어느덧 해도 서산마루에 걸려 세상은 쓸쓸함에 취하고 고독은 짙어지며 나그네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느껴지는 듯 알프스를 응시하는가운데 현실도 희망도 고요히 사라져버린다.


1. 밤의 풍경
2. 일출
3. 등산
4. 숲으로 들어가다
5. 작은 시냇가를 걷다
6. 폭포에서
7. 환영 - 8. 꽃이 핀 초원에서
9. 목장에서
10. 깊은 숲에서 길을 잃다
11. 빙하에서
12. 위험한 순간
13. 정상에서
14. 환상
15. 안개가 끼다
16. 해가 점차 희미해진다
17. 슬픈 노래
18. 폭풍 직전의 고요
19. 뇌우와 폭풍
20. 일몰
21. 에필로그
22. 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바이에른주 출신의 사람이었다. 그는 후기낭만파 작곡가로서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했는데, 당대에 벌어진 음악 논쟁에서 처음에는 고전적 형식을 지향한 보수적 브람스파의 입장을 취했지만 점차 미래음악을 추구한 진보적 바그너파로 노선을 전향했다. 그래서 진보적 음악형식이었던 표제음악적 교향시를 쓰게 됐다. 음악을 통해 회화적 내용이나 문학적 내용을 묘사한 음악을 교향시라고 한다.


알프스를 등반하며 마주치는 21개의 풍경들


1908년, R.슈트라우스는 뮌헨의 서남쪽 60km쯤에 있는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 산장을 지었다. 지휘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아름다운 산장에서 작곡에 몰두했는데,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훤히 보이는 곳이어서 산을 사랑한 작곡가는 이 은신처를 마음에 쏙 들어했다고 한다. [알프스 교향곡]의 대부분은 이 산장에서 완성되었다. 그럼 R.슈트라우스는 등산을 즐겨했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슈트라우스는 1891년 폐렴을 앓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직면했다. 이듬해에는 늑막염과 기관지염을 앓는 등 잦은 병치레 이후에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등산같이 힘든 운동은 그에게 무리였다고 한다.


한편 [알프스 교향곡]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1878년 작곡가가 14세 때 겪은 등산 체험으로 알려져 있다. 슈트라우스는 1878년 8월말, 독일 뮌헨과 가르미슈 사이에 있는 무르나우에서 출발해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떠났다. 그러나 한밤중인 2시에 출발해 5시간쯤 산 비탈길을 오르다가 도중에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좁은 길 조차 없는 어두운 길을 3시간이나 걸어 내려와야 했고, 총 12시간쯤 걸었다고 한다. 험한 산 속에서 비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슈트라우스는 우연히 근처의 농가를 발견했고 거기에 머물수 있게 되어 큰 사고의 위험을 모면했다. 작곡가는 그때 그곳에서 고생스러웠던 산행의 경험을 음악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바로 다음날 피아노로 그 상황을 표현해 보았다고 한다.


[알프스 교향곡]은 R.슈트라우스가 관현악을 위한 연주회용 곡으로 쓴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알프스 산맥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교향곡이지만 표제를 갖고 있고, 악장 형식도 자유롭게 구성돼 있다. 이 곡은 교향곡이란 제목이 붙어 있지만 형식상 교향시로 분류된다. 그리고 각 악장이 세분화된 형식이 아니라 전체가 쉬지않고 하나의 악장으로 이어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표제라고 해서 [알프스 교향곡]에 반듯한 정리된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악보 여기저기에 ‘해돋이’라든가 ‘정상에서’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곡에서 R. 슈트라우스는 등산을 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가지 장면을 자연을 묘사하듯 세심하게 그렸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며 정상에 오르는 등산의 근면한 과정, 자기 극복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R. 슈트라우스는 리스트의 교향시를 관철하는 관념인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음악적 문법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R.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향한 인간의 강렬한 동경을 묘사하듯이 그리려 했을 뿐이다.


곡은 크게 5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전체적으로 (1) 서주 - 출발 전의 정경, (2) 제1부 - 정상에 이르기까지, (3) 제2부 - 정상에서의 기분, (4) 제3부 – 하산, (5) 피날레 - 도착의 감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발부터 하산까지 등산 과정을 차례대로 묘사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알프스에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풍경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밤’ ‘일출’ ‘등산’ ‘숲속에 들어감’ ‘시냇가를 걷다’ ‘폭포에서’ ‘꽃피는 초원에서‘ ’목장에서‘ ’숲속을 지나다 길을 잃다‘ ‘빙하에서’ ‘위험한 순간’ ‘정상에서’ ‘공상’ ‘안개가 낀다’ ‘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가’ ‘폭풍 직전의 고요함’ ‘천둥번개와 폭풍, 하산’ ‘일몰’ ‘여운’ ‘밤’

 

이런 순서로 21개의 장면들이 나란히 모여 단일 악장을 이룬다. 각각의 곡에서 R.슈트라우스가 발휘하는 뛰어난 관현악법이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음악적 묘사가 놀라움을 안겨준다.


각 악장이 묘사하고 있는 줄거리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은 재밌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알프스 산맥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다가 장엄한 일출을 만나게 되고, 찬란하게 묘사된 폭포와 목장의 종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초원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다 아찔한 빙하와 마주치게 되고 위험한 순간들을 극복하며 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감격스러운 정상 정복 이후 내려오는 길에서 폭풍우가 밀어닥칠 것이라는 복선이 조용히 깔린다. 마침내 폭풍이 몰아치게 되고 위협적인 순간들이 펼쳐진다. 격렬한 폭풍이 지난간 후 알프스에는 다시 밝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하산길에서 등산객은 지금껏 산 속에서 겪은 일들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알프스 산행을 회상하는 이 에필로그에는 아름다운 선율에 담겨 이 작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다.



[알프스 교향곡]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R.슈트라우스가 [알프스 교향곡] 리허설을 지휘하고 있었을 때, 천둥치는 대목에서 악장이 바이올린 활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순간 R.슈트라우스는 연주를 멈추게 하고는 단원들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러분 잠깐 쉬어야겠소. 지금 비가 막 내리기 시작했는데 악장이 그만 우산을 떨어뜨렸으니 말이오."

뛰어난 지휘자로도 명성을 날렸던 슈트라우스는 이렇게 유머와 재치로 부드러운 연습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고 전해진다.


또 [알프스 교향곡]은 흔히 볼 수 없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서로 겨루듯이 오케스트라 편성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도 그랬지만 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에서 호른을 12개나 사용했다. [알프스 교향곡]의 악기 편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에 헤켈호른, 콘트라 바순, 테너 튜바, 하프 각 4개와 오르간, 글로켄슈필, 탐탐, 첼레스타, 트럼펫 두 대, 트롬본 두 대, 그 밖에 천둥소리 등의 음향효과를 내기 기구 등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후기낭만파 음악의 새로운 실험, 혁신적인 관현악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말러나 R.스트라우스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인 여건등에서 보면 구미사회는 이미 Classic 음악은 물론 예술분야의 대중화가 되었으며 이 땅에서 조차 재생된 연주의 음을 들을수 있는 시대였고 녹음과 방송으로 중계가 가능한 시대 였다는 것 등의 여건과 대중을 끌어 모아야 하는 목적의 집회가 당연한 시대란점에서 웅장한 연출의 Orchstration이 요구 되는 시기였던 것도 작곡에 반영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