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Sonata No.26 'Les Adieux'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이 1809년에 쓰기 시작하여 1810년에 완성한 피아노 소나타 26번은 베토벤의 제자이자 열렬한 후원자였던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 그리고 1809년에 벌어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사이의 전쟁과 관련이 있다.
루돌프 대공(1788-1831)
루돌프 대공은 오스트리아 왕인 레오폴트 2세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804년 16세 때에 베토벤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면서 서로 교분을 쌓기 시작했다. 대공은 베토벤을 존경하였으며, 베토벤은 대공을 각별히 대했다. 1808년 베스트팔리아 궁정이 베토벤을 초빙하였을 때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이 빈을 떠나는 것을 염려하여 그에게 평생연금 지급을 약속하고 이를 지켰다. 1811년 10월 9일 베토벤이 브라이트코프 & 헤르텔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서 ‘대공께서는 헝가리 대주교이시니 적어도 연수입이 300만 두카트는 되겠지요. 그래서 매년 거금 100만 두카트 정도는 저를 위해 써 주십사고 대공께 요청할 작정입니다’라고 스스럼없이 적은 것만 보아도 그와 대공과의 사이가 신분과 연령을 뛰어넘어 매우 절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 소나타가 오스트리아-프랑스 전쟁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 역사적인 경과를 잠시 살펴본다.
1809년 4월 9일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선포되자마자 압도적인 군사력과 막강한 화력의 나폴레옹 군대는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 5월 초에는 빈 근교까지 다다랐다. 오스트리아 왕실은 빈에서 오펜으로 도피하였고, 루돌프 대공도 5월 4일 빈을 빠져나갔다. 출발 당일 대공은 베토벤에게 솔-파-미 플랫 3개의 음의 모티프를 전한다. 베토벤은 이를 토대로 피아노 소나타 26번을 쓴다. 이 곡은 전적으로 루돌프 대공과의 이별과 그의 부재, 귀환을 생각하며 구상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오스트리아 침공
베토벤은 이 소나타 1악장에 ‘Das Lebewohl’(고별)이라 쓰고 다시 ‘1809년 5월 4일 빈에서, 존경하는 루돌프 대공의 떠남에 즈음하여’라고 덧붙였다. 1악장만 남은 자필악보를 보면 ‘Das Lebewohl’라는 글자는 선으로 그어지고 ‘Der Abschied’(이별)라고 적혀 있어서 ‘영영 이별’인지 ‘잠시 고별’인지 모를 정도로 당시의 상황이 매우 급박했음을 알 수 있다. 1809년 10월 14일 오스트리아의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고 11월에 프랑스 군대가 물러가자 루돌프 대공은 이듬해 1월 30일 빈으로 돌아온다. 그동안의 사정은 2악장 ‘Die Abwesendheit’(부재)라는 제목으로 설명된다. 원래 이 악장도 스케치에 따르면, 처음에는 ‘Ankunft’ 즉 ‘도착’이었다.
이 소나타는 1810년 초에 완성되었다. 악보의 초판은 1811년 7월 브라이트코프 & 헤르텔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이때 출판사는 베토벤이 붙인 제목 ‘Das Lebewohl(고별) - Die Abwesenheit(부재) - Das Wiedersehen(재회)’을 프랑스어 ‘Les Adieux - L'Absence - Le Retour’로 바꾸어버렸는데, 독일어와 프랑스어의 의미가 사뭇 다른 이 개칭을 보고 분노한 베토벤은 출판사에 엄중 항의하였다고 한다. 출판사는 전승국 프랑스의 비위에 맞추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베토벤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짓이었던 것이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독일어 Das Lebewohl은 한 개인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이고, 프랑스어 Les Adieux는 불특정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이다. 마찬가지로 독일어 Das Wiedersehn은 ‘재회’란 뜻인데, 프랑스어 Le Retour는 ‘귀환’이란 뜻이다. 이 어찌 베토벤이 심화(心火)를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베토벤은 대부분의 후원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오래 가지 못했는데 루돌프 대공의 경우는 예외였다. 대공은 신분상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제자이자 후원인이자 친구로서 독특한 우정을 지속했다. 그래서인지 베토벤은 루돌프 대공에게 많은 곡을 헌정했는데 이 곡 ‘고별 소나타’ 외에도 피아노 협주곡 4번, 피아노 3중주 ‘대공’, ‘하머클라비어 소나타’가 있으며, 대공의 대주교 취임식을 위해 <장엄 미사>를 작곡하기도 했다.
이 곡은 매우 화려한 피아노 기교를 담고 있으며 냉정할 정도로 투명하고 섬세하다. 대화풍이 유난히 많아서 마치 연인끼리 사랑의 속삭임을 건네는 듯한 느낌도 들기도 한다. 베토벤과 루돌프 대공과의 인연 이야기가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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