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브람스 / 교향곡 2번 D장조, "전원교향곡"

박연서원 2018. 8. 24. 09:27

Symphony No. 2 in D major op. 73

브람스 / 교향곡 2번 D장조, "전원교향곡"

Johannes Brahms, 1833∼1897


Kálmán Berkes, cond.

Győr Philharmonic Orchestra

Richter Terem, Győr 23.03.2013


Mariss Jansons, cond.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전 악장 이어듣기

I. Allegro non troppo (D major)

II. Adagio non troppo (B major)

III.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ino) (G major)

IV. Allegro con spirito (D major)

Gustavo Dudamel, cond.

Chicago Symphony Orchestra


1876년, 오랜 시간 다듬어 발표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제10교향곡’이라 격찬했다. 브람스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듬해인 1877년 6월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두 번째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남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들이 둘러싼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한 브람스는 그 후 2년 동안 이곳으로 휴양을 왔다. 페르차하의 좋은 환경, 그리고 [교향곡 1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재촉했다. 그래서인지 [교향곡 1번]과 달리 두 번째 교향곡 작곡의 진도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다.

그 해 9월 경, 클라라 슈만은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새로운 교향곡에 대해 언급하며 “1악장은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10월 3일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 1악장 외에 4악장의 일부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고, 이 후 2악장, 3악장을 포함한 전곡이 완성되었다. 즉, 작곡 순서는 1악장, 4악장, 그 후 중간의 두 개 악장이다. 11월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에 힘써서 12월에는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와 함께 연주했으며, 자필 초고를 클라라 슈만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오스트리아의 휴양지 페르차하의 평화로운 풍경 <출처: Johann Jaritz at.en.wikipedia>

 

[교향곡 2번]의 정식 초연은 1877년 12월 9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파트 악보를 사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습시간이 충분치가 못했기 때문에 초연은 부득이 12월 30일로 연기되었다. 초연 당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한스 리히터의 악보는 브람스가 손으로 쓴 초고였다. 아직 악보가 인쇄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평론가 에두아르 한슬릭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고 표현했다. 빈 사람들의 기질에도 맞았던 이 곡의 초연은 3악장을 반복해서 연주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람스를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반응의 온도차가 있었다. [교향곡 1번]같은 장중한 분위기와 깊이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금관악기의 잦은 실수도 한 요인이었다. 이후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드레스덴,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될 때까지도 이 곡의 인쇄악보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향곡 2번]의 총보와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 악보는 1878년 8월 짐로크사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직전의 여름까지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용과 4손 피아노용 악보를 정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인쇄된 악보를 가지고 브람스는 1878년 9월 이 곡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선 [교향곡 1번]에 있는 복잡함과 큰 규모는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2번]에는 밝고 아름다운 페르차하와 조용하고 온화한 빈 근교의 리히덴탈에서 보낸 브람스의 여유로운 생활이 묻어난다.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같은 전체 곡상의 추이를 2번에서는 분명히 내세우지 않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그리고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 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나타난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 페르차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브람스가 휴양지 페르차하에서 작곡한 곡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교향곡 2번]과 유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하려고 했던 주제를 재료로 활용해 작곡했다.

또한 1악장에서 렌틀러나 왈츠의 분위기가 나타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2번]을 총 4곡의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빈(Wien)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분명히 양식과 성격이 다르고,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대조적이지만, 노작이었던 [교향곡 1번]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처지지 않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2번]이다. 반복 감상하다 보면 이 말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된다.

 

1악장 Allegro non troppo D장조 3/4박자

 

이 곡의 도입부에 대해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숭고하면서도 맑은 빛을 던지고 있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저음현의 기본 동기에 목관과 호른이 부드럽고 목가적인 온기를 띠고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고풍적이고 명랑한 새로운 선율을 표현하고 비올라와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제시부가 끝나면 발전부로 들어가는데, 그 전에 호른의 제1주제가 나타나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재현부에서는 오보에가 제1주제를 연주하면 이것이 여러 가지 악기로 옮겨져 연주된다. 얼마 후 제2주제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코다는 제1주제로 시작돼 여러 갈래의 발전을 보이다가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때로는 장엄하면서 그러나 비극적인 감정이 저류로 흐른다. 이런 감정은 낭만적인 서정 속에 녹아 있다.

 

Claudio Abbado, cond.
Berliner Philharmoniker


Myung-Whun Chung, cond.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2악장 Adagio non troppo B장조 4/4박자

 

1악장의 유쾌한 기분과는 대조적으로 적적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제1주제가 나타나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그 후 목관에 의해 밝고 귀여운 새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제2주제다. 이 주제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해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나서 제1바이올린이 제3주제라 할 새로운 선율로 연주한다. 재현부를 지나 팀파니의 조용한 울림이 있은 뒤 고요히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가 중심이다. 3개의 주요 멜로디가 제각기 특징을 보이며 조용히 우수에 잠기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에 찬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Claudio Abbado, cond.
Berliner Philharmoniker


Myung-Whun Chung, cond.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3악장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ino) G장조 3/4박자

 

빠르고 아름다운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케르초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2악장에서 볼 수 있었던 침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경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먼저 오보에가 소박한 춤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희롱하는 듯한 현악기의 가벼운 선율이 감정을 고조시키면 이에 이어 고요한 목관악기의 연주가 나타나 주제를 명상적으로 읊조리듯 이끌어간다. 

 

Myung-Whun Chung, cond.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4악장 Allegro con spirito D장조 2/2박자

 

평론가 한슬릭의 말과 같이 이 악장에서는 모차르트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듯한 기쁨과 경쾌한 맛이 흐른다. 브람스의 관현악 가운데 축제의 환희를 가장 빼어나게 표현한 부분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에 찬 악장이라 하겠다.

 

Myung-Whun Chung, cond.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