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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골산 산책로와 삼성산 허릿길

박연서원 2019. 8. 27. 06:58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

 

발견이의 도보여행 8 - 솔향 자욱한 편안한 숲길, 산은 한여름에도 옷을 갈아입는다


촉촉한 숲길이 비단결보다 곱더라
 
  ● 서울(관악구) : 목골산 산책로와 삼성산 허릿길
  ● 걷는 거리 : 7.2km
  ●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정상 등정의 욕망을 걷어내고 산을 찾아야 이렇듯 언저리의 비단결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극성스런 산꾼이었다는 사람들도 이리 편한 숲길이 삼성산 기슭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고 만다. 최근에는 관악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구간이 편입되기도 했다. 이곳의 소나무는 똑같은 수종임에도 유난히 솔향이 자욱하다. 태양의 보살핌에서 소외된 북쪽기슭 허릿길이 햇빛 대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덕분이다. 그래서 이 길의 소나무들이 뿜어 대는 피톤치드의 양은 다른 산을 압도한다. 이 역시 정상을 향하는 햇볕 뜨거운 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낮은 숲길에 내리는 은총일 것이다. 
  
   
민방위교육장~목골산 숲길 15분/0.7km
 
 
  삼성산은 물도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낮고 순하다는 무너미고개를 사이에 두고 관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이 품 넓은 산은 관악산의 동생 정도로 취급되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그래도 걷기의 범주에서 보자면 오히려 관악산보다는 삼성산이 더 품 안에 잡히는 숲길이 많다. 이번에 걸을 길은 삼성산이 관악산의 그늘에 가렸듯, 삼성산의 그늘에 가려졌던 목골산이라는 작은 야산에도 특별한 개별성을 부여한다. 이 산을 지나고 삼성산 북쪽 기슭의 촉촉한 소나무길을 찾아갈 것이다. 답사 시 함께 걸었던 100여 명의 회원 모두 감탄해 마지않았던 명품 오솔길이다.
 
  지하철역과 이 길을 연계하려면 2호선 신림역을 떠올려야 한다. 신림역 4번 출입구를 나온 후 곧바로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관악10번 마을버스’를 탄다. 10분 거리에 있는 버스 종점인 관악구민방위교육장(아까시아마을)(1)에서 내린다. 여기서 걷는 길이 시작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뒤쪽으로 ‘민방위교육장 300m’ 푯말이 보이니 그걸 따라간다. 차가 간간이 다니는 길옆으로 박석을 깔아 놓은 인도가 있으니 그리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곧 마주하게 되는 민방위교육장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다시 길이 사방으로 나뉜다. 관악산생태공원 안내판 왼쪽으로 촘촘한 나무계단길이 있다. 이 길은 촘촘한 가로 줄무늬 문신을 수피에 가득 새긴 벚나무 오솔길이다. 이 길을 올라서면 곧 ‘관악산생태공원’을 만난다. ‘관악산생태공원’이란 거창한 이름에 비해 연못 몇 개로 꾸며 놓은 공간은 조악하다. 이곳 지명을 따서 ‘목골산생태공원’이라는 소박한 작명을 했더라면 더욱 정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관악산생태공원 이름 옆에 조그맣게 ‘선우지구’라고 쓰여 있다. 다른 곳에도 같은 이름으로 생태공원을 더 만들 요량인가 보다.
 
  마치 천수답처럼 계단식으로 물을 가둔 연못을 오른쪽에 두고 쭉 올라간다. 두 번째 연못을 지나는 곳에서 좁은 오솔길로 그대로 직진한다. 3분만 걸어 올라가면 목골산 능선이다. T자형 갈림길이니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큰길을 따라 능선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목골산 능선~삼성산 성지 1시간20분/3.6km
 
  목골산 능선은 삼성산 북쪽 가지능선이기도 하다. 이 능선을 타고 우리는 삼성산까지 갈 것이다. 목골산에는 아까시나무와 갈참나무가 많다. 남부럽지 않게 많은 잎을 펼쳐내는 활엽수들인지라 아늑한 길이 좋다.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왼쪽으로 호압사라고 쓰인 푯말이 나온다. 호압사라고 쓰인 이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그쪽은 내리막이 심하다. 봉우리를 돌아가는 아름다운 중턱길을 가려하니 ‘독산고교’ 이정표 방향으로 곧장 간다.
 
  약간의 내리막길을 5분 더 가면 목골산 봉우리를 돌아가는 갈림길이다. 솟대 같은 기둥에 걸린 ‘호암산2.4km’ 이정표 방향으로 걷는다. 봉우리 허리를 구절양장 돌아가는 그림 같은 오솔길이 나온다. 이 구간을 처음 걸어 보는 이들은 대개 아름다운 길에 입이 헤벌어지기 십상이다.
 
  아쉽게도 금방 끝나 버린 이 길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넓어진다. 삼지창 모양으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간 걷다 보면 다시 만나는 길이니 맘에 드는 길을 골라 걷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너무 좁은 길이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는 가지 말고 직진하듯 길을 잡자. 길을 잘못 들었으면 ‘호압사’ 절을 물어 간다. 목골산 허릿길을 돌아 나온 후 40분 정도 걸어가면 호압사입구사거리다.
 
  호압사입구사거리까지 가는 길은 넓지만 곳에 따라 좁아지기도 한다. 참나무숲길을 걷다가 보면 어느새 삐쭉 솟은 소나무 숲으로 산은 옷을 갈아입는다. 중간에 왼쪽으로 헬기장 전망대가 있지만 길찾기가 불편해지므로 설명 없이 그냥 가도록 하겠다. 호압사입구사거리는 사찰을 200m 앞두고 있어 절 모습은 볼 수 없다. 다만 솟대 같은 막대 이정표가 직진 ‘호압사 300m’ 오른쪽 ‘호암산문 300m’ 우리가 온 방향을 ‘산복터널 500m’라고 팔 벌려 안내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가야 하는 왼쪽 방향만 안내판이 없다.
 
  솟대 안내판에서 선택받지 못한 왼쪽을 보면 조그만 길이 오롯하다. 약간 가파른 이 길을 살짝 내려간 후로는 중턱을 따라 평지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이제부터 삼성산 허릿길인데 길이 좀 복잡하다. 정식 등산로가 아니고 동네 주민들이 살살 거닐던 자투리 길이어서 좁은 길들이 자꾸 곁가지를 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간 기착지가 ‘삼성산 천주교 성지’이기 때문에 지나는 이들이 쉽게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악산 둘레길과 이제부터 구간이 겹치므로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삼성산 성지<3>~관악산입구 정류장<4> 1시간10분/3.0km
 

정상 등정의 욕망을 걷어내면 걷기 편한 숲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부언하건대 삼성산 성지를 지난 후에도 자꾸만 내려가거나 자꾸만 올라가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지 같은 이 숲길은 축축한 물기가 곳곳에 어린다. 물기 많은 땅에서 자라는 양치류 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코끝이 먼저 수목에 버무려진 물비린내를 감지해 낸다. 습기를 머금은 소나무의 솔향과 풀향이 길을 따라 자욱하다. 큰 계곡은 없지만 실핏줄같이 뻗은 수맥들이 오솔길 지하를 지나 아랫녘으로 뻗는 모양이다.
 
  호압사입구에서 삼성산 성지까지는 10분 거리다. 기해박해(1839) 때 순교한 세 분의 성직자가 안장된 곳으로 바로 옆에 물맛 좋기로 유명한 삼호약수터를 끼고 있다. 삼성산 성지에서는 삼호약수터로 내려와서 길을 잡는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평지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울창한 숲길을 간다. 길은 여전히 서늘함이 감돈다. 촉촉함에 젖어 걷는 숲길이 얼마나 싱그러운지는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약수터를 지나 10분 넘어 그 길을 가면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계곡을 건너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게 야외 농구장이 나온다. 그대로 농구장 옆을 스친다. 얼마 안 가 오랜만에 보는 나무이정표다. 많이 낡아 언제 철거될지 모를 이 이정표가 직진은 ‘현대아파트 500m’ 왼쪽은 ‘신림9동’ 오른쪽은 ‘국기봉1.7km’를 가리킨다. 현대아파트 방향으로 간다. 곧 운동기구가 많은 너른 쉼터다. 이 쉼터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가면 10분 만에 5515번 버스 종점이 있는 현대아파트로 갈 수 있어 힘이 들면 코스를 단축해서 귀가할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걸어 관악산 입구 계곡까지 간다. 그러니 이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넓은 길에서 왼쪽 ‘돌산 550m’ 이정표를 보고 그 길로 빠지자. 5분 못 미쳐 약간 오르막인 길을 가다 세련된 사각기둥의 이정표가 나오면 ‘돌산 국기봉 0.3km’ 방향을 참조하여 왼쪽 45도 방향으로 간다. 다시 5분을 더 가면 소방재난본부에서 붙여 놓은 ‘K72’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호수공원 900m’ 방향인 오른쪽으로 간다. 이후로는 줄곧 관악산 계곡 큰길 진입로까지 내리막이다. 조금은 거친 암반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내려갈 때도 갈림길이 조금 있지만 어디로 가든 관악산 초입 진입로로 내려온다. 제대로 내려가면 관악산호수공원보다 100m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큰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간다. 곧 관악산입구 광장과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계곡에 발이라도 담글 요량이라면 계곡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면서 명당자리를 찾아보자. 걷기 후의 탁족은 피로회복은 물론 관절 건강에도 좋은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