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트레킹)/걷기 정보

일자산 산책로와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

박연서원 2019. 7. 23. 09:44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3] 일자산 산책로와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

 

이 고운 길을 어느 임과 거닐까
3km나 주욱 뻗은 노거수 숲길 끝엔 촉촉한 원시습지

 

숲길이 일(一)자로 쭉 뻗어서 이름도 일자산이다. 일렬로 늘어선 길은 3㎞를 훌쩍 넘는다. 찻길을 내면서 웬만한 능선은 다 잘라먹은 서울에선 흔하지 않은 길이다. 해발 100m 남짓의 유순한 능선을 따르는 길이기에 산책하러 찾아드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길은 낮아도 숲에서는 아름드리 노거수가 동행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일자산을 지나 거치게 되는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은 또 어떠한가. 팍팍한 서울에 이런 촉촉한 원시습지가 보존되고 있다는 것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차오를 것이다. 성내천 물길과 오금공원 산책로가 책임지는 디저트 워킹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강동그린웨이의 숲길 일부 구간과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을 엮은 이 길의 전체길이는 11.4㎞다. 볼 것 다 보고, 쉴 것 다 쉬면서 느림보 걸음으로 걸었더니 4시간30분이 걸렸다.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조금 빨리 걸으면 3시간이면 넉넉하게 완보할 거리와 난이도를 갖는다.

갑갑한 지하철역<1>을 나선 지 5분 만에 고맙게도 명일근린공원 입구<2>를 만나 서늘한 숲속으로 들어선다. 고덕역을 나와 E마트사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나오는 바닥분수 광장 나무계단이 바로 명일근린공원의 시작점인 것이다. 도시생활에서 찌들었던 무거운 마음은 숲속으로 발을 들이밀면서 잠잠해지고 고요해지고, 또 단순해진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자동차 소리와 차분해지는 마음은 그렇게 비례를 이룬다.

 

▲ 1 일자산 숲길의 등뼈바위. 마치 덩치 큰 공룡의 화석 같다.

    2 명일근린공원과 일자산공원은 상일동화훼단지 꽃길로 이어졌다.

    3 제 할 일을 마치고 산화한 능소화의 주검이 아름답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파동은 마음에까지 물결을 일으켜 도시의 팍팍함을 몸 밖으로 밀어낸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으면서 매번 이렇게 사람을 위로하는 숲길이 명일근린공원 안에 오롯이 뻗었다. 명일근린공원은 하나의 능선으로 길게 이어졌었지만 차도로 인해 잘리고 말았다. 도시에서는 이런 숲길의 수난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애써 잘라낸 길을 생태다리라는 이름으로 힘겹게 잇는 모습도 자주 연출된다.

명일공원의 잘라진 첫 번째 능선과 두 번째 능선 모두 20분씩 걸으면 출구를 만난다. 명일공원 숲길에서는 줄곧 ‘일자산’을 향한 푯말을 등대 삼아 길을 잡으면 틀림없다.

 

▲ 길섶으로 온갖 초화류가 피어나 걷는 이들의 눈길을 유혹한다.

 

명일공원 숲길이 끝나는 곳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동그린웨이 걷기 스탬프통이 있다. 도장들이 자꾸 훼손되고 도난당하는 통에 관리자들이 걱정이 많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보니 두 개 중에 한 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고약스런 일이다.

 

발길에 속도와 탄력이 붙는 일자산 숲길

 

▲ 왼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열리는 하남시 공원묘지 구간. 일자산 말미에 걷게 된다.

 

명일공원 숲길과 일자산 숲길은 상일동 화훼단지 꽃길이 산뜻하게 잇는다. 아름다운 꽃들이 운집한 상일동화훼단지는 온갖 꽃들로 치장된 화려하기 그지없는 길이다. 저마다 꽃잎을 펴고 볕쬐기를 하는 꽃송이 하나하나에 눈길을 던지며 천천히 걷고 싶지만 왠지 꽃집 주인장들의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인도에 내놓은 꽃들로 비좁아진 길을 늘 바삐 걸어 지나치곤 한다.

화훼단지를 지나 큰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우연농원 간판 뒤로 ‘서하남 사거리’를 가리키는 강동그린웨이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서하남 사거리’이정표가 나온다는 것은 지금부터 일자산 구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정표를 따라 3분 정도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일자산 숲길 입구가 보인다. 놓은 지 얼마 안 되는 조경석을 넘어서면 강동그린웨이 숲길의 간판주자인 일자산 길이 시작된다. 일자산 들머리의 조경석은 철마다 서로 다른 꽃들을 사이사이로 피워내는데, 여름에는 참외만 한 노란 꽃송이를 피워내는 원추천인국이 아름답고 원숙한 마담의 자태로 산보객들을 맞는다.

 

▲ 위)명일근린공원의 오래된 성벽 같은 석축구간을 지나고 있다.

    아래)명일근린공원에선 ‘일자산’ 푯말을, 일자산에서는 ‘서하남사거리’ 푯말이 정답.

 

일자산은 길이 일(一)자로 뻗었다. 길찾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보니 처음 찾는 사람들도 발걸음에 탄력과 속도가 붙는다. 갈림길이 가끔 나오기는 하지만 좌우로 나오는 갈림길들은 모두 중간 탈출하는 길이다. 그래서 가야 할 길은 ‘서하남 사거리’이정표가 가리키는 직진 방향이다. 이 길을 가다보면 간이매점이 있는 공터도 만나고, 필요하면 언제든 빈 나무의자에 기대 다리쉼을 할 수도 있다.

일자산 길 후반부에는 왼쪽으로 하남시의 공원묘지를 끼고 가기도 한다. 울창한 숲에 계속해서 시야가 가려져 있던 터라 공원묘지의 탁 트인 조망이 무척이나 반갑다. 또 공원묘지 중간에는 오른쪽에 ‘둔굴쉼터’라는 곳도 지나게 된다. 고려 말의 학자였던 둔촌 이집 선생이 신돈의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다는 바위굴이 있는 곳이다.

 

▲ 일자산 ~방이동 걷기 개념도



둔굴쉼터를 지나 15분만 더 가면 담장 밑으로 온갖 꽃들을 피워내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끝에서 큰 도로를 만나 오른쪽으로 가면 곧 강동그린웨이의 시작이자 끝지점인 서하남 사거리다.

서하남 사거리에서 건널목을 두 번 건너 10분 정도 큰 길 옆을 걷다 보면 오른쪽 골목을 가리키는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 푯말을 맞닥뜨린다. 150m만 가면 보전지역 입구가 있다고 푯말에 적혀 있으니 그 푯말을 따라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서자. 혹 100m 정도 가다 왼쪽으로 그럴듯한 길이 보인다고 그리로 가진 말자.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은 입구<4>부터 번듯한 탐방객안내소가 지어져 있다. 안내인 없는 안내소를 지나니 비밀의 정원에 몰래 발을 들여놓은 듯 호흡이 안으로 스르르 말린다.

 

송파구의 비밀정원을 만나다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데크로 탐방로가 꾸며졌다. 땅이 무른 습지지역이다 보니 사람 발길 자체가 곧바로 훼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좀 더 높은 곳에서 운치 있는 내려다보며 산책을 즐긴다. 이곳이 처음부터 습지인 것은 아니었다. 1970~1980년대 벽돌생산을 위해 토사 채취를 했던 곳이 대규모 웅덩이로 형성되었고, 1990년대 이후 벽돌생산이 중단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습지 식물이 번성하게 된 것이다. 비록 인위적인 요인으로 형성된 습지이지만 그곳에 사는 동식물들은 자연 그대로 방치된 상태에서 저 혼자 뿌리를 내린 것이다. 2002년에 서울시에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1 방이동생태경관보전지역의 습지는 1970~1980년대 벽돌생산을 위한 골재채취를 하며 생겨났다.

    2 방이동 습지를 찾는 새들을 위해 가림막 관찰대를 설치했다.

       누군가 우포늪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며 좋아했다.

    3 방이동습지 관찰로는 습지 보호를 위해 나무데크로 관찰로를 둘렀다.

 

이곳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14곳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중 하나로 갈대가 전체 식생의 5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며 수련, 애기부들 등의 다양한 습지식물이 번성한다. 입구 탐방객안내소의 안내판을 보니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생태해설을 진행한단다. 아이들 손 붙잡고 가기에는 그만인 프로그램이다.

보전지역 관람을 끝냈으면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나와 왼쪽으로 가자. 10분 정도 좁은 골목을 거쳐 나가면 맑은 물이 흐르는 성내천 산책로<5>와 이어진다. 성내천 산책로는 상류 쪽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 연안이 도보 산책로이고, 왼쪽은 자전거도로로 이용된다. 천을 건너 도보 산책로를 밟으며 상류 쪽으로 간다.

 

▲ 숲길은 걷는 것 그 자체로 삶을 치유한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다양한 꽃들을 피워 올리는 화단을 곁에 두고 유유자적한 심사로 물길을 거슬러간다. 오금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물빛광장’이라는 분수대가 있는 곳에서 성내천길을 빠져나온다. 성내천 탈출지점은 ‘성내제5교’다리 직전이기도 하다. 사거리 하나를 건너가면 곧 만나는 송파도서관 입구로 들어가자. 도서관 현관문 바로 왼쪽으로 난 좁은 길이 오금공원 입구<6>와 이어진다. 오금공원으로 가기 전에 도서관의 여러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도서관 건물 앞을 지나 공원으로 진입하도록 코스를 꾸몄다.

 

조경 개념이 도입되어 꾸며진 오금공원의 숲길은 지금까지 걷던 참나무류의 자연 숲길보다 수종이 다채롭다. 길가에 심어놓은 초화류와 그 꽃들을 대변하는 안내판들로 인해 눈길 머물 곳들도 많다. 20분 정도 걸리는 오금공원 산책로의 끝은 어디를 출구로 하든 오금역<7>과 3분 거리 이내여서 귀가하기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