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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둘레길

박연서원 2019. 9. 1. 07:03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

 

발견이의 도보여행 - 내리는 비에도 끄덕없는 고슬고슬한 숲길


내리는 비에도 끄덕없는 고슬고슬한 숲길
 
  ● 서울(중랑구) : 봉화산 둘레길
  ● 걷는 거리 : 7.0km
  ● 소요 시간 : 2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봉화산 봉우리를 칭칭 감고 늘어선 좁은 오솔길에 이정표 말뚝을 쿡쿡 눌러 박으니 그 길이 자연스레 봉화산 둘레길로 알려지게 되었다. 화강암이 풍화된 고슬고슬한 봉화산 마사토 길은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아 좋고, 성긴 숲길은 햇빛이 고이지 않아 좋다. 이 숲길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유순하게 받아들여 사람들도 머무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 그렇게 봉화산 둘레길은 정처없이 흐르며 둥글게 돌아 돌아 가는 둥그런 세상을 만든다.   
   
 
봉화산역~봉화산 둘레길 입구 15분/0.7km
 
 
  사람들의 발길에 무수히 쓸리며 조금씩 깎여 나간 봉화산 오솔길의 길바닥엔 오래 자란 나무들이 겉뿌리를 곳곳에 드러낸다. 흙길 위에 드러난 많은 나무뿌리들은 오랜 기간 사람의 발로 닦아 낸 흙길만이 가지는 거친 상처이자 훈장이다. 길 위의 나무뿌리는 길손의 발길을 슬쩍 걸어 채는 장난을 쳐 보지만 이런 상투적인 수작에 응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나무가 발을 걸어 와도 이를 피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훨씬 더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혹 나무뿌리에 걸려 기우뚱했다면 그건 마음이 몸에 포개지지 않고 저 혼자 다른 어딘가를 거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봉화산 둘레길은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 4번 출입구(1)를 나오면 찾기 쉽고 가깝다. 지상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와 그 방향 그대로 걷는다. 아파트 단지 사거리를 그대로 지나 곧장 앞으로 가면 신내근린공원 사이의 도로를 걷게 된다.
 
  공원 끝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진행하는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이정표를 보고 그쪽으로 길을 잡는다.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을 50m 앞둔 곳에서 왼쪽 조경석 너머로 울창한 숲길이 시작된다. 봉화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2)까지는 불과 50m 거리이다.
 
  울창한 숲길이 좌우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면 비로소 둘레길에 올라선 것이다. 어느 쪽으로 돌아 걷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테지만 오른쪽으로 가는 것으로 안내하겠다. 봉화산은 조림사업이 오래 전에 마무리되었는지 저절로 자라난 잡목이 자연이 키워 낸 숲의 전형을 보여준다. 간간이 오래 전에 심은 듯한 소나무가 활엽수들 사이에서 힘겹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형국이다.
 


   
  봉화산 둘레길~정상 산책로 50분/2.4km 
 

<대동여지도>에 아차산봉수대라고 명기됐던 봉수대를 정상에 복원해 놓았다.


  비가 무시로 내리는 우기에 진행한 봉화산 둘레길 취재는 20여 명의 회원이 함께 움직였다. 평소에는 바짝 메말라 서걱거릴 것 같은 작은 계곡과 골짜기도 여러 날에 걸쳐 내린 빗물에 제대로 때를 벗기고 목욕을 한다. 숲은 축축함과 촉촉함의 경계를 들락날락했지만 굵은 알갱이의 마사토 흙길은 촉촉함과 까끌까끌함의 언저리에서 사람의 발길을 받아낸다.
 
  바짝 말라 있을 때도 흙먼지가 잘 일지 않을 것 같은 봉화산 둘레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정상 봉수대까지 가는 길이 나온다. 둘레길에서 정상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는 이정표가 없다. 하지만 1분만 정상 쪽으로 가면 잘생긴 나무푯말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서서 갈 길을 일러준다. 물론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은 선택사항이다. 그냥 둘레길만 걸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봉화산 기슭을 순환하는 둘레길을 벗어나 정상 봉수대까지 가는 길은 편도 15분 남짓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 등고선이 가장 넓게 벌어진 길을 걷는 것이어서 정상까지도 산보하듯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봉화산의 봉수대 이름은 ‘아차산 봉수대터’다. 아차산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대동여지도>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봉수대 옆에는 400년이나 되었다는 도당굿당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 굿당 건물은 몇 십 년 전에 새로 지어진 것이지만 ‘봉화산 도당굿’은 원형이 잘 유지되어 있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상 부근에는 간단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점과 화장실, 정자 쉼터 등이 배치되었다. 둘레길로 다시 내려오는 길은 당연하게도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금방 지났던 길을 되짚어 가는 것인데도 갈림길이 거듭되면 어디로 올라왔는지 금세 잊고 망설이기 일쑤다. 둘레길을 벗어났던 지점으로 동선을 이어 걸으려면 이정표상에서 ‘신내4단지’를 따르다 ‘신내공원’ 이정표를 앞세워 길을 잡으면 된다.   
   
  봉화산 둘레길~봉화산역 1시간20분/3.9km
 
  정상까지 갔다 온 후 다시 봉화산 둘레길에 발걸음과 마음걸음을 얹어 본다(4). 둘레길로 다시 내려오기만 하면 이제는 갈림길 걱정은 붙들어 매 두기 바란다. 둘레길을 걸으면 무수히 많은 길이 새끼를 쳐서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기를 거듭하지만 야무지게 박아 놓은 둘레길 이정표가 소리 없는 내비게이션이 된다.
 
  무슨 ‘○○길’이라고 만들어 놓고 외지손님들을 안방으로 모시려면 적어도 이 정도 안내사인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기본 중의 기본인 길 안내를 ‘나몰라라’하는 판에 찾아온 손님들을 현관에서 헤매다 돌아가게 만드는 몰지각한 ‘○○길’들이 대한민국에 판을 치는 것이 현실이다. 넓은 나무데크를 깔고, 멋들어진 계단에, 잘생긴 조경석과 입구에 큼지막한 안내판만 덜렁 세워 놓으면 그게 다인 줄 아는 분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적지 않다. 나무데크 계단과 조경석과 큼지막한 안내판은 길잡이를 할 수 없고, 이 길에 얼마만한 예산이 투여됐는가를 보여줄 뿐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어도 식탁을 찾을 수 없다면 그건 대접이 아닌 우롱일 것이다.
 
  봉화산 둘레길은 적어도 이정표를 통한 길 안내는 만족스럽다. 이렇게 길 안내는 봉화산 곳곳에 붙은 길 안내 사인에 그대로 맡기면 된다. 봉화산 둘레길은 그리 편안하기만한 길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길 곳곳에 딱딱한 나무뿌리가 땅 위에 엉켜 있고, 길의 높낮이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패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길이 진짜 사람의 두 발로 닦아 낸 것이다. 중장비가 동원되면 길은 넓어지고, 판판해지겠지만 그런 길에는 마음이 왈칵 다가가질 않는다. 지금처럼 저절로 자란 숲 속에서 저절로 닦인 길에는 걷는 이의 마음도 저절로 딱 붙어 버린다.
 
  둘레길은 1시간 정도 더 이어진다. 둘레길을 처음 시작했던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위에 다다르면 봉화산역(5)까지는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다만 다시 내려가는 기점이 되는 ‘신내공원다목적체육관’ 위의 갈림길을 자칫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숲이 우거지는 계절에는 다목적체육관 지붕 건물이 성긴 나뭇잎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