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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남근린공원과 매봉산~지양산 언저리길

박연서원 2019. 7. 17. 23:41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2] 계남근린공원과 매봉산~지양산 언저리길

 

서울 숲길 걷기의 메카 지양산을 아시나요?

서울 양천구라고 하면 으레 목동의 네모난 아파트촌을 떠올리게 쉽다. 필자도 지양산을 알기 전까지는 그곳을 재미없는 동네로 치부해 버리고 놀러 갈 땐 눈길도 안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의 구석구석을 바쁘게 돌아다닌 지 7년. 지금은 양천구야말로 서울에서 숲길 걷기에 천혜의 조건을 지닌 혜택 받은 곳으로 기억이 바뀌었다.

필자의 기억을 바꾼 장본인은 바로 부천시와 경계를 이루는 높이 125m의 지양산이다. 이리 낮은 산임에도 그 면적은 언뜻 봐도 여의도 전체와 맞먹는다. 그리고 지양산 언저리에 어깨를 맞댄 원미산과 매봉산, 신정산이라고도 불리는 계남공원이 낮은 구릉지를 넓게 형성하고 있어 그림 같은 숲길 산책로를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낸다.

 

▲지양산을 중심으로 여러 낮은 산이 모여 서울 강서지역의 걷기 좋은 숲길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지양산 북쪽으로 최근에 문을 연 서서울호수공원까지 연결하면 지양산은 주변의 고만고만한 근린공원을 포함한 숲길 패밀리를 이룬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나면 절대 발을 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길이 바로 이 지양산 패키지 숲길이다. 이 코너를 통해서 지양산 숲길은 완전히 다른 접근로를 통해 몇 번 더 간헐적으로 소개될 것이다.

 

▲서울시에서 숲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매봉산 입구. 육교를 이용해 남부순환로를 건너면 곧바로 만난다.

 

이번에 안내하는 숲길은 접근성을 위해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을 출발해 다시 원점회귀하는 길이다. 총 길이는 9.2㎞로 아주 빠른 걸음으로는 2시간30분 정도 걸리고, 보통은 3시간30분 정도를 소요시간으로 잡는다. 숲길 위주로 걷기 때문에 오르막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등산 애호가에게는 하품 나는 싱거운 수준의 길이고, 하천길만 걷다 숲길 걷기를 막 시작하는 사람은 가끔 숨을 몰아쉬게 하는 오르막에서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여유로운 삶이 읽히는 ‘숲속 도서관’

 

양천구청역 2번 출입구(1)를 통해 나온 후에 쭉 뻗은 찻길 옆으로 난 인도를 걷는다. 약 10분 정도 걷다 사거리를 하나 지나면 곧 T자형 삼거리가 길을 막는다. 길 건너편이 바로 첫 번째 숲길이 시작되는 계남2공원이다. 공원 입구는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3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숲길이 시작되는 계남2공원. 약수터와 화장실 등이 있으므로 점검을 하고 출발하기 좋다.

 

‘계남공원’ 대형 돌푯말(2)이 있는 근린공원으로 들어서면 산자락으로 자전거주차장과 쉼터, 운동시설, 공중화장실 등이 제법 보기 좋게 배치돼 있다. 공원으로 들어선 방향 그대로 능선 쪽으로 난 계단 오르막을 걸어 능선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길을 잡은 후 곧바로 철제 펜스가 올려다보이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그로부터 지속적으로 능선을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잘 정돈된 황톳길을 밟는다. 갈림길이 나오면 구로구 푯말 방향으로 직진하듯 걸어가면 된다.

 

폭이 넓어 우마차가 지날 수도 있을 법한 계남2공원 능선길은 아까시나무와 참나무류의 활엽수가 폭넓게 자리를 잡고 주인 행세를 한다. 덕분에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걷기가 좋다. 실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하늘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쳐든 햇빛이 황토색 길 위에 흰 그물을 출렁거리고,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야생화는 밝은 낮에도 등불을 켠 듯 가슴을 환하게 밝힌다. 청량감 넘치는 이 길은 산보 나온 동네 주민들로 적적한 법도 없어 여자 혼자 길을 나서도 맘 편히 걸을 수 있다.

 

▲매봉산 ‘숲속 도서관’. 나무그늘 벤치에 앉아 삶의 여유로움을 읽어낼 수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이 짙푸른 숲길은 시작된 지 30분이 채 안돼서 그랜드아파트 옆(3)으로 나오며 1차 마무리된다. 그랜드아파트 101동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쭉 나오면 남부순환로가 나오고 바로 앞에 있는 육교를 지나 왼쪽으로 내려오면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매봉산 입구(4)가 얌전한 모습으로 기다린다.

 

나무계단을 올라 매봉산 정상(5)까지 가는 약간의 오르막은 약 15분 정도면 끝난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는 조망명소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경관이 빈약한 ‘조망명소’도 있고, 여유로운 시간을 숲 속에서 보낼 수 있는 작은 ‘숲속 도서관’도 있다. 이 숲 속 도서관 앞에서 배낭에 넣어간 책을 읽거나 작은 나무 캐비닛 안에 넣어 놓은 책 중 맘에 드는 것을 골라잡아 읽기 시작하면 걷기꾼들의 삶은 갑자기 한가로움의 중심으로 빠져든다.

 

▲(왼쪽부터)숲길을 걸을 때는 이정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사진은 8번 지점인 지양산 갈림길. / 명산들이 인산(人山)으로 변하는 주말에도 계남근린공원 길에는 가끔 호젓함이 깃든다.

 

경험상 ‘숲속 도서관’ 벤치에 앉아 보내는 독서시간은 말 그대로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를 정도로 쏜살같다. 맑고 신선한 숲의 향기와 책이 만났을 때를 상상해 보라. 이런 신선놀음을 위해 읽다 만 책은 일단 배낭에 넣고 볼 일이다. 그리고 다 읽은 책은 숲속 도서관에 기증하는 기부문화를 실천해 볼 수도 있겠다.

 

주말에도 한적한 아름다운 숲길의 향연

 

매봉산 정상을 지난 지 3분 정도 됐을 때 갈림길(6)이 나온다. 왼쪽 동부골든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오류동역 쪽으로 가게 되고 숲길이 금방 끝난다. 따라서 오른쪽 온수연립 이정표를 따라가야 매봉산과 지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궁동터널 위의 생태이동로(7)를 지날 수 있다. 궁동터널 생태이동로는 육교 형식이 아닌 터널 위에 조성된 것이므로 무심코 지나치게 되면 이곳이 생태이동로인지 모를 수 있다. 그러니 멀리서 차 지나는 소리로 위치를 판단해야 한다. 생태이동로를 지나 오르막을 살짝 오르면 평탄한 길을 만나고, 다시 ‘신정동’과 ‘온수연립’ 나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계남공원 장군정에서 바라본 서울 남서부의 스카이라인.

 

지양산 숲길을 온전히 걷고 싶다면 ‘온수연립’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면으로 가야겠으나 이번에는 계남1공원을 거쳐 원점회귀를 하는 것이므로 오른쪽 ‘신정동’ 방향으로 가자. 약 10분에 걸쳐 숲길 내리막이 이어지고, 광장을 만나면서 짧아서 아쉬운 지양산 숲길이 일단락(9)된다.

 

왼쪽으로 유턴하듯 돌아 찻길을 따라가다 서부트럭터미널 외곽을 돌아 남부순환로로 나간다. 현대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장수초등학교 앞까지 잠깐 걸으면 이 코스에서 가장 먼저 숲길을 내어줬던 계남2공원의 형제인 계남1공원길을 만난다. 맨 처음에 지났던 2공원의 숲길이 길쭉한 오이 모양이라면 1공원길은 펑퍼짐한 군만두와 닮았다. 북쪽으로 난 외곽길을 돌면 계남1공원 정상 부근에서 그 이름처럼 늠름한 장군정(12)이라는 2층 정자를 마주한다. 정자 2층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서울 강서지역이 꽤 볼만하므로 잠시 올라가 쉬어가도록 하자.

 

▲사생대회를 나온 아이들의 천진함으로 들썩이던 계남공원의 어느 봄날.

 

장군정을 지난 후에도 가던 방향으로 푸른 숲으로 난 산책로를 15분 정도 걸으면 남명초등학교가 내려다보인다. 학교 담장(13)을 끼고 아파트촌으로 내려오면 다시 마을길이다. 출발점이었던 양천구청역(15)으로 빠르게 가려면 찻길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숲길을 더 걷고 싶다면 신정로를 건너 계남2공원 숲길로 다시 진입한 후 원점회귀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계남1공원과 2공원을 잇는 생태육교 조감도.

6월 22일 완공 예정이라는 안내판을 보았으나 구청에 확인하니 10월경에야 건널 수 있단다.

 

앞서 말했듯 지양산은 개성 넘치는 숲길을 참 많이 품었다. 걷기 좋은 길이 많다는 것은 이 산을 고향처럼 여기는 산악자전거와 산악마라톤 동호인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도 사람으로 붐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편이다. 얼마 전 필자가 운영하는 걷기 모임에서 70여 명이 함께 이 길을 걸었을 때 산보 나왔던 동네 주민이 이 산이 생긴 이래 최대인파라며 놀랐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