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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캠핑숲과 망우산 산책로

박연서원 2019. 7. 16. 07:00

[발견이의 숲길 걷기여행4] 중랑캠핑숲과 망우산 산책로


산 자들의 소중한 시간이 더불어 흐른다
양원역~중랑캠핑숲~망우리 공원묘지~동화천약수터~사가정역


비가 내린다. 억수같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부슬비보다 세차게 쏟아 붓는 비는 잠자던 정신을 맑게 흔들어 깨운다. 코스의 시작점에서 이제 막 문을 연 새내기 공원 ‘중랑캠핑숲’은 신생아처럼 말랑말랑하고 뽀송뽀송한 무늬의 초지를 펼쳐낸다.

이후에 지나는 망우리 공원묘지길에서는 저마다 딱 한 생애만큼씩만 살다간 사람들의 잦아든 숨결이 봉긋하게 솟아 산 자들의 길켠에 섰다. 포장 숲길인 ‘망우 사색의 길’은 한층 고즈넉해서 사색을 하지 않으면 당장 팔을 뒤로 묶인 채 체포될 것 같은 엄숙함이 흐른다. 곳곳의 비문과 석물에 새긴 가신 분들의 흔적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체험일 것이다.


▲ 젖은 길은 사람을 더 내밀한 곳으로 이끈다.


비가 허공에 굵은 빗금을 수직으로 그어대던 어느 일요일 아침, 불문곡직하고 중앙선 양원역 2번 출입구(1)를 일곱 명이 나섰다. 우비와 우산과 샌들과 반바지로 비를 길동무 삼아 걷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미쳤어”를 외치며 광인을 자처하는 그들의 얼굴은 진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빗속에서 희색만면하다. 폭우 속의 걷기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아는 걷기 고수들인 것이다. 거센 빗줄기에 바람이 비벼지면 사정이 달라지지만 취재 당일처럼 빗줄기만 수직으로 강직하게 내리 쏟아붓는 날은 앞이 안 보이는 빗속의 길이 아늑하다.

양원역 2번 출입구를 나와 왼쪽으로 돌아 5분 못미처 가면 오른쪽에 얼마 전 개장한 중랑캠핑숲(2)이 나온다. 중랑캠핑숲은 비닐하우스가 가득 찼던 곳을 가족단위 피크닉을 주제로 한 체험형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친환경 녹지공간에 생태학습공원, 소규모 야외공원 등이 자리하고, 야외 스파 등의 시설도 갖췄다.


▲ 좌)느닷없이 내리는 비와 달리, 준비된 비는 걷는 자에게 친근한 길동무일 뿐이다.

    우)이제 막 개장한 중랑캠핑숲의 초지가 아기 솜털마냥 눈부시다.


젖은 비단 감기듯 착 들러붙는 우중 숲길
중랑캠핑숲에서는 주차장으로 들어가 왼쪽 아까시길 푯말을 따라 눈부시게 푸른 초지 언덕을 오른다. 초지 언덕 위에서 흙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아까시길이 시작된다. 이름 그대로 아까시나무 군락지 사이로 이어지는 아까시 오솔길은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갈림길이 나오면 도토리 쉼터 푯말을 따르면 된다. 흙과 물만 있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아까시나무 덕분에 해가 쨍한 날에도 햇빛에 노출될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울창한 숲을 10분 못미처 가면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도토리쉼터다. 왼쪽으로 간 후 곧바로 오른쪽으로 돌아 계속해서 능선 오솔길을 다람쥐처럼 탄다. 5분가량 걸으면 밭 사이로 난 좁은 농로를 거쳐 포장길에 다다른다. 곧장 직진하면 왕복 4차선 대로가 길을 가로 막아선다. 큰길 너머가 코스가 이어지는 망우산이지만 건널목이 없어 왼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길섶에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큰 해태상이 서울의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굵은 빗줄기 속에서 소리 없이 일러준다.


▲ 토란잎 하나 꺾어 우산처럼 받쳐 들고 싶은 날이다. 주인에게 혼나지만 않는다면.


해태상이 일러준 구리 방향으로 5분 못미처 가다 건널목이 나오면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간다. 100m 정도 가다 왼쪽에 삼봉사 이정표가 있는 골목으로 꺾는다. 쭉 직진하다 골목 끝에서 정면 전봇대 오른쪽 샛길로 들어선다. 그대로 쭉 들어서면 넓은 개활지. 이런 지역에 개활지가 있을 이유는 단 하나, 공원묘지다. 동쪽 기슭 명당자리를 잡은 분들의 봉분이 엠보싱처럼 기슭에 돋았다. 망우리공원묘지다.

영원함의 이불을 덮고 집단으로 편히 잠든 분들 사이를 지나다 보니 내 자신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남았는지 무심결에 더듬는다. 기한이 완료되는 그날을 생각하면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공원묘지 사잇길을 걸을 때는 살아 있는 지금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봉분 사이를 지나는 길은 5분이 조금 넘는다. 곧 망우리 공원묘지 주차장과 관리사무소를 지나 ‘사색의 길(4)’로 접어들 수 있다. 사색의 길 순환산책로는 관리사무소를 지나 100m 정도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Y자로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가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 온갖 살아 있는 것으로 뒤덮인 망우리 공원묘지


비는 더 거세지지만 머리 위를 덮은 울창한 숲은 내리꽂는 빗줄기의 날카로운 기세를 흡수하며 무디게 잘라낸다. 스포이드에서 뿜어낸 물방울이 거름 종이에서 걸러지는 느낌이다. 비 맞은 숲이 토해 놓는 젖은 숨결은 농밀하고 은근하다. 그러면서도 빗물을 쭉쭉 빨아들이는 나무와 풀들의 왕성한 식욕에 강한 생명력이 분출된다. 비 맞은 숲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뜻으로 이렇게 다의적이다. 젖은 숲을 뛰쳐나와 아스팔트 위에 앉은 두꺼비도 이 말에 동의를 구하는 듯 해석되지 않는 표정으로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한 포장길을 40분 정도 가다 T자 갈림길이 나오면 ‘사각정 0.5㎞’ 푯말을 따라간다. 이 푯말이 가리키는 사각정에서 포장길인 사색의 길을 놔두고 망우산 중턱 오솔길로 들어설 것이다.


▲ 시인 박인환 선생을 비롯해 여러 문인과 화가, 독립지사들이 이곳에 잠들었다.


소나무가 간간이 섞인 아스팔트길을 10분 남짓 걸으면 아까 푯말이 가리키던 사각정이 왼쪽에 나온다. 이 정자에서 잠시 쉰 후 올라오던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선다(5). 정자 앞쪽으로 ‘아차산’이라는 파란 이정표가 그 길을 가리킨다. 질퍽한 흙길로 바뀐 길을 5분 남짓 가면 길이 Y자로 다시 나뉜다. 

이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용마산 이정표 방향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다. 능선길은 길 찾기가 매우 쉽다. 길 찾기에 자신이 없다면 이 길로 능선만 쭉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중랑구’, 왼쪽으로 ‘아치울마을’ 이정표가 기다리는 사거리까지 간다. 그리고 중랑구 방향의 나무계단을 내려간 후 사가정역까지 가면 코스를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 물 만난 계곡. 중랑문화체육관 부근이다.


은근한 감춤이 있는 망우산 중턱길

자, 그럼 이제부터 시루봉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가는 중턱 오솔길을 안내한다. 이 길은 갈림길도 많고, 모양도 꼬불꼬불하지만 길 뒤를 은근히 감출 줄 아는 숲길의 미덕이 살아 있는 오솔길이다. 7~8분 정도 가다 ‘관용탑’이라는 작은 푯말이 나무에 걸린 갈림길에서 직진하듯 오른쪽을 택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또 길이 갈라지면 역시 오른쪽이다.

낡은 청색 천막과 운동기구가 갖춰진 동화천약수터가 나온다. 혹시 약수터에 이르기 전에 길을 잃으면 동화천약수터를 물어가면 된다. 약수터에서는 천막 아래를 지나 11시 방향으로 간다. 길은 다시 5분 정도 산허리를 감는다. 좁은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은 아까보다 현저히 좁아들어 은밀해진다. 다시 10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허위허위 보내면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약수터를 지난다. 길은 능선 위로 솟지만 가파르진 않다.


▲ 비 오는 날의 공원묘지 산책. 꽤 근사한 여행이다.


능선을 만나면, 아까 능선을 타고 가다 만나면 ‘중랑구’쪽으로 가라고 했던 바로 그 사거리다. 마찬가지로 ‘중랑구’ 방향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중랑문화체육관 옆으로 내려가 사가정역(7)까지 갈 수 있다. 사가정이란 지명은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란 분의 호로 대사헌과 대제학을 역임했던 조선전기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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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사진 윤문기 도보여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