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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웅도

박연서원 2017. 8. 9. 08:25

서산 웅도


섬으로 가는 길. 그러나 왠지 낯설다. 다리도, 배도 아닌, 길을 따라 들어가는 섬. 웅도(熊島ㆍ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는 반쪽 섬이다. 시간적으로 절반은 육지에 붙었다가 절반은 섬이 된다. 간만의 차이 때문에 바닷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기엔 섬이 너무 작다.

해안선을 빙 둘러봐야 고작 5㎞. 부지런히 걸으면 1시간이면 족하다. 주민은 150명(2001년 기준) 정도다. 어느 집 부엌에 숫가락이 몇 개인지 서로 훤히 안다. 작지만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대규모 방조제와 간석지,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공단이 밀집한 서산땅에서 기적처럼 원시의 섬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이름을 붙였을까.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바다의 이름이면서 ‘이슬이 촉촉한 숲’이다. 웅도는 가로림만에 들어있는 대표적인 섬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조선의 문신 김자점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살이를 하면서 이 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웅도는 만조 때에는 물에 갇힌 섬이지만 간조 때에는 갯벌에 둘러싸인 섬이 된다. 촉촉한 뻘흙이 이어지는 갯벌은 끝간 데를 알 수 없다.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 그래서 웅도는 갯벌을 먹고 살아간다. 굴과 바지락이 웅도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낙지도 많이 난다.

물이 빠지면 주민들은 양식장으로 간다. 특이한 것은 소달구지를 타고 간다. 다른 갯벌에서 볼 수 있는 경운기나 4륜 구동차가 아니다. 달구지 가득 채취한 굴과 바지락을 싣고 넓은 갯벌을 다시 건너온다. 많을 때에는 30여대의 소달구지가 갯벌을 왕래한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왜 아직도 달구지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하다. ‘고장이 안나니까.’

웅도에는 여관이나 식당은 물론, 구멍가게도 없다. 호사스럽고 요란한 여행을 원하는 나그네는 사절이다. 바다와 갯벌의 정취에 푹 젖는 것만을 원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갯벌에 닿는 길은 두 곳이 있다. 남쪽 포구와 서쪽 갯벌 진입로이다. 남쪽 포구에는 방파제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방파제 끝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다. 앞으로 매섬이 눈에 들어오고 태안반도의 끄트머리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물이 빠져 발목이 잡힌 조각배들이 갯벌 위에 널부러져 있다. 몽환적인 풍광이다.

서쪽 갯벌 진입로는 작은 모래 해변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10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모래밭이 있다. 모래밭은 곧바로 갯벌로 변한다. 갯벌의 소달구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모래밭 한쪽에서 쉬고 있는 소가 마른 풀을 우물거린다. 갯벌로 들어가는 길에는 작은 수영장만한 수조가 있다.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기지만 간조 때에는 물을 담고 있다. 채취한 굴과 바지락을 씻을 수 있고, 보관할 수도 있다.

웅도 여행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해산물 채취. 굴과 바지락이 널려 있지만 모두 주민들의 것이다. 묶고 있는 민박집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니면 소뿔에 받힐 수도 있다. 

 


● 웅도 가는길

'원시의 섬' 웅도를 찾아가는 길은 현대적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구조물 사이로 자연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테마를 생각하면서 길을 간다.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를 지난다. 석문방조제는 당진군 송산면 성구미와 석문면 장고항리를 잇는 방조제. 1995년 준공된 것으로 무려 10.6㎞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길다. 1,122만평의 간석지가 만들어졌다. 방조제 내륙쪽으로 왕복 2차선 도로가 나 있다. 방조제 양쪽 끝에 해산물과 소주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고 중간 부분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석문방조제를 지나 장고항리를 지나면 대호방조제가 나타난다. 1984년에 만들어진 길이 7.8㎞의 방조제이다. 석문면 교로리와 대산읍 삼길포를 잇는다. 방조제에 오르면 내륙의 호수와 바깥의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은 내륙의 인공호수에는 철새들이 까맣게 내려 앉아 있고, 눈을 돌려 바다를 바라보면 서해 바다를 오가는 배가 수평선에 떠 있다.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사이에는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왜목마을이 있다. 아침이면 아산만으로 해가 떠오르고 저녁이면 서해로 해가 진다. 알려진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해가 바뀌거나 큰 명절에는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구경하려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다.

대호방조제의 끄트머리에 도비도가 있다. 방조제로 연결돼 이제는 육지가 되어버린 섬이다. 농업기반공사에서 농어촌 휴양지로 관리하고 있다. 암반 해수탕이 있고 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예전에는 아산만을 빙 돌아 서산으로 갔다가 다시 북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 됐다. 서해대교를 넘자마자 송악IC에서 빠져 38번 국도를 탄다. 고대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단과 연결된 이 도로는 거의 고속도로 수준.

국도가 끊기는 가곡리에서 우회전, 약 3㎞를 가면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 대호방조제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38번 국도를 타고 대산읍으로 향한다. 대산읍 입구에서 오지리방면으로 우회전 약 3㎞ 정도 진행하면 '웅도 분교'라는 이정표가 있다. 좌회전해 농로를 따라 4㎞ 정도 들어가면 웅도로 들어가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난다. 서산읍에서 하루 3차례 시외버스가 왕복한다.


● 쉴 곳

웅도에는 여관이 없다. 가게도 없으니 만약 웅도에서 숙박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대신 몇곳에서 민박은 친다. 웅도리 이장댁(041-663-8903)에 문의하면 민박집을 소개해 준다.

낮에는 주민 대부분 일을 나가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만 통화가 가능하다. 웅도에서 나오면 숙박시설이 많다. 대산읍과 대호방조제가 끝나는 삼길포에 여관이 몇 곳 있고 도비도(농업기반공사 대호환경사업소 041-351-9200)에는 해수탕을 겸한 대형 숙박시설이 있다.


● 먹을 것

웅도에서 숙박을 하면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다. 당연히 해산물이 많다. 요즘에는 굴이 제철이다. 서산의 굴은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명물. 생굴도 기가 막히지만 소금을 뿌리지 않고 삭인 어리굴젓은 완전히 밥도둑이다. 날이 풀리면 낙지탕을 맛볼 수 있다.

회를 먹고 싶다면 삼길포를 찾는다. 횟집들이 많다. 1만5,000~3만원이면 각종 회를 먹을 수 있다. 회값 따로 양념과 야채값 따로 받는 횟집도 있다. 부두에 내려가면 배에서 회만 썰어 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