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먹거리 자료

제주의 향토음식

박연서원 2014. 12. 24. 07:45


제주 공항에 내렸다. 야자수의 풍경과 높은 하늘, 따뜻한 바람. 여느 휴양지와 다름없는 광경이다. 대한민국 제일번지 관광섬에 도착하니 갈 곳이 참 많다. 귀하다는 다금바리 회부터 푸짐한 제주 오겹살 구이와 통통한 갈치조림, 전복죽 등 먹어야 될 리스트도 셀수 없다. 그런데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여러 음식들은 과연 언제부터 인기를 끌어 왔을까? 그렇다면 제주도 토박이들은 원래 어떤 음식을 먹어왔을까?


육지에서 생경해하는 말고기는 제주도의 몽고 지배시대로, 마른 국수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때로 어원을 거슬러간다. 제주 음식은 육지와의 소통보다 이웃섬나라 일본과의 왕래에서 비롯된 유사한 흔적도 많이 보인다. 육지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하는 진한 돼지고기 육수로 끓인 ‘몸국’ 등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어쨌든 이번 제주음식문화탐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제주도의 호사스런 음식이 아닌 제주 원주민이 먹어왔던 본 음식의 흔적을 찾고 찾았다.제주 향토음식의 특징을 몇 가지로 들면 다음과 같다. 바닷일과 밭일을 겸하던 바쁜 제주 아낙네의 조리방법은 무척 단순했다. 그리고 날된장을 많이 사용하고 쌀이 귀하였기에 잡곡밥을 많이 먹었다. 따뜻한 기후 덕에 집안의 우영밭(텃밭)에서 키운 푸른채소를 사시사철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었고 신선한 채소와 바다산물 덕분에 저장음식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국물음식, 국수 등의 다양한 향토음식 이외에 젊은 제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제주 커피까지 경험하는 기회였다.

<제주도 국물 마스터>

1. 보말국
제주도의 해녀가 1950년대 초반에는 3만여명에 다다랐단다. 지금은 수천명 밖에 안되고 중년이상의 해녀가 대부분이기에 앞으로 해녀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게 뻔하다. 해녀의 일을 거친 바다 속을 누비는 힘겨운 것으로만 생각되기 쉬운데, 그들을 직접 만나면 바닷일에 자부심이 그렇게 높을 수 없다. 잠수실력만 있으면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바다에 뛰어든다. 그러면 어느새 전복, 소라, 해초 등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바다를 누비던 해녀가 하는 맛집이 ‘갯것이식당’이다. 갯것은 바로 바다산물을 말한다. 상호가 말하듯 바다에서 잡히는 것으로 맛을 낸 음식들을 판다. 특히 고둥의 제주도 사투리인 보말로 끓인 ‘보말국’으로 유명하다. 그 전에 보말을 그냥 삶아먹곤 했는데 해녀출신 한복순사장은 보말을 미역과 함께 끓이고 메밀가루를 약간 풀어 시원한 국물 맛을 냈다. 이제는 유행처럼 다른 식당에서도 보말국을 맛보지만 이곳이 보말국의 선구자임에 자부심이 높다. 어느 것을 시켜도 싱싱한 갯것의 재료가 받쳐주고 있다. 이는 해녀 친구들이 좋은 갯것의 산물을 공급해줌에 틀림없다. 성게국, 갈치국도 맛볼 만하다.

갯것이식당
성게국 1만원/ 보말국 8000원
064-724-2722/ 제주 제주시 이도2동 319-1

 

2. 옥돔국
고려말 대학자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후손을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옥돔을 보고 생각났다. 요즘이야 선생이란 단어가 흔해 아무나 선생이라 불리지만 목은 선생이 살았을 당시엔 선생이란 호칭을 목은 정도 되는 대학자에게만 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한 귀한 분에게만 붙이는 호칭이 바로 ‘선생’이었단다. 생선도 그와 같았다. 대표적인 임금 진상품인 ‘옥돔’. 옥돔만을 생선으로 불리고 나머지 생선은 제각기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할 정도로 귀함을 자랑한다. 설사 옥돔의 가치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곳의 옥돔지리(맑은 옥돔국)을 처음 받으면 깜짝 놀라 감탄하게 된다. 맑은 국물에 얌전하게 들어앉은 옥돔 한 마리 그리고 위에 소복히 얹은 흰 무채. 소박한 듯 하지만 그렇게 품위있는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서 흔하디 흔한 무와 고급스런 옥돔의 조화다. 한숟가락 국물을 뜨는 순간 맛까지 깨끗하여 금새 팬이 되고 만다.

무뚱식도락

옥돔지리 12,000원
064-764-6004/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206-7

 

3. 몸국
옛날이야 당연히 고깃국물은 큰 잔치나 되어야 맛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귀하게 잡는 동물은 돼지다. 인분을 먹여키우던 제주 똥돼지를 경험한 어른들은 돼지가 꽤 깨끗하고 입맛 또한 예민하다고 말한다. 병이 있는 사람의 인분은 먹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단다. 잘 키워진 똥돼지를 잡은 뒤 삶아 돔배고기(수육)로 먹고 나머지 부산물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기 위해 국물로 끓인다. 거기에 제주에서 흔한 해초인 ‘몸(모자반)’이 들어가고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한 국물로 만든다. 지역마다 혼례나 상례에 빠지지 않은 음식이 있는데 제주도의 의례행사에 꼭 들어가는 것이 바로 이 ‘몸국’이다. 식당에선 몸국을 육지 사람들보다 일본관광객이 더 잘 먹는다고 말하곤 한다. 육지 사람들은 소고기 국물에 익숙하기에 남쪽의 진한 돼지육수가 다소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1928년부터 오사카와 제주도의 여객선이 운항되었다고 하니 제주도의 음식문화는 육지보다 일본과 서로 영향을 주아 서로 진한 돼지육수를 육지인보다 더 잘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초가 들어간 진한 돼지육수인 몸국의 제주에서 맛볼 필수 스프로 권하는 바이다.

가시식당

몸국(몰망국) 6000원, 두루치기 6000원
064-787-1035/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1898

바우식당

몸국 7000원/각재기국 7000원/ 자리물회 8000원
064-757-0254/ 제주 제주시 이도2동 1772-16

 

4. 콩국
‘콩국먹자!’라고 말하면 콩 갈은 시원한 두유에 들어있는 소면국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깬다. 제주의 콩국은 날콩가루를 가지고 끓인 뜨거운 채소국이다. 단순한 요리일수록 꼭 지켜야 될 원칙이 있는데, 제주의 콩국 또한 마찬가지다. 멸치육수에 무와 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콩가루반죽을 조심스레 넣고 그 뒤부터는 낮은 불로 끓이며 절대 저으면 안된다. 바쁜 제주도 여성들이 그래도 좀 여유있는 농한기인 겨울에 은근한 불로 오래 끓여먹는 콩국을 만들었다. 특히 ‘수다뜰’은 농가맛집으로 콩눈이 작고 맛있는 청태(푸른콩)를 농사지어 그것으로 콩국을 끓이고 마지막 마무리는 간수뺀 굵은 천일염으로만 하여 원재료 맛을 잘 살려냈다. 깔끔하다. 콩국을 통해 옛날 제주도 서민들의 단백질 급원 스프를 엿보는 기회였다.

수다뜰

콩국정식(2인) 16,000원
064-4128-2722/ 제주 제주시 봉개동 389

 

5. 해장국
‘숙취 다음날 해장을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으면 각자 의견이 분분해진다. 한국이라면 단연 국물! 콩나물국, 북엇국 요즘은 쌀국수까지 참 다양하다. 대개의 경우 맑은 국을 선호하며 진하고 얼큰하면 부담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일단 미풍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이집의 해장국은 뻘건 고추기름을 띄운 묵직하면서 진한 맛으로 40년을 지켜왔다. 송송 썰어 넣은 고사리, 시래기 등이 넉넉히 들어가 있다. 한번만 맛봐도 또 생각나게 하는 마력의 국물이다. 거기에 오로지 해장국 한가지만 하고 있으니 국물에 더욱 신뢰가 간다.

미풍해장국(본점)

해장국 7,000원
064-758-7522/ 제주 제주시 삼도2동 143-2

<제주에서 꼭 먹어야 될 국수>

1. 고기국수
 한국전쟁이후 원조받은 밀가루로 전국적으로 칼국수와 수제비로 배고픈 서민들의 배를 채우게 되었다. ‘밥보다 싼 국수’의 개념은  그리 역사가 길지 않은 근래의 현상이다. 물론 그 전에도 한반도에 밀가루 음식은 있었지만 밀농사가 귀할 때의 밀가루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제주의 밀국수는 일제강점기때 건면의 도입으로 시작되었으니 역사가 육지보다 길다. 애월읍에서 1950년에 처음 고기국수를 시작하여 현재의 인기 음식으로까지 만들어낸 이곳은 원조답게 고기국수를 대하는 자세가 달랐다. 국수에 얹어 나오는 돼지고기는 이미 삶아진 수육형태가 아니고 생돼지고기를 그때그때 뜨거운 육수에 넣어 삶으니 여느국수집 고기고명보다 한결 부드러울 수 밖에 없다. 순대국이나 돼지국밥처럼 돼지고기로 육수낸 것을 삶은 건면(소면보다 굵은 중면)위에 붓고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내는 고기국수. 어느덧 제주도를 대표하는 국수가 되어버렸다.

삼대전통고기국수

고기국수 6,000원
064-748-7558/ 제주 제주시 연동 310-45

 

2. 토종닭칼국수
사려니숲길 등 휴양림이 많고 제주도에서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한라산 오른쪽에 위치한 교래리에서는 1970년대말부터 토종닭을 키어왔다. 그것이 점점 늘다보니 ‘삼다수마을토종닭유통특구’로 지정되어 본격적으로 토종닭요리를 선보이게 되었다. 교래리에서는 닭고기 샤브샤브를 먹거나 닭칼국수를 흔히 먹는다. 서울에서는 뽀얀 닭육수에 칼국수가 담겨있고 삶은 닭살을 찢은 고명이 얹어진 닭칼국수인데, 교래리의 닭칼국수는 무척 터프하다. 뼈째 토막낸 닭고기가 국물 속에 들어있다. 보기엔 뿌연 농도가 느껴지지만 뼈가지 들어간 국물맛이 제법 시원하다. 교래리는 이미 닭국수 마을이 되었으니, 이곳을 지날 때면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외면할 수 없어 고민의 기로에 선다. 

교래손칼국수

토종닭칼국수9000원
064-782-9870/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491

 

3.밀면
이북 냉면을 그리워하며 만들어낸 밀가루국수로 만든 밀면은 부산만의 특권음식이 아니다. 산방산 근처에서 1971년부터 지금까지 2대째 밀면으로 입지를 다져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되는 제주도 밀면 전문점이 있다. 굵고 탄력있는 면이 개운하고 시원한 멸치육수에 담겨 있다. 이 맛에 인이 박히면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삭막한 길가인데도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산방식당

메뉴 물냉면 6000원/ 비빔밀냉면 6000원
064-794-2165/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864-3


<제주도에만 있는 지혜의 먹거리 >

 

1. 쉰다리
‘엿기름으로 당화시킨 우리나라 전통음료는?’라고 물었을 때 음식에 대한 작은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식혜(또는 감주)로 답할 것이다. 국민의 음료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식혜와 비슷하지만 식혜와 다른 음료가 있다. 가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인데 이름이 ‘쉰다리’이다. 쌀밥, 보리밥 심지어는 멥쌀 떡이나 약간 쉬어가는 밥에 누룩과 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여름에는 이틀이면 발효되고 선선해지면 6일정도까지 걸린다. 마치 알콜도수 없는 막걸리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다. 약간 시큼한 맛도 난다. 쉰다리는 밭에서 일하다 지친 심신에 갈증과 요기를 해결해주던 지혜의 먹거리인 셈이다.

 

2.꿩엿
제주도에서의 엿은 달달구리 간식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옛날 무척 귀했단다. 차조밥에 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키고 건더기를 분리한 뒤 액상을 오래 고아낸다. 그 중간에 찢은 꿩고기살을 넣는다. 아주 걸쭉한 농도의 엿을 입안에서 녹여먹다 보면 고기가 씹힌다. 상상하면 신기할 수 있지만 씹히는 식감이 결코 나쁘지 않다. 추운 겨울 고단백질인 고기를 잘 보관하며 오래오래 두고 먹으려는 선조들의 노력이라 생각하니 더욱 애틋하다. ‘사월의꿩’에 가면 사육하는 꿩도 볼 수 있고 꿩엿 체험도 가능하다.

사월의꿩

010-5268-8430/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744-2

 

3.빙떡
강원도 북부산간이나 돌이 많은 제주도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기에 메밀재배가 제격이다. 제주도의 메밀은 고려말 몽고지배를 받을 때 들어왔다고 하니 메밀을 즐겨온 역사가 꽤 길다. 독성이 있는 메밀을 소화효소가 풍부한 무와 함께 먹는 지혜 또한 오랜 삶 속에서 터득된 것이리라. 강원도의 메밀부침개인 메밀총떡에는 김치 등 양념된 진한 속재료가 들어가는 반면 제주도의 빙떡에는 오로지 무만 들어가 있다. 두툼하게 말아진 무채빙떡은 마치 제주의 단순한 삶의 방식을 메밀반죽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한다. 꼭 맛보시길.

메밀애

메밀수제비 7,000원, 빙떡 6,000원
064-739-3787/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851-1

* 쉰다리는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제주의 新센스>

1.제주몬순

시원한 바다가 펼쳐보이는 카페 ‘씨앤블루’엔 독특한 제주 커피가 있다. ‘쉰다리’가 누룩을 이용한 발효음료인 점을 착안하여, 김영한 대표는 제주의 여름기후 속에서 누룩곰팡이로 발효시켜 커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커피수목원을 만들어 정형화된 수입품처럼 여겨지는 커피가 진정한 농산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제주산 커피의 시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말린 귤칩을 올려 마시는 제주카노, 커피나무잎으로 만든 커피잎차 등 이런저런 개발이 다양하니, 다음에 가면 씨앤블루에서 어떤 색다른 커피를 경험할까 자못 기대된다.

씨앤블루

064-794-5554/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2147-2
제주몬순 6000원/ 제주카노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