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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평양냉면, 어디서 먹지?

박연서원 2014. 6. 6. 22:13

올 여름 평양냉면, 어디서 먹지?

푸드입력 : 2014.06.03 09:00

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서울 평양냉면 투어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차가운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이 매력 있는 평양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냉면은 그래도 겨울’이라고도 하지만, 냉장고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 덕분에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은 없어서는 안 될 여름의 오아시스다. 면식(麵食)전문가 정정옥 선생과 블로거 등 20~80대로 구성된 평가단들이 서울시내 평양냉면 전문점 12곳을 찾았다. 그들이 각자 느끼고 맛 본 이야기를 모았다.


	정인면옥 냉면

평양냉면 ‘4대 천왕’ <우래옥><봉피양><삼도갈비><정인면옥>으로 압축돼

평양냉면은 연세 지긋한 분이나 고향이 북녘인 어르신들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젊은 층에게도 나름 신선한 팬층을 확보해가고 있다. 평양냉면은 그 첫 맛이 밋밋하고 순한 맛이 강하다 보니, 대부분 한 번만 먹어서는 맛을 알기 어렵다. 제대로 알려면 여러 번 먹어보고 배워야 하는 음식이다. 면 전문가 정정옥(80세) 씨의 설명에 따르면, 신선한 메밀로 메밀 향이 잘 우러나는 면발과 ‘깊이감’ 있는 육수, 잘 담근 동치미나 백김치 같은 김치류의 세가지 맛이 균형을 이루는 게 진정한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제 아무리 유명하고 맛있다는 평양냉면 집이라도 개인 기호에 따라 호 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입에 맛있어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맛일 수도 있다. 그만큼 맛이 섬세하고 까다롭다.

<우래옥>과 <봉피양> 등 전통 있는 평양냉면 앞에서는 ‘역시나’라는 반응이었고 개성 강한 평양냉면에서는 각각의 반응이 다양했다. 또한 <삼도갈비>와 <정인면옥>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푸짐한 평양냉면 앞에서는 모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 <정인면옥>과 <삼도갈비>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면 마니아들은 비싼 가격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평양냉면 가격은 1만원 미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메밀 함량이 높고 부드러운 면발, 진한 육향이 느껴지는 육수와 풍성한 고명 앞에서는 모두 맛있다고 느꼈다. 냉면 한 그릇에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좌에서 우로)봉피양, 강서면옥, 삼도갈비, 평양냉면
(좌에서 우로)봉피양, 강서면옥, 삼도갈비, 평양냉면

면·육수·지단 삼박자 갖춘 화려한 귀족 스타일
방이동 <봉피양>

고급스럽고 화려한 평양냉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눈에 봐도 화려한 담음새로 유기그릇에 푸짐하게 내온다. 얼갈이 절임, 무절임, 달걀지단 고명 등이 화려하고 짜임새 있게 올라갔다. 육향 진한 국물, 메밀 함량 높은 면과의 균형감이 좋다. 냉면만 먹으면 헛헛할까 봐 냉면만 단품으로 먹을 경우 제육 두 점씩 제공한다. 메밀 향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순면을 추천한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즐기는 단순 명쾌한 육수
신사동 <강서면옥>

강남의 오래 된 냉면 전문점이다. 노천카페 비슷하게 테라스에 앉아서 단정한 유기그릇에 담겨 나오는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 마치 우아한 카페 같은 분위기가 다른 냉면 전문점과 다르다. 냉면 담음새부터 고명도 배, 오이, 달걀, 수육이 올라간 모양이 고급스럽다. 육수 맛은 첫 맛부터 강하고 진한 편으로 단순 명쾌하다. 면의 메밀 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새콤달콤한 열무와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게 이 집 냉면의 특징이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균형 갖춘 맛, 평양냉면계의 신흥 강자
역삼동 <삼도갈비>

가장 최근 평양냉면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신흥강자다. 다양한 시도 끝에 모든 세대에게 인정받을 만한 맛을 낸다. 유기그릇에 풍성하게 담은 모양새가 제법 근사하다. 적당히 잘 쓴 메밀 면, 육향 진한 국물, 넉넉히 올라간 수육과 아작하게 절인 오이와 잘 익은 무와 배추김치의 균형감이 매력적이다. 그대로 먹어도 좋고,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다면 물김치를 더 청해서 같이 넣어 먹어도 별미다. 선육후면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고기 후식냉면도 양이 제법 푸짐하고 같은 품질이어서 만족도가 높다(평양냉면 가격 1만원).

 

친절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저렴한 서민냉면
제기동 <평양냉면>

고급스럽게 포장 된 평양냉면들과 정반대인 시장통의 저렴한 서민냉면집이다. 연세 지긋한 순박한 노부부가 만들어낸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가격과 친절한 분위기가 정겹다. 메밀 함량이 높은 부드럽고 연한 면발은 아니고 면발이 차지고 도톰한 편이다. 가격에 비하면 국물은 진하다. 평양냉면치고 전체적으로 간간한 편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김치가 들어간 만두와 녹두지짐이 곁들이로 제법 먹을만하다(평양냉면 가격 7000원).

	(시계방향으로) 우래옥, 서북면옥, 평양면옥, 정인면옥
(시계방향으로) 우래옥, 서북면옥, 평양면옥, 정인면옥

다양한 연령대 만족시켜주는 평양냉면의 명가
주교동 <우래옥>

평양냉면 선호도 면에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 집이다. 식전 한 모금 마시는 뜨거운 면수가 구수하다. 냉면집으로는 드물게 하얀 도자기 그릇에 냉면이 나오는 모습부터 꽤나 우아하다. 메밀 함량 높은 부드럽고 날씬한 면발, 육향 깊은 육수, 소복하게 얹은 채 썬 배, 드문드문 올라간 쪽파의 풋풋한 향, 얇게 저민 수육, 하얀 백김치 고명 등이 풍성하면서도 조화롭다. 반찬으로 나오는 샐러드 같이 배추 겉절이도 매력 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투어 참가자들에게 고른 만족도가 나온 집이다(평양냉면 가격 1만2000원).

 

쫄깃한 면발과 저렴한 가격의 오래된 냉면집
구의동 <서북면옥> 

1968년도 개업한 오래 된 평양냉면집이지만, 여느 집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그만의 단골손님들이 많다. 여름철이나 주말 점심시간에는 낯 모르는 사람과 냉면을 먹는다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합석해서 냉면을 겸상해 먹기도 한다. 메밀 향 진한 부드러운 냉면이 아닌 쫄깃한 면발이 이 집만의 개성이다. 차진 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면이나 함흥냉면처럼 가위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냉면 국물에 식초와 겨자를 살짝 더해 먹어도 좋다(평양냉면 가격 7000원).

 

오래된 ‘평양냉면’들의 모체, 비빔냉면은 호평 받기도
장충동 <평양면옥>

다른 평양냉면 집들의 모체가 될 만큼 오래 된 집이다. 메밀을 자가 제분하여 사용하다 보니 면수가 먼저 나온다. 메밀 향은 강한 편은 아니고 은은하며 면발은 부드럽고 차지다. 육수 첫 맛은 밋밋하고 심심한 듯 하나, 먹다 보면 매력이 있다. 면발과 육수의 균형감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평양냉면을 논함에 있어서 비빔은 열외로 보기도 하지만, 젊은 층에게는 의외로 비빔도 맛있게 느껴진다. 보통 냉면의 고명으로는 소고기 수육 한 가지 정도만 올려주지만, 여기는 돼지와 소고기 수육을 동시에 올려준다(평양냉면 가격 1만1000원).

 

가격대비 맛과 서비스 우수, 평양냉면 초보에게 권할 만
여의도동 <정인면옥>

<오류동 평양면옥>에서 갈라져 나와, 최근 광명에서 인기를 끌다 여의도로 입성한지 얼마 안된 곳이다. 오래된 냉면집들에 비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이나 냉면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평양냉면을 잘 모르는 젊은 층이 부담 없이 평양냉면을 처음 맛보기에 좋은 집이다. 커다란 보온병에 면수를 담아 냉면을 먹기 전 한 잔씩 내준다.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에 넉넉히 내오는 면은 메밀 함량이 높고, 국물은 은은하니 구수한 편이다. 비빔면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할 스타일이다(평양냉면 가격 8000원).

 

고향의 육수맛 그대로 '평양면옥' 군침 도는 홍어회 꾸미 '흥남집'

chosun.com한현우 기자 입력 : 2011.06.04 03:02

평안도·함경도 실향민이 꼽은 최고의 냉면집

서울 사람들이 장충동과 을지로, 오장동에 줄 서기 시작했다. 냉면 철이다. 국수를 좋아하는 한국인은 얼마 전까지도 땀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먹다가, 별안간 변심한 애인처럼 차가운 대접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 했다. 평북 정주 출신 시인 백석(白石)은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겨울 냉면을 반겼다. 그러나 도시에서 냉면은 여름음식이다. 겨울 냉면은 마니아들의 영역이 됐다.

분식집 냉면부터 중국냉면, 일본 냉우동까지 찬 국수는 사철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냉면계 부동(不動)의 양대 강자다. 이남에 내려온 이북 음식 중 가장 생명력이 질긴 음식이기도 하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서울의 수많은 평양과 함흥냉면집 중 '평양면옥'과 '오장동흥남집'을 "고향의 맛에 가장 가까운 냉면집"으로 꼽았다. 조선일보가 이북5도청의 협조를 받아 지난달 23일부터 5일간 평안도 출신 50명과 함경도 출신 50명 등 총 100명의 실향민들에게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들에게 순서대로 냉면집 3곳을 꼽아달라고 한 뒤, 1위에 3점, 2위에 2점, 3위에 1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점수를 합산해 순서를 정했다. 실향민들이 꼽은 냉면집들은 어김없이 이북 출신이 창업한 수십년 관록의 음식점들이었다. 최근 몇년 새 '냉면 명가'로 떠오른 집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왼쪽)‘실향민이 꼽은 평양냉면’1위에 오른 평양면옥의 냉면. 맑고 심심한 육수가 일품이다. (오른쪽)오장동흥남집의 냉면이‘최고의 함흥냉면’1위에 올랐다. 홍어회의 맛을 잘 살린 꾸미가 호평받았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왼쪽)‘실향민이 꼽은 평양냉면’1위에 오른 평양면옥의 냉면. 맑고 심심한 육수가 일품이다. (오른쪽)오장동흥남집의 냉면이‘최고의 함흥냉면’1위에 올랐다. 홍어회의 맛을 잘 살린 꾸미가 호평받았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베스트 평양냉면집

"툭툭 끊어지지 않으면서 질기지도 않은 면발 좋아"
을지면옥 근소한 차이로 2위 꿩고기 육수 평래옥 3위 
"맛있지만 비싸…" 우래옥 4위에


평양냉면―육수와 면발의 차이

평양면옥

서울 장충동의 평양면옥이 총 72점으로 1위에 올랐다. 평양면옥은 을지면옥과 적은 차이로 1, 2위를 다퉜다. 응답자 50명 중 29명이 평양면옥을, 27명이 을지면옥을 한 번씩 언급했다. 다만 평양면옥을 1위로 꼽은 사람이 18명으로 을지면옥(8명)보다 훨씬 많았다.

평양면옥을 꼽은 실향민들은 이 집 육수에 가장 큰 애정을 보였다. "육수가 가장 맑고 특유의 밋밋하고 심심한 맛을 잘 살렸다", "고향의 맛과 가장 비슷해 한번 맛보면 다른 곳은 가지 않게 된다"는 대답이었다. 이 집의 만두도 꽤 인기가 있었다. "냉면과 만두를 함께 먹으려고 간다"는 대답이 상당수 있었고, 심지어 "냉면보다 만두가 더 맛있다"는 대답도 있었다. 응답자들 가운데엔 실향민 2세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선친께서 다니던 곳이라 습관적으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즘 들어 조미료를 많이 쓰는지 맛이 달라졌다"고 대답한 사람도 2명 있었다.

을지면옥

면발이 상대적으로 가늘고 쫄깃한 을지면옥이 평안도 출신 실향민들의 두 번째 지지를 받았다. "툭툭 끊어지지 않으면서 너무 질기지도 않은 게 장점"이라는 것이다. "이북 메밀은 차져서 메밀로만 면을 만들 수 있지만 이남 메밀은 그렇지 않아 녹말을 섞어야 하는데 을지면옥 면발이 그 비율을 가장 잘 맞춘 것 같다"는 분석도 있었다. 을지면옥의 육수도 대체로 호평이었다. "육수에서 동치미 향이 강해 고향 맛과 비슷하다"는 대답이었다. 특히 을지면옥의 돼지고기 편육을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이북5도청 회의도 이곳에서 자주 열린다고 한다.

평래옥

평래옥은 총점 46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 집을 꼽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꿩고기 육수'를 언급했다. 응답자들은 "산악지대인 평북에서는 꿩고기 육수를, 평야가 있는 평남에서는 소·돼지·닭고기 육수를 주로 썼다"며 "평래옥의 꿩고기 육수는 일품"이라고 했다. 평래옥은 냉면에 얼갈이배추를 고명으로 올리는데, 어떤 사람은 "배추 씹히는 맛이 좋다"고 했으나 다른 이는 "이북에서는 배추잎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래옥의 특징적 메뉴인 닭무침을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래옥

총점 33점으로 4위에 그친 우래옥은 그 명성에 비해 순위가 낮았다. 많은 실향민이 "너무 비싸서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1만1000원으로, 순위에 오른 집들 중 가장 비싸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옛날 이북식과 가장 비슷하게 하는 곳", "한우로만 우려낸 육수의 진한 맛", "다른 집보다 메밀 향이 강함"이라며 그 맛은 높이 평가했다. 평북 출신 실향민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2세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포면옥·필동면옥

남포면옥과 필동면옥이 각각 9점씩을 받아 공동 5위였다. 동치미 담근 장독을 진열해놓고 담근 날짜까지 써놓는 남포면옥은 "정성이 돋보이는 집"이라는 호평이었다. "동치미 국물이 다른 집보다 새콤달콤하다"는 평도 있었다. 필동면옥은 평양냉면 특유의 심심한 육수가 호평받았다. "나박김치가 맛있다", "고명으로 얹는 돼지고기가 매우 부드럽다"는 평도 있었다.


	2·3위를 차지한 냉면집도 수십년 단골들을 보유한 이북식 냉면의 강자들이다. 위부터 을지
면옥과 평래옥의 평양냉면, 오장동함흥냉면과
함흥곰보냉면의 함흥냉면.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2·3위를 차지한 냉면집도 수십년 단골들을 보유한 이북식 냉면의 강자들이다. 위부터 을지 면옥과 평래옥의 평양냉면, 오장동함흥냉면과 함흥곰보냉면의 함흥냉면.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베스트 함흥냉면집

"함경도 출신에게 서비스 후해"
흥남집 넉넉한 인심도 호평
"꾸미와 양념 맛있어"
오장동집 '대안 없는 2위'
곰보냉면·한주면옥 뒤이어

 

함흥냉면―양념과 꾸미의 차이

오장동흥남집

보통 '흥남집'으로 불리는 이 집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총점 122점을 얻은 흥남집은 '영원한 라이벌' 오장동함흥냉면을 무려 71점 차이로 따돌렸다. 응답자 50명 중 흥남집을 1위로 꼽은 사람이 38명이나 됐다.

흥남집을 1위로 꼽는 이유는 "꾸미로 올리는 홍어회가 맛있다"는 것이 가장 많았다. "식초에 절인 홍어회의 딱딱한 맛을 잘 살렸다", "양념과 가장 잘 어울리는 꾸미"라는 것이다. "원래 함흥냉면은 흥남 부둣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먹던 음식"이란 설명도 있었다. 흥남집의 넉넉한 인심도 실향민들의 호감 대상이었다. "70대 이상 노인들이 가면 사리를 거저 준다", "함남 출신이라고 말하면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대답이 많았다. 꾸미로 회와 쇠고기를 함께 올리는 "'세끼미(섞음이의 사투리)'를 먹으러 간다"는 대답도 있었다. 오장동함흥냉면은 세끼미를 팔지 않는다.

오장동함흥냉면

흥남집 바로 옆에 있는 오장동집은 비록 1위를 놓쳤으나 '대안 없는 2위'를 굳혔다. 흥미롭게도 오장동집을 선호한 사람들의 대답은 흥남집을 꼽은 사람들의 대답과 비슷했다. 오장동집 꾸미와 양념이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간장 향이 강한 육수가 입맛에 맞는다"는 대답도 있었다. 함흥냉면집에서 '육수'란 컵에 따라 마시는 뜨거운 육수를 뜻한다. "대를 이으면서 맛이 좀 변했다"는 대답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함흥냉면은 오장동집과 흥남집 두 군데밖에 가지 않는다"는 '골수팬'들이 대다수였다. 부친이 작년 90세로 작고했다는 한 실향민 2세는 "아버지가 생전에 '냉면 먹으러 가자'고 하시면 늘 오장동에 가자는 말씀이었다"고 했다.

함흥곰보냉면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은 3위부터는 별다른 선정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종로4가 예지동 귀금속 상가 골목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다가 작년 9월 길 건너편 세운스퀘어로 이사한 곰보냉면은 "오래전부터 다니던 집이라 꾸준히 다닌다"는 대답이 많았다. 곰보냉면은 오장동의 두 집과는 사뭇 다르다. 냉면을 한번 양념에 무친 뒤 그릇에 담고 다시 꾸미를 올려 전반적으로 빨갛다. 육수는 다소 묽은 편이다.

한주면옥

여의도의 함흥냉면 강자 한주면옥이 4위에 올랐으나 점수는 고작 6점이었다. 단 2명이 1위로 꼽은 것이다. 한주면옥은 면발과 꾸미 모두 호평을 받았다. 추어탕부터 김치전골까지 두루 내놓는 이 집은 정통 함흥냉면집이라고 할 수 없으나, 냉면 자체는 비교적 좋다는 평이었다.

원조함흥냉면·함흥면옥 압구정점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 골목에 있는 원조함흥냉면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함흥면옥이 4점씩을 얻어 공동 5위에 올랐다. '옛날집'으로도 불리는 원조함흥냉면은 오랫동안 곰보냉면과 이웃해 영업해온 집이다. 함흥면옥 압구정점은 프랜차이즈 냉면집 중 유일하게 실향민들의 낙점을 받았다.


	[Why] 고향의 육수맛 그대로 '평양면옥' 군침 도는 홍어회 꾸미 '흥남집'
실향민들의 냉면 먹는 법

전화설문에 응한 실향민들은 1세대와 2세대를 아울렀다. 연령대는 40대 후반부터 80대 후반까지 다양했으며 평균 연령은 평안도 출신 65.9세, 함경도 출신 68.1세였다. 최고령 응답자는 함남 함주 출신의 89세 실향민이었다. 평안도와 함경도를 막론하고 이들은 "냉면은 한겨울 엉덩이가 뜨거운 온돌방에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한 함경도 실향민은 "날씨는 춥고, 엉덩이는 뜨겁고, 음식은 차가운데 입은 매워서 더운, 그런 맛이 함흥냉면의 참맛"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실향민은 "장작을 때서 국수를 삶았기 때문에 국숫집 방바닥이 항상 뜨거웠다"며 "누가 국숫집에 와서 춥다고 온면을 달라고 하면 비웃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입으로 잘 끊어지는 평양냉면은 물론이고 함흥냉면도 잘라 먹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평양냉면을 짧게 잘라 먹으면 메밀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종업원이 물어보지도 않고 함흥냉면을 잘라 오면 '다시 가져오라'고 한다"는 함경도 실향민도 있었다.

평양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함흥냉면집에서 물냉면을 주문하는 것은 특유의 맛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평양냉면을 비빔으로 먹으면 메밀향과 동치미 향을 맛볼 수 없고, 함흥냉면을 물냉면으로 시키면 홍어회 꾸미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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