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MZ들에 한국어는 판타지"… 옥스퍼드대, 외국어로 채택
2024년 8월 27일 (화) 오후 7:37
입력 2024.08.22. 05:09업데이트 2024.08.22. 05:45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랭귀지 센터에서 쓰일 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중인 조 교수는 “한류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한국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최근 교내 외국어 교육 기관인 ‘랭귀지 센터’의 12번째 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랭귀지 센터는 옥스퍼드대 학생과 교직원, 일반인의 학문·비즈니스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곳으로 매년 수천 명이 어학을 배운다.
옥스퍼드대 랭귀지 센터에서 가르치는 외국어는 현재 프랑스·독일·스페인어 등 유럽권 국가 언어 8개와 일본·중국·아랍어다. 한국어 교육은 이르면 오는 10월 시작한다.
센터에서 쓰일 한국어 교재를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과 교수가 집필하고 있다. 조 교수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껏 옥스퍼드대가 채택한 외국어는 학생과 교직원의 생활권에 속한 유럽 국가나 학문·비즈니스 차원에서 필요한 국가 위주였다”며 “한국어는 순수하게 영국 MZ세대 수요가 높아 채택된 것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는 올해 초 처음 ‘한류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한국 문화와 역사 전반에 대해 가르치는 교양 강좌다. 지난 6월 배우 차인표가 위안부를 주제로 쓴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한국학 전공 필독서로 선정하고 교내 모든 도서관에 비치했다. 지난달엔 작곡가 김형석을 초청해 옥스퍼드대 셸더니언 극장에서 특강을 열었다. 17세기 건립된 이 극장 무대에 아시아 대중음악인이 오른 건 처음이다. 조 교수는 이런 최근 한국 관련 행사를 모두 주도했다.
왜 옥스퍼드대가 최근 들어 한국 교육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일까. 조 교수는 “단순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열풍 때문이라는 차원은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인가.
“영국 MZ세대에게 한국어는 이른바 ‘판타지 언어’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가본 적 없는, 잘 모르는 프랑스나 스페인 언어를 중·고교 때 제2외국어로 선택해서 듣지 않느냐. 그것처럼 영국 학생들에겐 한국어가 세련되고 ‘쿨하다’는 느낌이 드는 언어다. ‘한국어 판타지’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영국 교육 현장에서 한국어 인기가 많아지고 있나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영국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규 과목도 아닌 한국어를 방과 후에 가르치는 학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교육 당국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2022년 45개, 작년 68개 등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 추세다.”
-영국 교육부도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영국 교육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학생들이 외국어를 배우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쓰는 데다 인공지능(AI) 번역 프로그램까지 쏟아지니 굳이 외국어 공부를 안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한국어는 알아서 공부하니 신기할 수밖에 없다. 올해 영국 교육부 의뢰로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영국은 프랑스어, 독일어 등 유럽 주요 국가 언어를 공교육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영국 중등 교육과정 평가 시험(GCSE)에서 프랑스어를 선택한 학생 수가 2000년 30만명을 넘었는데, 2021년 약 13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어는 약 14만명에서 4만명 정도로 폭락했다. 외국어 공부하는 학생이 전체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이다.
-영국 교육부 의뢰로 진행하는 연구는 무엇인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기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영국인 130명을 인터뷰했다. 에든버러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K팝 팬도 아니고 K드라마는 본 적도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한국을 막연히 동경하며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 한류를 즐기는 영국 MZ세대 분위기에 휩쓸려 ‘한국어 판타지’를 갖게 된 것으로 분석한다.”
-영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다른 이유는 없을까.
“맨체스터에 사는 40대 학부모는 중학생 딸 때문에 배운다고 했다. 한류에 심취한 딸과 공통 관심사를 만들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난민으로 영국에 정착한 학생은 ‘소속감’을 찾으려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에서 ‘K팝 팬’으로 활동하며 잃어버린 소속감을 찾았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랭귀지 센터에서 쓸 한국어 교재는 어떻게 집필하고 있나.
“난이도별 7권으로 이뤄진 ‘안녕 코리안’이라는 교재다. ‘한국어는 이제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는 전제로 쓰고 있다. 2021년 ‘K팝’을 주제로 한 트윗이 세계적으로 78억개에 달했다.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 퍼진 ‘대박’ ‘먹방’ 같은 단어를 자기들 언어와 조합해 쓰면서 즐긴다. 한류 팬들끼리 가상의 ‘K세계관’을 만들었고, 한국어가 놀이 도구다. 이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 눈높이에 맞는 한국어 교육이 무슨 뜻인가.
“한국어를 단순히 ‘한국에서 쓰기 위한’ 말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 학생들에게 ‘소복소복’ 뜻을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영어로 된 어떤 한국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단어를 한국어 배우는 외국인들은 다 안다. 이처럼 ‘K세계관’ 단어를 위주로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소복소복’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표한 곡 ‘크리스마스 러브’에 나오는 가사다. 영어로 ‘falling falling’으로 단순 번역됐는데 팬들 사이에서 정확한 뜻을 유추하는 게 당시 일종의 놀이처럼 퍼졌다.
-일각에선 한류 열풍이 잦아들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한류가 시들해져도 한국어는 남을 것이라고 본다. 1970~1980년대 세계적으로 일본 만화 붐이 일었을 때 일본어 배운 외국인들이 넘쳤다. 이후 일본 만화 붐은 잦아들었지만 이들이 일본 문화를 자기들 언어로 번역해 쌓아놓은 유산은 남았다. 이게 아직도 재생산된다. 한류가 주춤해도 지금 한국어를 배우는 MZ세대들이 쌓은 유산은 남을 것이다. 이들이 사회 주류가 되는 시점에 두 번째 한류 열풍이 불 수도 있다.”
☞조지은 교수
서울대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딴 뒤 2007년부터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제2 외국어 습득 연구 분야 권위자로 옥스퍼드대가 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위원이다.
차인표 소설, 英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신애라 "K문학 파이팅!"
입력 2024.06.30. 19:35업데이트 2024.06.30. 20:34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배우 차인표의 소설이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 학생들의 필수도서로 선정됐다.
배우 차인표가 지난 28일 오후(현지 시각) 영국 옥스퍼드대 클래식학부가 있는 아오나우 센터의 대형 강의실에서 열린 '제 1회 옥스퍼드 한국 문학 페스티벌’에서 옥스퍼드대 학생 등을 상대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조지은 교수 연구팀 제공
차인표의 아내 배우 신애라는 30일 인스타그램에 영국 방문 사진을 올린 뒤 “남편의 소설이 옥스퍼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됐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한국학과의 교재로도 사용하고 옥스퍼드 모든 도서관에 비치도 된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 매년 개최될 옥스퍼드 한국문학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문학과 작가들이 유럽에 소개되길 응원한다. K문학 화이팅!!”이라고 했다.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조지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조 교수팀은 지난 28일 오후(현지 시각) 영국 옥스퍼드대 클래식학부가 있는 아오나우 센터의 대형 강의실에서 ‘제1회 옥스퍼드 한국 문학 페스티벌’을 열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 페스티벌은 한국 소설 가운데 유럽에 소개할 만한 우수작품을 선정한 뒤 작가를 초청해 작품 세계를 직접 들어보는 행사다.
조 교수팀은 “차인표의 소설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시에, 과거와의 화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신애라와 옥스퍼드 학생 및 교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신애라 인스타그램
차인표는 특별 강연에서 용서와 공감을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용서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매우 고귀한 결정”이라며 “많은 사람이 할머니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공감하고 연대하면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그동안 작가로도 활동하며 ‘오늘예보’(201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년), ‘인어 사냥’(2022년) 등 장편 소설 3편을 펴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1930년대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순이를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조 교수팀은 이 작품을 한국학을 연구하는 옥스퍼드 학생들의 필수도서 목록에 올리고,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읽고 번역하는 수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어는 물론 독일어, 프랑스어로도 번역해 K-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신애라 인스타그램
"아무도 관심없는 제 책을 왜 교재로?" 차인표 질문에 옥스퍼드대가 한 말
입력 2024.07.12. 11:29업데이트 2024.07.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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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특강을 위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찾은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 오른쪽은 '위안부' 등 일제 강점기를 다룬 자신의 소설을 놓고 특강하고 있는 차인표. / 뉴스1
배우 차인표가 최근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대에서 필수도서로 선정된 자신의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실은 안 팔려서 절판됐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차인표는 1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에 대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1930년대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순이를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가 한국학 전공 필수도서로 지정했다.
이 소설은 2009년 출판한 ‘잘 가요 언덕’을 개정 복간한 책이다. 차인표는 “’잘 가요 언덕’을 출간했는데 책이 더 이상 안 팔리고 아무도 안 읽어서 2018년 절판됐다”며 “그런데 2021년 참고서를 주로 만드는 분이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복간을 해놓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이 책을 교재로 쓰겠다는 연락을 받고는 어안이 벙벙해 “제가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아무도 관심 없는 책을 왜 사용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책을 선정한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난민 등 세계 각국의 문제를 공감하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럽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차인표는 250페이지짜리 소설을 완성하기 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포함해 3권의 소설을 펴냈지만 잘 되지 않아 실망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내인 배우 신애라는 “당신은 배우보다 작가로 잘 될 것”이라며 응원했다. 차인표는 “저도 저를 안 믿는데 아내가 ‘언젠가 잘 될 거다. 빨리 그렇게 앉아서 쓰라’며 저를 칭찬해주고 몰아댔다”며 “(옥스퍼드대 필수도서로 선정되고) 아내가 ‘자기 말이 맞지 않느냐’며 너무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신애라였다’는 진행자 말에 “1명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책 선정 이후 지난 6월 28일 옥스퍼드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방학이라 학생은 많지 않았고 재영 교포가 30명 이상 왔다. 한국분들은 많이 울었다”라며 “강의 이후 옥스퍼드대 43개 칼리지 중 하나인 위클리프홀 관장님이 규모를 조금 더 크게 해 다음 학기에 다시 초청하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차인표는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가 한국학 교재로 선정한 것”이라며 “옥스퍼드 학생 전체의 필독서는 아니지만,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번역을 시작했다. 앞으로 1~2년 뒤 출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우 차인표는 그동안 작가로도 활동하며 ‘오늘예보’(201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년), ‘인어 사냥’(2022년) 등 장편 소설 3편을 펴냈다.
"한류 트윗 78억건… K컬처는 이제 세계 문화"
옥스퍼드 사전 한국어 컨설턴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입력 2023.02.07. 03:00업데이트 2023.02.07. 16:59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이제 ‘K컬처’의 ‘K’라는 접두사는 더 이상 ‘한국의’라는 뜻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에는 재미(fun)있고 쿨(cool)하고 현대적(contemporary)이며 혼성체(hybrid)인 동시에 역동적(dynamic)이란 의미가 담겨 있어요.”
조지은(Jieun Kiaer·47) 교수는 2007년부터 영국 옥스퍼드대 동양학부(아시아중동학부)에서 한국학·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양학연구소와 하트포드칼리지에도 소속돼 있다. 한류(韓流)가 유럽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을 뿐 아니라, 옥스퍼드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로서 ‘오빠(oppa)’ ‘언니(unnie)’ 같은 한국어 단어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올해는 ‘동생’과 ‘막내’ 같은 단어가 추가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상을 통해 본지와 인터뷰한 조 교수는 “K컬처를 한국만의 문화로 생각하고 그것을 한국이 독점하려 하면 안 되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세계의 사용자가 향유하며 재생산하는 국제적인 문화가 됐으니 그 나름의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류의 부상에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파워’ ‘AI(인공지능)’ ‘한글’이라는 촉매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2002~2003년 한류 초창기만 해도 유럽에선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쯤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한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것이다.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자신이 다시 생성자로서 생산물을 내기 시작한 유례 드문 문화가 한류”라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세계에서 작성된 한류 관련 트윗(tweet)이 무려 78억 건이었다. 지금은 AI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또 한번 한류를 도와주고 있는데, ‘오징어 게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1000건을 넘는다.
외국인들이 훈민정음을 쓰고 있는 모습. 한류 확산과 함께 한글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장련성 기자
그는 “K컬처의 주체가 이렇듯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소비한 동시에 번역해서 전파한 세계의 문화 향유자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치맥(chimaek)’이나 ‘먹방(mukbang)’은 정작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단어들이다. ‘콩글리시’라 여겨졌던 ‘스킨십’이나 ‘언택트’ 같은 말은 오히려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류의 성공에는 한글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 세계적인 문자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정확한 소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알파벳보다 뛰어난 문자라는 사실을 이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한류 전시회를 열고 있는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선 한글로 ‘한류’를 크게 적은 포스터를 붙였는데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글이 로마자와 상보적(相補的) 관계를 가진 문자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가 바로 지금입니다.”
현재 세계에 확산된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이며 곧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조 교수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고 했다. “K컬처 자체가 참여와 생산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K팝과 K드라마를 거쳐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 한류의 바탕이 튼튼해지고 있죠. 한류는 또한 디지털과 메타버스를 타고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류의 미래는 밝다고 봐야 합니다.”
'치맥' '스킨십' 한국 사전엔 없는데 옥스퍼드 사전 올라
재작년 '피시방' 등 단어 26개 등재
"영국에서 한글은 이제 쿨한 언어"
입력 2023.12.16. 04:03
한글이 널리 쓰이면서 ‘대박’ ‘애교’ ‘먹방’ ‘오빠’ 같은 단어는 외국인도 웬만하면 읽을 줄 아는 일반적인 단어가 되는 추세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엔 1976년 ‘김치’ ‘막걸리’ 같은 한글 단어가 등재된 이후 매년 꾸준히 한글 단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재작년엔 ‘스킨십’ ‘피씨방’ ‘오빠’ ‘언니’ ‘누나’ 같은 단어 26개가 올라갔다. ‘막내’ ‘동생’ 같은 단어도 조만간 사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양인성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말 중 ‘치맥(chimaek)’이나 ‘먹방(mukbang)’은 정작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엔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선 유튜브와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하게 쓰이기 때문에 외국 사전에는 거꾸로 오를 수 있었다. ‘스킨십’ ‘언택트’처럼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많이 쓰는 콩글리시도 외국에 ‘역수출’돼 사용되면서 역시 외국 사전에 등재됐다.
‘삼겹살’ ‘치맥’ ‘갈비’ 같은 음식도 일일이 영어로 풀어서 설명하기보단 원래 우리말 그대로 읽는 것을 선호한다. 삼겹살과 똑같은 음식은 외국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치킨 요리 또한 외국에 많다고는 하지만, 맥주와 곁들여 먹는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과 똑같진 않다.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음식의 맛과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이젠 영어로 한글 표현 그대로 쓰는 것이 최근 추세”라면서 “영국에서 한글은 쿨한 언어로 여겨진다. 20년 전에 영국에서 뜻도 모르면서 일본어가 쓰인 옷을 입고 다니면 유행에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젠 빅토리아앤드앨버트(V&A)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현지인들이 ‘한류’라고 한글로 적힌 옷을 사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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