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와 맹그로브 숲… 열대의 비경 다시 열렸다
정어리떼와 수영하고 로컬 미식체험…열대 낙원으로 떠난다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Travel 아트로드]
해외관광객 유치 재개한 필리핀
달콤한 보홀과 천하절경 팔라완
생태-역사문화 숨쉬는 루손섬
어드벤처 명소 세부와 보라카이
“코로나 이전 2019년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필리핀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국가 중에 1위(198만 명)였습니다. 한국 관광객을 다시 맞이하게 돼 기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베르나데트 로물로-푸얏 필리핀관광부 장관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2년간 해외 관광객들에게 폐쇄됐던 필리핀 국경이 지난 2월10일 개방된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은 것이다. 필리핀 여행 시장의 제일 큰 고객인 한국 여행객 유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총 7641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필리핀은 주요공항이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중 열대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해변 중 가장 가깝고,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꼽힌다. 베르나데트 장관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보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 필리핀 전역의 관광업 종사자들에 대해 90% 이상의 백신 접종률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재개되는 필리핀 여행에서 주목할 곳은 필리핀 관광부가 새롭게 개발한 전국 112개 이상의 ‘관광 서킷(Tourism Circuit)’이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나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 맞춰 생태와 역사 문화, 해양스포츠와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보홀과 팔라완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위치한 보홀섬은 제주도의 2배 면적의 크기이며 70여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보홀에서 사진촬영지로 가장 인기인 곳은 ‘초콜릿 힐’이다. 200만년 전 광활한 평원에 원뿔형 언덕 1200여개가 모여 있는데, 키세스 초콜릿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건기 시즌인 12월~5월에 이곳을 방문하면 언덕의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초콜릿 언덕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초콜릿 힐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 자리잡은 ‘맨 메이드 포레스트’는 고급 목재 재료로 사용되는 마호가니 나무들이 즐비하다. 근처에만 가도 피톤치드 향이 느껴져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숲이다. 타르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또한 유명하다. 10cm의 작은 몸집의 영장류 중 하나인 타르시어 안경원숭이는 커다란 눈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의 요다와 그렘린 기즈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보홀의 ‘로복강’은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강이다. 로복강 크루즈를 타고 21Km에 이르는 긴 강을 가로지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정글 사이를 흐르는 신비로운 녹색의 강을 따라가면 원시부족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보홀의 ‘어드벤처 서킷’은 여행객들로 하여금 ATV를직접 운전하여 초콜릿 힐로 가까이 갈 수 있게 한다. 맹그로브 숲 터널 여행, 반딧불 체험, 자연보호 캠핑 등 보홀에서는 카약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다루는 음식 체험, 유기농 농산물, 지역 농민과 단체가 함께하는 특별한 미식경험도 즐길 수 있다. 보홀의 남쪽 팡라오섬 알로나 비치에서 배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발리카삭 아일랜드는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 해양생물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
팔라완은 여행 전문지 트래블 앤 레저의 ‘전세계 베스트 섬 25’에 선정된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거대한 석회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생태관광지다. 숲 속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팔라완 여행의 중심지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지하강 국립공원’과 ‘사방 비치(Sabang Beach)’가 있다. 또한 팔라완의 북쪽 끝에 위치, 높은 절벽 사이에 자리잡은 ‘엘니도(El Nido)’는 스펙터클한 자연 경관을 선사한다. 30개의 다이빙 명소와 50개의 비치, 곳곳에 숨겨진 동굴, 아름다운 라군들로 유명하다.
전세계 다이버들의 사랑을 받는 ‘코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의 공격에 바다에 침몰한 일본 함대 선박을 둘러보는 난파선 다이빙이 유명하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로 가득한 다채로운 산호로 덮여 있어 멋진 장관을 이룬다. 코론은 2017년 방탄소년단 (BTS)의 여름 화보 촬영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산비센테의 해안 마을인 ‘포트 바턴’은 자연친화적인 여행지로, 90분간 진행되는 정글 트레킹과 파무아얀 폭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루손섬의 코르디예라, 일로코스
필리핀 북쪽의 루손섬에 자리한 코르디예라는 웅장한 계단식 논이 장관을 이룬다. 열대 지역이지만 고지대여서 선선한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슬로우 푸드 여행카라반’은 산속에서 체험하는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팜-투-테이블(Farm-to-table)’ 컨셉의 요리 과정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다. 또한 돌 미로와 대나무 숲 속에서 평화롭게 명상을 할 수 있는 미라도르 유적지, 고대부족의 예술과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위나카 생태문화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만간 타쿠 요리여행에서는 전통적인 현지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로컬 요리를 체험할 수 있다.
루손섬에 있는 일로코스에서는 ‘필리핀 속의 작은 스페인’으로 불리는 16세기 역사 도시 비간(Vigan)이 있다. 스페인의 건축물과 필리핀의 전통문화가 혼합돼 있는 독특한 도시경관으로 199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칼레 크리솔로고 거리와 살세도 광장과 부르고스 광장 등에서는 말마차가 스페인 양식의 돌길 위를 경쾌하게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의 거리 풍경은 색다른 추억사진을 남길 수 있게 한다.
일로코스 지역은 또한 필리핀 내에서 미식으로 유명하다. 일로코스 전통 소시지 롱가니사, 튀김만두 바탁 엠파나다, 기름이 빠질 때까지 바짝 튀긴 삼겹살 요리 바그넷 등이 대표 먹거리다. 산미구엘 맥주를 곁들여 마시면 금상첨화다.
●세부와 보라카이
세부는 스쿠버 다이빙과 익스트림 어드벤처, 미식탐방 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의 명소인 모알보알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떼가 커다란 공모양으로 헤엄치며 이동하는 ‘사딘 런(Sardine Run)’이 유명하다. 말라파스쿠아 섬에서는 진환도 상어떼를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또한 피그미 해마, 고스프 파이프 피쉬, 푸른 고리 문어 등 희귀종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북부 세부에는 산악자전거, 모터 바이크, 패러글라이딩, 낚시 등 익스트림 어드벤처를 할 수 있는 오슬롭 지역도 있다.
보라카이섬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드넓은 4km의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져있는 아름다운 비치다. 이 섬에는 세계 3대 비치 중 하나인 화이트 비치가 있다. ‘푸카 쉘 비치(Puka Shell Beach)’는 조개가 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백사장이 독특한 물빛을 선사한다. 일리그 일리간 비치는 보라색 일몰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보라카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모델로서, 섬의 낙원지대를 탐험하는 저탄소 배출액티비티가 개발됐다. 보라카이 자전거 투어는 해변과 맹그로브 숲, 습지 등을 지나며 커피와 패스트리가 제공되는 그림같은 풍경의 ‘키홀(Keyhole)’에서 마무리되는 코스다. ‘보라카이 푸드 크롤(Food Crawl)’은 참가 레스토랑의 일부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보라카이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마닐라와 클라크
문화와 예술, 역사 유적이 숨쉬는 마닐라는 필리핀의 수도다. 국립 박물관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인트라무로스, 쇼핑과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보니파시오 등 필리핀 문화의 중심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인트라무로스는 마닐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500년 전에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이 건설한 성벽 도시이다. 또한 마닐라 남쪽 육로에는 ‘그린 코리도 이니셔티브’ 라고 불리는 해변 관광지가 있다. 바탕가스의 아닐라오는 30개 다이빙 네트워크의 중심인 세계적인 스쿠버 다이빙 명소다.
마닐라 인근의 리잘 주는 울창한 언덕과 호숫가, 강, 동굴, 폭포 등 자연 속에서 모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또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필리핀의 현대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핀토 아트 뮤지엄, 박물관이 밀집한 앙고노 마을을 찾아가기도 한다.
북부 팜팡가에 자리한 클라크 국제 공항은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클라크 공항에서는 필리핀의 미식 수도 팜팡가로 떠날 수 있고, 불라칸 지역까지도 갈 수 있어 미식 탐방과 농장 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하이킹이나 버기를 이용해 인근의 대형 활화산 피나투보 산을 오르고, 의료 치아 안구관리 등을 체험하는 ‘팜팡가 의료 및 웰빙 투어’에도 참가할 수 있다.
●여행정보=필리핀은 입국시 백신접종 완료자는 무격리로 여행할 수 있다. 한국 출국 전 72시간 내 RT-PCR 검사나 24시간 내 신속항원 검사 음성확인서만 있으면 된다. 필리핀관광부 홈페이지(7641islans.ph)에 새롭게 론칭한 디지털 매거진 ‘7641 Islands of the Philippines’에는 다양한 필리핀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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