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그리그 / 첼로 소나타 A단조

박연서원 2020. 3. 3. 07:28

Cello Sonata in A minor, Op.36

그리그 / 첼로 소나타 A단조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

 

Pierre Fournier, cello

Jean Fonda, piano

Alte Kirche Zürich 1984.03

 

1. Allegro agitato 9:59

2. Andante molto tranquillo 6:32

3. Allegro molto e marcato 13:28

Ludwig Hoelscher, cello

Hans Richter-Haaser, piano

 

1. Allegro agitato

2. Andante molto tranquillo 9:30

3. Allegro molto e marcato 15:59

Oystein Birkeland, cello

Havard Gimse, piano


Jian Wang, cello

Anastasia Injushina, piano


Full

1.Allegro agitato 0:01

2.Andante molto tranquillo 9:55

3.Allegro 17:03

Natalia Gutman, cello

Viacheslav Poprugin, piano

 

 

노르웨이 최고의 작곡가로 평생 명예와 절찬 속에 살았던 ‘북구의 쇼팽’ 에드바르 그리그. 그러나 그는 평생 병약했고 부유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딸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또 그는 평생 형 욘(John Greig)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안고 살았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A단조는 형 욘에게 헌정된 곡이다.

그리그는 증조부가 스코틀랜드에서 노르웨이로 이주해 와 해산물 무역으로 자수성가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위로 누이 둘과 형이 있고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다섯 형제자매 중 넷째였다. 이들 형제자매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는지 모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어머니 게시네 하게루프는 공개 콘서트에 출연할 만큼 피아노 실력이 뛰어났다. 어머니는 모차르트와 쇼팽을 좋아했는데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그리그가 피아노의 명인이 되어 ‘북구의 쇼팽’이라 불리게 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업 때문에 첼리스트 꿈을 접은 형에게 바친 작품

세 살 터울 위의 형 욘은 첼로를 좋아했고 첼리스트가 되기를 꿈꾸었다. 욘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입학했는데 동생 에드바르는 이미 3년 전인 15살에 피아노 특기로 음악원에 합격하여 졸업할 무렵이었다. 당대의 명 첼리스트인 율리우스 클레엘(Julius Klengel, 1859-1933)에게 가르침을 받고 상당한 실력을 갖추게 된 형 욘은 그러나 첼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가업을 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형제는 어릴 때부터 이종사촌 누이동생인 니나 하게루프를 똑같이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구애를 받은 니나가 선택한 것은 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1867년에 결혼했다. 형제간의 우애가 남달랐으나 이런 저런 일로 동생 그리그는 늘 형 욘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드바르 그리그와 부인 니나

 

형 욘에게 첼로 소나타 A단조를 바치게 된 저간 사연은 이러한데, 얄궂게도 또는 안타깝게도 이 곡의 초연에서 욘은 첼로를 맡을 수 없었다. 깊은 서정을 담은 이 곡을 형 욘의 아마추어 기량으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초연은 1883년 10월 22일 드레스덴에서 루트비히 그뤼츠마허(Ludwig Grützmacher)의 첼로 연주와 그리그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5일 후에는 라이프치히에서 형 욘의 스승인 클레엘과 그리그가 협연했다. 이 연주를 들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스타인(Anton Rubinstein, 1829-1894)이 그리그에게 좀 더 많은 첼로곡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하였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리그는 이를 사양하여 이 곡은 그의 유일한 첼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A단조는 서정성이 빼어날 뿐 아니라 곡의 구조적인 측면도 뛰어나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기념비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북구의 자연이 주는 풍부한 정서를 폭넓게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A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2악장은 F장조, 4/4박자, 자유로운 형식, 3악장은 A단조, 2/4박자,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이다.

 


1악장: 알레그로 아지타토 Allegro Agitato, A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소나타 형식. 셋잇단음표가 계속되는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의 피아노 연주를 타고 첼로가 북유럽적인 우수를 담은 제1주제를 노래하고 나면, 다시 이 소재가 변주되면서 곡의 분위기가 일단 고조되지만 곧 가라앉고 첼로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제2주제를 C장조로 연주한다. 발전부는 피아노가 먼저 제2주제의 변주를 연주하고 이에 맞추어 첼로가 대선율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한 후 두 악기가 교대로 제1주제 후반부의 변형을 연주하다 첼로는 곧 카덴차 풍의 악구로 이행한다.

재현부에서는 피아노에 의해 제1주제가 격렬하면서도 짧게 재현된 후 A장조로 바뀐 제2주제가 나타나고 이어 다시 한 번 첼로에 의한 제1주제가 재현되어 코다가 된다. 이 부분이 정열적으로 발전되어 프레스티시모(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로 종결된다.


Pierre Fournier, cello

Jean Fonda, piano

Alte Kirche Zürich, 1984.03

 

Truls Mørk, cello

Harvard Gimse, piano

 

Mischa Maisky, cello

Martha Argerich, piano


Jian Wang, cello

Anastasia Injushina, piano


Paul Tortelier, violoncello

Robert Weisz, piano

 

Steven Isserlis, cello

Stephen Hough, piano


2악장: 안단테 몰토 트란퀼로 Andante molto tranquillo, F장조, 4/4박자, 자유로운 형식

 

자유로운 형식. 대등한 성격의 2개의 주제가 주축이 되어 있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두 주제는 대비되지 않고 병행하여 전개된다. 먼저 피아노로 안정된 아름다움을 담은 F장조의 제1주제가 연주되고 첼로가 이어받는다. 이어서 F단조의 제2주제가 연주되는데, 여기서도 피아노에 이어 첼로로 옮겨 가며 다양한 곡조를 이룬다.

다시 제1주제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첼로와 피아노가 대위법적인 가락으로 등장하는데, 셋잇단음표 반주와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곡조로 발전해 간다. 그 후 제2주제가 짧게 변형되어 연주되고 제1주제는 많은 변주를 거치며 세 번 연주된다. 마지막에 제2주제를 코다 풍으로 다루어 서정적인 이 악장에 약간의 변화를 주며 고조된 상태로 마무리한다.


Pierre Fournier, cello

Jean Fonda, piano

Alte Kirche Zürich, 1984.03

 

Truls Mørk, cello

Harvard Gimse, piano


Mischa Maisky, cello

Martha Argerich, piano

 

Jian Wang, cello

Anastasia Injushina, piano

 

Steven Isserlis, cello

Stephen Hough, piano


3악장: 알레그로 Allegro, A단조, 2/4박자, 서주가 포함된 소나타 형식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 먼저 짧은 서주가 첼로 독주로 연주된 후 피아노가 춤곡 풍의 A단조로 제1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첼로가 이를 바로 이어받는다. 이어서 피아노가 나란한조(並行調)인 C장조에서 부주제를 당당히 연주한 후 곡의 분위기는 평온해지며 역시 피아노로 같은 C장조인 제2주제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변형된 제1주제의 확대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게 비친다.

이윽고 발전부로 들어가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교묘하게 짜이며 곡을 크게 고조시킨다. 그 후 두 주제가 재현되고, 이윽고 피우 아니마토 에 스트레토(한층 활기를 띠고 급박하게) 지시로 코다에서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마지막 종지화음에 이른다.


Pierre Fournier, cello

Jean Fonda, piano

Alte Kirche Zürich, 1984.03

 

Truls Mørk, cello

Harvard Gimse, piano


Mischa Maisky, cello

Martha Argerich, piano

 

Jian Wang, cello

Anastasia Injushina, piano

 

Steven Isserlis, cello

Stephen Hough, piano

 

그리그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 )

 

그리그는 1843년 6월 15일 노르웨이의 베르겐 태생으로 그리그의 조상이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에 그리그에게는 스코틀랜드인의 혈통이 이어져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재질이 뛰어났다. 어머니에게 피아노의 초보를 배웠으며, 노르웨이의 주자 올레 불의 권유에 따라 1858년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 4년 동안에 리히터, 리츠, 라이네케, 벤쨀, 모셀레스로부터 작곡법, 피아노 연주법 등의 교수를 받았다.

그 후 고국으로 돌아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있는 음악 협회에서 지휘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는데, 로마에서는 리스트와 절친하게 지냈다. 1879년에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여 피아노 연주자로서 또한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그리그의 부인은 소프라노 가수였으므로 그리그의 가곡은 쉽게 보급되었으며 그는 피아노 연주 여행 외에는 베르겐에 정주하면서 작곡에 전념하였다. 언뜻 순박하게 보이면서도 잘 다듬어진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북극의 쇼팽이라 불리는 그리그는 북유럽의 어두운 면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고전적인 구성으로 국민 음악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노르웨이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은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독일 낭만파에 가깝지만 향토색을 강하게 나타냄으로써 누구보다도 노르웨이의 국민성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그는 북유럽의음악을 국제적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교육가로서의 비중 또한 크다고 하겠다.

그의 멜로디가 극히 향토적임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그가 취급했던 하모니는 해당된 작품에 알맞은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조바꿈에 있어서도 이를 대담하게 취급하여 색채적인 효과를 높였다. 그의 작품은 피아노곡을 비롯하여 가곡, 실내악곡 등 비교적 작은 형식의 많은 작품이 있다. 그는 수차 영국을 방문하였으며 51세 때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63세 때에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각각 명예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64세 때 그리그는 미국을 방문하여 3개월간에 30회에 달하는 연주회를 개최하여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갑자기 병을 얻어 그 해 9월에 작고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모음곡<페르귄트(Peer Gynt)>, <서정 모음곡>, <교향 무곡(Symphonic Dances)>,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