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의 도보여행 - 신록 우거진 6월의 숲길
잠든 소 깨지 않게 사뿐히 즈려밟기
● 경기~서울(과천시~서초구) : 우면산 숲길과 자연생태공원 탐방로
● 걷는 거리 : 9.1km
● 소요 시간 : 4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선바위역~우면산 가지능선길 입구 10분/0.5km
이 산은 마치 소가 졸고 있는 듯한 모양새라 하여 우면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숲길도 그 모습을 닮아서인지 깊은 꿈결을 헤매는 암소처럼 유순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딴에는 산인지라 곳에 따라 약간의 언덕이 없을 수는 없다. 가급적 그런 곳들은 배제한 채 진입로부터 시작해 능선길, 허릿길 모두 얌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소개한다. 그래서 길의 출발점도 서울의 경계를 벗어난 과천의 선바위역이다. 이후로 우면산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면 비로소 서초구로 들어서게 된다.
이용객이 많지 않아 언제나 한적한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2번 출입구(1)로 나온다. 한 2~3분 정도 찻길 옆 인도를 걸었을까? SK주유소 직전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나라 최초의 풍속미술관인 선바위미술관 옆을 지나게 된다. 이 미술관은 풍속화가 이서지 화백이 우리나라 전통풍속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2004년에 설립했다. 이서지 화백의 풍속화 1000여 점과 전통인형작가 김시온 선생의 인형과 마을축소모형 등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에 따라 성인 4000원의 관람료를 받기도 한다.
선바위미술관을 지나자마자 ‘신금농산(新錦農産)’이란 간판이 있는 왼
쪽 골목으로 들어선다. 혹 남의 집 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 쭈뼛거릴 수 있지만 창고 같은 건물 옆을 지나면 길은 거짓말처럼 흙길로 바뀌고 주변 환경도 녹지로 싹 바뀐다.
딱딱한 길이 부드러운 흙길로 변신을 하고 100m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가족묘지가 나온다. 길 중간에 ‘남태령 망루방향’이라는 이정표가 올 봄에 세워졌지만 이정표 방향과는 상관없이 오른쪽 묘지 중간쯤 가서 산 쪽을 바라보며 지세(地勢)를 잘 살펴보자. 물론 지관(地官)의 눈으로 묏자리의 형세를 판단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면산으로 진입하는 가장 유순한 가지능선 진입로가(2) 바로 그 묘지 사이로 나 있기 때문에 그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진입로는 외부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까닭에 수풀이 우거진 여름에는 눈에 잘 안 띌 수도 있다. 입구를 못 찾겠으면 ‘남태령 망루방향’ 이정표를 30m 지난 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입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파른 위엄과는 전혀 상관없는 작은 가지능선부터 차근차근 우면산 숲길을 열어 간다.
우면산 가지능선~소망탑전망대 1시간40분/4.7km
가족묘지의 사잇길(2)을 찾았으면 그리로 올라간다. 우면산 길을 잘 아는 분이라도 이렇게 부드럽게 우면산 능선을 올라타는 방법도 있구나 하며 감탄할 것이다. 우면산 진입로로 많이 알려진 곳들은 대개 능선까지 오르려면 조금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그래서 걷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 중에는 낮은 경사로를 걷기 위해 지하철 남태령역에서 내려 찻길을 따라 능선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길을 알게 된다면 그런 수고는 안 해도 될 것이다.
묘지구간만 잠깐 지나면 길은 울창한 녹음의 무인지경(無人之境)으로 빠져든다. 언덕인지 평지인지 모를 숲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넓은 임도(林道) 같은 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남태령 옛길’ 돌비석이 나오지만, 우리는 우면산으로 가야 하므로 오른쪽으로 간다. 남태령은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선시대에 수원과 서울을 잇는 길목이었다. 과천 쪽으로는 이 옛길을 일부 복원시켜 놓기도 했다.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따라간다.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와도 직진하듯 간다. 그러다 왼쪽에 ‘병력하차지점’이란 푯말이 있는 곳에서 시멘트길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면 곧 능선길과 만나게 된다. 우면산 능선 일대는 신갈나무가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신갈나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숲이 오랫동안 사람 손길을 덜 타면서 안정되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무그늘이 시원한 우면산 서쪽 능선길은 30분 정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중간에 작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과 이를 피해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으나 어차피 만나는 길이므로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다. 그러다 ‘성산약수터 150m’와 ‘걷기 코스길’이란 푯말이 세워진 갈림길(3)을 만나면 이 푯말들을 따라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 푯말이 있는 갈림길 벤치에서 쉬고 싶겠지만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성산약수터가 쉼터로서 그만이니 조금만 더 가자.
한여름에도 얼음장처럼 시원한 물을 콸콸 쏟아 내는 성산약수터는 지역 주민들이 별로 찾지 않는 우면산 서쪽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한가롭게 자리를 펴고 앉아 놀아도 누가 뭐라는 사람 하나 없다. 이후로는 성불암약수터→범바위약수터→유점사약수터 순으로 이정표를 보고 찾아가면 된다. 약수터 순례라도 하듯 물길의 꼬리를 물던 이 중턱길은 소망탑 전망대까지 가는 나무계단을 만나며 일단락된다.
먼저 나무계단을 60m 정도 내려가면 이 코스에서 귀하디귀한 화장실이 있다. 코스의 진행방향은 화장실과 정반대인 오른쪽으로 향하는 나무계단 오르막이다. 소망탑 계단은 서초구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으며 계단 하나하나에 기부자의 소망과 이름이 적혀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이지만 실상은 100m에 지나지 않는다.
우면산자연생태공원은 나무데크로 탐방로를 꾸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전망대~생태공원~방앗간 정류장 1시간30분/3.8km
소망탑 전망대(4)에서는 탁 트인 조망을 보며 무슨 소망을 빌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소망을 얹은 작은 돌 하나를 골라 소망탑에 올려놓고 우면산자연생태공원으로 향하는 하산길을 간다. 소망탑을 내려와 금방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그대로 직진한다. 내려가는 길이 울퉁불퉁하여 좋지 않으므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하는 구간도 잠시 지난다. 그렇게 15분에서 20분 정도 길을 가면 조금 넓은 공터가 나오며 이정표가 붙은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가 직진은 ‘우면동 EBS’로 되어 있고, 오른쪽은 ‘자연생태공원’을 가리킨다.
자연생태공원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곧 우면산 숲길이 끝나면서 고급 주택가로 나서게 된다. 왼쪽으로 간 후 첫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 다시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 우면산자연생태공원(5) 정문에 다다른다.
사시장철 기분 좋은 길을 내주는 우면산 숲길.
우면산 동남쪽 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 생태공원은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계곡을 이용한 습지공원과 야생조류관찰원, 나비관찰원, 참나무 문화관찰원 등 다양한 테마의 관찰로를 보유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해서 찾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인지 휴일에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적격이다. 사람 발길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서인지 대부분의 관찰로에 나무데크가 깔려 있다. 덕분에 가볍게 산보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관찰로를 빠르게 걸을 경우 약 40분 정도 걸리고, 이것저것 안내문과 안내판, 그리고 군데군데 적어 놓은 시(詩)를 읽다 보면 1시간도 많이 모자란다. 1회 입장은 40명 이하까지만 허용되며 1일 이용객은 36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단체로 방문하려면 공원관리소에 사전 예약(02-2155-8643)을 하는 것이 좋다.
이 관찰로를 다 돌고 내려올 때는 연애하는 청춘남녀가 카메라를 들고 찾으면 멋진 풍경이 나올 것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주변에 잘되기를 바라는 커플이 있다면 우면산자연생태공원을 데이트 장소로 추천하면 좋겠다.
생태공원 탐방을 모두 마쳤으면 이제는 버스승차장까지 가는 길이다. 요즘 이 부근은 아파트 단지를 새로 만드는 공사로 인해 길이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어느 길을 가든 큰 길 쪽으로만 향하면 7~8분 만에 양재역과 선바위역을 순환하는 서초18번 마을버스 정류장(6)에 닿는다. 버스정류장 이름은 ‘방앗간’(형촌마을입구 22-604 또는 성촌마을입구 22-6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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