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트레킹)/걷기 정보

개운산 산책로와 홍릉수목원(홍릉숲)

박연서원 2019. 9. 12. 07:14

발견이의 도보여행 - 길 위에 숲이 있고 역사가 있고 긴 여운이 있다


녹음 속, 두 발 굴리며 하하호호!


   ● 서울(성북구) : 개운산 산책로와 홍릉수목원(홍릉숲)
  ● 걷는 거리 : 7.9km
  ● 소요 시간 : 3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인도를 따라 10분 남짓 가면 고려대학교 캠퍼스와 홍릉수목원이 이어진다.


  숲을 키워내는 건 흙과 햇볕과 물이다. 그 삼중주의 리듬 속에서 조화롭게 자란 숲을 우리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혹은 수목원이라고 부르며 귀히 여긴다. 이번에 걸을 홍릉수목원은 감미로운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처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명품 숲길이다. 코스의 시작인 개운산에서는 둘레길, 혹은 순환산책로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짙푸른 녹음과 조우하게 된다. 산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근사하다. 고딕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고대 캠퍼스도 발걸음에 볼거리를 보태며 걷기꾼들을 응원한다.


길음역~개운산 정상 30분/1.4km


  길의 시작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2번 출입구(1)를 나오면 왼편으로 내부순환로가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가도로를 이루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 아래, 찻길을 건너는 건널목이 있으니 보행신호를 받아 건넌 후 왼쪽으로 간다. 돈암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단지를 끼고 오른쪽 길로 돌아가면 곧 개운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학교 교정 너머로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이 슬쩍 인사를 건넨다. 개운초교를 지난 후 만나는 갈림길에 들어서면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인적 드문 작은 터널 하나를 지나면 ‘죽림정사’라는 절이 있고 사찰과 맞붙은 높다란 계단을 볼 수 있다. 그 계단이 이 코스의 들머리(2)가 된다.
 
  현대식으로 지어 올린 사찰 전각의 고운 단청을 끼고 계단을 오르면 곧 개운산의 흙길이다. 갈림길을 만나면 ‘순환산책로’ 푯말을 따라 간다. 우리가 진입하는 북쪽 능선은 개운산 정상을 짊어지고 있는 터라 조금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한다. 경사로에는 계단을 설치하여 위험한 요소는 없다.
 
  5분 정도 올라가면 경사가 끝나고 작은 쉼터와 그 앞에 우레탄으로 포장된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 너머로는 최근에 지어진 신식 공중화장실도 보인다. 이 우레탄 산책로에서 오른쪽으로 100m만 가면 개운산 정상 쉼터다. 그곳에 식수대와 조망명소가 있으니 둘러보고 오길 권한다. 개운산 정상 조망명소에서는 서울의 북쪽 방벽인 북한산이 오래된 병풍처럼 아련하게 시선을 잡는다.
 
  정상을 돌아 다시 우레탄 길을 걸어 화장실 앞을 지나면 곧 길 왼쪽으로 담소정(談笑亭)이라는 편액이 지붕 안쪽에 걸린 정자 쉼터를 만난다. 이 정자 옆에 놓인 벤치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우레탄 길과 나란히 가던 이 좁은 흙길은 차츰 우레탄 길과 거리를 벌리며 석축 위에 흰색 건물로 지어진 개운산체육센터(성북구의회)로 안내한다.



  개운산 산책로~고려대캠퍼스 50분/2.7km


  개운산체육센터 밑의 솔숲 길을 지난 후에는 평탄한 중턱 길을 걷는다는 느낌으로 남진하면 된다.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도 틀린 길이고, 포장길을 만나거나 오르막길이 계속되어도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우선 체육센터 석축 밑을 지난 지 100m 만에 왼쪽에 작은 정자쉼터가 있는 계단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계단을 가로질러 그대로 직진한다.
 
  잎맥이 뚜렷한 팥배나무가 많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가면 Y자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니 오른쪽 30m 앞에 나무계단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열 개가 조금 넘는 낮은 나무계단을 올라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넘어 가면 오른쪽에 나무계단이 있는 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 중턱 방향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가는 길이니 그쪽으로 간다.
 
  다시 5분 못 미쳐 걸으면 Y자 형태로 길이 갈라지는데 두 곳 모두 평탄한 길이어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여기서는 약간 내리막을 이루는 왼쪽이 맞다. 그리고 비교적 큰 길만 따라가면 고려대학교 북문으로 연결되는 찻길과 만난다. 잦은 갈림길에 비해 이정표가 부족한 탓에 지나는 이들이 있으면 그때마다 고려대학교 위치를 물어 방향을 잡는 것이 좋겠다.
 
  고려대학교 북문(3)으로 들어서면 자유롭게 캠퍼스를 활보하다 지도를 참조하여 고려대역이 있는 곳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고려대 캠퍼스를 제대로 걸어보려면 북문을 지난 지 100m 정도 됐을 때 오른쪽으로 돌면 만나는 중앙도서관에서 캠퍼스 걷기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대 중앙도서관은 대학 본관 건물과 함께 석조 고딕 양식에 따라 크고 웅장하게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오래전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고려대학교 건축 양식의 모범이 되어 이후에 지어지는 고대 건물들도 비슷한 패턴을 그려내게 만들었다.
 
  중앙도서관을 끼고 돌아 새로 지어진 동원글로벌리더십홀에서 왼쪽으로 가면 본관 건물 뒤편의 작은 산책로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는 본관을 끼고 돌아 정문 부근의 큰 길을 통해 지하철 고려대역이 있는 출구 쪽으로 나가면 된다. 


홍릉수목원~회기역 1시간20분/3.9km


홍릉수목원 산책로.


  지하철 6호선이 지나는 고려대역 옆에 있는 삼거리에서 현대주유소 앞으로 건널목을 건너 그대로 직진한다. 약 5분 정도 인도를 걸으면 정릉천을 건너는 종암대교를 지나게 된다. 이후로 홍릉수목원까지 가는 5분 거리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우는 쾌적한 길이다.
 
  홍릉수목원 입구(4)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라는 큰 간판이 있다. 늘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토, 일, 공휴일에만 문을 열어 일반인들을 받아들인다. 홍릉수목원을 걷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 숲길로 들어가 국립산림과학원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이후로는 홍릉수목원 산책로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크게 걸으면 된다.
 
  홍릉수목원은 임업연구원의 부속기관이다.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홍릉에 임업시험장을 조성하면서 홍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원래 면적은 지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여러 국가기관이 그 안으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크기로 축소되었다. 1948년까지 전국 산야에서 수집한 식물표본이 4천여 종 30만 점에 달했으나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복원과 수집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 북한 지역 자생 수종을 제외하고 2천여 종의 국내 식물 2만여 개체를 보유하게 되었다.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이 길을 그냥 한 바퀴 휙 돌아 나가기에는 참 아깝다. 고3 정도로 보이는 어느 여학생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 머리가 맑아지는 피톤치드 덕분에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곳을 걸을 때는 홍릉수목원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조경수원 뒤 샛길까지 돌아 나와야 완벽한 관람이 된다.
 
  홍릉수목원 관람을 끝냈으면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간다. 한적한 인도 왼쪽으로 금방 다녀온 홍릉수목원의 나무숨결이 울타리를 넘어온다. 이런 고즈넉한 길은 10분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길은 홍릉수목원 담장을 뒤로한 채 늘 보아오던 일상의 거리 풍경으로 돌아온다. 시끄럽고 요란한 일상이 더 복잡하게 꼬여 있을수록 숲길의 위로는 절실하기 마련인가 보다. 꿈꾸듯 걸어왔던 숲길이 시가지에 오버랩된다. 코스가 마무리되는 회기역(5)은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고 다음 사거리에서 직진하듯 길을 건너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홍릉숲 탐방로 소개

홍릉숲 탐방로 소개


천년의 숲길

거리 : 약 650m, 약 15분 소요
홍릉숲의 다양한 모습(습지원, 침엽수, 활엽수)을 만나는 길로 홍릉숲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 추

천한다. 홍릉숲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홍릉에 조성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사를 고스란히 경험한 홍릉숲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아픔을 겪었

지만 숲의 울창함을 지켜내 오늘에 이르렀다.홍릉숲의 전체 면적은 41.5ha로, 북한에 있는 자생수종

을 제외하고 총 157과 2,035종(목본 1,224종, 초본 811종)의 국내·외 식물 2만여 개체가 자라고 있다.

1923년 차세대 나무 복원 식재로 함경남도 풍산에서 이식한 풍산가문비, 1928년 중국에서 최초 도입

한 두충 암수 2그루, 1935년 최초로 발견하여 이름붙인 문배 기준표본목 등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 생태자원의 보고이다.


황후의 길

거리 : 약 500m, 약 : 10분 소요
황후의 길은 홍릉숲 이름의 유래가 담긴 곳이다. 가슴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새기며 걷자.

홍릉숲은 명성황후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홍릉숲이라는 이름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있던

자리에 수목원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졌다. 홍릉터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이곳

에 안장되어 22년간 홍릉(洪陵)으로 관리하다가, 1919년 고종 승하 후 경기 남양주 금곡동(현 홍유

릉)으로 이장, 합장되었다. 현재 홍릉터만 남아 있지만 여전히 이 일대는홍릉이라 불리며, 항일의 상

징적 장소로서 역사성을 유지하고 있다. 홍릉 터 주변은 소나무, 단풍나무, 칠엽수 등의 교목과 수수

꽃다리, 박태기나무등의 관목이 어우러져 사계절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숲속 여행길

거리 : 약 700m, 시간 : 약 20분
소요 울창한 숲을 걸으며 명상에 잠기기 좋다. 숲이 내뿜는 건강한 향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자. 도시

의 삶에 지치고 푸르른 자연이 그리워질 때 우리는 숲을 떠올린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때도 숲을 떠올린다. 하늘을 가릴 듯한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찾았을

때 비로소 숲의 이야기가 들리고 내 마음의 이야기가 들려온다.홍릉숲에는 총 157과 2,035종의 식물

이 있다. 이 중 목본식물이 1,224종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가장

많아 각각 세 곳에 식재되어 있다. 특히 숲속 여행길은 다양하고 풍성한 잎을 가진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 깊은 숲속에 서만 누릴 수 있는 안정감과 신선함이 느껴진다.


천장마루길

약 30분 소요
홍릉숲의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로 정상을 지나 화려한 조경수원까지 볼 수 있다. 많이 높지 않아 걷

는 발걸음도 가볍다. 홍릉숲은 서울의 동쪽 천장산의 남서쪽에 위치한다. 천장산은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리동, 석관동에 걸쳐 있는 해발 140m의 산으로 불교사찰의 입지 유형 가운데 가장 빼어

난 명당터로 알려져 있다. 천장산이라는 이름은 ‘하늘이 숨겨 놓은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명당터

라는 이유로 천장산 일대는 조선 왕가의 묘지로 조성되었다.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 무덤인 의릉(懿

陵)이 북동쪽에 있고, 명성황후의 묘가 고종의 승하로 남양주로 합장되기전까지 이곳에 있었을 정도

니 가히 명당이라 불릴 만하다.


문배나무길

거리 : 약 600m, 시간 : 약 15분 소요
가볍게 산책하는 길로 평소 볼 수 없던 식물을 볼 수 있다. 수생식물, 약용식물 그리고 오래된 두충과

문배를 만나는 길. 숲을 걷다 보면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에너지는 무수히 많다. 흙을 뚫고 나오는 새

싹과 나뭇가지에 핀 꽃무리, 빗방울에 목을 축이는 나뭇잎에서도 숲의 생기를 발견한다. 특히 문배나

무길은 숲이 가진 총천연색의 생명력이 모인 곳이다. 삼지구엽초, 익모초, 황기 등 숲 의 좋은 것만

품고 있는 약용식물이 자라는 약초원에서는 숲의 건강함이 엿보인다.


홍릉숲 입구

홍릉숲 입구


문배나무길

문배나무길


석산

석산


약초원

약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