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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근린공원과 중랑천 벚꽃길

박연서원 2019. 9. 4. 21:22

발견이의 도보여행- 벚꽃 둑길과 千年古刹 순례길


배봉산근린공원과 중랑천 벚꽃길


야트막한 산에 걷기 좋은 숲길을 품은 배봉산 중턱길.


하얀 천일염처럼 빛나는 귀한 길


● 서울(동대문구) : 배봉산근린공원과 중랑천 벚꽃길
● 걷는 거리 : 7.1km
● 소요 시간 : 2시간30분(쉬는 시간 포함)


  효심(孝心)과 충절(忠節)의 이야기가 묻힌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拜峰山)에서는 옛 이야기만큼이나 부드러운 흙길을 만날 수 있다. 산이 낮아 가파른 언덕을 싫어하는 걷기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산자락으로 쉬어 갈 곳과 운동시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이제 막 걷기운동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도 좋다. 봄이면 하얀 면사포를 뒤집어쓰는 중랑천 벚꽃 둑길과, 이 길과 배봉산을 잇는 육교가 이 길의 가치를 몇 배 더 빛나게 한다.


회기역~배봉산 입구 15분/0.9km


  배봉산 자락에는 뒤주 속에서 숨을 거둔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묘인 수은묘(垂恩墓)가 있었다.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正祖)는 즉위 직후 수은묘를 승격시켜 영우원(永祐園)으로 부르게 했다. 정조 13년(1789년) 정조는 영우원을 지금의 화성시 안녕동으로 이장(移葬)하면서 그 이름을 현륭원(顯隆園)으로 개칭했다. 아버지의 무덤이 이장되기 전까지 정조는 아버지의 무덤이 있던 배봉산을 향해 날마다 배례를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산의 이름이 배봉(拜峰)이 되었다.
 
  배봉산에 왕릉(王陵)이 많아 지나는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지났다고 하여 배봉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고, 산의 지세(地勢)가 도성(都城)을 향해 절을 하는 형국이라 배봉이라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배봉산으로 향하는 길은 1호선 회기역 2번 출입구<1>에서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면 곧 큰길을 만난다. 건널목을 건너 찻길을 따라 왼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파출소 옆으로 삼육의료원 입구가 있다. 삼육의료원 안으로 들어가 찻길을 왼쪽에 두고 쭉 올라간다.
 
  치과병원 건물 앞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병원주차장·응급실’이라고 쓰인 큰 이정표가 있다. 그리로 간다. 100m 못미처에 조그마한 스테인리스 가(假)건물이 있고 그 옆 쉼터에서 배봉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날 수 있다.


숲길 걷기에 입문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유순한 길이다(배봉산).


배봉산 능선길 20분/1km


이제 곧 연초록 잎들이 아우성치듯 온 숲을 뒤덮을 것이다.


  삼육의료원에서 배봉산으로 올라가는 계단<2>은 두 개가 있다. 어느 계단으로 가느냐에 따라 중간 갈림길에서 잡는 방향이 좀 다르다. 스테인리스 가건물 바로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길은 숲으로 쭉 이어진다. 중간에 작은 갈림길을 만나지만 멀리 정자 쉼터 기둥이 나뭇가지 사이로 슬쩍슬쩍 비치고 왼쪽에 화장실이 보이는 곳으로 그대로 직진, 계단을 올라선 지 3분 만에 왼쪽으로 발지압장이 있는 정자쉼터에 다다른다.
 
  ‘자연학습장 종합안내판’이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간다. 이후로는 배봉산 능선을 따라 정상 부근까지 나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약간의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무시해도 될 수준의 낮은 경사다. 수많은 사람의 발길로 닦아진 길은 넓고 판판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능선을 걸은 지 10분이 채 안돼 정상 부근 군(軍)부대 울타리가 앞을 가로막아 선다.
 
  울타리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3분 정도 걸으면 맞은편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이제 내리막으로 바뀐 숲길은 2~3분 가량 더 가다 철재 난간이 있는 갈림길과 만난다. 이 철재 난간 길과 만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크게 돌아간다. 이 갈림길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주(主)능선에서 잘린 남쪽 능선을 더 걸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중랑천 벚꽃길과 연계하기 어렵다.
 
  철재 난간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지금까지 능선으로 걸어왔던 배봉산의 동쪽 기슭을 되짚어 걷게 되는 셈이다. 산은 작지만 숲은 울창하기 그지없다. 철재 난간과 계단을 만드는 데는 공을 많이 들였지만 새로운 나무를 심은 흔적은 많지 않다. 숲에 손을 덜 댄 덕분에 숲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마음에 든다.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려면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배봉산 숲길~중랑천 벚꽃 둑길 1시간30분/5.3km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로 산책로 정비가 잘되어 있는 배봉산 산책로. 


배봉산 자락길은 울창한 숲 그늘 밑으로 배드민턴장이 무수히 들어섰다. 그 때문에 갈림길도 많지만 그저 산언저리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숲길을 찾아 나아가면 된다. 배드민턴장과 체육시설이 집중된 곳을 지나면 잠깐 석축 밑으로 마을 옆을 스치듯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곧 만나는 Y자형 갈림길에서 오른쪽 노란 계단으로 내려간다.
 
  길섶으로 맥문동이 늘어선 그림 같은 숲길을 10분 정도 걷는다. 그러다 왼쪽으로 ‘동대문구 공원·녹지 순환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중랑천 둑길과 배봉산 숲길을 한 번에 연결하는 육교를 지나게 된다. 이 육교를 건널 때마다 숲길과 둑길을 이렇게 연결한 건 절묘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육교 덕분에 중랑천 둑길은 자연스럽게 배봉산 산책로와 하나가 됐다.
 
  육교를 건너 중랑천 둑길<3>로 들어서면 울타리를 타고 넘는 장미넝쿨이 인사를 건넨다. 말랑말랑한 우레탄 포장길은 걸음에 탄력을 준다. 중랑천 둑을 따라 군자교까지 3.4㎞나 이어지는 이 둑길은 이 지역에서는 벚나무길로 유명하다.
 
  4월 중순이면 벚꽃 잎이 흘러 하늘과 땅은 온통 하얀 강을 이룬다. 서울의 각 지역마다 벚나무길 없는 곳이 없지만, 이 둑길은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수㎞에 걸쳐 직선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벚꽃의 향연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라!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지 않은가?
 
  이 둑길은 군자교에서 끝난다. 길이 끊어지면서 찻길을 만날 때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찻길 옆 인도를 10여분 걸으면 지하철 5호선인 장한평역<4>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