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vonic Dances, Op.72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2집, 작품 72
Antonín Dvořák 1841-1904
특정 작곡가를 떠올릴 때는 대개 말년의 대작 아니면 적어도 중기 이후의 작품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다. 말러 같은 인물은 예외에 속할 수도 있겠지만,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의 초기 교향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드보르자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위시한 후기 교향곡이나 첼로 협주곡 b단조,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칸’, <레퀴엠>, 오페라 <루살카> 같은 작품의 작곡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드보르자크 역시 다른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거물’이 되기 전에는 길고 고난에 찬 무명 시절을 겪어야 했다. 그런 그에게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릴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 바로 <슬라브 무곡>이다.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
1873년에 결혼한 직후 성 보이체프 교회 오르간 주자가 된 드보르자크는 음악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스메타나(드보르자크는 프라하 국민극장의 전신인 가설극장의 오케스트라에서 몇 년 동안 비올라 주자로 있으면서 스메타나의 지휘로 많은 음악을 연주했다)의 뒤를 이어 체코 국민음악의 확립을 위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수입은 적어 일가족이 입에 풀칠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스트리아 정부가 예술가를 위한 국비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드보르자크는 교향곡 3번과 4번, 몇 편의 실내악곡을 장학금 수상 자격심사위원회에 제출했고, 1875년 초에 장학금 수상을 통고받았다(이 장학금은 5년간 지급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수입이 종전의 몇 배로 늘어난 작곡가는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작곡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장학금 수상이 드보르자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혜택은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브람스와의 만남이었다. 당시 장학금 심사위원으로 있었던 브람스는 곧바로 드보르자크의 재능을 간파했고, 슈만이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그랬듯이 드보르자크에게 여러 모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지원 가운데는 자신의 작품을 전담해 출판하고 있었던 짐로크 출판사에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출판해 주도록 주선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1877년에 출판된 <모라비아 이중창곡>(1876)이 호평을 받자, 짐로크 사는 슬라브 민속 선율에 바탕을 한 무곡집의 작곡을 의뢰했고, 그 결과가 <슬라브 무곡 1집>이었다.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다분히 의식한 의뢰였으며, 드보르자크의 무곡집이 거둔 대성공 역시 브람스의 무곡집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로써 드보르자크는 일약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인기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무곡의 역동적 활기와 슬라브적 색채의 선율
이 곡은 원래 네 손(한 대의 피아노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각자 저음 성부와 고음 성부를 맡아 연주하는 것으로, ‘연탄(곡)’이라고도 한다)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으며, 1878년 3월 18일에 착수되어 5월 7일에 완성되었다. 관현악 편곡판은 같은 해 4월부터 8월에 걸쳐 작성되었다. 한편, 짐로크 사는 이 무곡집 1번의 대성공을 다시 이어 가려는 의도에서 훗날 작곡가에게 같은 형식의 무곡집 2번을 다시 작곡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이때 드보르자크는 이미 충분히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었고, 같은 형식으로 이전 무곡집 이상의 완성도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의뢰에 선뜻 응하려 하지 않았다. 한동안 작곡을 미루던 드보르자크는 1886년 6월 9일에 손을 대기 시작해 정확히 한 달 뒤에 피아노판 악보를 완성했고, 관현악 편곡은 같은 해 11월 초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진행되었다.
1집과 2집 모두 분방한 활기와 아름다운 선율미가 결합된 걸작이라는 점에서는 같으나, 전자는 체코 고유의 무곡 양식에 주로 근거하여 리듬을 강조한 격렬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후자는 체코의 지방색보다는 범슬라브적 색채가 더 강하며 악상이 한층 원숙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각각 여덟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반에서는 둘을 함께 수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슬라브 무곡>은 체코 고유의 지방색이 녹아 들어간 양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은 보헤미아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
슬라브 무곡 2집 Op.72
Slavonic Dances op.72
No. 1 Molto vivace
No. 2 Allegretto grazioso
No. 3 Allegro
No. 4 Allegretto grazioso
No. 5 Poco adagio
No. 6 Moderato, quasi minuetto
No. 7 Allegro vivace
No. 8 Grazioso e lento, ma non troppo, quasi Tempo di valse
Karel Sejna, cond.
Czech Philhamonic Orchestra
Slavonic Dances op.72
No. 1 (9) in B major (Odzemek)
No. 2 (10) in E minor (Starodávný)
No. 3 (11) in F major (Skočná)
No. 4 (12) in D-flat major (Dumka)
No. 5 (13) in B-flat minor (Špacírka)
No. 6 (14) in B-flat major (Starodávný ("Ancient"))
No. 7 (15) in C major (Kolo)
No. 8 (16) in A-flat major (Sousedská)
Václav Talich, cond.
Czech Philhamonic Orchestra
(Rec.1950) Public Domain
1. Odzemek. Vivace (B major) 0:27
2. Dumka. Allegretto grazioso (E minor) 4:58
5. Spacírka. Poco Adagio—Vivace (B♭ minor) 11:08
7. Kolo. Allegro vivace (C major) 14:06
Barbara Kajin, cond.
Zagreb Philharmonic Orchestra
15.01.2016., Vatroslav Lisinski Concert Hall
제9번 (Op72-1) 몰토 비바체, B장조 (오드자메크) B major: Molto vivace (Odzemek)
2/4박자. 복합 3부 형식. 1부에서는 서로 성격이 다른 세 악상이 순서대로 제시되며, 이들을 중심으로 발전부가 화려하게 연주된 뒤 잠잠해져 2부로 넘어간다. D장조이며 매우 서정적인 2부에 이어 3부는 1부의 효과를 더 강력하게 살려 격렬하게 마친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제10번 (Op72-2)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E단조 (스타로다브니) E minor: Allegretto grazioso (Starodávný, Mazurka)
3/8박자. 복합 3부 형식의 아름다운 곡으로 크라이슬러가 바이올린 독주용으로 편곡한 적도 있다. 우수에 잠긴 감미로운 선율이 제시된 뒤 E장조로 변해 밝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C장조로 우아한 선율미를 자랑하는 2부에 이은 3부는 1부와 거의 비슷하나 장식음이 더 많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Sir Simon Rattle, cond.
Berliner Philharmoniker
Slavonic Dance Op.72 No,2 'Starodávný'
José Serebrier, cond.
Bournemouth Symphony Orchestra
2011
제11번 (Op.72-3) 알레그로, F장조 (스코치나) F major: Allegro (Skocna)
2/4박자. 민요와 민속춤을 합친 분위기의 곡으로 복합 3부 형식. 세 마디 길이의 약동감 있는 동기가 네 번 연주된 다음 변형형으로 다시 연주된다. 2부에서는 B플랫장조로 온화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등장한 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포르티시모에서 갑자기 멈춘 뒤, 3부로 넘어가 처음 동기의 변형형이 잠시 전개된 뒤 열광적인 코다로 마무리된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제12번 (Op.72-4)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D플랫장조 (둠카) <>D flat major: Allegretto grazioso (Dumka)
동기로 시작하고 끝난다. 3부에서는 1부가 간결하게 재현된 뒤 피아니시모로 사라지듯 끝난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제13번 (Op.72-5) 포코 아다지오, b플랫단조 (슈파치르카) B flat minor: Poco adagio (Spacirka)
4/8박자. 복합 2부 형식. 1주제가 포르티시모로 연주된 뒤 2주제가 비바체 2/4박자 D플랫장조로 연주된다. 이것이 반복된 후 1부의 첫 대목으로 돌아와 포르티시모로 고조되어 격렬하게 끝을 맺는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제14번 (Op.72-6) 모데라토 콰시 미뉴에트, B플랫장조 (스타로다브니) B flat major: Moderato, quasi minuetto
(Starodávný, Polonaise)
3/4박자. 복합 3부 형식. 안정된 리듬을 지닌 1주제와 목가적인 선율미가 돋보이는 2주제가 연주된 뒤, 2부에서는 명랑한 분위기의 3주제가 섬세하게 전개된다. 3부는 1부의 재현이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제15번 (Op72-7) 알레그로 비바체, C장조 (콜로) C major: Allegro vivace (Kolo)
2/4박자. 포르티시모의 도입부에 이어 광포한 느낌을 주는 주제가 등장한 뒤 화려하게 전개된다. 2부에서는 c단조로 호흡이 긴 선율이 등장하며, 3부는 C장조로 돌아와 주제가 자유롭게 전개된 뒤 코다로 넘어가 포르티시모로 고조된 뒤 강렬한 화음을 몇 차례 연주하면서 끝난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Mariss Jansons, cond.
Oslo Philharmonic Orchestra
제16번 (Op72-8) 그라치오소 에 렌토 마 논 트로포 콰시 템포 디 발세 (소우셰트스카)
A flat major: Grazioso e lento, ma non troppo, quasi tempo di valse (Sousedska )
G플랫장조 3/4박자. 지시어는 ‘우아하고도 느릿하지만 지나치지는 않게 왈츠의 템포에 준하여’라는 뜻이다. 3부 형식을 취하며, 환상적이고 우아한 선율미와 자유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2집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곡이다. 1부에서는 반음계적인 상승으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주제와 이에 대해 대조적인 악상이 제시된다. 2부에서는 차분하고 우아한 악상이 D플랫장조로 제시된 뒤 A장조로 바뀌어 힘차게 전개되고 다시 원조로 복귀한다. 3부에서는 첫머리 주제가 장식된 형태로 등장해 꿈을 꾸는 우아하게 전개되고 마침내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마무리된다.
Jiri Belohlavek, cond.
Prague Sym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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