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먹거리 자료

강원도 로컬푸드를 찾아서

박연서원 2015. 7. 7. 15:22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이윤화

 

그동안 산에 오르는 이유를 말하라면 걷는 즐거움, 정상에 오른 성취감 등을 먼저 이야기 하곤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등산이 왜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것일까?’에 대한 해답은 바로 자연색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순이 돋고 점점 초록이 되어가는 변화, 고목의 갈색 또한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산이다. 유독 산이 많은 강원도로, 산의 색감만큼 우리 음식의 다채로운 컬러 변화를 찾고 맛보러 떠났다. 본 투어의 주제는 ‘컬러푸드’였다. 서양음식의 토핑에만 컬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소 생경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로컬푸드에도 무척 다양한 색감이 존재한다.
탐사가 진행된 3월 초순은 이른 봄으로 찬기운이 맴돌았다. 치악산으로 유명한 원주에서  붉은빛 고추장 추어탕으로 추위를 녹이기 시작하여 뽕잎황태밥, 오디국수, 뽕잎국수, 누에국수의 삼색국수를 체험했다. 그리고 두타산 등산길에 거치는 삼척에서는 주홍김치색의 곰치국, 노란 울릉도호박술, 진한갈색의 막장을 맛보았다. 강릉과 속초 항구에서 뽀얀 우럭미역국과 붉은 홍게가 듬뿍 들어간 연한 황토빛 된장찌개도 즐겼다. 오대산이나 수타산을 찾을 때 홍천에 간다면 강황칼국수와 메밀로 만든 홍총떡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강원도 인접, 용문산 등산객이라면 고목 빛깔 능이버섯국밥도 꼭 맛보길 바란다. 서울에서 시작해 강원도 동해까지 다녀오는 여정 내내 향토음식 색감에 빠진 1박2일이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본 원고는 <제19차 농심음식문화탐사_강원도편>을 마치고 쓴 것이다)

 

얼큰한 붉은 추어탕
<원주추어탕>

가을 고단백의 보고인 미꾸라지로 끓인 국물, 추어탕은 끓이는 베이스에 따라 지역의 특색이 나뉘게 된다. 원주식추어탕은 고추장으로 끓이는 얼큰한 스타일로 고추장 맛에 따라  국물의 깊이가 좌우된다. 41년 된 이곳은 원주 추어탕의 원조격으로 7년 이상 숙성된 고추장을 사용해 안정된 매운맛을 내고 있다. 갈아 끓인 추어탕과 끓는 고추장육수에 산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어먹는 방식이 있다. 한편 한우와 미꾸라지의 새로운 조화로 만든 치악산한우추어탕도 인기다.
메뉴 :  치악산한우추어탕(갈) 11,000원, 추어탕(통) 9000원
주소 : 강원 원주시 개운동 406-13/ 033-763-7987

 

세 가지 컬러플 누들 
<고니골농장>

누에치기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누에치는 잠실을 국가에서 관리할 정도로 주요산업이었지만 현대인에게 잠업은 많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4대째 잠업을 하는 고니골 농장에서는 뽕나무에서 얻어지는 산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면제품만 하더라고 연보라빛 오디국수, 아이보리빛 누에국수, 초록빛 뽕잎국수를 만들어 컬러플 자연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뽕 역사에 대한 박물관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모든 것을 학습할 수 있는 양잠테마단지라 볼 수 있다. 
주소 :강원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139/ 033-766-0207

 

안주를 부르는 자연의 샛노란술
<울릉도호박술>


한약방을 하던 시아버지에게 전수받아 만들고 있다는 호박막걸리는 은은한 단맛으로 술이 약한 여성까지도 금방 호감을 갖게 만든다. 긴 세월동안 호박술을 담가온 할머니는 옥상에 기름기 많은 장치를 꾸덕꾸덕 말린 뒤 졸인 장치찜으로 안주솜씨를 자랑한다. 호박술과 생선찜 그리고 할머니의 입맛을 더해서 단골들은 오늘도 밤이 깊은 줄 모른다.
메뉴 : 호박술 5000원, 장치찜 3만원
주소 :강원 삼척시 정상동 389-2/ 033-574-3920

 

묵은지와 곰치의 조화
<동아식당>

물컹물컹하고 못생기고 잡히면 그물에 상처만 내기 일쑤인 꼼치(삼척사투리는 곰치. 이하 곰치)는 옛날 천덕꾸러기 생선이었는데, 세월이 지나 곰치의 참맛이 알려지면서 삼척의 명물이 되었다. 요즘은 곰치가격이 계속 올라 금치라 불리기도 하고 삼척항에는 당일 곰치국의 가능 여부를 표시하는 네온사인간판이 생겨날 정도다. 삼척의 곰치국은 묵은지와 함께 끓이는 얼큰한 방식이다. 추적추적 비오는 날, 곰치국은 더욱 제격이다.
메뉴 : 곰치국 1만2000원
주소 : 강원 삼척시 정하동 125-2/ 033-574-5870

 

진갈색 막장은 강원도의 저력
<고천리 마을음식 체험>

삼척의 청정마을‘고천리’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는 콩은 색감과 맛부터 남다르다. 마을작물의 90%가 콩이기에 콩으로 만든 음식 또한 여러 가지다. 간장 거른 메주를 사용하는 일반 된장과 달리, 순수 메주를 듬뿍 넣고 1년 이상 숙성시켜 먹는 ‘막장’은 고천리의 전통 장이다.  그리고 날콩가루로 끓인 뒤 동치미국물로 엉기게 만든 ‘콩갱이국’은 마치 순두부같은 모양새다. 꿀밤이라 불리는 도토리로 만든 가루음식 또한 지혜로운 조상의 저장음식이다. 그런데 음식 이상으로 인상 깊은 고천리의 매력은 마을 주민의 순박함과 정성이 언제나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소 : 강원 삼척시 미로면 고천리 224-4

 

노르스름한 녹색 빛의 뽀얀 국물
<장안횟집>

요오드가 많아 산모의 젖을 돌게 하기에 출산 후 미역국을 먹고 그 유래에서 비롯하여 생일미역국도 즐겨 먹게 되었다. 강릉엔 예부터 즐겨먹는 생선미역국이 있다. 우럭은 뼈가 억세고 육질이 단단하여 오래 끓여도 살이 잘 부서지지 않기에 미역과 함께 푹 익혀 먹는 용도로 아주 적합하다. 우럭미역국은 강릉의 향토음식이면서 이제는 사천항의 대표외식메뉴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메뉴 : 우럭미역국 1만원
주소 : 강원 강릉시 사천면 산천진리 86-64/ 033-644-1136

 

초록면사리와 살얼음 물회
<구구집>

물회는 옛 선조들이 막생선을 끼니처럼 손쉽게 먹던 방식이라 여겨진다. 배에서, 잡은 생선을 한입크기로 적당히 썰고 물을 붓고 된장을 풀어먹던 물회는 식사도 되고 국처럼 먹기도 했던 어촌의 소박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점점 물회 양념비빔장이 외식수준과 더불어 발전하여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구구집의 물회은 과일, 육수를 활용한 슬러시 형태로 나오며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이 다양하고 해초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특이하다. 
메뉴 :  구구물회(특) 2만원, 문어덮밥 1만5000원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549/ 033-636-1888


된장국물속의 붉은 홍게다리
<오봉식당>

기다란 붉은 다리를 가진 홍게를 백반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뷔페에서 사람들을 줄서게 만드는 찐 홍게가 이곳에서는 게장백반이나 홍게장칼국수가 되어 나온다. 당연히 게가 듬뿍 들어가니 감칠맛이 그리 풍부할 수 없다. 사근사근한 친절보다는 음식에만 몰두하겠다는 무뚝뚝한 주인아주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이다 보니 신뢰하는 무언의 정이 깊이 오간다. 
메뉴 : 게장백반 8000원, 홍게장칼국수 6000원
주소 : 강원 속초시 장사동 628/ 033-633-7376

 

두유빛 메밀부침 안의 얼큰 채소
<중앙시장내 주영이네>


홍천 중앙시장 내에는 메밀부침개인 메밀총떡 가게가 많다. 보라색, 빨간색 등 집집마다 고유 컬러를 지정하고 상호를 써서 제각기 자기 집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 먹는 메밀총떡에 비해 이곳은 좀 더 뽀얀 베이색이다. 거피하지 않은 메밀반죽으로 부쳐 약간 거무튀튀한 색에 김치 양념을 넣은 일반 메밀총떡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거피한 메밀을 직접 갈아 걸러서 사용하고 속재료도 무와 배추를 절여서 고춧가루와 참기름으로 양념을 하여 만든다. 깨끗한 색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홍천의 메밀총떡은 일명 ‘홍총떡’이라 불리우고 이미 택배주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소 : 강원 홍천군 홍천읍 신장대리 홍천중앙시장 내

 

노란국수는 강황의 힘 
<진명해물칼국수>

면반죽에 강황을 넣으니 노란빛깔로 국수 색이 어여쁘다. 예부터 강황은 통증완화, 생리불순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건강식재료이다. 이곳은 농사지은 노란 강황가루 또는 초록의 삼채를 건조하여 자연컬러 면발을 만들고 있다. 면 하나에도 색과 건강을 염두한 배려다. 건강한 농산물을 사용하고 푸짐한 양에 비해서 가격은 무척 합리적인 편이다. 평소엔 강황국수만 사용하고 있고 사전에 상의하면 삼채국수도 맛볼 수 있다.
메뉴 : 해물칼국수 6000원, 수제비칼국수 7000원
주소 : 강원 홍천군 홍천읍 진리 104-3/ 033-433-3300

 

고목빛깔의 참 진국
<용문원조능이버섯국밥>

용문역 앞의 허름한 식당 앞에 서면, 처음 온 이들은 들어가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도 식당 내부가 정신없기는 매 한가지다. 그런데 찬찬히 보면 주인장이 직접 산에서 따온 약초들이 여기저기에서 말려지고 있는 광경이다. 이집의 국밥은 산에서 채취한 능이버섯을 기본으로 국물을 끓인다. 국물 색은 거무튀튀하나 은은한 버섯향이 깊게 베어 많이 먹어도 개운하고 소화도 잘된다. 용문장날이면 시장 내 인기 국밥집으로 변모한다. 
메뉴 : 버섯국밥 4000원
주소 : 경기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 737-34/ 010-9386-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