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칼럼니스트와 맛집 블로거 추천,
가격 대비 만족도 좋은 맛집을 찾아서
어릴 적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이맘때쯤 되면 달게 지은 밥에 구수하게 잘 끓인 재래식 된장찌개와 조물조물 무친 봄동나물 푸짐하게 얹어 쓱쓱 비벼주셨다.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봄날에 즐겨 먹는 힐링 밥상으로 그만한 게 없다. 볕이 잘 드는 요즘 같은 날이면 항상 생각나는 그리운 맛이다.
간혹 엄마가 해주는 푸짐한 ‘밥’을 먹을 때의 기분이 드는 음식점들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하나라도 더 퍼주고자 하는 업주의 넉넉한 마음과 서비스, 식재료 하나에도 고집과 진정성을 불어넣어 제대로 된 웰빙 밥상을 제공하는 곳들이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좋은 음식점, 단골을 자처하고 싶은 완소 맛집의 절대적인 기준인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곳은 어디일까.
가격대비 만족도의 시작은 조선시대?
한국은 일본처럼 200년 이상 가는 밥집이 없다. 세기를 뛰어넘는 동안 후손이 대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유서 깊은 음식점을 찾기 힘들다. 이를 두고 국내 외식산업에 대한 업주들의 장인정신이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한국은 외식문화가 발달한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이다.
지금의 음식점과 비슷한 것이 생겼을 무렵은 조선시대 후기, 주막(酒幕)이다. 조선은 일반 사람들의 유동을 막았던 나라로 도로는커녕 지도도 그리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 사람이 없는 곳에 밥집이나 주막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후기로 접어들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역과 원 사이에 사설 주막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역과 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 상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행상꾼들이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술국에 밥을 술술 말아먹거나 탁주를 나누어 마시기도 했다. 예상컨대 ‘먹거리’에 있어 한국만의 훈훈한 인심이나 따뜻한 정서는 조선 후기 주막이 생기면서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음식을 ‘사고 판다’는 개념 자체도 어설펐을 뿐 아니라 이곳 저곳 오가는 허기진 상인들이 요기하고 편히 쉬도록 먹거리와 잘 곳을 저렴하게 ‘베푼다’는 의미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헐값에 탁주 한 사발 주문하면 안주가 무료로 붙어 나오고 밥과 술을 사먹는 이들에게 숙박은 무료였으니, 진정한 ‘가격대비 만족도’의 시작은 주막에서부터다.
그래서 맛집 블로거 9인에게 그런 ‘주막’같은 맛집을 물었다. ‘이 집에 가면 이 메뉴는 꼭 맛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그들은 다양한 음식점과 메뉴들을 소개했다. 다행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봄동나물된장비빔밥 만큼 따뜻하고 넉넉한 음식들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 밥상, ‘저염 한정식’
요리하는 블로거 ‘나나’ 추천 <바달비>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염분 함량을 최대한 낮춰 짜거나 자극적인 맛을 배제하여 ‘저염’과 ‘힐링’을 모토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건강식 밥상을 제공하는 곳으로 가볼까. <바달비>의 메인 코스요리는 총 4가지로 구성돼 있다.
바달비 저염 한정식
기본 2만원 코스부터 즐거운상차림(2만8000원), 행복한상차림(3만5000원), 다복한상차림(5만원)인데, 인삼제육구이와 감자옹심이, 삼계탕, 해파리냉채, 불고기냉채 등 기본 10가지 이상의 요리와 식사메뉴를 차려낸다. 인삼제육구이는 간장양념에 인삼을 갈아 넣은 것이 특징인데 돼지고기 냄새를 잡아주면서도 인삼 고유의 향을 가미했다. 해파리냉채의 경우 겨자소스 대신 간장과 올리브오일, 식초와 다진 고추로 심심하게 간을 맞춰 해파리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 이밖에 한약재를 넣고 고운 삼계탕과 직접 만든 보리빵, 씨겨자소스에 채소와 함께 새콤하게 버무린 불고기냉채, 나물 위주의 반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점심에는 1만5000원에 힐링밥상을 만날 수 있으니 깔끔한 한식이 생각날 때 제격이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신림5동 1427-16 전화 (02)889-2600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족발과 해물냄비의 기막힌 앙상블
냉철한 음식평론가 ‘건다운’ 추천 <오목집>
오목집의 족발
식사와 술안주의 두 가지 매력을 다 지닌 메뉴로 족발(대 3만5000원, 중 3만원)만한 것이 없다. 족발은 오후 1시 넘어서부터 삶기 시작한다. 돼지고기가 매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그쯤이다. HACCP(식품위생관리시스템) 인증을 받은 신선한 국내산 족발을 그렇게 매일매일 2시간 이상 푹 삶아낸다. 그러니 오후 4시 넘어 방문해야 갓 삶은 따뜻한 족발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묵직한 방짜유기 접시에 담아 나오는 족발은 윤기가 돌고 김이 모락모락 나며 겉보기에도 촉촉하다. 이집은 앞다리와 뒷다리를 함께 내는데, 운동량이 많아 조직이 비교적 부드러운 앞다리와 저작감이 좋은 뒷다리 부분을 골고루 섞어야 맛이 풍부하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국물이 아쉬운 주당을 위해 테이블 한쪽에는 홍합과 꽃게, 바지락, 배추를 넣은 맑은 국물의 해물냄비를 내니,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먹으면 끝맛은 칼칼하고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 목동파라곤 지하 45호 전화 (02)6737-6692
착한 가격ㆍ푸짐한 양ㆍ추억의 맛 세 박자 갖춘 ‘만점’짜리 ‘반점’
오로지 먹기 위해 산다는 ‘케빈’ 추천 <안동반점>
낡은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낸 탕수육, 불맛 제대로 살린 잡채밥, 화끈한 국물의 짬뽕을 두고 소주 한잔 기울이기에 부담 없는 곳으로 ,식사 메뉴는 4000원부터 8000원까지 요리는 주로 1만6000원에서 2만원대 중반(中 기준)까지로 나름 저렴한 중국집이다. 메뉴판엔 나와 있지 않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로 달라’고 주문하면 주인장이 알아서 小자(1만2000원)를 내준다. 두 명이 방문해도 부담 없는 가격에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다.
안동반점의 탕수육과 잡채밥
잡채밥(6000원)은 맨밥 대신 볶음밥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밥알 사이사이 은근하게 밴 불맛이 적당히 올라오며, 짭짤하게 볶아낸 잡채와 함께 먹으니 맛이 좋다. 삼선짬뽕(8000원)은 얼큰하고 묵직하게 감기는 맛이다. 소주 한잔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맛이다. 조미료의 맛이 다소 강하긴 하지만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을 생각하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탁월하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 1가 107 전화 (02)923-4448
삼겹살 가격으로 한우고기 먹을 수 있는 주옥같은 한우실비식당
대중식당 선호하는 외식콘셉트 기획자 김현수씨 추천 <값진식육>
질 좋은 한우고기를 보통 돼지고깃집의 삼겹살 값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문래동의 값진 식육의 한우실비모둠구이(150g, 1만3000원)에는 한우 등심과 갈빗살, 업진살 등의 부위가 골고루 들어간다. 주로 1등급이나 1+등급을 2~3주가량 숙성시킨 것들이다. 단백질의 고기는 숙성과정을 통해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풍미와 식감도 좋아진다. 일본사람들이 갓 잡은 활어회보다 숙성시킨 선어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양념장이나 반찬은 아주 단출하다. 생소금과 기름장, 액젓소스 그리고 샐러드와 김치 종류 두어 가지가 전부다. 기름장엔 소금 대신 다진 마늘을 넣었다. 촉촉한 윤기와 육즙을 머금고 있는 한우고기가 마늘의 알싸한 향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까나리액젓에 청양고추와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배합해 만든 액젓소스도 한우의 풍미를 더한다.
된장찌개와 밥의 마리아주를 사랑하는 한식마니아라면 마지막에 된장찌개(후식용 1인 2000원)를 주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재래식된장과 콩나물, 두부, 양파, 표고버섯, 청양고추, 소고기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 마무리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77-43 전화 (02)2634-9288
'맛집 > 먹거리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기행 - 모악산과 전주 10미 (0) | 2015.03.27 |
---|---|
전국 맛집 99선 (0) | 2015.03.19 |
작지만 강한 맛집 가을맛집 (0) | 2015.01.28 |
맛있는 제주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 (0) | 2015.01.22 |
제주의 향토음식 (0) | 2014.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