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길에 버스 한 대가 달린다.
한 남자가 손을 들자 여성 운전사가 차를 세워 그를 태운다.
버스는 다시 한참을 달려 또다른 두 남자가 차에 올라탄다.
그들은 강도로 돌변해 승객들을 위협하고 돈을 갈취한다.
강도들은 내리면서 여성 운전사를 길가 풀섶으로 끌고가 성폭행한다.
버스 안의 승객들이 모두 외면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아까 탔던
남자만이 강도들의 악행을 제지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는 강도의 주먹에 얻어맞고 휘두른 칼에 상처까지 입은 채 쓰러진다.
승객에게 돈을 갈취하고 성폭행까지 한 깡패 2명은 달아나고 만다.
여성 기사가 돌아와서 창 너머로 구경만 하던 그 많은 승객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말없이 쏘아 보자 승객들은 그 여성 기사를 똑바로 쳐다 보지도 못하고 외면하고 만다.
그러자 여성 기사는 털썩 주저앉아 운전대에 기대어 한참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원망에 찬 울음을 운다.
한편 깡패를 제지하려다가 다친 중년 남자가 절룩거리며 뒤따라 올라타려하자 그 여성 기사는 그를 쳐다 보더니 단호히 내리라고 하며 타지 못하게 한다.
중년 남자가 황당해하면서, ‘아니! 아까 나는 당신을 도와주려고 하다 다쳤는데 타지 말라고 하느냐?'며 항의하니까 기사는 거두절미하고 갑자기 문을 쾅 닫아 버리고는 창문을 통해 그의 가방을 밖으로 내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기사는 단호히 버스를 출발시킨다.
홀로 남은 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걷다가 어렵게 지나가는 다른 차를 얻어 타고 가던 중에 그는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바로 그가 탔던 44번 시외버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경찰은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말한다.
여성 운전사가 그 사람만 내려놓고 가다가, 절벽에서 일부러 브레크를 잡지 않고 모두 함께 저승으로 데려간 셈이다.
2001년 제58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비롯해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던 11분짜리 중국 단편영화 <버스 44>의 전반부 내용이다.
데이얀 엉(伍仕賢) 감독을 국제적 스타 반열에 올린 <버스 44>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하며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죄를 짓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모두 죽어야 할 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죄를 지은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그 여성기사는 오직 살만한 가치가 있던, 유일하게 깡패들의 악행을 제지했던 그 중년 남자를 일부러 버스에 타지 못하게 하고 깡패들의 악행을 모른 체 외면했던 승객들을 모두 지옥으로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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