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먹거리 자료

월월이청청의 山맛!

박연서원 2014. 9. 24. 09:34

 

포항하면! 호미곶일출, 영덕항 대게, 죽도시장 싱싱한 활어, 강철 포스코를 시작으로 바다산물의 진풍경부터 제철산업의 자랑 등이 떠오른다. 이번 여행에서는 포항 최북단 산골 중의 산골 계곡인 하옥으로 향했다. 이곳은 청송군과 경계를 이루는 오지마을로 죽장면 소재지에서 북쪽 골짜기로 오십여분, 포항시내에서는 한시간반을 잡고 출발해야 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옥계곡을 가기 위해 꼭 거쳐야 되는 상옥 마을을 지나서도 이십리를 더 달려가야 되는데, 가면 갈수록 가슴이 점점 더 설레게 된다. 초입의 작은 다리를 건너 기암괴석의 비경과 긴 세월을 견뎌낸 노송의 자태, 웅장한 박력과 함께 타고 내려오는 계곡의 용솟음 소리...서울에서 출발한 긴 여정에 잠깐 눈을 부치고 일어나 보니 공룡이 살던 쥬라기 숲속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긴 산길이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비포장 흙길이었다. 마을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불편했던 교통이 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절경의 자연을 그대로 남겨준 은인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왜 이리 파랗고 높은지 고개를 떨구지 못하며 감탄을 아까지 않는 사이 몇 곳의 숲속 야영장을 지나 ‘월월이청청’이라는 커다란 나무간판 앞에 다다른다.

 

 

오랜 전부터 하옥계곡의 터줏대감 노릇을 한 하옥산장의 식당이 농가맛집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월월이청청’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경상북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여성들이 손을 잡고 놀다가 마당이 있는 동네의 집을 다니면서 밥을 함께 나누어 먹곤 하였다는 놀이에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월월이청청’이란 이름도 산골의 맛집도 모두 유별나다. 이집의 단골인 시인이 다녀가며 한 구절의 시를 남겼다.

 

그곳에 맛이 있다
               
절경에 넋을 놓고 돌고 도는 산굽이에
뜬금없는 간판 하나 우두커니 서 있네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
농가맛집 월월이청청

그곳에 맛이 있어 물어물어 찾아와
푸짐한 산골자연밥상 느긋이 즐기면서
온 김에 방 한 칸 잡아
며칠 묵어가고픈 곳

좀처럼 떠날 생각 하지 않는 손님과
장작 불 지피느라 눈물 빼는 쥔네가
세상사 안주 삼아서
주안상을 차리네

(시조시인 이 경옥)

 

월월이청청을 방문하기 전에는 그저 어딘가에 있을 법한 한편의 시라고 생각했는데, 골짜기 안에 다다르니 시인의 말과 꼭 들어맞는다. 수국의 송이송이가 지키는 월월이청청의 외관을 보면 그저 수수한 단층 양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집의 양옆과 뒤쪽 숲속은 한 폭의 절경으로 맛집의 기상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님이 느껴진다. 특히 식당 옆으로 내려가면 숨겨진 전용계곡이나 다름없는 물동산이 있다. 하옥산장은, 이 계곡에 발을 담가보는 것만으로도 더 머물고 싶게 하는 곳일지도 모르리라.

 

 

마침 찾았을 때 월월이청청 뒷곁에 있는 화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일반 식당용이  아닌 규모가 꽤 큰 화덕이다. 예약이 있는 날이면 통오리, 통돼지고기, 소시지가 구워진다. 젊은 날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던 바깥주인의 아이디어와 전문가가 함께 지은 화덕은 그날그날 참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펴 연기로 구워지는 제대로 된 훈제용 자연오븐이다. ‘산속의 오리쌈’에 나오는 통오리는 자연화덕에서 세 시간을 구운 뒤 스팀처리로 촉촉하게 만들어진다. 먹는 동안에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도자기로 만든 찜기 위에 얹어지고 아래에는 따뜻한 수증기가 계속 나오게 장치되어 있다.

 

 

전 과정을 지켜보니 한 마리의 오리구이가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오리요리가 나오는 것만도 감동스러운데 오리가 펼쳐진 상 앞에 앉으면 사뭇 진지해진다. 고춧물을 살짝 들인 얇은 전병, 푸른빛 고추냉이 무소스, 사과토마토양파소스 등은 모두 자연색이면서 색감이 알록달록하다. 그냥 먹어도 좋을 훈제오리살을 들고 전병에 싼 뒤 이번에는 어떤  소스를 찍을지 또는 깔끔한 백김치묵은지에 싸먹을까를 고민해 본다. 가죽장아찌, 돼지감자장아찌, 표고버섯장아찌 등 저장류도 여러 가지이고 고사리, 도투라지(명아주의 경상도 사투리)나물도 접시에 푸짐히 담겨 한 자리 밥상을 차지하고 있다.

 

 

월월이청청의 ‘산속의 화덕구이’에는 화덕에서 구운 돼지고기 외에 수제소시지가 나온다. 소시지는 고두밥과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별미 수제소시지로 한국적인 식재료를 가지고 서양의 방식을 접목한 음식으로, 감히 특허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숲속이 내려다보이는 통유리 안에서 화덕구이 고기를 먹었지만, 먹고 나면 고기를 먹는다는 부대낌보다는 이런저런 숲채소와 다양하게 조화시켰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느 것은 간장 절임으로, 또 다른 것은 아삭한 김치로 때론 숨죽지 않은 나물로 말이다. 먹다보니 음식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식재료가 있던 곳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점희사장과 함께 차로 십여분 내에 있는 보물 단지 같은 농장을 찾아 나섰다.

 

 

산속의 자리한 7천여 평의 농사밭 절반은 가을사과가 차지하고 있다. 우량사과를 길러내기 위해 올망졸망 달린 어린 사과를 속아내는 접과는 5월에 끝난다. 요즘은 늦가을 11월의 수확을 기다리는 풍성한 푸른 사과알이 펼쳐진 넓은 사과농장을 보며 즐기면 된다.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들의 수령은 30년을 거뜬히 넘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무척 심한 고랭지 과일은 속이 참 알차다. 하옥마을은 포항시내보다 사과지역으로 유명한 청송얼음골이 더 가까우니 사과 맛이 남다른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사과밭 주변으로 호두, 고추, 배추, 무, 감자, 콩, 고사리 등 갖은 채소도 지천이다. 밭을 한바퀴 돌고나서 허물어질 것 같은 정겨운 옛 농막을 발견했다. 농막 처마 아래에는 경상도 추어탕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제피 열매가 아직 실하게 열려있다. 매일 새벽 다섯시반이 되면 이곳은 월월이청청 부부의 일터가 된다. 그리고 이른 아침의 수확물이 그날그날 밥상에 오른다. 쉼없는 부부의 하루를 들으니 게으른 나의 도시생활이 살짝 부끄럽게 돌아봐진다.

 

 

볼수록 서로의 역할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부부다. 남편의 화덕구이 솜씨가 없다면 산속의오리쌈의 오리가 나오지 않고 넓은 사과나무는 키워질 수도 없을 것이다. 아내의 손길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밭과 산에서 따온 각종 나물과 식재료가 그녀의 구미에 맞게 이래저래 변신되어 밥도둑마냥 다양한 반찬으로 바뀌게 된다. 20년하고도 훨씬 전 부끄럼 많던 이점희씨는 포항시내에서 큰 음식점을 하던 지금의 남편과 만난 뒤 음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 뒤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하는 부부의 뜻이 모아져 하옥마을에 들어오게 된다. ‘지금도 자동차로 한참을 들어가야 되는 계곡인데 당시는 얼마나 첩첩산중이었을까?’ ‘산이 무섭지 않고 그 산이 친구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여러 궁금증이 살아난다.
부부는 그동안 정직한 시도를 여러 가지 해왔다. 한때 칼국수를 팔았는데, 당시 국수를 만들기 위해 통밀을 농사지었다. 이렇듯 기본에 충실하게 식재료를 내손으로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왔다. 처음엔 산에 나는 작물을 따 먹다가 스스로 맛이 좋다고 여겨서 키우게 된 농산물만도 수십여 종에 이른다. 그들이 가꾸는 남새(채소)밭은 시험정신으로 시도되는 작물들이 참 많다. 그래도 이들의 농사 품목에 없는 쌈채류는 오지마을로 하옥과 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옥참느리마을에서 유기농 쌈배추, 로메인, 쑥갓 등을 공수받고 있다.  

 

월월이청청. 예약제 운영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죽장로 2630(하옥리 590-1)
전화 054-262-7885
메뉴 산속의오리쌈(3인) 45,000원, 산속의화덕구이(1인, 모둠바베큐) 15,000원

 

상옥참누리마을 쌈채전문 농원
고천농원(죽장상옥)
주소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739
전화 054-262-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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