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기/기타국내산행

불수도북 4산종주(2005.4.23-4.24)

박연서원 2008. 4. 20. 15:36

불암산(508)-수락산(637.7)-도봉산(740)-북한산(836.5) 4산종주

2005.4.23(토)-4.24(일)

 

고교동문산악회에서 연례행사로 치러왔지만 그 동안 시간이 나지

않아 참가할 수 없었던 불수도북 4산종주를 2005년 4월23일(토)-

4월24일(일) 마침 일정이 비게되어 도전한 바 완주에 성공하였다.


여성2명을 포함, 총20명이 참가하여 전원 완주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20회는 김종국, 박승훈, 이선길 3명이 참가하여 모두 완주에 성공.

 

참가자명단 :

 13회 ; 김진수 최재성

 20회 ; 김종국 박승훈 이선길, 24회 ; 김재주+양준희 박기설

 25회 ; 김극범 김종무+정혜인 남장현 양명륭 하대현 한수복

 26회 ; 김종문, 28회 ; 김형주 한만엽, 29회 ; 한영균, 36회 ; 김한준

 

4/23(토)

 

21:05 상계역 출발
21:48/21:52 깔딱고개
22:10 불암산 정상(508)
22:24 석장봉(479)
22:58 덕릉고개-23:18 군부대철문-23:32/23:43 바위쉼터

 

4/24(일)

 

00:06 치마바위-00:09/00:15 귀두봉아래쉼터
00:30/00:45 수락산주봉(637.7)
01:09 사자(홈통)바위 갈림길
01:31/01:40 509봉
02:26 동막골 굴다리-02:40 장암동사무소
02:51/03:25 회룡역 훼밀리마트(야식)
03:50/03:52 샘터
04:00 회룡사
04:40/04:45 포대능선안부
06:10 도봉산 자운봉앞
06:22/06:30 오봉쉼터-07:17/07:21 계단전망대
07:30 우이암-(위험한길)-08:00/08:10 계곡
08:35/09:40 우이동 미니스톱(우이령 조식)
09:50 국립공원관리공단 우이분소
09:55 진달래능선입구
11:18/11:35 북한산 대동문
11:45 보국문-12:05 대성문(626)
12:13/12:30 대남문-12:45 깔딱고개-12:59/13:10 샘터
13:42/13:45 구기매표소
14:05 옛날민속집(중식) (총산행 17시간, 순산행 15시간)

 

4월23일(토) 7시경 4산종주를 위하여 집을 나서는데 감기때문에 도중

포기하게 될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8시50분 상계역에 도착하니 20회

동기2명은 이미 와있다.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9시5분 산행출발.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상계역을 떠나 공원관리사무소

앞으로 산을 오르는데 보름달이 휘엉청 밝아 랜턴이 필요없을 정도.

9시23분 정암사갈림길에서 개울을 건너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9시48분 깔딱고개에 당도, 잠시 선채로 쉬며 목을 축인 후 9시52분

좌측 능선을 타고 거북바위를 거쳐 10시10분 불암산 정상(508)에

올라 태극기 휘날리는 암봉에 앉아 쉬는데 다른 팀도 올라오고있다.

 

10시17분 불암산 정상을 북면으로 내려가 10시24분 석장봉(479)을

지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어둠속에서도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10시58분 덕릉고개 도착. 군부대가 있어서 잠시 헤드랜턴을 끈 채로

동물통로를 따라 덕릉고개를 가로지르고 11시18분 군부대 철문통과.

 

11시32분 바위에서 10여분 휴식. 달빛의 밝기에 가려 처음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다가 한참 올려다보면 별이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치마바위를 거쳐 4월24일(일) 0시9분 귀두봉(하강바위)아래 암봉에

올라 간식을 들며 5분여 휴식. 서울야경이 무척 화려하고 아름답다.

 

코끼리바위, 철모바위를 지나 0시30분 수락산주봉(637.7)에서 15분

머무는 동안 간식을 들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0시45분 하산 시작.

 

0시51분 4거리안부에서 동막골 방향으로 직진하여 608봉을 넘은 후

사자(홈통)바위를 우회하여 내려간다. 524봉을 거쳐 1시31분 509봉

에 올라 휴식, 정상부가 넓직하고 경관이 수려하여 기분이 상쾌하다.

 

2시10분 산불감시초소에서 산을 내려가 2시26분 굴다리를 지나고

동막주공아파트와 장암동사무소를 거쳐 2시51분 회룡역에 도착하여

훼밀리마트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날씨가 추워서 오래 쉴 수가 없다.

 

3시25분 출발하여 3시50분 샘터에서 물을 마신 후 4시에 회룡사를

지나는데 절에서 예불소리가 들린다. 몇 개의 다리를 건너 4시20분

오르막 직전 10분간 쉬고 4시40분 포대능선에 올라 다시 5분 휴식.

 

포대능선을 타고 때로는 우회하여 나아가다가 5시27분 붉게 물든 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10분간 쉬며 장관을 감상.

 

5시45분 헬기장에서 5분간 쉬고 6시10분 자운봉에서 우회. 6시22분

오봉쉼터에서 잠시 간식을 들며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피로를 달랜다.

 

김종국과 둘이서 우이암으로 향하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 전망대에서

오봉을 바라보며 쉬고 있으려니 젊은 등산객 3명이 뒤쫓아 올라온다.

 

그들은 우리보다 1시간 이른 8시 상계역을 출발하여 4산종주를 시도

했으나 수락산은 생략하고 도봉산 산불감시초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왔단다. 길을 잘 모를 정도로 무모하여 우리가 앞장서서 인도해준다.

 

7시30분 우이암을 지나 위험한 길을 택하여 하산. 로프구간을 통과한

후 약간 속도를 낸다. 갈림길쉼터에서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 세수를

하여 졸음을 쫓고 8시35분 우이동에 도착하여 맥주를 한 잔 마신다.

 

종국이와 ‘우이령’에서 해장국을 들며 소주1병을 나누어 마시니 힘이

나는 듯하다. 미니스톱으로 가서 선배들과 두릅을 안주삼아 맥주를

더 마시다가 나머지 모두 하산하여 9시40분 진달래능선으로 향한다.

 

9시55분 등산로입구에서 능선에 오른 후 곧 매표소 통과. 본격적으로

진달래능선 산행이 시작되는데 등산로를 따라 만개한 화려한 진달래,

모자이크된 벚꽃과 녹음이 진달래능선이라 명명된 이유를 말해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진달래능선을 어렵사리 올라 11시18분 대동문에

이르니 이정호선배가 시원한 맥주와 커피 등을 제공하며 격려해준다.

맥주를 받아 마시는데 속이 거북하여 15분여 나무 그늘밑에서 휴식.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11시35분 대동문을 떠나 보국문, 대성문을 거쳐 12시13분 대남문에

당도, 최치석선배와 이선길이 먼저 떠난 후 혼자 쉬다가 최재성선배,

김종국과 만나서 12시30분 함께 하산. 쉬엄쉬엄 천천히 내려간다.

 

깔딱고개를 거쳐 오후1시 샘터에서 10분간 쉬고 1시45분 매표소를

지나 2시5분 옛날민속집에 도착하여 총17시간(순15시간)의 산행을

종료. 점심겸 하산주를 마시며 허기, 갈증, 피로, 졸음을 날려보낸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함께 완주한 동기 김종국의 산행기

 

댓글 한번 무심코 쓴 죄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4산에 오르게 됐답니다.
물론 자의 반은 호기심이라든지 총산악회의 통과의례라는 의미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작은 참고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노원에서 상계행 전철의 창밖에 붉은 십자가가 유난히 몰려 있는 까닭은,
이 지역에  죄지은 사람이 많아서입니까? 혹은 길 잃은 양이 많아서???
주여,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만 부탁드립니다.
할렐루야!!

상계역 (2005-4-23  21:00)

총 19명(선배 2명, 동창 3명, 여성분 2명을 포함한 후배 14명, 이후에 수락산에서
1명 합류)과 응원단 여러 명이 정각 9시 전철역사 앞에서 기념 촬영을 끝내고
산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내 후래쉬가 맨홀 속으로 떨어지더니 다시는 광명을
찾지 못합니다. 예비품을 꺼내지만 기능이 검증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시작부터가 우중충합니다.

불암산 

불암산은 초행입니다.
가로등있는 산 길이 끝나자, 둥근 보름달님이 그 자리를 대신 합니다.
처음부터 걸어가는 속도에 경악하는 순간 선길이가 정지를 명하더니 13회
김 진수선배님에게 길 안내와 보속의 완급을 부탁드립니다.
선배님의 걷는 모습은 심마니류(流)를 떠오르게 하고, 길을 안내하는 것은
지관풍(風)입니다. 그래도 역시 쫓아가기가 벅찹니다.

산 중턱부터 경사가 급해지며 바위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숲을 벗어난, 시야가 트인 산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이 생소하고 오묘합니다.

후레쉬의 밧테리를 아끼느라 내 것은 꺼놓고, 보름달빛과 앞뒤사람의 랜턴불빛을
눈 동냥하며 걷노라니, 달빛에 의한 내 그림자와 모처럼 정겨워지고프고,
능선길에 비치는 진달래꽃의 실루엩을 감상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물론 달빛과 랜턴빛은 상극입니다.

불암산의 손바닥만한 정상은 정말로 매혹적입디다.
아무 곳에서나 일어서기만 하면 사방의 야경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후배님들은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이지만, 정작 우리의 사진사, 총무님은 빈손입니다.
잠시 휴식후 심마니님이 하산을 독촉합니다. 

수락산 (23:00)

동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한 육교를 지나 둘째 산에 진입합니다.
원래, 산에 대해 무지한 저는, 두 산 사이에 민가들이 있어 가게하나는 접할 수
있다고 믿어,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물도 500ml만 준비했는데,
민가는 커녕 약숫물도 없으니 후레쉬 밧데리에 이어 신경 쓸 일이 한가지
추가됩니다.(나중에는 기어코 총무의 물을 강탈합니다.)

1시간 30분이나 지난 후에야 휴식을 취합니다. 눈이 슬슬 감겨 옵니다.

곧 정상. 이 곳은 기억이 납니다.
보름달과 별, 바위, 소나무들이 저 아래 가로등이 환한 야경과 침묵 속의 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원래 달과 전기불은 껄그러운 관계였지 않습니까?
색다른 광경을 마음속에 각인시키느라 눈이 바쁨니다.

내려오는 동안, 걱정했던 오른쪽 무릅의 퇴행성 관절염은 생각할 여유도 없고,
단지 이 급한 경사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픈 마음뿐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겨오는 눈꺼풀을 달래느라 신경이 곤두섭니다.
그래도 밝은 달이 보여주는 주변의 풍경이 아쉬워 가능하면 후레쉬
켜기를 최대한 자제합니다.

보름달은 정상적인 사람도 lunatic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보름달을 보게 되면, 나의 아드레날린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내 몸에 늑대 인간의 피가 섞여 있는지.....
고향 뒷마당에 묶어놓은 삽살개도 보름달만 보면 짖지 않읍디까?

1969년 10월말
친구 3명과 용문사의 뒤쪽 계곡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철사에
꿴 닭똥집을 구운 안주로 소주에 범벅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동녘에
뒤늦은 보름달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사방이 훤해져, 달빛에 홀려 정신이
혼미해 진 우리는 3일간 먹을 소주 전부 꺼내 놓고, 네 눈에 달이 들어 있다느니,
계곡물의 보름달을 깨뜨려 본다느니, 소주잔에 보름달을 담아 먹는다느니 하며
주접떠는 것도 모자라, "인천성냥공장....." "앞집 여대생...."등 육두 문자 섞인
악다구니를 질러대다가, 고기 구을 나무가 떨어져, 급기야는 용문사 해우소
(화장실)의 문짝까지 떼어다 닭똥집 냄세 피우는데 보탰으니,
아무리 당시엔 절이 꾀죄죄하고, 나이가 많은 스님 혼자라 할지라도
어디 양아치 날라리 맘보같은 사마귀(四魔鬼), 아귀(餓鬼), 축생(畜生)의
후손같은 네 녀석들이, 마치 목구멍에 상한 닭뼈 걸린 듯한 목소리로
개지랄 아수라장(阿修羅場)을 만드는 것을 보고, 듣고,
냄세 나는 것을 참느라고 얼마나 많은 내공을 소비하셨을까?
결국은 내 손등의 뼈가 부서진 뒤에야 광란의 밤이 끝났으니....

그러나 나는 아무 죄 없소,
왜 그리 보름달빛은 밝아서리...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여러분들이 추후 참석하시면 가장 신경 쓸 일은, 체력보다 바로 이 수락산
하산길의 졸음일 듯 싶습니다. 극도로 졸린 시간에 급한 경사를 내려가려니,
충분한 주의를 요합니다.

곧 완만한 숲길로 따라 큰길과 만납니다.

회룡역 (2005-4-24   02:40)

계획표보다 1시간 넘게 일찍 도착한 여유가 휴식시간의 연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 것도 내 혼자만의 추측이었습니다.
24시 식당에서 식사 후 약간의 눈 붙일 여유가 있는 줄 착각을 했습니다.
지관님은 마지못해 우리에게 슈퍼앞 길바닥에 쪼그려 컵라면 먹을 시간만
허용합니다.

그래도 물 2liter와 밧테리를 구입해 마음 든든합니다.
지관님의 카운트 다운에 맞춰, 앉기만 하면 감기는 눈에 참울 바르고,
자판기 커피로 눈을 격려한 후 얼른 선두 쪽에 붙습니다.
가능하면 선두에 끼려는 것은 지관님이 정겨워서가 아니고,
후미에 쳐지면 의욕을 상실할 듯한 노파심 때문입니다. 

도봉산 (03:30)

도로밑의 개울길을 건너 회룡사로 직진합니다.
두어달 전의 우리 입산회 코스보다 한 단계 질러가는 것이 못내 즐겁습니다.

이 코스는 오래 전에 하산한 기억이 나는데, 그 때에도 가파른 계곡 옆의 등산로를
따라 둘러친 철조망에 증오와 저주를 한 기억이 납니다만 아직도 그 녹슨 철조망이
그대로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조망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아마도 저 철망에 긁히거나 다치지는 않더라도 더 날카롭게 신경을 긴장해야
통과되는 등산로는, 풍부한 수량의 계곡을 감상할 기분까지 앗아갑니다.
군대에서나 시용 될, 아니 남북한 사이에도 조금씩 제거되어지는 이 철조망이
보름달과 match되니, 아우츠비츠의 살벌함과 냉혹함, 잔인함등으로 연상됩니다.

내 언젠가 저X의 절 화장실의 문짝을....
철망에 갇힌 스님들이 불쌍합니다.
울리기 시작한 목탁소리도 철조망을 통해 들으니 탁!!합니다.

철 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쇠줄로 가파른 경사를 보완했었는데 매우 다행스런 일입니다.
힘이 빠지니, 등산에 조금만 도움을 주는 설비만 보아도 반갑습니다.
아까부터 승훈과, 능선길에서는 최대한 편하고 짧은 우회로를 이용하자고
서로 다짐합니다.
겉옷을 입고 벗기가 벌써 여러차례입니다.

그 크던 보름달이, 묘하게도 회룡사 계곡의 갈라진 능선사이로 정확히 넘어가는
모습이 매우 섹시합니다.
달님도 사라지니 이젠 주변의 경치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후레쉬에 의지하여
철 계단만 보며 뚜벅보행법으로 한발씩 오릅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 우회로에 들어서며 랜턴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간간히 진달래가 피어 있습니다. 새들이 바빠집니다.

정상 가기 직전의 바위 능선에서 해돋이를 감상합니다.
모처럼 구름 한점없이 시시각각 변하며 솟구치는 태양을 감상합니다.
도시 건물들이 어제의 야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이지만 정겹게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을 지나도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도봉산이, 이다지도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두 세명정도, 새벽부터 서둘은 듯한 등산객들과 마주칩니다.

노무현스러운, 선무당같은 세명의 총각은 어디에서 4산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엊저녁 8시, 불암산을 오르고나서, 힘에 겨워 수락산은 생략한 채 도봉산의
산불 감시초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우리의 뒤를 계속 따라 오고 있읍니다.
아마 길도 전혀 모르는 눈치입니다. 저 나이엔 나도 저렇게 무모, 용감했었는데.....
언젠가는 이 비밀스러운 4산 산행도 세속화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다시 한번 "아서라.. 다시는 두 번 다시 이런 산행을 안 할지니...
절대로 리바이벌은 없도다....."라며 다리의 통증에게 위안을 합니다.
그래도 새벽의 도봉 능선길은, 평소의 점심 먹을 자리도 없게 붐비던 인간들이 없어
정겹고 살겹게 녹아듭니다. 잔잔한 새벽 햇빛을 받는 반쯤 개화한 진달래 꽃들과,
능선 좌우 계곡쪽에  잎사귀가 갓 나온 나무들의 녹색 모자이크를 보면서 걷는
도봉산 산행은, 진정 오늘 산행중 최고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우이암입니다.
계곡으로 내려와 세수를 하며 잠을 쫓아 봄니다.

총무님이 갑자기 한숨을 쉽니다.

아직 남은 산행에 대한 걱정인 줄 알았더니, 두륜산 남도 여행의 참가자가
의외로 적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총무 자리가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회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 이미 예약이 대충 끝난 듯 한데,
회원님들의 호응도가 매우 섭섭한 수준인 모양입니다.

돈 한푼 생기지 않는 일을, 혼자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책임에 스트레스가
대단한 듯 합니다. 게다가 아직도 작년 가을, 단지 9명이 참가한 영남 알프스의
악몽과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요령껏 빠지려던 우리 내외의 계획도 바꾸어 참석쪽으로 돌아야겠습니다.
역시 엊저녁의 보름달이 사람 마음을 약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또 마누라에게 바가지 긁힐 혹을 붙이고야 맙니다. 
 

우이동(08:00)

약속한 슈퍼에 내려오니 벌써 젊은 친구들은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장국집에서 요기를 합니다. 입이 까끌거려 둘 다 밥을 남깁니다만
소주 1병엔 절대 양보가 없습니다.

다시 슈퍼로 돌아오니 켄터키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10회 김 문현님이
계십니다. 지원팀의 한 선배가 캔 맥주를 갖고 하산팀을 마중 나갔다고 합니다.
먹다 남겨온 캔맥주 2개를, 엊그제 뒷산에서 따온 봄향기 가득한 두릅을 안주로
피로를 달랩니다.

북한산(10:30)

배도 부르고, 날씨도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하니, 이건 완전히 여의도나 서울대공원
벚꽃 축제장 버젼입니다.
완만한 경사의 진달래 능선의 넓은 산길을, 때마침 만개한 진달래와 산 벚꽃에
둘러싸여, 연인끼리, 동료끼리, 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가득 메우는 데,
그 중에 수염도 못 깍고 눈자위가 게슴츠레하며, 온몸에서 땀 냄새를 풍기고,
한세대 뒤진 등산복을 입은 내 몰골은, 마치 잔치상에 떨어진 담배재처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옥의 티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자유로운, 이 여유작작이즘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산행입니다.
몸이 무거워지는 것과 반비례하는 기분은 너무 행복하고 유쾌합니다.

진달래의 색이 너무도 신선하고 매혹적입니다.
요염하고, 평화스럽고, 새침하고, 우아하고, 탐스럽고...
어떻게 같은 꽃이 이렇게 여러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지...
이전의 4산행 때에도, 다른 곳에서는 중도 포기를 해도 여기에서는
결코 낙오자가 없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름달. 절정의 진달래와 벚꽃.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전형적인
화창한 봄날씨.........  게다가 일요일..
참으로 축복받은 날씨가 금번 산행의 의미를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대동문에 도착하니 선배 한분이 무료 뷔페 노점판을 깔아 놓았습니다.
냉커피, 냉막걸리. 냉소주. 냉맥주....
4산회를 아끼고, 총동문 산악회를 북돋는 부러운 광경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산성안은 진달래들이 꽃순도 제대로 맺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겨울입니다.

대남문에서 잘 정비된 하산로를 따라 타성이냐, 관성이냐의 의식도 없이
하염없이 걷다보니, 결국은 17시간 만에 약속된 '옛날 민속집'이라는
식당에 도착됩디다. (14:00)

산의 대한 안목을 더욱 높여주고,
산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게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
생전 처음, 서울 근교의 야간 보름달 산행에 대해 開眼을 하게 되어, 
4산은 아니더라도, 단축 야간 산행을 자주 가져 볼 예정입니다.

갖은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2차로 호프집을 마련해 주신 김 문현님,
신화는 결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시는 김 진수님.
산행 내내, 대원들의 중간에서 격려와 도움말을 하여주신 최 재성님.
기타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오신 여러 선후배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내년도 4산??

글쎄요..
내년에 계획이 잡히면 연락이라도 한번 해 주시구랴...... 
 

2005.04.24 4산종주07.jpg
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