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의 도보여행 - 청량감 넘치는 숲 속 공기와 비를 부르는 작은 산을 만나다
향긋한 솔향에 모두 화사해져라!
● 서울(강동구) : 고덕산산림욕장과 샘터·방죽근린공원 숲길
● 걷는 거리 : 5.2km
● 소요 시간 : 2시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메마른 도심 공기는 고덕산 숲길을 만나면서 청량감 넘치는 숲 속 공기로 변신을 꾀한다. 여기에 푸른 솔향까지 머금었으니 과연 네이버 지도에서 이곳을 마땅히 산림욕장이라고 표기할 만하다. 이 코스는 서울의 숲길 산책로 중 으뜸이라고 소문난 강동그린웨이를 입문자 버전으로 짧게 줄인 것이다. 혹 이 길을 모두 걷고도 힘이 넘친다면 E마트사거리에서 계속 이어지는 강동그린웨이 후반구간을 걸어봐도 좋다.
명일역~고덕산 숲길 50분/1.9km
고덕산 송림의 서늘함에 몸서리를 친 건 명일역 3번 출입구(1)를 나와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간 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이다. 방금 전까지 코끝에 머물던 도심의 건조함은 오간 데 없고, 향긋한 솔향과 짙푸른 녹음, 그리고 폭신한 흙길이 강동그린웨이가 시작됨을 소리 없이 알려준다.
고덕산 입구(2)는 의외로 좁다. 암사 아리수정수장 입구사거리에서 대우아파트 2동의 길 건너편에 있는 좁은 샛길이 바로 산 진입로인 까닭이다. 산림욕장이라고도 표기되는 고덕산 소나무 길은 날로 영토를 넓혀가는 신갈나무 군락에 자리를 많이 내주어 온전히 송림이라고만 볼 수 없다. 반질반질 잘 닦인 흙길을 잠시 걸으면 숲 속 통나무 화장실을 지나며 넓은 공터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그냥 직진해도 되지만 우리는 왼쪽 ‘고덕산 정상’ 이정표를 따라 그곳에서 기다릴 한강 조망을 찾아갈 것이다.
“애걔…. 이게 무슨 산 정상이래요?”
갈림길 10여 분 만에 도착한 고덕산 정상 조망명소에서 보이는 보통의 반응이다. 한마디로 산이 너무 낮아 싱겁다는 푸념이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낮은 구릉이지만 엄연히 정상은 정상이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조망만큼은 여타 높은 산들의 장쾌한 그림이 부럽지 않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너머로 서울의 경계인 아차산 능선이 열리고, 구리시의 랜드마크인 구리타워가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조망명소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내려오던 방향 그대로 방향을 잡는다. 사유지가 많은 탓에 곳곳에 철망이 울타리를 둘렀지만 이것이 신선한 산 공기의 이동에 장애가 될 리 없다. 다만 시야에 거친 줄을 치는 탓에 거슬리기는 한다. 한 7~8분쯤 그런 길을 가면 벤치 네댓 개가 있는 작은 공터가 나온다. 왼쪽 길로 가자. 이 작은 공터에는 강동그린웨이 작은 안내지도판이 왼쪽에 있다.
갈참나무와 졸참나무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이 길은 5분 정도 이어지다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오거리를 만나며 잠시 브레이크를 밟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녹색이정표가 ‘샘터근린공원’이라고 가리키는 왼쪽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면 된다.
다시 이곳에서 울창한 숲길을 5분 정도 더 가다 만나는 사거리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이정표가 헷갈리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정표를 설치할 때 안내판을 직각으로만 붙일 수 있는 직사각형 기둥을 쓰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는 숲 속 갈림길을 어떻게 직각으로만 안내할 수 있을까. 설치한 지 몇 년이 지난 상태인데도 아직 시정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아무튼 여러 사람 복장 터지게 했던 이 이정표가 길 안내를 하는 이 사거리에서는 맞은편 계단으로 올라서면 맞다. 그렇게 10분을 엇비슷한 숲 속을 휘적휘적 걸어나가면 고덕산 숲길이 마무리된다.
샘터근린공원~고덕역
1시간10분/3.3km
한여름에 녹음 진 숲길만큼 값진 길이 또 있을까.
고덕산 숲길을 벗어날 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조용한 주택가이다. 작은 차로를 건너 강동그린웨이 포장도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포장로를 사뿐히 밟아주면 곧 찻길 건너 샘터근린공원 입구(3)에 닿는다. 이 길을 걸으며 여러 번 생각해 봐도 그린웨이와 녹색포장로는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인 것 같다. 그 길이 안내해 준 샘터근린공원 입구에는 해마다 많은 열매를 떨어뜨리는 살구나무가 자란다. 숲 속에 뿌리를 내렸으면 산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을 그 살구가 사람이 자주 왕래하는 길가에 떨어지다 보니 자연 사람들 몫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7월 초쯤에는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진 살구의 신맛과 단맛에 진저리를 치며 걸을 수도 있다.
샘터공원 입구는 작은 체육공원 같지만 곧 아담한 숲 속으로 걷는 이들을 이끈다. 샘터근린공원 숲길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방죽근린공원’ 이정표가 정답이다. 그리 길지 않은 샘터근린공원 숲길이 끝나면 다리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하수공원이 기다린다. 깨끗한 화장실과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식수대, 그리고 시원한 정자가 나그네들의 발길을 더디게 한다. 쉬어간들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신발끈을 헐렁하게 풀어놓고 목도 축이고, 볼 일도 좀 보고 느긋하게 망중한을 보내다 떠나도 좋겠다.
샘터근린공원과 방죽근린공원(4)은 생태육교로 이어진다. 육교를 건너 방죽근린공원으로 들어서면 지금까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싱싱한 푸른 숲길이 다시 열린다. 10분 못 미쳐 걷다 왼쪽에 금칠을 한 가로등이 생뚱맞게 나오면 왼쪽으로 가자. 작은 야외 농구장 하나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고덕평생학습관과 큰 길을 만난다. 여기서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만난 강동그린웨이의 녹색 포장로가 카펫처럼 E마트사거리까지 안내한다. 얼마 안 가 E마트사거리에 닿으면 사거리에서 곧장 길을 건넌다. 그 방향 그대로 3분만 더 가면 코스의 종착지인 고덕역(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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