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홀스트 / 행성

박연서원 2017. 6. 8. 18:50

The Planets, Op.32

홀스트 / 행성

Gustav Theodor Holst, 1874-1934

 

 


Full

1. Mars, the Bringer of War

2. Venus, the Bringer of Peace
3. Mercury, the Winged Messenger

4. 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5. Saturn, the Bringer of Old Age

6. Uranus, the Magician

7. Neptune, the Mystic

Andre Previn, cond.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Sir Charles Mackerras, cond.

BBC Philharmonic

BBC Singers

BBC Proms 2009

Royal Albert Hall, London

2009.07.25


구스타프 홀스트는 친구인 본윌리엄스와 더불어 영국의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런던의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한 다음 한동안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서른 살 무렵부터 덜위치 여학교의 음악교사로 일했고, 그 후 세인트 폴 여학교의 음악감독과 몰리 칼리지의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주로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해서 작곡을 했다.

홀스트의 작풍은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위시한 독일 낭만주의의 기반 위에 그리그의 서정주의, 라벨의 세밀한 리듬과 정교한 관현악법, 그리고 영국 민요의 곡조 등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었다. 아울러 힌두교의 영적 세계와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도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관현악 모음곡 <행성>, 현악 합주를 위한 <세인트 폴 모음곡>, 교향시 <에그던 황야>, 합창곡 <예수 찬가>, <제1 합창 교향곡>, 오페라 <사비트리> 등이 있는데, 가장 널리 각광받는 작품은 역시 <행성>이다.


전쟁과 점성학

<행성>은 홀스트의 풍부한 상상력과 탁월한 관현악 기법이 십분 발휘된 회심의 역작이다. 본인의 작풍에 더하여 쇤베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글라주노프, 스트라빈스키 등의 영향을 반영한 이 작품은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고, 이후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비롯한 ‘우주’를 다룬 음악 작품들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홀스트는 이 멋진 작품을 1차 세계대전 개전 직전에 쓰기 시작해서 종전 직전에 초연했다. 첫 곡인 ‘화성’의 스케치는 1914년 7월에 완성되었고, 초연은 1918년 9월 29일 런던의 퀸즈 홀에서 에이드리언 볼트의 지휘로 250여 명의 초대된 관객들 앞에서 이루어졌다.


▶각 7개의 곡들에는 태양계 행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여기에 포함된 7개의 곡에는 태양계의 행성들에서 유래한 제목들이 붙어 있는데, 작품의 아이디어가 천문학적이라기보다는 점성학적 관심에서 비롯되었기에 지구는 제외되었다. 또 1930년에 가서야 발견된 명왕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홀스트는 명왕성의 존재를 죽기 4년 전에 알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곡: 화성, 전쟁의 전령 Mars, the Bringer of War

현악기들의 콜레뇨(collegno, 활대로 현을 치는 주법), 하프와 팀파니의 연타 등이 어우러지는 도입부부터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흐름, 비장미 넘치는 선율, 파국적인 굉음과 함께 붕괴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실로 전쟁의 기운을 연상시키는 긴박감과 처절함으로 점철된 곡이다.


*화성의 영어명 마즈(Mars)는 로마 신화의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Ares)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Sir Charles Mackerras, cond.

The Royal Liverpool Philharmonic Orchestra


2곡: 금성, 평화의 전령Venus, the Bringer of Peace

3개의 서정적인 선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느린 템포의 곡이다.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우아하고 감미로운 흐름으로 앞 곡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금성의 영어명 비너스(Venus)는 로마 신화의 미와 사랑의 여신 베누스(Venu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3곡: 수성, 날개 단 전령 Mercury, the Winged Messenger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스케르초 풍의 곡이다. 마치 장난치듯 사뿐거리며 상승하는 동기와 첼레스타의 반짝거리는 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작되어 시종 유머러스한 표정과 명랑한 노래가 듣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수성의 영어명 머큐리(Mercury)는 로마 신화의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Mercuriu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4곡: 목성, 쾌락의 전령 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첫 곡 ‘화성’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곡이다. 활달한 리듬감, 유쾌하고 매력적인 선율, 호쾌한 음향이 한데 어우러져 사뭇 축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현악군의 세밀한 움직임과 호른 6대의 당당한 활약이 돋보인다. 한편 중간에 등장하는 서정적인 선율은 나중에 애국적인 찬가 ‘나의 조국이여, 나 그대에게 맹세하노라’에 사용되기도 했다.


*목성의 영어명 주피터(Jupiter)는 로마 신화의 최고신 유피테르(Jupiter)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이다.


John Eliot Gardiner, cond.

Philharmonia Orchestra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이 곡의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이후 영화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5곡: 토성, 노년의 전령 Saturn, the Bringer of Old Age

축제와도 같았던 젊은 날은 가고 그림자 짙게 드리운 노년이 찾아온다. 화음은 공허하고 선율은 우울하여 쇠퇴와 절망을 나타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인생의 완성을 의미하는 장엄한 고조, 그리고 오르간과 종소리의 여운을 벗 삼아 안식을 향해 가는 은은한 결말이 자리하고 있다.


*토성의 영어명 새턴(Saturn)은 로마 신화의 농경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시간을 상징하는 크로노스(Kronos)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6곡: 천왕성, 마법사 Uranus, the Magician

이제 음악은 현실을 초월한다. 금관의 위압적인 포효로 시작하여 마법사의 기괴한 주문과 현란한 동작을 나타낸 듯한 여러 동기들과 리듬들이 난무한다. 처음에는 기저의 들썩거리는 리듬이 뒤카스의 <마법사의 도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점차 그보다 한층 더 다채롭고 다이내믹한 음악으로 발전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곡이다.


*천왕성의 영어명 유러너스(Uranus)는 로마 신화의 천공의 신 우라누스(Uranu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우라노스(Ouranos)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7곡: 해왕성, 신비주의자 Neptune, the Mystic

안개 혹은 베일에 싸인 듯한 신비감을 자아내는 곡이다. 음악은 시종일관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며, 하프, 첼레스타 같은 ‘피안의 악기’들과 여성 합창단(무대 밖에서 노래하여 멀리서 들려오는 효과를 낸다)이 동원된다. 정체를 드러낼 듯 말 듯 단속적으로 이어지던 선율은 결국 아득한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간다.


*해왕성의 영어명 넵튠(Neptune)은 로마 신화의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에서 왔으며, 그리스 신화의 포세이돈(Poseidon)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e

Rias-Kammerchor (RIAS Chamber Choir)



홀스트(Gustav Theodore Holst, 1874/09/21~1934/05/25)

 

 

영국 글로스터셔주 첼트남에서 출생하였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피아노와 오르간의 초보지도를 받은 뒤 1893년 런던의 왕립음악대학에 입학하여 작곡과 이론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에는 각지에서 교직에 종사하다가 만년에는 건강 때문에 작곡에만 전념하였다. 동양에 흥미를 가져 인도의 《라마야나》와 《마하바라다》에서 취재한 오페라 《시타》(1906), 《사비트리》(1908) 등을 썼으며 동양적인 음계와 리듬을 즐겨 사용하였으나 점차 간소하며 순화된 작품으로 바뀌었다. 작품에는 이밖에 오페라 《멍청이》, 관현악곡 《행성(行星)》, 동양모음곡 《베니 모라 Beni Mora》를 비롯하여 성악곡·피아노곡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