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라벨 / 치간 (지간, 찌간느)

박연서원 2014. 7. 28. 23:17

Tzigane for violin and orchestra

라벨 / 치간 (지간, 찌간느)

Maurice Joseph Ravel (1875-1937)

Ruggiero Ricci, violin

Ernest Ansermet, cond.

L'Orchestre de la Suisse Romande

 

Ryu Goto, violin

 

Maxim Vengerov, violin
Dmitri Jurowski, cond.
Moscow City Symphony "Russian Philharmonic"
(Moscow International House of Music, Svetlanov Hall December 8, 2011)

 

Michelle Gao, violin
Bujar Llapaj, cond.
West Coast Symphony

(Bel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 February 7 , 2010)

 


David Oistrakh, violin
Frida Bauer, piano

 


Ginette Neveu, violin

Charles Munch, cond.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recording 1949-01-02)

 

라벨의 <치간>은 1924년 연주회용 랩소디(rhapsodie de concert)로 작곡되었으며 (후에 라벨 자신이 관현악 반주로도 편곡), 헝가리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옐리 다라니(Jelly d'Arányi, 1895-1965)에게 헌정되었다. 1922년 옐리 다라니는 한 작은 연주회에서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였는데, 라벨은 그녀에게 집시음악을 연주해줄 것을 부탁하였고 그녀는 다음 날 아침이 되기까지 곡에 곡을 이어 집시음악을 연주하였다. 감명을 받은 라벨은 그녀를 위해 특별한 곡을 쓰기로 마음먹고 이 곡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라벨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을 <치간>의 모델로 삼는 동시에 이 곡을 통해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의 기교에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았다. 헝가리 민속무곡 차르다시(csárdás)를 바탕으로 느리고 긴 무반주 카덴차로 시작되어 차츰 격정이 고조되어 가면서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가 마음껏 과시되고 있다. 초절기교의 향연이 <치간>의 본질이다. 라벨은 자신에게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즐겼다. 왈츠 리듬만으로 된 <라 발스>, 같은 선율을 반복하는 <볼레로>,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등이 그러한 라벨의 열정의 소산이다.

 

*치간(tzigane-‘지간’으로도 발음한다)은 ‘집시, 보헤미아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독일어로는 치고이너(Zigeuner)라 하며, 스페인에서는 히타노(gitano), 이탈리아에서는 징가로(zingaro)라고 한다. 공연 프로그램 안내나 웹에 올라온 글에는 ‘찌간느’라 쓰고 있지만, 그것이 관행이더라도 여기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치간’ 또는 ‘지간’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작품 해설

 

우선 바이올린 독주의 긴 카댄짜로 시작된다. 중얼대는 듯하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듯한 선율로 시작되는 음악, 집시, 음악 비슷한 증2도의 음계가 귀에 닿고, 이어서 노래답게 된다. 그리고 한바탕 노래하고 다시 처음의 선율, 이번에는 옥타브를 주로 중음에 따른다.

그것을 마치고, 또 몰토 에스프레스보의 다른 노래가 있고서 중음 트레몰로에 들어가면, 피아노가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개입한다. 그리고 피아노 Adma의 연타로 모데라토의 주부에 들어간다.

이윽고 바이올린 선율의 주요 테마, 후반부에서는 피아노로 집시 음계의 증2도가 인상적이다.

이윽고 바이올린 선율이 하모닉스로, 다시 그 피치카토를 반주 삼아 피아노로 연주된다. 빠른 헝가리무곡풍의 피아노 독주를 끼고, 또다시 바이올린 하모닉스에 의한다. 그리고 더블 스토핑, 다시 트릴에 의한 연주를 들려 주고, 다른 요소가 나타난다.

이것이 한바탕 읊어지면, 또 다른 선율로 시작되는 음악, 이것이 먼저의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되는 다른 음악, 여기서부터 몇 번 변주가 되고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에 의하여 고음부에 아로새겨져 드높아졌다가 끝난다.

 

Tzigane 치간 : 음악회용 랩소디

 

1924년의 작품,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J. 다라니를 위하여 쓴 것이다.

라벨은 그 자신에게 어떤 곤란한 문제를 부과하고, 그것을 해결코자 스스로 노력하기를 좋아하였다. 왈츠의 리듬만으로 된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나 〈라 발스〉, 같은 선율을 연연히 계속하는 〈볼레로〉, 〈왼손만을 위한 협주곡〉, 〈밤의 가스파르〉는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를 염주에 두고, 그 보다도 더 연주 곤란한 곡을 쓸려고한 듯하며, 이 〈치간〉에서 라벨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를 생각한 듯하다.

그것을 연구하여서 바이올린의 기교를 충분히 살린 작품을 쓸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것에는 성공하였으나, 라벨 다운 음악의 맛이 충분히 나타나 있으냐 하는 문제에 관하여서는 다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본래 피아노 뤼테랄이라는 집시 음악의 악기 침발론을 닮은 피아노로 반주하도록 작곡한 것인데, 피아노 반주로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라벨 자신이 그것을 관현악 반주로도 편곡 하였다.

 

발레(Ballet) Tzigane 치간

 

작곡 : 모리스 라벨
안무 : 조지 발란신
초연: 1975년 5월 29일 뉴욕 주립극장, 뉴욕 시티발레

구슬픈 바이올린 소리와 집시 댄스 스타일의 환상적인 춤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그녀는 그녀의 파트너와 4쌍의 커플과 합류한다.

 

집시음악

 

인도 북부 지방에서 시작되었다는 집시(자기들 스스로는 Rom이라 불렀다) 집단은 유럽 쪽으로 이주하면서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스페인까지 들어가 정착하였다. 특히 동유럽 지방에 많이 정착하여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많이 살았다. 영국에서는 이들을 이집트에서 온 유랑민족으로 착각하여 이집트인(Egyptian)이라 했는데 후에 e음이 없어지고 집시(Gypsy)가 되었다. 이들은 유럽 전 지역을 유랑하면서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으며 오늘날에도 이리저리 내쫓기고 있다. 음악은 이들 생활의 주축이 되어온 문화이지만 정착지의 지방음악과 자기들 고유의 음악을 잘 조화시키면서 늘 새롭고 독특한 음악을 발달시켜 왔다.

 

클래식에서는 집시음악을 바탕으로 작곡한 곡들이 많은데 그중에 유명한 것으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라벨의 <지간> 등이 있다. 버르토크(Bartók), 에네스쿠(Enescu), 코달리(Kodály) 등 헝가리계의 작곡가들이 집시음악과 동유럽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다.

 

지네트 느뵈(Ginette Neveu, 1919-1949)

 

지네트 느뵈는 카를 플레슈와 조르주 에네스쿠에게서 사사했으나 어느 특정 악파를 대표하고 있지는 않다. 그녀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에게 가장 잘 알맞다는 것이면 그 어느 악파로부터도 다 따왔다. 이러한 그녀의 특성은 활을 잡는 모양으로 모든 바이올린 연주의 권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어떤 날은 하이페츠처럼, 다른 날은 프란체스카티처럼, 또 어떤 날은 티보 같은 운궁법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관찰한 빈의 한 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그녀에게 사람들이 이끌리는 것은 그녀의 실제 연주와 그 비범한 개성 사이에 존재하는 완전한 조화이다. 어떤 특별한 악파에 대한 편향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그녀의 오른손은 비할 바 없는 집중력을 지니고, 그리고 고귀한 감수성의 강한 정신에 이끌려서 톤의 갖가지 기술적인 변화를 지배한다. 그러나 온갖 광채를 내뿜으며 이룩하는 그 톤과 악마적인 피치카토를 튕기기 위해 그녀가 활을 조종하는 그 믿어지지 않는 확실함만이 지네트 느뵈의 개성에서 뛰어난 특징이라는 것은 아니다. 창조하고 또 창조한다. 여기에 그녀의 재능이 있는 것이다."

 

1945년에는 런던에서 라벨의 <치간>을 연주하여 열광적인 찬사를 받고, 1946년에는 시벨리우스의 협주곡도 녹음했다. 1946년 런던에서 그녀의 베토벤 협주곡을 듣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49년 10월 20일 살플레이엘에서 연주회를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모리스 라벨 Maurice Joseph Ravel (1875-1937)

프랑스의 현대 작곡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중반에 걸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맹활약했다. 다분히 실험적인 성격을 지닌 음악들을 많이 작곡하여 그의 음악들이 난해한 면이 많이 있다. 

 

모리스 라벨의 작품은 주로 피아노곡에서 아주 유명한데 곡의 구조가 무척, 아주, 대단히 어렵고 초절정의 테크닉과 어려운 기교를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들만이 연주할 수 있는 난곡들이 많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밤의 가스파르라는 작품은 피아노 독주곡 중에서 최고의 고수들만이 연주할 수 있는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히고 물의 유희, 거울 등의 작품들 또한 그렇다.

 

라벨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면 기존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실험적으로 조금씩 수정하면서 편곡한 것들도 있고(전람회의 그림) 또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현대적 감각의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상당히 난해하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이라고는 하는데 도무지 클래식 같은 느낌이 잘 안드는 면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볼레로란 곡이 바로 그렇다. 영화음악의 주제곡으로 쓰여서 친숙한 면도 있긴 하지만 그 옛날의 바흐, 헨델같은 작곡가들의 곡은 물론이거니와 베토벤, 브람스 등의 음악과 비교했을 때에도 전혀 옛날 음악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