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베토벤 / 교향곡 제9번 '합창'

박연서원 2012. 2. 28. 11:10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Choral'

베토벤 / 교향곡 제9번 '합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2 - Scherzo: Molto vivace -- Presto
3 - Adagio molto e cantabile -- Andante moderato -- Tempo primo -- Andante moderato -- Adagio -- Lo stesso tempo
4 - Recitative: (Presto -- Allegro ma non troppo -- Vivace -- Adagio cantabile -- Allegro assai -- Presto: O Freunde) -- Allegro molto assai: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 Alla marcia -- Allegro assai vivace: Froh, wie seine Sonnen -- Andante maestoso: Seid umschlungen, Millionen! -- Adagio ma non troppo, ma divoto: Ihr, stürzt nieder -- Allegro energico, sempre ben marcato: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 Seid umschlungen, Millionen!) -- Allegro ma non tanto: Freude, Tochter aus Elysium! -- Prestissimo, Maestoso, Molto Prestissimo: Seid umschlungen, Millionen!
Anna Samuil, soprano
Waltraud Meier, mezzo-soprano
Michael König, tenor
René Pape, bass
National Youth Choir of Great Britain
West-Eastern Divan Orchestra
Daniel Barenboim, cond.
Royal Albert Hall, 27 July 2012

 

Complete (72:18)

Herbert von Karajan, cond.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15:27)

 

2. Scherzo: Molto vivace -- Presto

 

3. Adagio molto e cantabile (16:56)

 

4. Recitative

 

5. 'O Freunde nicht diese Tone' (18:05)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카라얀과 더불어 세계최고로 군림했던 독일의 관현악단.

1882년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빌제가 이끌었던 빌제 카펠레가 해체되면서 그곳의 단원 54명이 유한회사를 차려 발족한 것이 시초였다. 창단 5년 후 한스 폰 뷜로를 지휘자로 맞아 기틀을 잡았으며 아르투르 니키슈는 1895년부터 27년간 이 악단과 더불어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1922년 대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를 맞으면서 향후 32년간 영욕과 고락을 같이 했으며 1955년부터는 카라얀과 더불어 전성기를 구가해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1991년 카라얀이 세상을 떠나자 후계자 문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결국 클라우디오 아바도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이 악단은 특히 베토벤 교향곡 연주로 유명한데 푸르트벵글러가 실황 녹음으로 남긴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대표적인 명반들이다.

 

교향곡 제9번 [Choral 합창]

 

연주형태

 

교향곡 9번 합창 교향곡은 쉴러의 "송가"를 읽고 감동을 받아 작곡을 결심한 후 6년만에 완성한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그의 모든 작품을 대표할만큼의 불후의 명작이다. 3악장에서 쉬지 않고 연결되는 4악장은 인류애적 형제애를 노래한 합창이 도입된 악장으로 교향곡과 합창을 조화시킨 효시적인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주의 문이 열리는 듯한 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교향곡의 첫 도입부를 듣는 순간, 베토벤의 교향곡이라면 으레 크고 웅장하게 시작되리라는 우리의 추측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들릴 듯 말 듯 한 호른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살랑거리는 트레몰로가 슬그머니 교향곡의 시작을 알린다.

 

▶1악장의 애매모호한 도입부와 명쾌한 주제는 마치 혼돈 속에서 우주가 생성되는 모습과 같다.

 

피아니시모(pp) 10여 마디가 지나도록 들리는 음이라고는 단지 A와 E음뿐이다. 이 텅 빈 완전 5도를 채워줄 중간 음마저 빠져 있어서 대체 이 음악이 장조인지 단조인지조차 감이 안 온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도입부는 베토벤 이전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이론가들은 이 도입부를 가리켜 아무것도 없는 혼돈 속에서 서서히 우주가 생성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또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훗날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거의 모든 그의 교향곡에 이러한 개시 방법을 도입해서 “브루크너의 모든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비로운 1악장의 도입부가 지나면 d단조의 주제가 단호한 어조로 등장한다. 쓸데없는 수사나 장식 없이 전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단순 명쾌한 주제를 연주하는 순간 압도적인 숭고함이 뿜어 나온다. 그러나 1악장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바순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가 D에서 A로 반음계적으로 하행했다가 다시 D로 되돌아오는 선율을 반복해서 연주하며 어둡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확신에 찬 어조를 다시금 비탄의 정서를 자아내며 1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에서 비극은 익살극으로 얼굴을 바꾼다

 

태초의 혼돈과 우주의 생성으로 시작해 비탄으로 끝난 1악장은, 이런 심각한 슬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활기찬 2악장으로 이어진다. 베토벤 연구가 솔로몬이 이 악장에서 비극은 갑자기 익살극으로 바뀐다고 말했듯이, 2악장의 기괴한 음악은 1악장의 고뇌를 한순간에 하찮은 농담으로 전락시킨다. 그 농담은 유쾌하다기보다는 냉소적이며 지극히 악마적인 것이다. 여기서 팀파니는 2악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희극배우로 활약한다. 보통 방식대로 완전 5도로 조율되지 않고 옥타브 음정으로 조율된 팀파니는 갑자기 큰 소리로 끼어들며 우리에게 섬뜩한 농담을 건넨다.

 

2악장의 열광적인 무곡이 끝나면 사랑으로 넘치는 3악장 아다지오가 뒤따른다. 음악학자 조지프 커먼은 베토벤의 후기 기악곡에 ‘인간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의 아다지오야말로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아다지오는 순수 기악곡이지만 여기에는 마치 성악곡과 같은 유려한 멜로디가 흐르며 천상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자필 악보로 악보 중간에 'seid umschlungen, Millionen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고 씌어진 베토벤의 육필이 보인다.

 

4악장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된다!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지나 베이스 독창자가 일어나 “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 말한다. 그러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닌 환희의 선율이 시작된다. 그 뒤를 이어 터키 풍의 행진곡과 느리고 장중한 음악, 환희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변주, 소나타와 협주곡 형식 등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음악적 통일이 성취된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청중은 모두 하나가 된다.

 

기악을 마치 성악처럼 다루는 방식은 4악장에서 더욱 돋보인다. 9마디 상박부터 시작되는 첼로의 기악 레치타티보는 그 대표적인 예로, 이 멜로디는 후에 나타날 ‘오, 친구여’로 시작되는 베이스의 레치타티보에 해당된다. 4악장은 기악곡을 성악곡처럼 쓴 곡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성악곡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시대에는 교향곡에 성악을 사용하는 예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혁명적인 시도여서 당시의 몇몇 평론가들은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넣은 것은 큰 실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애초의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여 그의 마지막 교향곡을 기악과 성악을 혼합한 장엄한 대서사시로 만들어 후대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4악장 프레스토

Presto-Allegro assai-Andante maestoso-Allegro energico, sempre ben marcato

 

혼란스러운 듯한 악구가 연주된 저음역의 현에서 레치타티보와 같은 악구가 나타난다. 이어서 제1악장의 첫부분이 나온다. 이어 다시 저음역의 현, 그리고 제2악장의 주제의 단편, 다시 저현, 그리고 제3악장의 제1주제의 첫부분이 나타난다. 이어서 목관악기가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한다. 여기에는 매우 반항적인 저음역의 현도 함께 화합한다.

 

베토벤은 이 저음역의 현의 악구에 대해 [아니, 이것은 우리들에게 절망적이었던 상태를 생각나게 할 것이다]라고 적고 있으며, 절망 이후에 찾아오는 환희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서 유명한 환희의 선율이 주제로 펼쳐진다. 즉, 환희는 제1악장에서와 같은 투쟁이나 노력, 제2악장과 같은 열광, 제3악장과 같은 안정도 아니다. 환희는 이런 요소도 필요하지만 보다 소박하고 모든 인류에게 친숙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환희의 선율은 이처럼 누구라도 친숙하기 쉬운 간결하고 소박한 것이어야 한다. 이 주제(알레그로 아사이)는 2도의 순차 진행을 중심으로 한 거침없는 것으로, 기품이 넘쳐흐르고 있다. 이 주제는 3회 변주되어 차츰 두터움과 색채를 더해간다. 이어서 다시 곡 첫 부분의 혼란스러운 연주가 나타나고, 베이스가 독창으로 [오 친구여, 이런 음들 말고 좀 더 즐거운 음에 소리를 맞추세. 좀 더 즐거운 음에]라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베토벤이 쓴 구절로, 실러의 시에는 없다. 그리고 앞의 저음역 현악기와의 레치타티보풍의 선율로 노래하여 그 악구의 의미를 여기서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환희의 주제가 실러의 송가로 노래된다. 합창도 가세하여 환희의 세계가 펼쳐지며 모든 인류가 하나의 동포로서 서로 평화롭게 지내자는 소리가 높아진다. 변주7에서 행진곡풍이 되며, 이어 종교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후 2중 푸가토가 된다. 이렇게 감동 속에서 곡 전체의 클라이맥스가 이루어지며, 마지막으로 [환희의 아름다운 신의 섬광]이라고 소리높여 부르면서 힘차게 곡을 마친다.

 

이 악장은 네 사람의 독창자와 대합창을 사용한 마지막 악장으로 《환희의 송가》이다. 관현악의 서주로부터 시작되는 이 악장은 변주곡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 형식적인 것보다는 고뇌를 이겨내고 환희 에 도달한 음악 내용이 압도적인 힘으로 우리를 제압한다.

 

먼저 관악기만으로 숨가쁘고 리드미컬한 곡취를 나타내는데 이것들은 제1, 제2, 제3악장의 주요한 악상을 회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베토벤 자신이 <아니다(Nein)>라고 적어 넣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의한 레치타티보풍 의 가락을 무반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망설이던 《환희》의 주제가 되풀이된다.

 

리드미컬한 팡파르가 짧은 명상을 깨뜨리고 울리다가 멎자, 바리톤이 힘차게 노래를 시작한다.

 

[오! 벗들이여 이 가락이 아니고 더욱 즐거운 가락 그리고 환희에 넘친 가락을 함께 부르자!] 이 가사는 실러의 시에 의한 것이 아니고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다. 바리톤 독창은 이어서 처음에 기악으로 모습을 보였던 레치타티보 가락에 의한 환희의 주제를 노래부른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정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이 노래는 모두 함께 부를 수 있는 16마디로 된 민요풍의 노래이다.

곡은 일변하여 안단테 G장조 3박자로 위엄있게 된다. 남성 합창이 코랄풍의 노래를 장중하게 부르기 시작하여 높은 음의 현과 함께 여성이 등장한다.

 

[포옹하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게 이 키스를 주리. 형제들이여! 푸른 하늘 위에는 사랑하는 주가 꼭 계시리. 땅에 엎드려 비나니 만물들이여 조물주를 믿는가? 푸른 하늘 위에서 주를 찾으라. 많은 별 위에 그는 꼭 계실 것이다.]

 

이윽고 혼성합창으로 포옹하라의 선율과 환희의 주제가 얽힌 장려한 2중 푸가가 전개된다.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셈플 마르카토의 D장조 6/4박자이다. 2중 푸가가 귀결부로 들어가면서 다시 기도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는 곡상이 변하여 2/2 박자의 조심성있는 알레그로로 된다.

 

환희의 주제에 의한 변주로 돌아가서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환희의 송가》 첫 구절의 새로운 변주를 주거니 받거니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곡의 코다가 되어 독창과 합창은 프레스티시모로 열광적인 환희를 노래한다.

 

[품에 안겨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 이 키스를 주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마지막에 전 관현악 악기는 합창과 함께 무한한 환희 속에서 화려하게 이 대곡을 끝낸다. 베토벤 자신의 말처럼 "고뇌를 돌파하고 환희에 도달"한 것이다.

 

<교향곡 제9번> 제4악장의 유명한 [환희의 주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근원을 찾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거기에는 1794년 또는 1795년 초에 씌어진 가곡 <사랑받지 못하는 이의 탄식>(Seufzer eines Ungeliebter)과 <서로 사랑함>(Gegenliebe)의 부분이 발견된다. 이 가사는 뷔르거 (1749~1795)가 쓴 것으로, 사상적으로는 실러의 것과 관계가 없다. 또한 이 선율은 1808년에 완성된 <합창 환상곡> 작품80의 노래 주제로 다시 사용된다.

 

1812년이 되면 [환희의 주제]를 위한 또다른 스케치가 나타난다. 이것은 3/4박자의 것으로 첫째박에만 선율음을 두고, 둘째박과 셋째박을 쉼표 처리한 것이다. 또한, 1822년에는 4/4박자의 현재의 것과 동일한 선율이 스케치 노트에 등장한다. 

 

연주의 특징

 

제 4악장/ 5악장 Presto Allegro assai / Presto D장조 4/4, 3/2박자.

 

굳이 형식을 말한다면 변주곡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마치, 환희의 송가를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 많은 투쟁을 체험해야 하며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려는 듯한 이 악장은 프레스토 관현악에 의한 기괴한 소음으로 시작된다. 이 소음이 저음 현악기의 레시타티브에 의해 여러번 중단되다가 제 1악장의 첫머리가 나타난다. 다시 레시타티브가 있고 제 2악장의 부분이, 또 레시타티브를 연주한 다음 제 3악장의 선율이 회상되고는 합창의 모티브가 목관에서 나타나고 나서 비로서 저음 현악기에서 환희의 선율이 고조되어 간다. 다시 억센 소음이 나타나지만, 이것은 베토벤 자신이 쓴 바리톤 레시타티브에 의해 압도된다. 독창은 계속되어 쉴러의 '환희의 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베토벤을 모델로 하여 [장 크리스토프]라는 명작을 남긴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베토벤을 가리켜 그는 이제 승리자였다. 그는 인간의 옹졸함을 정복한 승리자였다. 자기 자신의 운명과 비애를 극복한 승리자였다고 말했다. 이 작품, 특히 제 4악장은 로맹 롤랑의 말을 실감케 한다.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Choral"

: 4th movement, Finale - Alla marcia

Conducted by David Zinman

 

1. Allegro ma non troppo                              13:38

2. Molto vivace                                                 12:11

3. Adagio molto e cantabile                          11:32

4. Presto                                                             08:29

 

5. Allegro assai vivace all Marcia-end         13:12

6. Allegro assai vivace all Marcia-end         13:13
   (with Beethoven's original General Pause in bar 747)

 

데이비드 진먼 David Zinman (July 9, 1936 -  )

 

미국 태생의 지휘자. 현재 데이비드 진먼은 세계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카리스마와 음악에 대한 열정,그 실력은 같은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최고라고 일컬어질 만큼 클래식 음악을 논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데이비드 진먼이다.

 

그는 1936년 7월 9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6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였고,그 후 뉴욕의 음악 및 예술고등학교와 오하이오 주의 오벌린 음악원(Oberlin Conservatory)에서 수학하였다. 1958년 오벌린 음악원을 졸업한 후,미네소타 대학에 입학하여 작곡을 전공하였고,1963년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최근에 이 대학으로부터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그후 데이비드 진먼은 보스턴 교향악단의 탱글우드 뮤직센터(Tanglewood Music Centre)에서 지휘를 공부하면서 당대의 지휘자 피에르 몽퇴(Pierre Monteux)의 주목을 받았다. 진먼은 더욱 체계적인 지휘 수업을 받고자 1958년부터 메인 주에서 몽퇴가 주관하는 하기 지휘자 클래스에 들어가 강습을 받았다. 그리곤 1961년부터 1964년까지 몽퇴의 어시스턴트 지휘자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으며,1961년 피에르 몽퇴의 어시스턴트로서 런던교향악단의 초청을 받았다. 1963년 6월,진먼은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네덜란드 음악제(Holland Festival)에서 지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 네델란드 실내관현악단을 지휘할 예정이던 파울 자허가 급병으로 못나오게 되자 ,관계자들은 묘책이 없던 관계로 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88세의 노 지휘자 피에르 몽퇴는 "그는 내 제자인데 아주 거물이오. 내가 젊었을 때와 비슷하거든..."라고 진먼을 추천하였고. 그 데뷔는 성공적이었으며, 평단의 환호를 받았다.

 

 

1964년 진먼은 젊은 지휘자의 한 사람으로 암스테르담의 네델란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었고,1977년까지 동 악단을 이끌면서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그 후 진먼은 네덜란드를 본거지로 삼아 활동을 하면서 유럽은 물론 북남미주,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일본(도쿄교향악단) 등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오케스트라에 객원 지휘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지의 음악제에도 출연하며 다방면에 재능을 드러냈다.

 

그가 지휘자로서 미국 무대에 선 것은 1966년부터 1967년 시즌에 열린 필라델피아 관현악단과의 7회에 걸친 연속 연주회를 통해서이다. 이후에도 그는 뉴욕 필하모닉과 LA 필하모닉 등도 성공적으로 지휘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 1974년부터 로체스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까지 맡아 1985년까지 동 악단을 이끌어으며, 이 시기에 수 많은 녹음과 순회연주를 하여 명성을 드높혔다.

 

네델란드 챔버 오케스트라를 사임한 진먼은 1977년부터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취임했다. 그리고 1979년 에도 데 바르트(Edo de Waart)의 후임으로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여 1982년까지 재임하였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데이비드 진먼은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일하였고,이 기간 동안 볼티모어 심포니는 세계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발전을 하였다.

 

1985년 데이비드 진먼(David Zinman)이 음악감독에 선임되면서 볼티모어 심포니는 음악성과 예술적 성과로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진먼은  볼티모어 심포니와 함께 현대 음악의 연주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아주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또한 음악감독으로서 볼티모어교향악단의 일정에 하계음악제,현대음악 시리즈,토요일 아침의 간이음악회 등을 추가하는 등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1987년에는 동 악단을 이끌고 유럽과 구소련을 순회연주했고,1994년에는 일본,타이완,한국 등 동아시아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볼티모어교향악단이 그해 일본에서 공연한 베를린 필하모닉,빈 필하모닉,뉴욕필하모닉 등 해외 관현악단들 가운데 최고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97년 11월 바이올린 연주자 아이작 스턴(Isaac Stern)과 함께 일본을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1996-1997년에는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공연을 개최했으며,1998년  유리 테미르카노프(Yuri Temirkanov)에게 음악감독직을 물려주고 사임했다. 데이비드 진먼은 북미의 오케스트라 - 보스톤,시카고,클리블랜드,뉴욕 필하모닉,필라델피아,피츠버그,로스엔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 등을 객원지휘하였다. 그리고 블로솜,헐리우드 보울,모스틀리 모짜르트,라비니아,사라토가,탱글우드 페스티발에서 정기적으로 객원지휘하였다.

 

1994년부터 96년까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Viennese Sommerfest'의 예술감독으로 있었다. 그는 유럽의 메이저 오케스트라 - 베를린 필하모닉,파리 오케스트라,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필하모니아,이스라엘 필하모닉,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을 정기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진먼은 아스펜 음악제와 음악학교의 음악감독으로 일해오고 있다.

 

1949년 콜로라도주(州) 로키산맥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창립된 아스펜음악제 및 음악학교는 전문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세계의 대표적인 훈련장이다. 또한 세계의 저명한 고전음악가를 소개하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제이기도 하다.

 

장영주(Sarah Chang), 초량 린(Cho-Liang Lin), 다케자와 교코(Kyoko Takezawa), 로버트 맥더피(Robert McDuffie), 나디아 살레르노 조넨베르크(Nadja Salerno-Sonnenberg), 길 샤함(Gil Shaham) 등의 바이올린 연주자, 첼로 연주자 린 해럴(Lynn Harrell), 바버라 헨드릭스(Barbara Hendricks),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 돈 업쇼(Dawn Upshaw) 등과 같은 성악가, 칼라일 플로이드(Carlisle Floyd), 피터 시켈(Peter Schickele), 오거스타 리드 토머스(Augusta Read Thomas) 등의 작곡가, 제임스 칸런(James Conlon)과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 등의 지휘자를 비롯한 오늘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음악학교는 매년 여름 9주 동안 운영되며 음악가와 음악교수들이 약 850명의 학생들과 집중적인 수업을 진행한다. 공식적인 지도는 개별 교습, 음악 관련 강의, 실내악 연구, 전문가 과정, 관현악 실습 등으로 이루어진다.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비공식적 지도는 연주를 통해, 식당이나, 임의적인 실내악 연주, 그리고 때로는 계곡수를 따라 산책하는 동안 이루어지고 있다. 함께 열리는 음악제는 교수, 학생, 초청음악가 등이 총 200여 회의 관현악 연주, 실내악 연주, 오페라, 현대음악 연주, 강연, 어린이 음악회, 전문가 과정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스펜음악제 및 음악학교가 교수진, 학생, 초청음악가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라는 점이 아마도 가장 중요할 것이다. 비공식적인 분위기는 음악가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며, 서로 다른 연주단체에 소속된 음악가들이 한데 모임으로써 서로에게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또 주위의 자연경관은 마음을 열어준다.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장의 터전이 되고 있는 음악제이자 음악학교이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데이비드 진먼은 2007년으로 종료되는 이 악단과의 계약을 2010년까지로 연장했다. 그는 1983년 이후 취리히의 톤할레관현악단(Tonhalle Orchestra)을 정기적으로 객원지휘해오다가 1995/1996년 시즌이 시작될 무렵 이 관현악단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선임되었다.

 

그는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저명한 솔리스트인 알프레드 브렌델, 라두 루푸, 예핌 브론프만, 죠슈아 벨, 엘렌 그리모, 빅토리아 뮬로바, 쿄코 다케자, 요-요 마 등을 동반하여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을 성공적으로 순회연주하였다. 2003년 톤할레 오케스트라는 런던 프롬스(Proms) 축제에 데뷔하였고, 열광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4년 3월과 4월에는 미국을 순회연주 하였고, 2005년에는 중 유럽, 2006년에는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진먼은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아르튀르 오네게르(Arthur Honegger)의 <오케스트라 작품>,바이올리니스트 파멜라 프랑크(Pamela Frank)와의 협연으로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하였고,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Emmanuel Pahud)와 협연으로 하차투리안과 이베르의 <플룻 작품>을 EMI를 통해 출시하였다.</P>

 

그리고 Arte Nova 레이블로 발매한 베토벤의 <교향곡 전집>은 100 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였고,1999년 진먼은 '독일 레코드 비평가 상'을 수상하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Symphonic Works>는 7 CD 박스 앨범으로 피쳐링되어 Arte Nova 레이블에서 재발매 되었다. 2003/2004 시즌,진먼은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의 <서곡>과 슈만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였으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바이올린 협주곡>,<트리플 협주곡>,<피델리오>을 녹음하였다.

 

데이비드 진먼은 100여개 이상의 광범위한 디스코그라피를 갖고 있으며,이들 앨범으로 5번의 그래미상,2번의 그랑프리 디스크상,2번의 에디슨상,독일 레코드 비평가상,1번의 그라모폰 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진먼은 1991년 소프라노 돈 업쇼와 런던 신포니에타를 지휘하여 폴란드 작곡가 헨릭 미코우아이 고레츠키(Henryk Mikolaj Gorecki)가 1976년에 작곡한 <교향곡 제3번 - 슬픔의 노래>을 녹음하였다.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1991년 빌보드 클래식 챠트에서 31주간 1위에 오르며 백만장에 이르는 판매고를 올렸으며,1993년 그라모폰 대상에서 베스트셀링 레코드로 선정되었다. 폴란드의 현대 작곡가 고레츠키의 1976년작으로 1991년 이후 전세게적인 인기를 모아 골드 디스크를 획득했고, 국내에서도 10만장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던 작품이다.

 

이 앨범은 진먼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 주었으며, 고레츠키의 이 작품 또한 현대 교향곡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 되었다. 데이비드 진먼은 2000년 5월 프랑스 장부로부터 '문학과 예술상'(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상하였으며, 2002년에는 취리히 시로부터 '예술상'을 받았다. 2006년 1월에는 최고 권위의 'Theodore Thomas Award'를 수상하였다. 현재 진먼은 그의 부인과 함께 미국 뉴저지와 스위스 취리히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