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서울시내에서 즐기는 탕나들이
한국사람들은 추우면 몸을 데우기 위해 국물을 찾고, 한여름 더위에도 몸을 보신한다는 이유로 삼계탕이나 보신탕이든 국물음식으로 더위를 이기곤 한다. 그렇기에 한국은 아시아에서 숟가락 사용도 유독 발달된 나라이기도 하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밥을 먹을 때에도 젓가락을 사용한다. 수저는 잠시 국물을 떠 먹을 때 쓰는 정도다. 우리는 맨밥 자체도 수저로 먹도록 교육 받을뿐더러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흔하기에 수저는 밥상의 필수 도구다. 그만큼 국물은 한국인에게 있어 매끼니 또는 하루에 최소 한번 이상 먹는 친숙한 음식이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외식이 보편화되면서 설렁탕이면 설렁탕, 곰탕이면 곰탕, 국물로서 한 그릇의 가치를 높인 상품이 늘어나다 보니까 가정에서 먹는 양보다 국물을 더 많이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수의 국물
하동관 곰탕하면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있는 집이다. 약간 탁한 듯하나 맑은 국물의 개운한 고깃국물이 흰쌀밥 위에 부어져 나온다. 내포(소의 내장을 삶아 포 뜬 것)도 어찌나 깨끗한 지 모른다. 전통음식들이 대개 그렇듯, 처음 먹는 사람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겠지만 몇 번 먹어보면 또 찾게 되는 국물 맛이다.
하동관은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장사하는 사람만이 몇 대를 거친 게 아니고 고객도 3대, 4대의 대를 이어 오고 있다는 말이다. 대여섯살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던 손님이 지금은 60대가 되었고 아직도 변함없는 단골이 되어 온단다. 손님의 입맛이 심판관이라고 말하는 하동관의 장석철(70세)대표는 ‘탕 맛은 장난만 안하면 모두 개성의 맛이야. 화학조미료를 첨가하면 맛이 얄미웁다’라고 말하고 있다. ’선조 때부터 거래하던 팔판동 고기납품업체를 변함없이 거래하고 있다며 A급 판정의 한우암소의 품질등급까지 속시원히 보여주신다. 탕 집엔 김치맛이 중요하듯 제 맛 들인 김치를 위하여 어머니 때에는 김치독을 지푸라기로 옷을 입혀 주방에서 돌려가며 온도를 맞춰 익혔다는데, 현재 하동관에는 입구와 주방 앞에 대형김치냉장고가 줄 서 있다. 곰탕은 놋그릇에 나온다. 예부터 멸균, 보온이 잘 되고 양반문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식기류이기에, 젓가락도 탕그릇도 모두 유기를 고집하고 있다. 아침에 하동관을 찾으면, 방 한켠에서 양지와 내포를 썰고 있는 너댓명의 장정을 볼 수 있다. 신밧드 모험에나 나올만한 날렵한 모양의 식칼로 집중하여 고기 써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집은 입구에 들어오며 주문하는 선불방식이다. 국물에 날달걀을 사서 넣어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물에 깍꾹(깍두기국물)을 넣어달라고 해서 김치국이 들어간 얼큰한 고깃국물도 즐길 수도 있다.
메뉴 : 곰탕(보통) 10,000원, 곰탕(특) 12,000원, 수육(중) 40,000원, 수육(대) 55,000원
밥 말아 먹기 아까운 국물
맑고 담백한 수프를 말하라면 가장 먼저 ‘콩소메’가 생각난다. 달걀흰자거품을 이용해 고깃국물의 누린내 등 잡내를 없앴기에 맛도, 색도 맑게 만든 수프다. 소위 프렌치레스토랑에 가서 기본기를 평가할 때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은호식당의 곰탕도 참 맑다. 콩소메처럼 달걀흰자를 안썼는데도 국물이 맑을 뿐 아니라 맛도 깊다. 밥을 말아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밥으로 인해 탁해지는 맛이 아쉬워 매번 밥한 숟가락, 국한 숟가락을 번갈아 가며 끝까지 먹곤 한다. 맑은 국 안에는 꼬리토막이 화끈하게 들어가 있다. 포크가 나오기에 꼬리뼈 사이사이 푹 삶아진 고기를 빼서 연한 단맛의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여의도 샐러리맨촌에서 오래 장사하다 보니, 직장 상사에 이끌려왔던 신입사원이 어느덧 중역이 되어서도 그 맛에 중독되어 변함없이 찾는 맛집이다. 저녁시간이면 도가니전골이나 찜과 함께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도 흔한 풍속이다. 꼬리곰탕 외에 소를 고아서 만드는 쇠머리국밥, 양지탕, 설렁탕 등도 있다.
메뉴 : 꼬리곰탕 15,000원, 도가니탕 10,000원, 설렁탕 6,000원, 도가니전골.찜 45,000원
서울역 뒷길, 들어가는 골목부터 허름하니 국물 맛도, 만드는 이도 오랜 시간을 지나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1972년에 생겼으니 불혹을 바라보는 세월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뭔가 꼬릿한 냄새가 풍긴다. 저녁 무렵 새침한 젊은 여성이 중림장에 들어서면 어떤 기분이 들까? 냄새는 꼬릿하고 칙칙한 중년의 아저씨들이 방과 홀테이블에 편하게 앉아 여기저기서 수육이나 설렁탕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여성은 ‘아무래도 내가 오기엔 적당한 곳이 아니었나?’ 만감이 교차하며 속는 셈 치고 설렁탕을 주문한 뒤, 한두 숟가락 먹고 나면 그제서야 이 낡은 골목까지 들어온 보람이 있구나 싶어질 것이다. 밥 위에 소면, 그 위에 얇게 썰어 제법 양을 주는 고깃감, 그보다 뭐니뭐니해도 약간 꾸릿하고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유명브랜드설렁탕 보다는 덜 탁하며 약하지 않는 국물이다. 중림장의 국물은, 화장 지운 얼굴에 잡티마저도 자연스러운 생얼처럼 꾸밈없다. 통배추 잎채 나오는 김치도 국물과 잘 어울린다. 꾸미지 않는 순수한 설렁탕의 원조 맛을 보고 싶을 때 가볼 만하다.
메뉴 : 설렁탕 6,000원, 설렁탕(특) 8,000원
우작설렁탕
남부터미널 대각선 골목 안의 빌딩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설렁탕 전문점이다. 좁은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넓은 실내에 탕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함에 놀란다. 탕 전문점이면 뭔가 눅눅한 냄새가 베일만도 한데 무척 깨끗하다. 오픈 주방에는 깔끔하게 삶아진 스지(뼈의 힘줄과 근육부위)를 썰어놓은 바구니도 보인다. 여러 종류의 탕이 있으나 국물베이스는 같고 거기에 들어가는 내용물만 다르다. 여러 탕의 세밀한 경계를 허물은 예를 보는 듯 하다. 설렁탕의 색은 약간 뿌옇지만, 맛을 보면 얌전하고 맑은 느낌이다. 김치로는 묵은 김치와 일반김치를 따로 주고 물깍두기가 곁들여진다. 깍두기 자체도 아삭하고 슴슴한 깍두기국물이 참 시원히여 뜨끈한 탕과 먹기에 제격이다. 설렁탕 이외에 고기로 할 수 있는 탕종류가 여럿이다. 도가니탕, 꼬리곰탕, 우족탕, 곱창전골 등이 있고 특히, 도가니수육와 양지와 통마늘이 곁들여진 즉, 모든 메뉴의 복합탕과 같은 ‘우작진탕’은 인기의 별미다. 메뉴 : 설렁탕 7천원, 도가니탕12,000원, 우작진탕 14,000원 |
'맛집 > 먹거리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찌개 (0) | 2011.06.07 |
---|---|
순천-벌교-고흥 맛여행 (0) | 2011.06.04 |
태안반도 봄꽃게 (0) | 2011.05.19 |
청주에서 맛본 국물집들 (0) | 2011.05.18 |
광장시장 (0) | 2011.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