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트레킹)/걷기 정보

여주 남한강변 여강길

박연서원 2011. 5. 19. 22:29

[트레킹, 이 길을 걸어요] 여주 남한강변 여강길

과거 보던 선비가 넘었던 아홉고개…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여강(驪江)'

화려한 봄꽃을 대신해 짙푸른 신록이 천지를 뒤덮는 5월, 길을 나선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채도를 바꿔가는 산과 들은 하천과 어우러질 때 가장 빛을 발한다. 흘러가는 물에 비친 신록은 꽃보다 풍성하다. 신록의 길을 걷기 위해 여주 남한강변을 찾았다.

여주에서는 남한강을 '여강(驪江)'이라고 부른다. 강변을 따라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예전부터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여강길'이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문화체험코스다. 여주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남한강의 중간 기점. 일찍이 수운(水運)이 발달해 강변 곳곳에 들어선 나루터가 중간 기점 노릇을 한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은 유순한 여강 물결이 산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이 풍경은 이른 아침, 혹은 햇살이 한풀 꺾인 늦은 오후에 보는 게 더 좋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강물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포착할 수도 있다.

 
수백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진초록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부라우나루터.
유유히 흐르는 여강과 짙어지는 신록이 어우려져 수채화 같은 풍경을 빚어놓았다.
여강변에 자리잡은 도리마을.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을 가득 채워놓았다.
신륵사 누각에서 내려다본 여강. 봄햇살을 맞은 강물이 속 살거리며 흐른다.
여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영월루(迎月樓)에서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달을 맞이하는 누각'이란 뜻처럼 누각에 오르면 강 건너편 맞은편에 자리한 천년 고찰 신륵사와 여주를 관통하는 여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누각 바로 아래는 기암절벽. 바위에는 힘있는 필치로 '마암(馬巖)'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나지막한 산과 들판을 양옆으로 거느린 강물은 봄 햇살에 천천히 몸을 트는데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정도로 고요하다. 봄볕에 반짝이는 물결과 가끔 날갯짓을 하는 백조가 적막을 깨뜨릴 뿐이다.

영월루를 지나면 '은모래 금모래 유원지'에 도착한다. 제방을 만들기 전 햇빛을 받는 모래들이 은빛 금빛을 띠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들어서 있고 수도·취사시설이 있어 야영객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라우나루터 구간은 4대강 제방 공사로 강변길이 막혔고, 대신 연양리 마을을 잇는 우회로나 일반국도를 걸어야 한다. 우회로에는 민간단체 '여강길' 회원들이 파란 리본으로 임시 경로를 표시해두었다. 우회로 중간에는 강변을 따라 29만㎡ 규모의 수생야생화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된다고 한다.

'부라우 나루터'는 커다란 바위들과 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나루 주변 바위들이 붉은색을 띠어 '부라우'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여주읍 단현리와 여강 건너편의 강천면 가야리 지역을 연결하는 나루로, 1975년 폐쇄돼 현재 흔적만 남아 있다.

이곳에서 우만리나루터지까지 2.5㎞ 구간은 여강길 중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바위와 수풀로 이어진 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여강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다. 강변 나루터에는 하나같이 수백년 수령의 커다란 나무들이 서 있다. 예전부터 뱃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흔암리선사유적지엔 청동기시대의 집터가 복원돼 있다. 탄화(炭化)한 곡식과 토기, 석기 등이 발굴되었다. 이곳에서 흔암리나루터 가는 길은 강변에 난 좁다란 길과 마을 우회로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흔암리나루터에서 소무산 자락 고갯길로 올라서면 아홉사리과거길이 나온다. 강을 버리고 이제부터 산길이다. '마치 국수 면발처럼 아홉 고개가 얽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도나 충청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이다. 매년 9월 9일 아홉 번째 고개에 피는 구절초를 꺾어 달여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산 허리 부분으로 이어진 3㎞ 정도 오솔길을 걷다 보면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여강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중간에 자그마한 계곡 서너 개를 만났다.

이 고개를 넘으면 여강변에 자리한 도리마을이 나온다. 마을로 통하는 길이 하나뿐이라 들어온 길로 돌아나가야 한다고 해서 도리마을이다. 농로(農路)를 따라 걸으니 야트막한 산기슭 계단식 논에 모내기를 앞두고 가득 채워놓은 물이 봄 햇살에 차지게 반짝였다. 약동하는 봄의 정기와 생명이 담겨 있는 듯했다.

>>> 여행수첩

코스
여주버스터미널→영월루→은모래금모래 유원지→수생야생화생태단지(조성중)→부라우나루터→우만리나루터→흔암리선사유적지→흔암리나루터→아홉사리과거길→도리마을(15.4㎞, 5~6시간 소요). 도리마을에서 여주버스터미널로 되돌아가려면 버스나 콜택시(031-884-0331)를 이용하면 된다.

걷기 및 농촌마을 체험
민간단체 '여강길'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전 10시와 넷째주 일요일 오후 1시 여강길 걷는 행사를 한다. www.rivertrail.net, (031)884-9089, 박희진 사무국장 010-2744-3930. 도리 마을에서는 두부만들기, 황토인형 색칠하기, 감자·옥수수·고구마 수확,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성범 녹색농촌체험마을 사무국장 010-9353-0977

교통
영동고속국도 여주IC에서 우회전(37번 국도)→4㎞ 직진한 후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1.5㎞ 직진하면 영월루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여주버스터미널에 내려 여주대교 쪽으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강변에 영월루가 보인다.

음식(지역번호 031)
여주쌀밥은 임금님께 진상되었을 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여주에서는 보통 돌솥영양밥·돌솥영양쌀밥정식 등의 메뉴로 손님상에 오른다. 교리여주쌀밥(886-8255), 여주쌀밥집(885-9544), 조선옥(883-3939), 예닮골(883-5979) 등이 소문났다.

수심이 깊은 여강에서 잡은 쏘가리·메기·잉어·피라미 등 민물생선으로 끓인 민물매운탕은 비리지 않고 담백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여주선(885-2616), 명성회관(885-3234) 등이 유명하다.

천서리 막국수는 메밀을 반죽해 뽑은 국수를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면이 쫄깃하고 탱탱한 별미다. 국수 위에 오이채, 배, 김 가루, 참깨, 삶은 계란 등을 올리고 비빔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이포대교 인근 천서리 일대에 강계봉진막국수(882-8300), 천서리막국수(883-9799), 홍원막국수(882-8259) 등 전문 식당들이 몰려 있다.

주변 돌아볼 만한 곳(지역번호 031)
신륵사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고려 때 나옹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해졌다. 강변에 세워져 남한강이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다층석탑·다층전탑·보제존자석종·조사당 등이 있다. 885-2505

명성황후 생가 고종 황제의 비(妃)인 명성황후가 태어나 8세때 까지 자란 곳이다. 1996년 사랑채·행랑채·별당 등이 복원됐다. 생가 맞은편에 기념관이 있어 명성왕후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887-3576

목아불교박물관 목조각 무형문화재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건립한 박물관. 나무로 만든 조각품을 중심으로 불교와 관련된 조각품 60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885-9952

여주군청 문화관광과 (031)887-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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