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장사익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강남아리랑
꽃구경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 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신대유/ 아 솔잎은 뿌려서 뭐하신대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시인의 가슴 저린 압축과 생략미가, 타고난 소리꾼의 목청에 실려 삶의 眞景을 펼쳐 낸다.
김형영 시인의 '다른 하늘이 열릴 때'란 詩集에 실린 '따뜻한 봄날'이라는 詩에 소리꾼 장사익이 '꽃구경'이란 제목으로 자기의 삶과 목소리를 원 없이 얹어놓은 노래이다.
일제강점기교육의 잔재인 '고려장 高麗葬'이라는 날조된 설화 상식에 기대지 않아도 시를 읽는 순간 그리고 그 언어들이 장사익의 목소리에 실리는 순간, 그런 실체적 사실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마음 깊은 곳에 삶의 상흔들이 흥건하게 고이는 느낌이다.
애절한 해금의 전주에 뒤이어 무반주로 진행되는 장사익의 애절한 목소리, 그리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라는 어머니의 육성을 예고하는 북소리는 가슴 저 밑바닥을 쥐어짜듯 뒤흔든다.
장사익 노래모음
비 내리는 고모령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여행
아리랑
찔레꽃
아버지
님은 먼 곳에
1. 봄날은 간다(2006)
2. 동백아가씨(2009, 원곡 이미자)
3. 찔레꽃(1995)
4. 대전블루스(2009)
5. 님은 먼곳에(1995, 원곡 김추자)
6. 목포는 항구다(2014, 8집, 원곡 이난영)
7. 돌아가는 삼각지(2009, 원곡 배호)
8. 낙화유수(2012)
9. 아리랑(2009)
10. 이별의 종착역(2012, 7집)
11. 청춘고백(원곡 남인수)
12. 봄비
01 꽃구경 0:00:00
02 님은 먼곳에 0:06:44
03 봄날은 간다 0:12:09
04 봄비 0:16:55
05 찔레꽃 0:22:56
06 대전블루스 0:29:19
07 과거를 묻지 마세요 0:32:35
08 댄서의순정 0:35:42
09 달맞이꽃 0:38:09
10 비내리는 고모령 0:41:53
11 빛과 그림자 0:45:10
12 청춘 고백 0:50:55
13 검은 상처의 브루스 0:54:06
14 이게 아닌데 1:00:25
15 진정 난 몰랐네 1:05:59
16 타향살이 1:10:55
17 허허바다 1:14:42
18 동백아가씨 1:22:25
19 돌아가는 삼각지 1:26:22
20 열아홉 순정 1:30:27
21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1:33:30
22 목포는 항구다 1:39:58
23 눈동자 1: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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