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맛!] 한여름 원기회복, 네가 있어 반갑구나
계삼탕(鷄蔘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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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각의 제국’에서>
그렇다. 계삼탕(鷄蔘湯·Chicken Ginseng Soup)은 결국 무슨 닭을 쓰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값비싼 산삼을 넣으면 뭐하나. 닭이 엉터리라면 ‘말짱 황’이다. 옻 엄나무 영지버섯 등 별별 것을 다 넣어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계삼탕의 닭은 보통 500g 정도 되는 영계를 쓴다. 머리와 꼬리 내장을 빼면 한 350g 정도나 될까? 그 빈 뱃속에 밤, 인삼, 대추, 마늘, 생강, 황기, 오가피, 은행, 불린 찹쌀 따위를 넣고 푹 곤다.
옛날 시골 약병아리는 겨우내 서너 달(100∼120일)은 키워야 500g 정도가 됐다. 요즘 일부 닭 공장에선 빠르면 20일 만에도 뚝딱 만들어낸다. 그런 병아리들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이 들어있는 사료를 먹고 큰다.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진 비좁은 닭장에서 운동도 제대로 못하며 살만 덕지덕지 붙는다.
이런 닭을 넣은 삼계탕은 20분 이상 끓이면 흐물흐물 다 녹아버린다. 고기도 퍽퍽하고, 마치 푸석한 두부를 먹는 것 같다. 국물은 깊은 맛이 없고 느끼하다. 뼛속은 텅 비어 ‘골즙’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뼈는 과자처럼 바스라진다.
좋은 약병아리는 적어도 센 불에 1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 그래도 육질이 쫄깃하다.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며, 뼈즙이 우러나와 고소하다. 뼈를 분질러 보면 속에 새카만 골수가 꽉 차있다.
요즘 서울시내 내로라 하는 계삼탕집에선 대부분 49일정도 키운 수평아리(웅추·雄雛)를 쓴다. 기름이 적고 씹는 맛이 있다. 덩치도 암평아리보다 크다. 옛날에도 계삼탕에 수평아리를 썼지만, 그땐 암평아리를 씨암탉 감으로 따로 골라놓느라 그런 것이다. 보통 오래된 계삼탕전문점에선 생산 농가와 직거래를 하거나 아예 직영농장에서 닭을 키운다.
서울 서소문 옛 배재고등학교 입구에 있는 고려삼계탕(02-752-9376)은 50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은 전문농장에 위탁해 웅추를 사육한다. 서울 명동 코리아극장 위쪽에 있는 백제삼계탕(02-776-3267)은 매일 직영농장에서 도축한 계육을 쓴다.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붐빈다. 역시 직영농장을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토속촌(02-737-7444)도 맛이 남다르다.
서울강남 관세청 사거리의 논현삼계탕(02-3444-5510),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 뒤쪽의 장안삼계탕(02-753-5834), 들깨삼계탕으로 이름난 영등포 신길동의 호수삼계탕(02-848-2440). 서울성곽길 성북동의 성너머집(02-764-8571), 여의도 파낙스(02-780-9037), 전기구이통닭 원조로 유명한 충무로 영양센터(02-776-2015), 흑석동 중대병원 지하의 고려한방삼계탕(02-6332-3434)도 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한방에서 닭은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품이다. 반대로 오리는 찬 성질을 갖고 있다. 따뜻한 닭에 인삼 황기 마늘 대추 등을 넣고 끓이면 더 뜨거운 식품이 된다. 옻나무나 호박 등을 넣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인 것이다.
닭고기는 지방은 적고 단백질이 많다. 칼로리가 낮은 대신 영양가가 높다. 흔히 닭똥집이라고 부르는 모래주머니는 근육질로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연탄불에 구워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오도독거리며 씹는 맛이 좋다. 닭발은 양념고추장에 버무려 연탄불에 구워먹었다. 눈 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화장지로 닭발을 둘둘 감아들고 소주 안주로 먹었다. 유독 닭껍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닭 껍질엔 콜레스테롤이 많다.
닭가슴살은 단백질 덩어리이다. 보디빌더나 마라토너들이 즐겨 먹는다. 맛소금에 찍어 먹는다. 소화가 잘돼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좋다. 남도에선 닭을 육회로도 먹는다. 대부분 안심살을 먹는데, 그것은 가슴살보다 더 안쪽에 붙어있다. 닭 육회는 쇠고기 육회처럼 양념을 해서 먹거나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날 비린내와 함께 물렁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선 ‘무항생제 토종닭’이 화두다. 저마다 ‘값이 좀 비싸더라도 무공해 닭’을 선보이려 애쓴다. 과연 어느 것이 토종닭인가. 소비자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과 현대백화점에 토종닭을 납품하는 정태한 마령생명영농법인 대표(54)는 말한다.
“120일 정도 키운 약병아리 토종계삼탕은 적어도 센 불에 1시간10분은 푹 고아야 한다. 조선 닭은 발과 발목이 모두 녹두 빛이다. 등과 머리가 이루는 각이 90도로 곧다. 벼슬도 한여름 맨드라미처럼 선명하고 팥죽처럼 짙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보기만 해도 예쁘다.”
정 대표는 현재 전북 진안군의 마령농장 53만 평에 7000여 마리의 조선 닭을 옛날 촌닭처럼 키운다. 항생제나 방부제는 일절 안 쓴다. 한약재 쌀겨 참숯 국산콩 옥수수 풀 조개껍질 싸라기 등만 먹인다. 농협중앙회축산사료연구소 잔류검사결과 항생제 방부제 성장촉진제 등 6가지가 모두 제로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사거리에 ‘URBY’(070-8956-8005)라는 서울사무실을 열었다. 토종닭 삼계탕을 시식해 볼 수 있다(전화 예약).
삼계탕은 무더운 복날음식이다. 허기지고 힘이 없을 때 먹는 복달임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먹고 힘을 추스른다. 남자들은 수평아리의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한다. 아득히 먼 옛날, 창공을 훨훨 날았던 ‘지워진 기억’을 되살려낸다.
수탉은 왜 홰를 탁탁 치면서 우는가? 그것은 저 푸른 하늘을 훨훨 날기 위한 비상의 꿈이다. 이륙을 위한 몸부림이다. 수탉은 왜 자꾸 볏을 흔드는가? 그것은 ‘그른 것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다’라는 표시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삼복(三伏) 기간은 그 해 더위가 극치를 이루는 때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다. 더위에 지친 몸 달래주는 데는 보양식 만한 것도 없다. 예로부터 복중에 계삼탕(鷄蔘湯) 한 사발씩 마시면 더위에 지치지 않는 다고 하여, 계삼탕을 복중의 필수 보양식으로 꼽았다. 한 그릇음식인데다 가장 손쉽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은 오늘날에도 가장 흔히 먹는 여름 보양식이다.
특히 이번 7월에는 보양식의 대표주자 ‘삼계탕’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이 초복(初伏), 29일이 중복(中伏)으로 2번의 복날이 7월에 모두 모여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서 서울시내 대표 삼계탕 맛집을 소개한다.
강원정
용산경찰서 앞 주택가 골목길에서 20여 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닭 요리 전문점이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식당 내부는 시골집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 메뉴는 인삼과 찹쌀, 약대추, 은행, 토종밤, 잣, 검은깨,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삼계탕이다. 특히 고명으로 가늘게 채 썬 파채와 볶은 해바라기씨, 검은깨를 올린 고소한 맛의 삼계탕으로 유명하다. 닭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육질 또한 일품이다. 반찬으로 나온 묵은 열무김치와 백무김치가 삼계탕과 어울려 그 맛을 더한다.
삼계탕 1만원. 용산구 원효로1가 48-7(02-719-9978)
성너머집
성균관대 후문을 지나 서울산성 터널을 지나면 있는 닭볶음탕•삼계탕 전문점이다. 산 밑에 아무렇게나 뚝딱 만든 허름한 가게지만 맛 하나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골들은 이 집을 기교가 섞이지 않은 정성의 맛이라고 평한다. 가게 한쪽의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국물을 우려낸 삼계탕과 장독에서 익은 김치와 무 모두 훌륭한 조합을 자랑한다. 점심 시간이면 등산객들과 입소문을 타고 맛을 보러 온 단골들로 북적이는 집이다. 단, 대중교통편이 좋지 못하다.
삼계탕 1만1000원. 성북구 성북동 226-64(02-764-8571)
토속촌
부드러운 닭살과 걸쭉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삼계탕 전문집이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농장에서 기른 40여 일 된 어린 와룡 닭에 4년생 인삼 등 30여 가지 약재와 ´토속촌´만의 비법인 특수 재료 세 가지를 더 넣어 끓여낸 것으로 오랜 세월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고아낸 뽀얀 닭육수가 일품이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일본어에 능숙하며, 전통 한옥의 구조라 외국에서 방문한 손님을 모시기에도 좋다. 널찍한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차를 가져가도 불편함이 없다.
토속삼계탕 1만4000원. 종로구 체부동 85-1(02-737-7444)
호수삼계탕
신길동의 삼계탕 전문점이며, 특이하게도 들깨삼계탕을 하는 곳이다. 제법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본관과 신축 건물인 신관으로 나뉘어져 있어도 점심 시간이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삼계탕 명가 중 한 곳이다.
메뉴는 삼계탕 단 한 가지다. 반찬으로 통오이를 길게 잘라 내주는 점이 특색있다. 닭육수에 들깨가루, 참깨가루, 콩가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삼계탕으로,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삼계탕 1만2000원. 영등포구 신길동 342-325(02-848-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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