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트레킹)/걷기 정보

올레길보다 좋은 서울 산책길

박연서원 2009. 10. 14. 22:42

 

 
군자역 사거리-군자교 건너기 직전 골목으로 좌회전-5m 직진-둑길 시작-공중화장실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은행나무 산책로 걷기-600m 진행 후 은행나무 끝나는 곳에서 다시 둑길로 진입-1시 방향의 지하보도-살곶이다리

처음에는 바로 옆 차도의 소음으로 골목길의 운치를 느낄 수 없지만 그것은 잠시. 차도 없고 사람도 드문 평범한 주택가 길 옆으로 강아지풀이며 이름 모를 식물들이 아무렇게나 돋아나 있는 모습에 그만 반해버렸다. 강 옆이라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는데다 잘 포장된 둑길 산책로 곳곳에는 쉼터와 운동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기분 좋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심긴 둑길은 곧고 평평한 길이 오래도록 이어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살곶이다리가 있는 중랑천 하류는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물이 맑아, 다리 곁에 앉아 있으면 수면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와 쌍을 지어 천변에 쉬고 있는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서울숲까지 다녀와도 훌륭한 하루코스가 된다. 사람도 자연도 모두 받아들인 중랑천 둑길은 가식 없어 소탈한 웃음을 주는 산책길이다.

[오래된 주택 단지 옆 자전거길] 중랑천 둑길에 오르기 전, 오래된 주택과 빌라가 이어지는 일자 골목은 나무와 풀들을 담장 삼아 호젓한 주택가를 이룬다. 고추, 대추, 호박 넝쿨까지, 사람 냄새가 나는 이 골목은 꾸밈없어 좋은 길이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수채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은행나무길] 중랑천 둑길로 올라 1.5km 정도 걸으면 왼쪽에 공중화장실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잘 가꾼 수목원 한복판을 걷는 것 같은 멋진 은행나무길이 숨어 있다. 길이도 600m 정도로 제법 길다. 곧 노란 물이 들어 길가에 수많은 색종이를 오려놓은 듯 노란 은행나무 잎이 수북하게 쌓여 운치를 더할 것이다.
 




삼육의료원 안으로 진입-병원 주차장·응급실 푯말에서 좌회전-오른편 나무 테이블이 있는 쉼터 속 나무계단(배봉산 입구)-정자가 있는 갈림길에서 우회전-군사용 철조망까지 직진-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능선 따라 걷기-맞은편 능선이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내리막길-철제 난간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배봉산 동쪽 중턱 오솔길 걷기-배드민턴장이 있는 체육공원-약수터-빨간 기와지붕 주택길-동네 쪽으로 우회전

동대문구 유일의 산지형 근린공원인 배봉산근린공원은 잘 정비된 돌계단, 나무계단, 흙길이 조화롭게 능선과 중턱을 따라 이어진다. 체육 시설과 벤치, 정자 같은 편의 시설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가벼운 운동을 즐기고자 하는 인근 주민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배드민턴장을 특화한 체육공원인가 싶을 정도로 배드민턴 네트가 많다. 동산 같은 오솔길부터 나무가 풍성한 산속 숲길까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곳은 이정표가 따로 없으므로 사람들을 따라 걷거나 자유롭게 오솔길을 들락날락하며 천천히 걸으면 된다.

정자, 벤치, 편편한 바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전망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길 곳곳에 앉아서 쉴 만한 바위나 의자들이 나타난다. 특히 늦은 오후(4~5시)에는 클림트의 그림처럼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로 동네가 드문드문 내려다보인다.

배봉2길, 휘경여고 맞은편 동성빌라 가는 골목 체육공원이 끝나는 곳, 콘크리트 벽돌담을 따라 이어진 이 낯선 동네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돌계단의 단층 주택, 오래된 빌라. 노을이 흘러내린 동네는 오래된 필름처럼 색이 바래 운치를 더한다. 특히 거대한 담쟁이넝쿨 숲이 된 이곳의 건물 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잃어버린 도시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서래공원-국립중앙도서관 입구에서 1시 방향의 계단 오르기-몽마르트르공원-공원을 가로질러 내려온 후 차도와 만나는 사거리-길 건너 산길 계단-서리풀공원-청권사 이정표 따라 걷기-청권사 쉼터-배드민턴장 앞 계단으로 좌회전-고급 빌라 단지에서 우회전-청권사 돌담길 따라 직진-청권사 입구

강남에 숲이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기에 그만큼 기대도 컸다. 일단 서리풀공원으로 들어서면 새것 같은 나무계단과 고르게 정돈된 편편한 흙길로 이뤄진 산책길에 놀라고, 울창한 숲의 나무들은 그 굵기마저 일정해서 마치 세련된 수목원을 걷는 듯 평안한 느낌을 받는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가 아닌 꽃과 식물들이 간간이 눈에 띄는데, 여러모로 사람의 손길이 닿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산책로와 숲을 나무 난간과 계단으로 분리해두어 아이들과 걸어도 위험하지 않다. 이정표도 잘되어 있고 맨발로 걷는 길, 청권사 쉼터, 할머니 쉼터, 할아버지 쉼터, 지압 보도 등 쉼터도 테마를 정해 깔끔하게 조성했다. 걷기 좋은 길에 초점을 맞춘 듯, 꽤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 많은데도 길이 좋아서 발이 덜 피로했다. 청권사 방향으로 빠져나오면 어디에 숲이 있었냐는 듯 고급 빌라 단지가 있는 도시로 돌아온다. 담쟁이넝쿨이 예쁜 청권사 돌담길을 따라 쭉 역까지 걸어 내려간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의 사당인 청권사는 관련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판이 걸려 있지만 입구에서 양해를 구하면 잠깐의 방문은 가능하다.

[몽마르트르공원 잔디밭길] 프랑스 의류 회사의 협찬으로 식재된 이팝나무, 산딸나무, 수수꽃다리 등이 있는 언덕 위의 반듯한 평지 공원이다. 운동기구와 정자 하나를 제외하면 휑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해서 잔디밭이나 벤치에 누워 책 읽기에 딱 좋다. 몽마르트르 언덕보다는 오히려 몽마르트르공원을 내려가는 나선형 길이 조금 더 멋스러운 듯.

[맨발로 걷는 황톳길] 서리풀공원은 울타리를 만들 때 쓰는 둥글둥글하게 깎은 원통형 나무를 사용해 꾸민 곳으로, 이국적인 운치가 있는 산책길이다. 또한 라운드형 나무를 땅속에 박아 황톳길을 분리하는 라인으로 만들어 자연 친화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약 1.5km의 길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걷는 코스로 서울에서는 매우 드문 장소. 발바닥에 닿는 촉촉한 흙 느낌이 좋아서 휴일엔 늘 아이 데리고 산책 나온다는 부녀도 있었다.

 



암사 정류장 앞 사거리에서 길 건너 1시 방향 샛길-삼거리에서 우회전-공중화장실이 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삼거리에서 우회전-고덕산 정상 이정표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고덕산 정상(조망 명소)-고덕산 정상 이정표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벤치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샘터근린공원 방향으로 직진-등받이 없는 벤치가 있는 갈림길에서 우회전-그린웨이 따라 좌회전하여 샘터근린공원 방향 직진-샘터근린공원-방죽근린공원 이정표를 따라 걷기-생태육교 옆 약수터-생태육교-방죽근린공원-명일근린공원 방향으로 걷기-이마트 앞 바닥분수}

강동구가 생태 친화적인 길을 연결해서 25km에 달하는 걷기 코스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정표가 잘 표시돼 있고, 숲길이 아닌 곳을 걸을 때는 인도에 그린웨이라고 쓰인 녹색 포장길을 따라가면 된다. 그린웨이에 포함되는 코스 중 고덕산부터 시작해 샘터근린공원, 방죽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걷는 코스를 선택. 한 숲길에서 다른 숲길로 옮겨갈 때마다 찻길과 동네를 지나치게 되므로 스케줄에 따라 언제든 코스를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고덕산 정상은 탁 트인 한강과 서울의 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조망 명소로 선정된 곳. 서울에 이렇게 다양한 산이 있었던가 새삼 놀라게 된다. 왼쪽부터 퇴뫼산, 철마산, 천마산, 갑산 등 병풍처럼 서울 시내를 감싸고 있는 한강 상류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른 산책길에 비해 오래돼 보이는 듯한 이곳 공원들은 그만큼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됐다는 느낌을 준다. 여러 공원을 거치기 때문에 다양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고, 답답한 숲길이 아니라 하늘이 탁 트인 나지막한 길이라 누구든 쉽게 오를 수 있다.

[고덕산 벙커와 철조망 울타리] 군사 지역이라 그런지 곳곳에 수로처럼 팬 벙커와 철조망이 눈에 띈다. 이끼가 낀 벙커와 녹슨 철조망을 따라 오른 넝쿨 식물. 영화 촬영지나 방치한 오래된 전쟁터를 지나는 듯 매우 이색적인 산책길 풍경을 이룬다.

[샘터근린공원의 밤나무 군락지] 그린웨이를 따라 도착한 샘터근린공원은 입구부터 밤송이로 가득하다. 완만하게 이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툭, 툭’ 하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잘 익은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다. 아파트와 주택들로 둘러싸인 공원이지만 다람쥐나 청솔모, 산비둘기 등 숲 속 동물을 마주치게 되는 길목이다.





지하철 4호선 동작역 육교 위 3번 출구-육교를 내려간 길 끝 나무계단-국립현충원 담장길 시작-국립현충원 개방문-서달산 정상에 있는 동작정-담장을 따라 내리막길-시멘트로 된 T자 갈림길에서 좌회전

산 능선을 따라 국립현충원 담장을 끼고 걷는 산책길은 인근 주민들이 먼저 발견하고 산책으로 다져온 길이라고 한다. 아마 제일 처음 발견한 이는 덕수궁 돌담길의 낭만을 잊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숲을 곁에 둔 돌담길이 넓게 이어진다. 길 오른쪽으로는 담장이, 왼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숲이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루는데, 나무들은 지금부터 서서히 붉게 물들어 10월 중순이 되면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숲으로 변신한다.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곳곳에 벤치가 잘 만들어져 있어 ‘쉼(休)’표를 찍으며 걷기 좋고 개방문을 통해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짧은 민소매, 반바지, 슬리퍼 등 분위기를 저해하는 복장만 아니라면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해 한 번쯤 둘러보아도 좋을 듯하다. 만약 여정이 끝난 뒤에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근처 관악현대아파트 단지 길을 눈여겨봐두자.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와보는 것이 어떨까.

[서달산을 오르는 나무계단]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높고, 가파르다. 난간을 잡고 걷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며, 총 길이는 100m가 넘는다. 하지만 길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가깝게는 남대문처럼 생긴 터널을 지나는 전철이 보이고, 더 멀리로는 한강과 도시의 마천루가 보인다. 탁 트인 시야는 오히려 국립현충원 담장길을 걸을 때보다 더 훌륭하다.

[T자 갈림길 나오기 직전 벤치] 담장길을 걷는 동안에도 체육공원을 겸한 쉼터와 벤치가 나오지만 아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쉬어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길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와 나무 틈 사이에 있는 이 벤치를 발견하자마자 앉아버렸다. 아래를 볼 수 있도록 산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도 나쁘지 않다. 여정이 끝나기 전, 동반한 일행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다시 숲길이 그리워지는 그런 장소다.





Map 사직공원-율곡 이이 동상 옆 계단-인왕스카이웨이-정자 쉼터-윤동주 시인의 언덕-창의문-라비아 카페 옆 골목길-산모퉁이 카페-백사실계곡 방향-구멍가게 앞에서 우회전-샛길 진입-백석동천바위-계곡 따라 아래로-백사실 터-현통사 지나 왼쪽 계단-오래된 주택가-티파니 슈퍼-오른쪽 개천 따라 아래로-세검정

도시에 교묘하게 걸터앉은 유적지와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푹 빠지게 돼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고 싶은 매력적인 코스다. 드라이브 코스로 더 잘 알려진 곳이지만 차를 타고서는 백번 올라도 모를 숲길이 인왕스카이웨이를 감싸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나무가 길을 차지하고 왼쪽으로는 도로가 점령해 사실 걷는 이들을 배려한 곳은 아니다. 코스는 이정표 없이 투박하게 닦인 도로 옆 산책길과 중간 중간 더 깊은 숲길을 따라 걷는 갈림길 코스 두 가지. 굳이 숲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족히 수십 년은 된 듯한 나무들과 깎아지른 바위, 돌덩이들이 불쑥불쑥 솟아나와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금방 초록에 질리고 마는 이들도, 이곳 나무의 예술 작품 같은 다양한 텍스처가 가슴뛰게 아름다워 분명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백사실계곡으로 향하는 부암동 길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이선균의 집으로 등장한 산모퉁이 카페로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언덕길에 있는 Art for Life또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리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인데, 아담한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전혀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목가적인 분위기의 주택가 골목 또한 잊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그리고 이곳이 정녕 서울이냐고 계속 되물었던 백석동천의 숲.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우거진 숲길, 오성으로 잘 알려진 백사 이항복의 별장 터로 추측되는 백사실 터는 황홀할 정도다. 당장이라도 불쑥 솟아오를 것 같은 큰 나무뿌리가 얽혀 계단을 만들고, 비 온 뒤 물이 고인 연못 터에 뽀얗게 드리우는 햇살은 신비로운 옛 모습을 환기시킨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이세계(異世界)는 시간조차 잊을 만큼 아름답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인왕스카이웨이가 끝나는 정자에서 성벽을 따라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가는 길가에 있는 작은 언덕. 나무 울타리마다 먹물로 윤동주 시인의 대표 시들이 새겨져 있는데, 코스모스와 야생화가 피어 있는 가을의 정점에 서서 시를 읽는 것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일이다.“계절이 지나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길을 따라 내려가는 돌계단에도 시가 쓰여 있어, 사뿐히 즈려밟고 내려가는 돌계단에 서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저작권자(c) M&B, 출처: 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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