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실토실 밤송이 따라 걷노라면 고갯길 붉은 노을 손짓하네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규는 붉은 물이 들었다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박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서정주 ‘추일미음(秋日微吟)’ 전문》
지리산 엄지발가락에 노란 물이 들었다. 새끼발가락엔 살짝 빨간 물이 배었다. 산자락 다랑이 논이 호박색으로 익었다. 산동네 지붕마다 붉은 고추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마당 귀퉁이엔 접시꽃(촉규·蜀葵)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맨드라미꽃 닭 벼슬도 농부 얼굴 처럼 검붉다. 봉숭아 채송화 작약 달리아 코스모스 깨꽃….
늙은 호박이 탱자나무 울타리마다 가부좌를 틀고 있다. 돌담 너머 주렁주렁 감과 대추가 다발로 매달렸다. 호두나무를 흔들면 후두둑 머리 위로 호두가 떨어진다. 밤송이가 통통 하게 살이 뱄다. 석류가 살짝 벌어졌다. 돌덩이 같은 돌배가 은근슬쩍 물렁해졌다. 머루 다래가 익고, 어름이 대롱거리고, 개암을 깨물면 입 안 가득 깨소금 냄새….
지리산 둘레 길은 요즘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길이다. 맑은 햇살이 온갖 열매를 데쳐 맛이 들게 하고, 선선한 바람은 곡식을 버무려 여물게 한다.
지리산 둘레는 모두 800여 리(약 320km). 3개 도(전남 경남 전북), 5개 시군(구례 하동 산청 함양 남원), 16개 읍면, 100여 개 마을을 거친다. 숲길(43.8%) 농로(20.8%) 마을고샅길 (19.9%) 임도(14%) 도로(1.4%) 논둑길 밭둑길 고갯길 강변길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 약 232시간(시속 1.3km) 걸린다. 하루 10km씩 가면 약 32.5일 걸리는 셈. 때론 낮은 곳 (구례 토지·해발 50m)을 걷기도 하고, 때론 산꼭대기(하동 악양 형제봉·해발 1100m)도 올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 둘레 길이 모두 이어진 것은 아니다. 5월 1, 2구간 21km(전북 남원 산내면 매동마을∼경남 함양 휴천면 세동마을)가 겨우 첫선을 보였을 뿐이다. 2011년쯤 돼야 둘레 잇기가 모두 마무리될 예정. 그때야 비로소 아무 곳에서나 출발해 휘휘 지리산자락 한 바 퀴를 돌 수 있다.
● 매동∼금계마을 ‘다랭이 길’ 쉬엄쉬엄 가도 5시간
1구간(전북 남원 매동마을∼경남 함양 금계마을, 약 10.68km)은 ‘외갓집 가는 길’이다. 산비탈 계단식 다랑이 논이 반 하늘에 걸려 있다. 이곳 사람들은 “다랭이 논”이라고 말한다. 둘레 길을 잇고 있는 ‘사단법인 숲길’에선 아예 ‘다랭이 길’로 이름을 붙였다. 느릿느릿 나무늘보처럼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길 논둑 밭둑길 농로가 대부분이다.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길가엔 조 수수 콩 깨 등 온갖 곡식이 익고 있다. 숲길 가엔 도라지 꽃, 며느리밥풀 꽃, 물봉선 꽃, 칡꽃, 구절초 꽃, 용담 꽃 천지다. 물까치, 박새, 딱새도 뭐가 그리 바쁜지 끊임없이 수선댄다. 저 멀리 지리산 반야봉, 형제봉, 제석봉, 천왕봉, 상봉이 늙은 소처럼 웅크린 채 그윽이 내려다보고 있다.
다랑이 논은 상황마을부터 시작된다. 키 작은 산 나락이 노랗게 물들었다. 일하는 늙은 농부의 구부정한 등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저 많은 곡식과 과실을 언제 다 거둘까?
등구재(登龜·해발 700m·매동마을에서 5.5km)는 남원 상황마을과 경남 창원마을을 잇는 고갯길이다. 두 마을 사이 가마 타고 시집갔던 길이다. 거북 등을 닮아 그렇게 불렀다. 창원마을 사람들이 남원 인월장을 본 뒤 다시 등구재에 다다를 즈음, 서쪽 지리산 만복대 엔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때마침 동쪽 법화산 마루엔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바로 이 고갯길에서 붉은 노을과 눈부신 달빛이 황홀하게 어우러지는 것이다.
창원마을 동구 마루엔 500살 먹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길손을 반긴다. 참 곱게도 늙었다. 느티나무 아래서 배낭을 베개 삼아 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으면, 산들바람이 솔솔 얼굴을 간질인다. 이 세상 그 어느 부자 안 부럽다.
2구간(경남 함양 마천 의중마을∼휴천 세동마을, 10.11km)은 ‘산사람 길’이다. 빨치산들이 다녔던 길이다. 부근엔 국군과 경찰의 공비토벌 길도 있다. 시누대숲이 훌쩍 크다. 그만큼 만만치 않다. 5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벽송사(해발 600m) 올라가는 길은 그렇다 해도, 그 위 해발 900m 지점(매동마을에서 15.7km)까지 오를 때는 숨이 벅차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의상능선을 지나 대남문∼대성문 ∼대동문∼우이동 계곡으로 빠지는 코스 정도로 보면 된다.
사단법인 숲길의 조사원 박무열(40) 씨는 “진짜 빨치산 길은 벽송사 뒤쪽 너머로 한참 더 들어가야 한다. 이 길은 그 들머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여성 빨치산으로 유명한 정순덕(1933∼2004)이 한때 숨어 살았던 선녀굴은 3∼4km 더 안쪽에 있다”고 말했다.
벽송사는 6·25전쟁 때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쓰였던 절.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든 2개의 나무 장승이 너무 늙어 비각 속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사람이나 장승이나 100년 살기 힘들다. 퉁방울눈에 각지고 울퉁불퉁한 얼굴이 보면 볼수록 익살스럽다.
송대∼세동마을 길은 임도 코스다. 터덜터덜 내리막이 가팔라 영 길 맛이 안 난다. 중간 송전마을에 있는 400년 소나무 바위정자가 그래도 마음을 달래준다. 발 아래 엄천강과 용유담이 한눈에 보인다.
● 소박한 인정-투박한 웅장함에 발걸음 가뿐
소설 ‘소서노’ ‘대조영’의 작가 이기담(44) 씨는 “난생 처음 지리산에 와봤다. 지리산 속에 깊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보다 그냥 산봉우리를 쭉 보면서 걷는 게 너무 좋았다. 걷는 동안 내내 지리산의 투박한 웅장함이 몸에 젖어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의 박병직(70) 씨는 “만보계를 보니 딱 3만65600걸음 걸었다. 평상시 산행에선 많아야 1만5000걸음이었는데 두 배가 넘었다. 하지만 주위 경관이 좋아서 그런지 용케 끝까지 해냈다. 기분이 뿌듯하고 좋다. 얼마 전부터 승용차를 없애버리고, 걷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모임(http://cafe.daum.net/sankang)의 고혜경(47) 씨는 “출발 지점인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했는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말 소박하고 인정이 많으셔서 가슴이 뭉클했다. 직접 지어주신 음식들도 정말 맛있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던 금싸라기 같은 밤하늘의 별들, 반짝거리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숨이 막 혔다. 다만 2구간이 생각보다 많이 가파르고 단조로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리산자락 마을엔 곳곳에 부처와 보살들이 살고 있다. 칠순 넘은 노인들이 늙은 느티나무 처럼 살고 있다. 자식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고 누렁이와 백구만 남았다. 할머니들은 노고단 산신할미처럼 길손들에게 자꾸만 뭘 주지 못해 애가 탄다. 목마르다며 텃밭에서 오이도 뚝 따서 주고, 수박도 쩍 잘라 나눠준다. 느티나무 한 그루의 나뭇잎은 무려 10만여 장. 할머니들의 사랑은 그보다 더 무성하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063-635-0850 ( www.trail.or.kr )
▷ 출처: 동아일보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기사입력 2008-09-05 03:00
(인월∼운봉∼주천) 람천따라 기름진 벌판…지리산 서북능선 한눈에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이성선 ‘문답법을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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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지리산은 말이 없다. 천년만년 묵언정진 중이다. 배춧속처럼 꽉 찼다. 물 벙벙한 연못이다. 물푸레나무 갈매나무 졸참나무의 푸른 잎들이 가득하다. 세상을 모두 담고서도 요지부동 흔들리지 않는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운봉∼주천 구간은 5월에 열린 총 23.7km 길이다. 슬슬 걸어도 9시간이면 너끈하다. 지금까지 열린 지리산 둘레길은 모두 70km. 2011년 둘레길이 모두 이어지면 총 300여 km가 예상된다.
인월∼운봉∼주천 구간은 우묵 배미 분지를 가로지르는 코스다. 운봉고원은 해발 450∼580m에 자리 잡은, 움푹 들어간 하늘함지박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타원형의 큰 배와 같다. 나갈 곳은 여원치(450m) 팔랑치(1010m) 부운치(1115m) 정령치(1172m) 등 큰 고개와 가장마을 쪽에서 인월로 흐르는 시냇물 람천뿐이다.
람천은 함양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전북 동부 산간인 무주 진안 장수의 물은 대부분 섬진강이나 금강으로 흐르지만 운봉의 물은 경상도 쪽으로 흐른다. 운봉은 옛 신라 땅이다. 백제가 40여 년 지배한 것을 빼곤 대부분 신라의 손안에 있었다.
이성계가 고려 우왕 6년(1380년) 왜구를 막은 곳은 운봉고원의 목젖인 황산(荒山·692m) 협곡이다. 황산은 람천이 인월로 빠지는 길목 어귀에 있다. 만약 이곳을 빼앗기면 전라도 곡창지대가 고스란히 왜구의 손안에 떨어진다. 이성계는 이곳에서 약 6km 떨어진 인월의 중군리(中軍里)에 본대를 주둔시키고 왜구와 맞섰다. 인월(引月)이라는 지명도 이성계가 ‘달빛까지 끌어당겨 가며’ 한밤까지 활을 쏘며 싸웠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 그만큼 전투가 치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근 사창리(社倉里)는 군량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이 구간은 인월에서 주천 쪽으로 가는 게 낫다. 그 반대는 초반 오르막이 힘들다. 낮은 주천(170m)에서 가파른 구룡치 고개(580m)로 올라야 하므로 힘이 더 든다.
인월∼월평∼흥부골휴양림∼화수교(대덕리조트) 4.2km 구간은 운봉고원 함지박 테두리를 내려가 분지 배 속으로 들어가는 숲길코스다. 끝부분인 대덕리조트 위쪽에는 옥계댐이 있다.
화수교∼비전마을∼신기마을∼운봉∼행정마을∼가장마을로 이어지는 9.8km는 람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평평한 둑길이다. 들판은 넓고 기름지다. 아늑하고 옹골차다. 왼쪽엔 지리산 서북능선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덕두산(1115m)∼바래봉(1165m)∼세걸산(1220m)∼고리봉(1304.5m)∼만복대(1433.4m)∼작은 고리봉(1248m).
람천 마른 갈대숲의 몸 부비는 소리가 들린다. 백로들이 냇물에 코를 박고 있다. 둑길엔 벌써 코스모스 꽃이 하늘거린다. 노란 달맞이꽃, 하얀 개망초꽃, 연분홍 패랭이꽃이 웃는다. 바람이 살갗을 간질인다. 호젓하다. 문득 아등바등 살아온 게 부끄럽다.
‘잠든 아기를 들여다본다/아기가 자꾸 혼자 웃는다/나도 그만 아기 곁에 누워 혼자 웃어 본다/웃음이 나지 않는다/바보같이/바보같이/웃음이 나지 않는다’ (정채봉 ‘바보’)
비전(碑前)마을은 ‘비석 앞 동네’라는 뜻이다. 비석은 이성계의 황산대첩비를 가리킨다. 임진왜란 발발 15년 전인 1577년(선조 10년)에 세웠다. 원래 못난 후손이 자꾸 조상을 앞세우는 법. 선조는 태조 이성계를 영웅으로 만들어 왕권 강화를 꾀했다.
비전마을은 판소리 동편제의 가왕 송흥록(1801∼1863)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국창 박초월(1917∼1983)도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송흥록의 초가집 생가에선 녹음된 박초월의 춘향전 사랑가가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운봉 서림공원 느티나무 숲 돌장승은 퉁방울눈 뭉툭코에 얼굴이 울퉁불퉁하다. 우스꽝스럽다. 북쪽의 방어대장군, 남쪽의 진서대장군. 운봉이라는 큰 배가 떠나지 못하도록 그 배 속 한가운데에 묵직한 돌장승을 세웠다.
둘레길은 운봉읍 양묘사업소 안마당을 가로지른다. 양묘사업소는 국유림이나 가로수로 쓸 묘목을 키우는 곳. 잣나무 전나무 금강소나무 느티나무 묘목이 많다. 1만8000여 평의 땅에 각종 나무와 들꽃 300여 종이 있다. 식물 현장 공부에 안성맞춤이다. 미리 연락하면 전문가의 무료 해설도 받을 수 있다. 요즘엔 이산화탄소통조림이라고 불리는 튤립나무 묘목이 최고 인기다.
이곳에서 일하는 숲 해설가 윤길자 씨(43)는 “요즘 휴가철엔 하루 100∼150여 명의 지리산 둘레꾼이 이곳을 지나간다. 인월∼주천 구간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다. 잎에서 향이 나는 비목나무나 지리산오갈피나무 서어나무 정금나무 닥나무 등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리 서어나무숲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이 영화 ‘춘향뎐’을 찍었던 곳. 춘향이의 그네 뛰는 장면이 그것이다. 수백 살 서어나무의 근육질 질감이 빼어나다. 서어나무숲은 2000년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뽑혔다.
가장마을∼노치∼회덕∼구룡치∼내송∼주천 9.7km 구간은 운봉고원 배 속을 가로질러, 함지박 테두리를 올라 넘어가는 숲길이다. 회덕마을의 키가 껑충한 억새집이 눈길을 끈다. 억새집은 한번 이으면 10년 넘게 간다고 한다. 노치마을은 둘레길과 백두대간 길이 만나는 곳. 노치(蘆峙)는 ‘갈대가 많은 고개’ 즉 ‘갈재’라는 뜻이다. 정령치(6km)와 여원치(6.7km) 중간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백두대간과 둘레길 길손들은 시원한 노치샘물을 마시고 몸을 추스린다. 샘 앞에 있는 가게 가재구판장(063-626-0838)에선 라면이나 국수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회덕마을∼구룡치 사이에 있는 사무락다무락이란 곳도 재밌다. 작은 돌탑 밭에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이다. 다무락은 이곳 사투리로 담벼락이라는 뜻. 사무락은 바람을 뜻하는 ‘소망(所望)’이 변한 말이다. 한마디로 ‘소망을 비는 돌담’이다. 길손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돌탑에 돌을 하나씩 놓으며 소원을 빈다. 늙은 소나무는 한 발로 서있는 학처럼 외로 꼬고 먼 산을 보고 있다. 그 시선 끝엔 지리산 서북능선 산들이 아슴아슴 그림처럼 겹쳐있다.
지리산 둘레는 짙푸르다. 발치 논에서는 벼 이삭이 패기 시작했다. “찌르르∼ 찌르∼” 풀벌레들은 이미 가을을 노래한다. 밭두렁 길섶 생풀냄새도 한풀 죽었다. 싸하게 콧속을 찌르더니, 이제는 들큼하고 구수하다.
‘산이 산을 껴안고/겹겹이 잠드는 밤/우리는 길을 잃고 길 찾아 상처 입는다/그 상처/별이 될 때까지/걷고 또 걷는 밤길//산에서 밤을 만나면/육신의 눈 닫힌다/속세의 그리움도 욕망의 겨드랑이도/끊어져/무너져 내리는 밤/빛 삼킨 어둠만 불멸!’(김영재 ‘밤길’)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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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정보|
◇교통
▽고속버스 △동서울터미널: 지리산 백무동행(함양 인월 경유·오전 8시 30분에서 밤 12시까지 하루 10회 운행) 인월 하차 △서울남부터미널: 함양행(거창 안의 경유)→함양에서 인월행 시외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남원행 고속버스→남원에서 인월행 버스 ▽승용차=서울→경부 혹은 중부고속도로→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함양 나들목→88고속도로(광주 방향)→지리산 나들목→인월 지리산길 안내센터 ▽기차=서울→전라선→남원 하차→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월행 버스. 인월버스터미널 063-636-2000, 함양지리산고속 055-963-3745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063-635-0850, www.trail.or.kr
◇먹을거리
△인월시장 내 초록식당(063-635-2273): 통발로 잡은 민물고기(꺽지 피라미 모래무지 빠가사리) 어탕과 매운탕 전문 △두꺼비집(063-636-2979): 참붕어 어죽 어탕 전문
◇민박
매동마을(www.maedong.org)은 지리산 둘레길이 처음 열렸을 때 출발지점이다. 인월에서 택시로 10여 분 거리. 함양(금계 동강 수철)이나 남원(인월 운봉 주천) 양쪽 방향으로 가는 중간지점이라 편리하다. 이층집(표철임 전 부녀회장·011-9789-3549, 016-245-3549)이 넓고 깨끗하다. 식사와 도시락(찹쌀 주먹밥) 온수샤워 가능. 최대 50명 숙식 규모. 황토방도 있다. 약수터 집(063-636-3008)도 친절하고 깔끔하다.
▼“지리산, 눈오는 날 백운산서 보면 황홀”▼
일본인들은 평생에 걸쳐 후지산을 찾는다. 한두 번 가봐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걸쳐 두루 후지산을 봐야 한다. 그것도 봄여름 어디서 보았는지, 가을겨울 동서남북 사방에서 골고루 다 보았는지가 중요하다.
지리산은 한국인들의 어머니 산이다. 한 해 두세 번쯤은 가봐야 마음이 넉넉해진다. 지리산의 뷰 포인트는 어디일까. 지리산은 워낙 큰 산이라, 산 밖이나 곁가지 낮은 산 혹은 둘레길에서 봐야 전체가 다 보인다.
산꾼들은 우선 전남 광양 백운산(1215m)에서 겨울에 보는 지리산을 꼽는다. 반야봉∼삼도봉∼명선봉∼형제봉∼칠선봉∼영신봉∼촛대봉∼연하봉∼제석봉∼천왕봉의 용처럼 꿈틀대는 주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울끈불끈 지리산의 근육질 몸매가 장관이다. 백운산은 흔히 ‘지리산전망대’로 불린다.
지리산 남부능선의 경남 하동 청학동 삼신봉(1284m)에서 북쪽으로 올려다보는 천왕봉(1915m) 주 능선도 황홀하다. 이곳에서 보는 천왕봉∼노고단 주 능선은 사철 어느 때 봐도 색다른 맛을 주지만 4월에 선이 가장 뚜렷하다.
지리산을 45년 동안 1000번 넘게 찾았던 정지섬 씨는 두 곳 이외에 다른 곳을 덧붙여 추천한다. 첫째, 경남 산청 웅석봉(1099m)에서 바라보는 천왕봉, 둘째, 지리산 황금능선(구곡산∼써리봉 20여 km의 동남부능선)의 산청 국사봉(1037m)에서 바라보는 천왕봉, 셋째, 경남 함양 엄천강 건너 법화산(990m)에서 보는 제석봉 천왕봉 중봉, 넷째, 10월 밤 전북 남원 여원재 부근의 도솔암 마당에서 보는 천왕봉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달.
지리산길 자리 잡고 있는 천왕봉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보는 맛이 달라지고, 호남 땅에 있는 반야봉은 어디서 봐도 모습이 비슷하고 정겹다. 반야봉은 중년 여인의 펑퍼짐한 엉덩이나 어머니의 젖가슴같이 푸근하다’고 지적한다.
“법화산 포인트는 11월쯤이 안성맞춤이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세 봉우리가 목 주름살까지 다 보인다. 목울대가 울컥거리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늦가을 황룡이 꿈틀거리는 황금능선 국사봉에서 보는 천왕봉은 ‘한국판 큰 바위 얼굴’ 같다. 장쾌하고 헌걸차다. 눈 오는 날 백운산에서 보는 지리산은 눈이 시리고 가슴이 아리다. 능선과 능선 사이,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묻어있는 그 수많은 인간의 삶과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지리산길
'주천-운봉' 구간 정보
- 거리 : 14.3km
- 예상시간 : 6시간 0 분
- 난이도 : 중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km의 지리산길. 본 구간은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구성된다.
구간별 주요 지명 : 운봉읍 - 옛 양묘장 - 행정마을 - 서어나무숲 - 가장마을 - 질미재 - 덕산저수지 - 노치마을 -회덕마을 - 구룡치 - 솔정자 - 내송마을 - 주천면
운봉-주천구간은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특히 10km의 옛길 중 구룡치와 솔정자를 잇는 회덕~내송까지의 옛길(4.2km)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여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운봉-인월' 구간 정보
- 거리 : 9.4km
- 예상시간 : 4시간 0 분
- 난이도 :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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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와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를 잇는 10km의 지리산길. 본 구간은 오른쪽으로 바래봉,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고남산,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운봉고원을 걷는 길로 옛 통영별로 길과 제방길로 구성된다.
구간별 주요 지명 : 운봉읍 - 서림공원 - 북천마을 - 신기마을 - 비전마을 - 비전마을 - 군화동 - 흥부골자연휴양림 - 월평마을 - 인월면
운봉-인월구간은 너른 운봉들녘을 따라 지리산 서북능선과 백두대간을 조망하며 호쾌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10km 전 구간이 제방길과 임도로 되어 있어 길 폭이 충분히 넓어 여럿이 함께 걷기에 좋은 평지길이고, 황산대첩비, 국악의성지, 송흥록 생가 등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요소들을 골고루 즐기면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인월-금계' 구간 정보
- 거리 : 19.3km
- 예상시간 : 8시간 0 분
- 난이도 : 중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 시범구간은 지리산북부의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구간별 주요 지명 : 인월면 - 중군마을 - 수성대 - 배너미재 - 장항마을 - 장항교 - 삼신암 삼거리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마을
인월-금계 구간은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 있다. 또한 제방, 마을, 산과 계곡을 고루 즐길 수 있으며 2008년 기개통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이미 널리 알려진 구간이다.
'금계-동강' 구간 정보
- 거리 : 15.2km
- 예상시간 : 6시간 0 분
- 난이도 : 중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와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를 잇는 15km의 지리산길. 이 구간은 지리산 자락 깊숙히 들어온 6개의 산중 마을과 사찰을 지나 엄천강을 만나는 길이다.
구간별 주요 지명 : 금계마을 - 의중마을 - 서암정사 - 벽송사 - 벽송사 능선 - 송대마을 - 세동마을 - 운서마을 - 구시락재 - 동강마을
금계동강 구간은 사찰로 가는 고즈넉한 숲길과 등구재와 법화산 자락을 조망하며 엄천강을 따라 걷는 임도 등으로 구성된다.
유의사항 벽송사~ 소나무쉼터까지의 구간은 단체이용객들의 무분별한 농작물 채취 등, 주민피해가 빈번한 관계로 '미개통'구간이니 통행하실 수 없습니다.
'동강-수철' 구간 정보
- 거리 : 11.9km
- 예상시간 : 5시간 0 분
- 난이도 : 중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12km의 지리산길. 이 구간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산행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걷는 산길로, 4개의 마을을 지나 산청에 이르는 길이다.
구간별 주요 지명 : 동강마을 - 점촌마을 - 방곡마을 - 상사폭포 - 쌍재 - 고동재 - 수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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