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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와 SMR 망칠 野 예산 행패

박연서원 2023. 12. 4. 09:14

문회일보

원전 생태계와 SMR 망칠 野 예산 행패[포럼]

2023.11.22.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생태계 조성과 관련한 예산 항목 183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항목은 △1000억 원의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 △333억 원 규모의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연구개발(R&D) 예산 △250억 원 상당의 원전 수출보증 예산 △112억 원 규모의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 예산 등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APR1400 원전 4기를 수출했다. 이런 기술력의 토대는 바로 원전 생태계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짧은 기간에 많은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45년 동안 하나하나 건설했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는 산업,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 건설하는 회사, 시운전과 규제를 담당하는 인력, 운영 유지하는 인력 등 모든 인력과 산업군이 균형 있게 살아 있었던 게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국제사회의 치열한 무역전쟁에서 확실한 수출 상품 하나를 가지는 게 국가의 경쟁력이다. 삼성의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국격이다. 이같이 원전산업도 국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생태계를 살리는 예산을 깎아 버리고 수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익을 위해 자제해야 할 것은 자제할 수 있어야 정치인 아닌가. 정치인의 머릿속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있지 않으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민생 정당을 자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전기요금을 10배로 올릴 일을 왜 하는가. 그것은 민생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가정도, 기업도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오른 요금은 물가 상승과 민생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또,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SMR 개발이 늦었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었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은 안전·방사선·폐기물·원전해체 이 4가지 연구만 허용됐다. 당연히 최신형 원전은 개발할 수 없었다. 지난 정부의 마지막 해에 간신히 여야가 합의해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 SMR 개발이다. 이렇듯 뒤늦게 착수했기 때문에 계획을 무리하게 잡아서 완성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국제사회 선착의 효과를 놓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운 것인데 싹을 잘라 버리거나 지연시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예산, 수출을 위한 예산 그리고 SMR 개발을 위한 예산은 모두 지난 정부에서 조성된 것이다. 즉,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만든 사업이다. 민주당이 필요하다고 본 예산이다.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진 철학이 없어진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 눈을 찌른 것 아닌가. 그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현 정부 정책을 거대 야당의 힘으로 훼방 놓겠다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쯤이면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가 나와야 정상 아닌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수출을 통한 국부를 쌓을 일이라면, 정치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이다. 게다가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고 먹거리가 되고 또 다른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기술이라면 그 누구도 훼방을 놓고 싹을 잘라선 안 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원자력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