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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관광도시 베트남 호이안

박연서원 2023. 4. 20. 05:47

동서양이 알록달록 올드타운의 밤은 꿈보다 황홀하다[수토기행]

글·사진 베트남 호이안=안영배 기자·철학 박사

입력 2023-02-11 03:00업데이트 2023-02-11 03:00

명품 관광도시 베트남 호이안

작지만 유서깊은 옛 시가지의 매력

코코넛배에 빠진 외국인 관광객들

해변 낀 골프코스서 인생샷

호이안 올드타운을 적시는 투본강은 밤이면 관광객들이 띄운 ‘소원 꽃등’과 풍등을 단 작은 나룻배들로 빛의 향연을 이룬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 호이안시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다낭시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이웃한 두 도시 치고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릴 만큼 한국 분위기가 짙은 다낭에서 아쉬움을 느낀 여행객들도 호이안에 가면 비로소 진짜 베트남을 보았다며 즐거워한다. 베트남의 옛 도시 풍경과 전통 놀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이안은 인구 15만여 명의 작은 도시다.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호이안의 옛 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뼈대 있는’ 도시다. ‘올드타운’으로 불리는 호이안 옛 시가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차고도 넘쳐난다.

호이안은 15세기 이래로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저 멀리 네덜란드, 포르투갈, 프랑스 상인들까지 드나들던 동남아 최대 국제 무역항이었다. 이를 상징하는 게 올드타운의 명물인 내원교다. 일본식 기와지붕이 설치된 목조 다리인데, 1593년 일본 상인들이 일본인 거리와 중국인 거리를 연결하기 위해 지은 다리라고 한다.

이 외에 중국 남부지역에서 진출한 중국인들이 모임이나 제사 장소로 사용했던 푸젠(福建)회관, 광둥(廣東)회관 등이 울긋불긋한 건물 색깔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약 200년 전 무역으로 부를 일군 상인들이 거주하던 전통 가옥은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을 정도로 보존이 잘돼 있다.

호이안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는 폴란드 건축가 카지미에시 크비아트코프스키(1944∼1997)의 역할이 컸다. 그는 전 세계 건축 문화가 녹아 있는 ‘융합 도시’ 호이안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동남아 무역항의 전형적인 모습을 특별히 잘 보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드타운 내 카지크 공원에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진 이유다.

올드타운은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호이안 전통 등이 밤을 밝히는 가운데 낮에는 한가하던 거리가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분위기로 돌변한다. 올드타운을 적시며 흘러가는 투본강은 ‘밤의 제왕’ 역할을 한다. 베트남 전통 등을 매단 나룻배들이 ‘소원 배’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태우고 강물 위를 노닌다. 수면 위로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며 흘려보낸 ‘소원 꽃등’과 ‘소원 배’들이 뒤엉켜 장관을 이룬다. 마치 등불의 향연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신선 세상에 들어선 듯도 하다. 거리 상점에서 전시해 놓은 각양각색의 전통 등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것도 인상적이다.

●‘코코넛 배’타고 한 바퀴 돌고, 오행산에 올라

코코넛 배’로 불리는 베트남 호이안의 전통 바구니 배.

호이안에서는 베트남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구니 배’ 체험이다. 호이안 어부들이 투본강에서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배인데, 코코넛을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코코넛 배’라고도 불린다. 언뜻 금방 뒤집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타보면 매우 안전하다. 노를 저어 물에서 자라는 코코넛 나무 정글 사이로 다니는 재미도 있고, 배에서 낚싯대로 강변의 숨은 게를 유인해 잡아보는 즐거움도 준다.

바구니 배 체험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투어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찾아오면 한국의 트로트 노래로 강변이 떠들썩해진다. 물길을 따라 코코넛 배들이 모여드는 지점에서 노래방 기계로 트로트 가요를 열창하는 현지인 사공을 보면 호주머니에서 팁이 저절로 나간다. 자신들의 전통 문화와 외국 문화를 접목해 관광 상품화시킨 노력이 돋보인다.

목·화·토·금·수 오행산 중 수산(水山)에 해당하는 곳에 들어선 삼태(三台)사원은 3개의 산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이안에서 다낭 쪽으로 좀 더 북상하면 만나게 되는 오행산도 베트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서양인들은 대리석 성분이 많은 이 산을 ‘마블 마운틴’으로 부르지만, 베트남 현지인들은 오행산(五行山·응우하인선)이라고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 1825년, 응우옌 왕조의 민망왕이 왕족과 귀족들의 기도처로 유명한 이곳을 방문한 후 오행산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민망왕은 5개 봉우리들에다 오행설(五行說)에 근거해 수산(水山·투이선), 목산(木山·목선), 금산(金山·낌선), 토산(土山·토선), 화산(火山·호아선)이란 이름을 붙였다. 현재 5개 봉우리 중 수산이 제일 유명하다.

베트남의 역사와 전통 신앙이 잘 보존된 오행산의 불탑.

이곳은 동북아시아에서 유행한 ‘오행 풍수설’이 베트남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이다. 나아가 다섯 가지 형태를 갖춘 오행산을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목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므로, 동양의 음양오행설에 관심 있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해변 골프 코스는 인생 샷 명소

호이안은 지금 한창 명품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시기적으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지금이 호이안에서 바다, 골프, 각종 액티비티를 호젓하게 즐기기에 좋다.

복합리조트인 호이아나 리조트&골프 내의 인피니트풀(왼쪽)과 야외 수영장.

현재 호이안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 복합 리조트인 ‘호이아나 리조트&골프’다. 4km에 달하는 해변을 끼고 들어선 이 리조트는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바다 저 너머로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존지역인 참섬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호이안의 유명 골프장인 ‘호이아나 쇼어스 골프 클럽’.

이 리조트는 원래 명품 골프 코스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리조트에서 셔틀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호이아나 쇼어스 골프 클럽’은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18홀 코스다. 디자이너 스스로가 ‘골프의 위대한 교향곡’이라고 자찬한 이 골프 코스는 2020년 개장 이후 이미 ‘베트남 최고 골프 코스’라는 영예를 얻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클럽 하우스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해변가 평평한 모래밭 위에 세워진 이 골프장은 원래 지형과 현재의 지형이 완전 다르다. 해변의 모래를 쌓아 자연스럽게 사구를 만들어 놓았는데, 코스가 울퉁불퉁해 파도처럼 현란한 기복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곳에서 골프를 치던 한국인 관광객은 “눈앞으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해안선과 참섬을 바라보며 샷을 날리는 기분이 최고”라면서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해안가 링크스 코스라 샷을 날리기 쉽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이곳은 골프 코스로 개발됐지만 인생 샷 명소로도 인기를 끌 만한 곳이다.

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다낭을 거쳐 골프투어 코스로 오거나, 이곳 호이안 복합 리조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리조트 단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관광 산업의 진화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이 리조트가 공식 오픈한 ‘호이아나 레지던스’는 콘도와 호텔의 장점을 취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콘도처럼 현대식 주방 시설, 세탁기 등을 갖추고 있는 한편으로 객실 내에서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개인 전용 셰프가 특별한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셰프 온 콜’. 경력이 오랜 현지 요리사가 그날 준비해 온 식재료로 객실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요청에 따라 한식, 중식, 양식, 베트남식이 모두 가능한데, 뚝딱뚝딱 30분 만에 우리나라 한상차림 수준의 식사가 차려졌다. 또 리조트 내 모든 서비스에 대한 파격적 할인을 제공하는 멤버십 ‘호이아나 프리미어 리워드(HPR)’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관광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호이안이 머잖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글·사진 베트남 호이안=안영배 기자·철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