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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편 '10년의 기다림'

박연서원 2022. 7. 1. 07:17

중국 단편 '10년의 기다림'

                                      작가 : 익명

정오쯤, 얼핏 보아 약30세 정도의 매끈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짙은 커피향을 풍기는 작은 커피집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젊은 커피집 여주인이 친절하게 그를 맞이했다. 남자는 겸손하게 고개를 약간 끄덕이면서 카운터 가까운 자리에 앉아 여주인에게 말했다. "모카 한 잔 주시겠습니까?"

"네, 잠시 기다리세요." 여주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어서 숙련된 동작으로 커피콩을 간 뒤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쭈욱 웃는 얼굴로 여주인이 커피를 끓이는 동작을 보고 있었는데, 마치 이 모습에 큰 기쁨을 느끼는 듯 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여주인은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남자 앞에 내놓았다. "천천히 드세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잔을 입가에 가져가 가볍게 한 입을 맛보았다. "우리 가게가 어때요?" "좋아요!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기쁘네요, 그래서 비록 장사가 잘 되지는 않지만 저와 제 남편은 가게를 닫지 못하고 있답니다." "음..." 남자는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커피를 한 입 마셨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텅빈 커피집에는 천천히 흐르는 재즈 음악만이 들렸다. 이때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어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무슨 문제인데요?" 여주인이 호기심에 물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남자는 머리를 움켜잡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먼저 제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여주인은 고개를 끄덕여 남자에게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뜻을 나타냈다.

"전에 가까운 여자친구가 있었고, 이미 결혼을 논의하려는 단계까지 이르렀지요. 저와 그녀 사이의 감정은 평범하게 발전하였고 무슨 큰 풍랑이나 격렬한 애정같은 것은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는 내가 바라던 여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욱이 제가 기뻤던 것은 그녀도 저의 사랑을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이루어져 저는 완전히 행복과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는데, 단지..." "단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요?" 여주인이 남자의 말을 끊었다. 남자의 얼굴빛이 가라앉고 조금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단지 제가 행복을 잊어버린 배후에는 가끔 가장 무서운 악마가 감추어져 있죠. 우리가 약혼하기 한달 전 어느 저녁에 그녀...그녀는 악당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 여주인은 놀라서 소리 쳤다.

"모두 저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그날 그녀를 배웅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남자가 힘껏 탁자를 내려치는 통에 잔에 들어있던 커피가 강한 진동에 넘쳐흘렀고, 그의 얼굴에는 고통과 자책이 가득했다. "내게 물어보려던 것이 이것이었나요?" 여주인은 흘러넘친 커피를 닦아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의 그녀에 대한 감정은 이런 일로는 동요되지 않고, 그대로 약혼하려고 했는데, 약혼하기로 한 날 그녀가 자살하려고 목을 매었답니다." 남자가 말하는 어조는 평정을 유지했으나, 그의 표정에는 당시에 그가 얼마나 크게 놀랐었는지가 나타났다. 여주인은 눈을 크게 뜨고 긴장해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들이 일찍 발견해서 병원으로 보내 구할 수 있었지만, 뇌에 산소가 매우 부족해서 혼미상태에 빠져 한때는 식물인간이 될 위험까지 겪었죠."

"그렇다면 그 뒤에 깨어났단 말입니까?" "네, 깨어났어요! 그런데 그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알게된 제가 기뻐서 그녀를 보려고 하는데 그녀의 부모가 저를 문밖에서 막았어요."

"왜요? 그녀의 부모가 왜 당신이 그녀를 만나지 못하도록 했죠?" "그녀의 부모들이 땅에 무릎을 꿇고 내게 부탁할 때에야 저는 그녀가 원래의 기억을 잊고, 저를 만난 이후의 기억을 잊어서, 의사가 말하기를 이것은 선택성 기억상실증으로, 사람이 심한 타격을 받게 되면 도피성으로 기억에서 감춰진다고 했답니다. 그녀의 부모들이 저더러 잠시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부탁하며, 그녀가 전의 일을 잊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며, 제가 그녀를 만나거나 혹은 그녀로 하여금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시키게 되면, 그때는 그녀가 또 혼미상태에 빠지게되거나 심지어는 또 자살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녀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이제 그녀를 만나지 말라는 것이었죠. 그녀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뒷날을 위해 저보고 잠시 인내하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들이 그렇게 말한 것도 일리가 있죠, 어쨌거나 단지 잠시일 뿐이잖아요! 그녀의 몸과 마음이 모두 안정된다면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아니겠어요!" 여주인은 남자의 말을 듣고나서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여주인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를 "그들이 말한 잠시라는 것이 얼마나 되었는지 아십니까? 10년이었어요. 이 10년동안 저는 그녀 없이 견디어내야 했단 말입니다. 우연히 길에서 그녀를 만나더라도 모르는 사람처럼 꾸미고 어깨도 스치지 않았죠. 당신은 이런 나날이 얼마나 견디기 어렵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심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십니까!" 남자는 거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로 외쳤다. "비록 이렇게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은 당신이 선택한 길이 아니었나요?" 여주인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주인의 눈빛으로 남자는 냉정해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더군다나 오늘이 만10년 되는 날이랍니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정말 축하드려야겠네요, 10년동안 버티어왔는데 이제는 그녀를 보러 갈 수 있겠군요!" 여주인은 즐겁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되니 저는 오히려 두려워집니다. 10년이 되었어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떨까요? 제가 그녀에게 전날의 일을 이야기해도 그녀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저는 어쩌죠? 만약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거나 심지어 결혼까지 했다면? 바로 이것이 제가 가르침을 청하는 문제랍니다!" 남자는 긴장된 듯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여주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음..." 여주인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엄숙한 얼굴로 남자가 제기한 문제를 생각했다. "내 생각으로는 당신이 기왕에 그 여자를 사랑한다면 그녀가 당신을 기억하든 못하든 중요한 일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다시 그녀를 한번 쫓아다니며, 다시 한번 연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더라도 상관없어요! 그녀를 그 남자의 수중으로부터 빼앗아오면 되지 않겠어요!" 여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단!" 그녀는 갑자기 표정을 엄숙하게 하면서 말했다. "단, 만약 그녀가 이미 결혼했다면, 포기해야 해요! 우리같이 결혼한 사람들에게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누군가가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랍니다!" "그래요?"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래요! 그러니 당신은 여자의 가정을 파괴하면 안 되죠!"

딸랑딸랑! 문 위에 달려있는 방울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막 수업이 끝난 몇명의 대학생들이 들어왔다. 여주인은 카운터로 가서 새로 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맞다!" 여주인은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당신은 왜 내게 이런 것을 물었죠! 저와 당신은 처음 만났을 뿐인데!" 그녀는 호기심에 물었다. "대강은 일찌기 그녀가 말했는데, 결혼한 후에 저하고 같이 이런 커피집을 열자고 했지요!"

"아! 알고 보니 그런 거였군요!" 여주인이 말했다. "예! 단지 그랬을 뿐이죠! 단지..." 남자는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는데 마치 이 일이 자기와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재즈 음악이 멈추고, 커피집 안에는 단지 대학생들이 말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여주인의 결혼반지를 몰래 주시했다. 한 방울의 뜨거운 눈물이 이미 식어버린 커피잔 속으로 조용히 떨어졌다.

​​

(역자 주)

이 글의 원 제목은 '10년적 등대(十年的等待)'로 작가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