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공격성 높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땅벌' 주의

박연서원 2020. 8. 14. 12:08

말벌
땅벌집 (사진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실시한 땅벌에 대한 공격성 실험 결과, 땅벌이 말벌 못지않은 공격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땅속에 집을 짓는 말벌류는 땅벌과 장수말벌 등이 있다. 이중 ‘땅벌’은 벌목 말벌과에 속한 곤충으로, 땅벌(Vespula flaviceps), 참땅벌(Vespula koreensis koreensis) 등 6종이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험에서는 참땅벌 종을 대상으로 했으며, 땅벌집 주변에 검은색, 노란색, 초록색, 흰색 등의 털 뭉치로 진동 등의 자극을 주어 공격성향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땅벌은 장수말벌처럼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강한 공격성향을 보였고, 흰색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벌이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깔에 공격성이 강한 이유는 다른 말벌들처럼 천적인 곰, 오소리, 담비 등의 색상이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제초작업을 할 때는 흰색 작업복과 등산화 및 각반을 착용하는 것이 땅벌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장수말벌은 입구에 흙을 파낸 흔적이 있어 어느 정도 벌집 입구를 예상할 수 있지만, 땅벌은 1~2cm 정도로 크기가 작고, 땅벌집 입구는 낙엽, 수풀 등에 가려져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땅벌집은 보통 약 10~20cm 깊이의 땅속에 있다.

땅벌은 땅벌집 주변에 사람의 발자국 등으로 진동이 발생하면, 수십 마리가 벌집 밖으로 나와 무릎 아래의 다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땅벌은 벌집을 건드렸을 때 수십 마리가 집단으로 공격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땅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절대 자리에 주저앉지 말고 그 자리를 20m 이상 빠르게 벗어난 후 배낭이나 옷 속을 파고든 땅벌을 제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땅벌집에서 20m 이상 벗어났을 경우 땅벌 대부분이 집으로 되돌아갔으나, 3~4마리는 공격 대상에 붙어 집요하게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 같은 반응을 볼 때 가을철 밤이나 도토리를 줍기 위해 낙엽으로 덮여있는 숲속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막대기로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 내 야영장 및 탐방로의 휴식 장소 등에서 야외활동을 하기 전에 말벌류가 있는지 세심히 살피고, 벌집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건드리지 말고 국립공원 사무소에 바로 알릴 것을 당부했다. 또한, 8~9월은 말벌의 벌집이 가장 크면서 벌의 개체 수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이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벌초 때 벌 주의보

인명 피해를 내는 벌은 대부분 말벌과 땅벌이다. 특히 몸집이 크고 한 마리가 30~40회를 연달아 쏠 수 있는 말벌이 위험하다. 벌 전문가 안상규(51·안상규벌꿀 대표)씨는 “말벌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가 번식기이자 1년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시기”라며 “게다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먹이가 줄어 가장 예민해지는 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8월 말부터 추석까지가 잘못 건드리면 사람을 마구 공격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말벌은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어 공격 성향이 매우 강하다”며 “때론 움직이는 물체를 무조건 공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뱀도 조심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일 벌초와 성묘 때 벌 쏘임과 뱀 물림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을철 야외활동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벌 쏘임과 뱀 물림은 추석이 있는 9∼10월에 1년 피해 건수의 53%가 발생했다. 올해는 무더위로 벌들이 왕성하게 번식해 벌 쏘임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비가 별로 오지 않고 기온은 높았던 대전 이남 지역에서 말벌이 왕성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벌에 쏘여 사망한 사고는 지금까지 전부 남부 지방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