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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언론인 "김정숙 여사의 다채로운 옷, '레이디 가가' 저리가라"

박연서원 2020. 1. 31. 09:08

英언론인 "김정숙 여사의 다채로운 옷, '레이디 가가' 저리가라"


한 해외 언론인이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인터뷰한 뒤 김 여사의 패션에 대해 “비욘세나 레이디 가가는 저리가라다"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청와대 입성 후 여러 공개 행사에 다양한 옷차림으로 참석해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고가의류 구매 의혹'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대부분이 구매한 지 오래된 것”이라며 “같은 옷을 여러 형태로 코디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모노클 인터뷰 당시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모노클 인터뷰 당시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지난 1월 22일 문 대통령 내외를 인터뷰한 영국 월간지 ‘모노클(MONOCLE)’의 제임스 챔버스(James Chambers) 홍콩 지국장은 오는 24일 발행 예정인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과의 서면인터뷰에서 “김정숙 여사는 정말로 사랑스러운(lovely) 사람이다. 매거진에는 한 장의 사진 밖에 싣지 못해서 영부인이 얼마나 다채로운 옷을 준비했는지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비욘세나 레이디 가가는 저리가라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인터뷰 당시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 옷을 갈아 입었다는 뜻이다.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는 모두 미국의 유명 팝스타로, 이들의 화려한 패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앞서 모노클 3월호 인터뷰 본문에는 “김정숙 여사는 청와대에서 취약계층 사람들을 초대해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소탈함 때문에 김정숙 여사의 인기 역시 치솟았다”라는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를 비욘세나 레이디 가가와 비교한 것은 칭찬보다는 조소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챔버스 지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문 대통령이 계단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을 때 김정숙 여사가 몰래 뒤로 다가와서 뭔가를 외쳤던 순간”이라며 “한국말이라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는데,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에게 ‘멋져 보인다’, ‘잘 생겼다’, 뭐 그런 류의 말을 한 것이라고 누가 알려줬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왼쪽), 비욘세(오른쪽) /조선DB

레이디 가가(왼쪽), 비욘세(오른쪽) /조선DB


◇ “문 대통령 유권자들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전임자보다 더 못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을 맡았다”며 “한편으로는 지지자들의 기대 수준도 너무 높아서 지지자들의 욕구를 다 채워주기 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유권자들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다”며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쟁점이 되는 사회 이슈를 좀 더 확실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만으로는 문 대통령이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인기만을 챙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모노클은 지난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의 타일러 뷔를레(Tyler Brule)가 창간해 대표 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월간지로 경제·국제정세·문화·예술 등 분야를 다루고 있다. 전 세계 120여개국에 16만부를 발행해 배포한다. 한국 특집판인 3월호 이전에는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 스위스 등을 다뤘고 각국 정상 인터뷰도 진행했다.

챔버스 지국장은 지난 1월 22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 여사를 단독으로 인터뷰했고, 이를 모노클 3월호 한국 특별편 기사로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모노클 취재진은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진도 촬영해 잡지에 게재했다.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 소설가 이문열 씨, 시인 고은 씨,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유명 인사를 다루는 무크지 ‘바이오그래피’를 발행하던 출판사 스리체어스의 온라인 버전 정기간행물이다.

이 매체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노클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관련, 제임스 챔버스에게 몇가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상평을 물었고 답변을 받았다”며 “제임스 지국장과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새터데이 에디션은 챔버스 지국장 인터뷰 전문을 24일 오전 이메일로 공개할 계획이다.


모노클 인터뷰 당시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모노클 인터뷰 당시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분수대] 청와대 해명이 잘못됐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박근혜 대통령 시절 패션 담당 기자들은 애를 먹었다. 대통령 의상이 누구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선 최순실의 ‘의상실 맞춤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김정숙 여사의 패션 관련 자료는 넘친다. 김 여사가 입고, 들고, 신은 적잖은 패션 아이템이 업계 관계자라면 알아볼 법한 유명 디자이너와 장인의 작품이라서다.  
     
가령 한복 대신 화이트 투피스를 입어 화제가 된 취임식 패션은 파리 컬렉션에 수차례 섰던 양해일 디자이너 옷이다. 양 디자이너는 지난 6월 방미 당시 김 여사가 입었던 ‘푸른 숲’이 그려진 재킷과 공경할 제(悌) 자가 담긴 문자도 블라우스, 나전칠기 클러치백(손가방), 그리고 7월 독일 방문 때 든 토트백도 제작했다. ‘푸른 숲’은 정영환 작가와, 나전 클러치백은 김용겸 장인과 협업한 덕분에 두 사람도 덩달아 유명세를 치렀다. 그런가 하면 방미 당시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에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줘 화제가 된 누비 코트는 무형문화재 김해자 누비장의 작품이다. 또 높낮이가 서로 다른 독특한 버선코 구두는 전태수 장인이 제작했다.   


방미 당시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 패션외교 화제’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부인 패션이 관심을 많이 받는 만큼 전통을 담은 아이템들이 널리 쓰이고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디자이너 어맨다 웨이클리 옷을 입고 취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취임식 당시 미국 브랜드 랄프 로렌을 입어 세계적 관심을 끈 것처럼 김 여사가 한국 패션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널리 쓰이려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텐데 청와대는 거꾸로 꽁꽁 감추기만 하니 말이다. 최근 제기된 영부인의 의상비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는 9일 ‘대한민국 대표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설명 없이 홈쇼핑과 직접 수선만 강조했다. 차라리 이참에 누구 의상이고 얼마인지를 투명하게 밝혀 국내 패션산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논란을 풀었으면 국민적 이해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영부인이 소화한 품격 있는 한국 디자인을 청와대가 ‘비선의 맞춤복’ 취급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청와대 해명이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