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트레킹)/걷기 정보

봉산 능선과 수국사 황금사원

박연서원 2019. 9. 18. 07:08

발견이의 도보여행 4 - 비오는 날의 봄 숲길


비가 와도 찰랑찰랑 걸어가는 청정 숲길


   ● 서울(은평구) : 봉산 능선과 수국사 황금사원

  ● 걷는 거리 : 7.9km
  ● 소요 시간 : 3시간 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비가 오면 더 운치 있는 걷기가 기다린다. 정비가 매우 잘되어 있는 봉산능선길.


  서울 북서쪽에 자리한 은평구와 고양시의 경계를 이루는 낮은 능선이 있다. 봉산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 산은 수색능선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일부러 자침(磁針)을 세워 맞추기라도 한 듯 남북(南北)을 수직으로 그은 봉산 능선은 납작 엎드린 지네의 모습과 닮았다. 굴곡 없이 부드러운 이 능선을 따라 청량감 넘치는 숲길이 나 있다. 봉산 자락에 기댄 수국사(守國寺) 황금보전(黃金寶殿)은 소박한 숲길여행을 마친 나그네들에게 기대 이상의 호사를 누리게 한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봉산 능선 입구 10분/0.6km


  봉산 답사가 있던 그날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허공을 그어대던 몹시 궂은 날이었다. 하지만 많이 걸어 본 걷기 선수들은 안다. 비오는 날의 유순한 숲길이 얼마나 농밀하고 그윽한지를 말이다. 숲 속의 향긋한 물비린내가 온 몸에 젖어들면 코끝이 뻥 뚫리고, 도시생활로 말라 있던 마음이 촉촉한 습기를 머금으며 말랑해진다.
 
  봉산 능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빗줄기하고도 잘 비벼지는 맛있는 길을 품었다. 조금 걷기에 어렵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무데크와 계단이 나와서 조금은 과하다 싶은 친절이 베풀어진 길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정상(頂上)에 주둔하던 군(軍)부대가 철수한 덕분에 일반인에게는 닫혀 있던 봉산 정상의 멋진 조망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정비가 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능선의 북쪽 끝도 넓고 편안한 계단으로 정비가 완료되었다. 순금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해외에까지 이름을 떨쳤다는 수국사의 황금보전은 이 길이 선사하는 골드 럭셔리 보너스이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 출입구(1)를 나와 봉산 숲길 입구까지 가는 데는 10분 정도 골목길을 걸어야 한다. 우선 지하철 출입구를 나와 5분 정도 걷다 만나는 조그만 갈림길에서 ‘현대화할인마트’와 ‘부동산1번지’ 사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100m 정도 가다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는 왼쪽이다. 곧 만나는 변전소 담장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5분 못 미쳐 가면 봉산 숲길이 시작(2)된다.
 
  숲길로 들어서면 곧 갈림길이다. 왼쪽 오르막 계단은 바로 능선으로 올라타는 길이고, 직진하듯 오른쪽으로 가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부드럽게 능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 부드러운 길을 소개하기 위해 살짝 돌아가는 길을 골라 지도에 그려 넣었다. 그래도 능선길의 시작점에 들어서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순금으로 개금불사를 했다는 수국사 황금보전.


  봉산능선길~봉산 정상 1시간30분/4.1km


  일단 능선에만 올라 붙으면 그 다음은 길찾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갈림길이 많이 나오지만 무엇엔가 홀린 듯 엉뚱한 길로 찾아들지만 않는다면 정해진 능선길을 걸을 수 있다. 그저 큰 길을 따라 곧장 질러가면 된다. 남북으로 곧게 뻗은 숲길이어서 나침반의 붉은 자침이 내비게이션 노릇을 해 줄 수 있을 정도다. 능선을 걸은 지 15분 정도 됐을 때부터는 이정표도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능선길까지는 ‘봉산능선길’이란 이정표를 따르면 되고, 봉산 주능선에 올라가면 ‘수국사’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이 정답 방향이니 참고하자. ‘봉산능선길 600m’와 ‘조망명소’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봉산능선길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오른쪽 길옆으로 넓은 지붕을 친 쉼터가 있고, 그 밑으로 특이한 형태의 약수터가 있다.
 
  쉼터 이후로는 나무데크로 이어진 길을 잠시 걷게 되는데, 그 입구에서 ‘봉산생태경관보전지역’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잠시 걷게 될 나무데크 구간에 ‘서울시 지정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안내문구가 나무 안내판에 돋을새김 되어 있다. ‘신갈나무로 대표되는 참나무류의 경쟁에 밀려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팥배나무 군락지(群落地)가 이곳에 형성되어 있다’고 안내판은 부연 설명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서울시가 생태적으로 보전해야 할 지역을 정해 보호하는 곳으로 총 14곳이 지정·고시되어 있다.
 
  팥배나무군락지를 지나면 능선길은 더욱 뚜렷해져서 그저 앞만 보고 큰 길만 따라가면 된다. 팥배나무군락지를 지난 직후에 만나는 아름드리 아까시나무길은 겨울을 제외하면 언제라도 풍성한 잎사귀로 멋진 숲길을 이룬다. 사진을 찍으면 깊은 산중에 온 듯한 앵글로 담아낼 수 있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두 다리를 저어 고만고만한 능선길을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어느새 ‘고은정(高恩亭)’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쉼터에 다다른다. 여기서도 곧장 직진하면 얼마 전까지 군부대가 주둔했던 봉산 정상(3)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군인들이 경계의 눈빛으로 쏘아봤을 이 멋진 봉산 정상의 조망은 이제 봄날의 나른함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느긋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봉산 정상~수국사~구산역 1시간10분/3.2km


길이 넓어 우산을 쓰고 걷기도 좋고, 여럿이 함께 나란히 걸을 수도 있다.


  정상(3)에 군부대가 있을 때에는 능선을 계속 걸으려면 우회로를 통해 복잡하게 돌아가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봉산 능선 밟기는 온전히 그 등줄기를 짚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옛 군부대 자리를 지나고 처음 만나는 갈림길을 곧장 질러간다. 이 갈림길의 오른쪽은 수국사 지름길로 연결되지만 온통 계단 내리막이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봉산 능선을 온전히 다 마무리하고 부드러운 길을 따라 수국사까지 갈 것이다.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진 이정표들을 찾으려 애쓸 것 없이 북쪽을 향한 능선길을 계속 걷는다. 그러면 고양시와 은평구를 잇는 큰 찻길을 만난다. 찻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7~8분만 걸으면 오른쪽 골목을 향한 ‘수국사100m’ 이정표를 볼 수 있다.
 
  공중파TV를 통해 ‘금(金)으로 만든 절’이라고 소개되며 유명세를 탄 수국사는 500여 년 전에 지어진 절이지만 전각(殿閣)은 1900년대에 중건(重建)되었다고 한다. 외관을 순금(純金)으로 개금불사(改金佛事)해 화제가 된 황금보전은 1995년에 세워졌다. 108평 규모의 전각 크기가 황금빛과 어울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황금보전 옆에는 부처가 된 석가모니가 첫 설법(說法)으로 다섯 스님에게 가르침을 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오비구 녹야전법상(五比丘 鹿野轉法像)’이 황금사원과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황금보전 왼쪽 뒤로는 막안간(幕眼干)이란 약수터가 있으니 잠시 쉬었다가 사찰을 돌아 나오자. 찻길까지 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15분 만에 지하철 구산역(5)을 만날 수 있다. 구산역까지 걸어가는 중간에 들를 수 있는 연천식당(02-354-9109)은 가격과 맛 모두 놀랄 만한 곳이니 들러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