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야 늑대야
남자는 모두 도둑놈,
늑대라며 늘 경계를 하던
동창생 권여사로부터 느닷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흥 이빨빠진 늑대는
이미 늑대가 아니라던데.."
"누가 이빨이 빠져?!
아직 나는 늑대야~!"
"늑대라 해도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먹이감이 되지 못하거든"ㅎㅎ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늑대가 무섭지 않다는 권여사와
아직도 늑대라며 큰소리치던 내가
늦은 밤까지 거나하게 취했지만
우리 아무런 사고 없이 헤어졌다..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아- 나는 아직도 늑대가 분명하다!
<글 (詩) : 허 홍 구>
♀️총알보다 빠르다
여자 홀리는데
날쌘 친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그를 총알이라 불렀다.
총알이 점찍어 둔 여자를
내가 낚아 챈 일이 있고부터
친구들은 나를 번개라 불렀다!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대폿집에 몇이 모여 옛날을
이야기 하다가...
지금도 총알보다는
번개가 더 빠르다고 강조하였다.
총알이란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젠 우리들 보다 훨씬 더 빠른
세월이란 놈이 있다고,
우리는 벌써 일흔 고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글 (詩) : 허 홍 구>
♂️아지매는 할매되고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글 (詩) : 허 홍 구>
무서운 일
쌔임(선생님)요
/ 와 (왜)
결혼하면 마누라하고 꼭 같이 자야합니꺼?
/ 빌어먹을 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놈아 !
와, 같이 자는 게 싫은 기가 아니면 겁이 나나
그 기 아니고요
피곤할 때는 혼자 자는 게 훨씬 편한데....
그리고 여름엔 디기 더울텐데
/ 미친놈, 잠만 잘라고 결혼하나
그래, 니 말이 맞다
나도 오십이 훨신 넘어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자기 싫을 때도 같이 자야하는 결혼이라면
오ㅡ 그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무섭다
미친 사람이
칼 들고 있으면 무섭다
무식한 사람이
돈많은 것도 무섭고
권력을 잡으면 더 무섭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실력 있고 잘난 사람들 중에
사람이 아닌 사람은 더 무섭다
참 무섭다
언제나 웃고 있는
너그러워 보이는 탈을 벗기면
흉악한 얼굴들이 보인다
언뜻 언뜻 나의 얼굴도 보인다
몸서리치게 무섭다
부음을 받고
-먼저 간 인월스님에게
이른 봄날
눈부시던 목련은 기별도 없이 가고
내 동갑내기 스님 인월은
무거운 몸뚱이 벗어놓고
급히 떠났다는 전갈이다
분별없는 중이 되겠다며
깎은 머리도 기르고
작업복에 땀을 흘리고
때로는 세상에 취해 비틀거리기도 하더니
남아있는 몸뚱어리와
땅 바닥에 내려앉은 꽃은
그 흔적을 지우며
묵언법문중이다
내 몸이 곧 나인 줄 알았다가
그것마저 내 것이 아닌 줄 알겠네
모두 다 홀랑 벗어 던지고
가볍게 떠나야 할 때
나는 어찌 꽃잎으로 갈까
진흙 투성이의 맨발로
<글 (詩) : 허 홍 구>
허홍구 (許洪九) 시인
대구출생
국제 PEN 클럽,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시집]
사랑 하나에 지옥 하나 (혜화당 96년)
네 눈으로 나를 본다 (도서출판 대일 98년)
내 니 마음 다 안다 (도서출판 솟대 2001년) [수필집]
손을 아니 잡아도 팔이 저려옵니다 (도서출판 대일 96년)
<대한민국 인물시人物詩의 개척자 허홍구 시인과 감성화感性畵의 대가 이무성 화백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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