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슈만 /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

박연서원 2018. 4. 23. 08:15

Dichterliebe, Op. 48 (Poet's Love)

슈만 /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

Robert Schumann, 1810-1856



Complete Song List:
1. Im wunderschönen Monat Mai 0:00
2. Aus meinen Tränen sprießen 1:30
3.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2:26
4. Wenn ich in deine Augen seh 3:00
5.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4:30
6. Im Rhein, im heiligen Strome 5:29
7. Ich grolle nicht 7:17
8. Und wüßten's die Blumen, die kleinen 8:35
9. Das ist ein Flöten und Geigen 9:58
10.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 11:32
11. Ein Jüngling liebt ein Mädchen 13:29
12. Am leuchtenden Sommermorgen 14:31
13. Ich hab' im Traum geweinet 17:18
14. Allnächtlich im Traume 19:58
15. Aus alten Märchen winkt es 21:33
16. Die alten, bösen Lieder 24:12

Fritz Wunderlich, tenor

Hubert Giesen, piano
Salzburg Festival, 19.VIII.1965


Complete

Christophe Prégardien, tenor

Andreas Staier, fortepiano


Complete

Ian Bostridge, tenor

Julius Drake, piano

1998


Complete

Charles Panzera, baritone

Alfred Cortot, piano

Studio recording, Paris, 17 & 18.VI.1935



연가곡 <시인의 사랑>은 16개의 연가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인 하이네가 쓴 시 구절을 가져와 서정적인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여 만든 노래이다.
1곡부터 6곡은 사랑의 시작을, 7곡부터 14번곡까지는 가슴아픈 사랑의 실연을 나타냈다.
15번,16번곡은 지나가버린 젊은 날에 대한 허망함과 동시에 사랑의 고통에 초점을 맞춰 노래하고 있다.


슈만에 의해 명명된 <시인의 사랑>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며 슈만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연인 클라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녀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하고 고민하다가 그가 제일 잘하는 음악을 선물하기로 한다. 평소 하이네의 시를 무척 좋아했기에 하이네의 시집66편중 16편을 골라 곡을 붙여 만든 것이 <시인의 사랑> 연가곡집이다.



1828년 라이프치히 법과대학에 입학하게 된 슈만은 그해 가을 남독일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 이때 뮌헨에서 그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받게 된 세 작가(바이런, 호프만, 하이네) 중의 한 명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특히 1827년에 발표된 하이네의 <노래의 책>(Buch der Lieder)은 당대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었으며, 슈만 역시 이 작품에 깊이 경도되어 하이네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 이후 슈만은 음악에 더욱 심취하여 집중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 중 최고의 걸작


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던 슈만은 스승의 딸인 클라라 비크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도가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클라라에 비해 무명의 작곡가 지망생이었던 슈만은 스승 비크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후 끝없는 법정 공방이 시작되게 된다.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후인 1840년에야 비로소 스승 비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허락하게 된다. 이렇듯 극적인 삶을 살았던 슈만의 생애에서 1840년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록되며 이 시기에 그의 주옥같은 음악적 유산들이 집중적으로 탄생하게 된다. 가장 주요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던 이 시기를 ‘노래의 해’(Liederjahr)라고 부르기도 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수많은 가곡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시인의 사랑>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슈만은 이 작품에서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서정적 간주곡’에는 하이네의 사촌동생이었던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슈만과 클라라

순탄치 못한 사랑을 했던 슈만이 이 주옥같은 시어에 공감하지 못했을 리 없다. 작품 내에서 이원화된 자아를 투영하거나, 텍스트를 통해 자아를 투영하는 수법을 즐겨 썼던 슈만은 이 <시인의 사랑>에서 극적인 요소보다는 꿈결 같은 선율로 낭만성과 비극성을 극대화시킨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처럼 내용적인 연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데, 1곡~6곡은 사랑의 시작을, 7곡~14곡은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15곡과 16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과 잃어버린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전곡에 유기적인 연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못갖춘마디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경향도 드러난다.


제1곡 Im wunderscho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제2곡 Aus meinen Tranen spriessen (나의 눈물을 뿌려)
제3곡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장미여 백합이여 비둘기여)
제4곡 Wenn ich in deine Augen seh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제5곡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내 마음을 담으리)
제6곡 Im Rhein, im heiligen Strome (신성한 라인강의 흐름)
제7곡 Ich grolle nicht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제8곡 Und wu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저 꽃이 안다면)
제9곡 Das ist ein Floten und Geigen (울리는 것은 피리와 바이올린)
제10곡 Hor' ich das Liedchen klingen (들리는 노래소리)
제11곡 Ein Jungling liebt ein Madchen (젊은이는 처녀를 사랑하는데)
제12곡 Am leuchtenden Sommermorgen (빛나는 여름 아침)
제13곡 Ich hab im Traum geweinet (꿈속에서 울었네)
제14곡 Allnachtlich im Traume (밤마다 꿈속에서)
제15곡 Aus alten Marchen (옛 이야기 속에서)
제16곡 Die alten, bosen Lieder (지겨운 추억의 노래)


제1곡 : Im wunderscho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짤막하고 아름다운 서주로 시작되는 첫 곡은 펼친화음에 의한 사랑스럽고 서정적인 선율과 반주로 슈만의 뛰어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노래이다.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아름다운 5월에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

나도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초조한 마음과 소원을


제2곡 : Aus meinen Tranen spriessen (내 눈물에서)
하이네의 '가을에 쓴 시'(Gedichter im Herbste)의 첫 번째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는가사의 운율과 분위기를 레치타티보 풍으로 노래한다.


나의 눈물에서 수많은

향기로운 꽃이 피었고

내가 내뱉은 한숨은

나이팅게일들의 합창이 되리라

나를 사랑해주는 그대여

이 꽃을 모두 그대에게 바치리라

그리고 그대 방의 창가에서

나이팅게일에게 노래를 청하리라


제3곡 :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장미여 백합이여 비둘기여)
스타카토 풍의 16분 음표를 사용한 이 곡에서 시인은 이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장미, 백합, 비둘기 그리고 태양은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이제는 그의 여인 하나만을 사랑한다는 내용을 흥겹고 활기차게 노래한다. 이 곡의 가사는 하이네의 '겨울에 쓴 시'(Gedichter im Winter) 가운데 두 번째 시이다. 12번째 마디의 'Sonne'(태양)라는 단어는 하이네의 시에서는 'Wonne'(큰 기쁨)라는 시어로 되어있다.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이것들을 모두 옛날엔 무척 사랑했노라

지금은 그것들이 아닌, 단한 사람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깨끗한

사람을 사랑하노라

그 사람이야말로 모든 사랑의 환희

장미이며 백합이며 비둘기이며 태양이어라


제4곡 : Wenn ich in deine Augen seh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매우 느리게 노래하는 이 곡은 하이네의 '겨울에 쓴 시' 가운데 세 번째 시를 가사로 취했으며, 가사의 억양에 따라 진행되는 낭송풍의 노래이다.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번뇌도 고통도 다 사라지고

그대에게 입맞춤을 하면

마음은 분명 맑아지네

그대의 가슴에 안겨 있노라면

이 세상 아닌 환희를 깨닫고

“당신이 좋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거세게 울지 않고는 못 배기네


제5곡 :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내 마음을 담으리)

노래와 피아노의 상성부에서 연주되는 사랑스럽고 서정적인 선율들이 이중주를 이루며 빠르게 진행되는 펼친화음으로 연주된다. 이 곡의 가사는 하이네의 '5개의 봄 시'(Funf Fruhlings-Lieder) 가운데 두 번째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나의 마음을 깊숙이 적시리

백합의 받침대 속으로

그러면 백합은 사랑하는 사람의 노래를

울려주면서 꽃 피어 향기 떨치리

그 노래는 떨리고 전율하네

그 사람의 입맞춤처럼

이전에 감미롭도록 기쁘던 때에

그 사람에게 받은 입맞춤이지만


제6곡 : Im Rhein, im heiligen Strome (신성한 라인강의 흐름)

시인은 자신의 연인이 쾰른의 라인강에 비치는 성모상을 닮았다고 노래하고 있는 이 곡에서 취한 가사의 출처는 '어느 화가의 화첩'(die Mappe eines Malers)에서 발췌한 '천사의 인사'(Der Gruß des Engels)라는 시이다.


거룩한 라인 강에

거룩한 대도시 쾰른은

쾰른 대성당의 그림자를

수면 위에 비추고 있네

금박을 입힌 양피지에

한 폭의 그림이 성당 안에 있는데

그 모습은 나의 생애의 미로를

상냥하게 비추어주었네

우리의 사랑하는 성모님의 둘레를

꽃과 천사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성모님의 눈도 입술도 볼도

사랑하는 사람 그대로 닮았네


제7곡 : Ich grolle nicht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이 곡은 '시인의 사랑'의 중추적인 곡인데, 시인이 자신의 사랑은 이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 사용된 2연으로 이루어진 시는 하이네의 '신부'(Die Vermahlte)라는 연시에서 두 번째 시이며, 슈만은 'Ich grolle nicht'를 제 2절의 처음 부분에서나 후렴 부분에서 원작에서 보다 많이 사용하며 음악적 표현을 강화했다.


나는 울지 않으리 이 가슴이 부풀어 터지더라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랑이여, 나는 울지 않으리

그대가 다이아몬드의 빛으로 꾸밀지라도

그대의 심중의 어둠을 비쳐줄 빛은 없으리

그것을 나는 벌써 알고 있지

꿈속에서 그대의 마음을 깨무는 뱀을 보고는

그대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았지


제8곡 : Und wu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저 작은 꽃이 안다면)

하이네의 '2편의 노래'(Zwey Lieder) 가운데 첫 번 째 작품인 '사랑의 아픔'(Liebesweh)를 가사로 한 이 곡에서 시인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이 아픈 것을 노래하고 있으며, 특히 후주에서 나타나는 피아노의 강렬함은 "내 가슴이 찢어진다"는 마지막 가사를 표현함과 동시에 다음 곡에서의 비통한 결혼식 음악에 대한 준비를 보여준다. 슈만은 이 곡의 제 24째 마디의 마지막 박에 원시에서의 'Die alle...'를 'Sie alle......'로 바꾸어 쓰고 있다.


나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지를

만일 예쁜 꽃이 안다면

이 마음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해주려고

나와 함께 울어줄 터인데

내가 얼마나 비탄 속에 살고 있는지를

만일 나이팅게일들이 안다면

나에게 힘이 되어줄 노래를

즐겁게 노래하여 들려줄 터인데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별들이

만일 나의 슬픔을 안다면

별들은 저 높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나에게 위로의 말을 속삭여줄 터인데

꽃도 새도 별도 모두 그것을 알 턱이 없고

나의 번민을 알 사람은 단 한 사람뿐

그 사람이야말로 너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아버린 사람이기 때문에


제9곡 : Das ist ein Floten und Geigen (울리는 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하이네의 '시집'에서 5번째 시를 가사로 한 이 곡에서, 시인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있는 고통스러움을 불협화음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가사는 제10/11째 마디가 'darein'인데, 원시는 'drein'이고, 제63째 마디 'lieblichen'은 원래 'guten'이다.


저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트럼펫도 틈틈이 울린다

거기에서 사랑스런 그 사람이

혼례의 윤무를 추고 있는가보다

저것은 클라리넷의 높은 음과

팀파니가 울려 퍼지는 소리

그 소리에 섞여서 아름다운 천사들의

흐느껴 울고 신음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제10곡 : Hor' ich das Liedchen klingen (연인의 노래를 들을 때)
하이네의 '서정적 간주곡을 가진 비극'(Tragodien, nebst einem lyrischen Intermezzo)에서 41번째 작품을 가사로 삼은 이 곡에서 시인이 슬픔에 겨워 떨어뜨리는 눈물을 피아노 파트에서 표현하고 있고, 성악파트에서는 서정적인 선율을 보여준다. 특히 피아노 후주에서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생생하고 독특하게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휴지부와 아르페지오풍의 수식을 사용하였다.


옛날 저 사람이 노래 부르던

저 노래가 들려오면

달랠 길 없는 번뇌로 인하여

가슴이 메어 터질 것만 같네

아무 까닭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숲에 싸인 언덕으로 올라가

거기에서 마음껏 울어버리면

견뎌내기 어려운 가슴의 아픔도 가라앉으리


제11곡 : Ein Jungling liebt ein Madchen (젊은이는 소녀를 사랑하고)

'가을에 쓴 시'에서 세 번 째 시를 가사로 한 이 곡에서, 시인은 자신의 처지와 같이 슬픈 사랑을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슈만은 독특한 반주를 이용해 불안정한 느낌을 그린다. 둘째 절의 시작부분에서의 'Das Madchen nimmt....'는 원래 'Das Madchen heiratet...'이었다.


어느 한 총각이 어느 한 처녀를 사랑했으나

그 처녀는 다른 총각을 사랑하고

다른 총각은 또 다른 처녀를 사랑하여

그 처녀와 결혼해버렸네

맨 처음의 처녀는 홧김에

때마침 처녀의 눈에 비친

지나가던 사내를 사랑해버리니

맨 처음의 총각은 완전히 질려버렸네

이것은 옛날이야기이지만

이런 일은 되풀이되니

꼭 그러한 경우를 당한 사람은

애태우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네


제12곡 : Am leuchtenden Sommermorgen (밝은 여름 아침)

'서정적 간주곡을 가진 비극'의 46번째 시를 가사로 쓴 이 곡에서 슈만은 사랑스럽고 서정적인 선율을 통해 자신을 떠난 여인을 이해하려는 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맑게 갠 여름 아침에

꽃동산을 거닐고 있자니

꽃들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 말 않고 걸어갔네

꽃들은 소곤소곤 서로 이야기하며

딱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말했네

“우리의 언니를 보고 성내지 마세요

슬픈 얼굴의, 창백한 모습의 그대”라고


제13곡 : Ich hab im Traum geweinet (꿈속에서 나는 울었다)

이 곡에서 먼저 시인이 자신의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난 후 침묵이 흐르고 그리고 피아노는 가사를 조롱하듯 짧은 스타카토 화음을 연주한다. 이 곡의 가사 역시 '서정적 간주곡을 가진 비극'의 61번째 시이다.


나는 꿈속에서 울고 있었네

그대가 무덤 속에 있는 꿈을 꾼 때문이네

잠을 깨었어도 계속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네

나는 꿈속에서 울고 있었네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꿈을 꾼 때문에

잠을 깨었어도 오랜 동안을

나는 슬피 울고 있었네

나는 꿈속에서 울고 있었네

그대가 계속 나를 사랑해주는 꿈을 꾼 때문에

잠은 깨었어도 다름없이 여전히

흘러넘치는 눈물이 뺨을 흐르고 있었네


제14곡 : Allnachtlich im Traume (밤마다 꿈속에서)

하이네의 '가을에 쓴 시'의 12번째 시를 가사로 택한 슈만은 이 곡에서 노래와 반주의 긴밀한 조화를 보여 준다.


밤마다 꿈속에서 그대와 만나서

상냥하게 인사하는 그대를 보고

나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대의 그리운 발에 매달렸네

그대는 어쩐지 슬픈 듯이 나를 보고

사랑스러운 갈색 머리를 흔들었을 때

진주와 같은 눈물방울이 주르륵

그대의 눈으로부터 넘쳐흘렀네

그대는 작은 소리로 살그머니 말하며

사이프러스 다발을 나에게 건네주었네

눈을 떠 보니 사이프러스 다발은 간 데 없고

그 언어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네


제15곡 : Aus alten Marchen (옛이야기 중에서)

전체가 8연으로 이루어진 '브레짜의 오이겐에게'(An Eugen von Breza)을 가사로 쓴 이 곡에서 시인은 꿈속에서 본 수많은 꽃들이 피어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그리고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환상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그곳에 가면 자신의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슈만은 피아노가 성악파트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풍부하고 완전한 음들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종종 성악파트가 피아노를 반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이나, 선율이 피아노와 성악파트 사이를 종종 옮겨 다니거나 그 둘 모두에 나타나는 방식 또는 성악파트를 완전한 것처럼 바쳐주는 피아노의 화음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가사에서 제47/48째 마디에서 사용된 'im wunderlichen Chor'는 원래 'ein wunderlicher Chor'이었다.


옛이야기의 나라에서

하얀 손이 손짓하여 부르고

마법의 나라에서는 노랫소리와

악기의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서는 황금색의 석양에

울긋불긋한 꽃들이 빛을 내어

새색시의 예쁜 얼굴처럼

향기롭게 뺨을 물들이고 있다

짙푸른 나무들도

또한 예부터 전해오는 노래를 부르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어린 새들은 소리 높여 노래한다

땅속에서부터 나타난

환상의 모습은

요사스러운 합창 소리에 맞추어

경쾌한 윤무를 춘다

나무의 잎에서도 가지에서도

파란 불꽃이 날고 있는데

빨간 빛도 뒤섞여서

빙글빙글 돌며 날고 있다

천연의 대리석 속에서부터

분수가 소리를 내며 세차게 내뿜고

시냇물에도 분수가 비치어

아름답게 빛을 흩뿌린다

아아, 저 나라에 가서

황홀한 기분이 되어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자유롭고도 행복하게 되고 싶다

아아, 저 옛이야기의 낙원을

꿈속에서는 가끔 보지만

아침이 되어 해가 솟아오르면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진다


제16곡 : Die alten, bosen Lieder (지겨운 추억의 노래)

하이네의 '2편의 노래' 가운데 두 번 째 시 '송년의 밤'(Sylvester-Abend) 을 가사로 사용한 작품이다. 시인은 하이델베르크 성의 커다란 맥주 저장통 만한 관속에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사랑과 아픔을 넣어 12명의 거인들로 하여금 깊은 바다 속에 빠뜨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노래한다. 마지막 가사가 올림 다단조의 불완전한 종지로 끝나고, 이어서 엔하모닉을 사용하여 내림 라장조로 전조되어 피아노에 의한 아름답고 긴 후주 로 '시인의 사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옛날의 불길한 노래

화가 치미는 나쁜 노래

그것들을 이제는 장사지내자

커다란 관을 가지고 오라

그 속에 갖가지를 넣을 수 있는데

그것은 무엇인지 아직 말할 수 없다

그 관 속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도 더 커야 하지

튼튼하고 두꺼운 널빤지로 된

관대도 하나 가지고 오라

관대는 마인츠의 다리보다도

더 긴 것이라야 하지

그리고 12인의 거인들도

라인 강변 쾰른 성당의

저 괴력을 지닌 크리스토프보다

더 강한 거인이라야 하지

거인들에게 관을 메게 하고

관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하라

이렇게 큰 관을 묻으려면

넓은 무덤이 가장 좋으니까

어째서 관이 그렇게 크고

무거운지 알고 있는가?

그 관 속에는 자기의 사랑과

사랑의 번뇌도 들어 있기 때문이지


Dichterliebe, Op. 48, Part 1, Songs 1-6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Gerald Moore, piano

Salzburg 1956


Dichterliebe, Op. 48, Part 2, Songs 7-11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Gerald Moore, piano

Salzburg 1956


Dichterliebe, Op. 48, Part 3, Songs 12-14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Gerald Moore, piano

Salzburg 1956


Dichterliebe, Op. 48, Part 4, Songs 15-16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Gerald Moore, piano

Salzburg 1956


Robert Schumann, 1810-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