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역사 시사/문화 자료

이원희화백의 누드와 초상

박연서원 2018. 3. 23. 09:02

누드와 초상

이원희展 / LEEWONHEE / 李源熙

이원희_Nude 1012_캔버스에 유채_170×90cm_2010

가나 컨템포러리


 

작가 이원희는 한국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의 어느 땅에서 봤음직한 나무와 풀, 청명한 하늘, 그리고 그 향기가 전해질 것 같은 땅을 그린다. 이원희는 자신의 고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산과 나무와 물과 하늘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후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정밀묘사나 화려한 색으로 그려지지 않았기에 그의 풍경화는 다소 담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시각적인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풍경을 둘러싼 정서, 분위기를 공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마치 시각, 후각, 미각의 감각을 종합적으로 동원해서 와인의 테루아, 빈티지를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이 품고 있는 지역의 풍경까지 상상할 수 있는 경험과 비슷하다. 이것이 이원희의 풍경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이원희_Nude 1014_캔버스에 유채_162×97cm_2010

 

이원희_Nude 1015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0 

 

이원희_Nude 1020_캔버스에 유채_162×97cm_2010 

 

이원희_Nude 0918_캔버스에 유채_65×45.5cm_2009

 

가나아트기획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이원희는 인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풍경화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소재이기에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개인전에서 주요 주제로 선보일 여성의 누드는 그 의아함을 가중시킨다. 작가는 서양화의 고전적인 주제인 인체 누드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작가와 나눴던 대화의 한토막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무엇을 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양미술사를 훑어보아도, 소재를 한정적으로 다룬 화가는 없는 것 같다. 화가는 무언가를 그려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라고 작가론을 피력한 바 있다. 무엇이든 '그린다'는 행위가 화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이원희의 그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가 서양화의 전통적인 주제인 인체로 작업의 관심이 이동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풍경에서 인물로 주제의 변화가 있었지만, 작품 세계는 변함이 없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시각과 후각, 촉각이 개별화된 감각이 아니라 하나의 공감각으로 발휘될 때 느껴지는 힘을 갖고 있다. 이는 "수백 년 동안 체질화된 유럽인들의 정서와 그들의 물감과 붓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그곳의 지역적 조건과 풍토, 공기와 내음 등에 대한 근본적인 체득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박영택)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원희_권옥연 선생_캔버스에 유채_45.5×65cm_2005


이원희_고두심_캔버스에 유채_35×35cm_2008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원희 작품이 갖고 있는 담백한 느낌은 이번 누드와 초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무채색으로 칠해진 배경색은 그의 풍경화 작품보다 더 톤이 낮아져, 좀 더 담담한 느낌을 준다. 인체 누드 역시 낮은 톤의 2-3가지의 색으로만 그려져 인체의 비례에 주목을 하게 만든다. 무채색의 배경은 인체의 비례와 입체감에 주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인물의 표정과 포즈는 몸의 곡선과 비례가 잘 드러나도록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한다. 균형감과 긴장감이 적절하게 유지된 이원희의 인체 누드는 결국 "작가의 손에 의해 평범한 대상이 감미롭고 드라마틱한 화면으로"(박영택) 변모한다. 작가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회화에서 증명한 동시에, 무채색의 배경이 주는 오묘함이 불러일으키는 공간에 대한 상상 여행으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 박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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