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말러 / 교향곡 5번

박연서원 2017. 11. 21. 08:20

Symphony No.5 in C sharp minor

말러 / 교향곡 5번

Gustav Mahler, 1860-1911


Valery Gergiev, cond.

World Orchestra for Peace

BBC Proms 2010

Royal Albert Hall, London

2010.08.05


Erster Teil
I.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Streng. Wie ein Kondukt (00:00)
II. Strürmisch bewegt. Mit größter Vehemenz (14:14)
Zweiter Teil
III.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29:44)
Driter Teil
IV. Adagietto. Sehr langsam (49:06)
V. Rondo-Finale. Allegro - Allegro giocoso. Frisch (1:00:21)

Leonard Bernstein, cond.

Wiener Philharmoniker

Royal Albert Hall, London

September 10, 1987


   0:00 - Opening
1부
I. 0:55 - Traeu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Streng. Wie ein Kondukt
II. 13:36 - Stürmisch bewegt. Mit grösster Vehemenz
2부
III. 28:20 - Scherzo. Kräftig, Nicht zu schnell.
3부
IV. 45:17 - Adagietto. Sehr langsam.
V. 53:49 - Rondo-Finale. Allegro-Allegro giocoso. Frisch.
 1:10:10 - Credits

Claudio Abbado, cond.

Lucerne Festival Orchestra, 2004


Paavo Järvi, cond.

Frankfurt Radio SO(Symphony Orchestra)

Korean Art Centre, Seoul

2012.01.11


Myung-Whun Chung,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Muza Kawasaki Symphony Hall

Mar 7, 2006


교향곡 5번은 1901년에서 1902년에 대부분 말러의 Maiernigg 여름 별장에서 작곡 되었다.  5악장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으로는 서막의 장례식 트럼펫 솔로와 가장 널리 알려진 아다지오토이다. 장장 1시간 이상에 걸쳐서 연주되는 감성적인 작품이다.


1. 작곡 과정


말러의 교향곡 5번에 이르게 돼서는 이전의 4개의 교향곡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교향곡 1번 "거인"과 "뿔피리 3부작"에 해당하는 2,3,4번 교향곡들은 물론 말러 자신이 표제들을 개작이나 출판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삭제하긴 했지만, 당초에는 표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교향시적인 면모가 존재했다. 또한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많은 소재들을 가져왔고, "뿔피리 3부작"은 모두 성악이 가세했다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20세기로 넘어온 1901년에 이르러서 말러는 이제 더이상 가곡에서 소재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교향곡에 성악을 쓰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오케스트라만으로 연주하는 표제성이 없는 순수기악곡으로서의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말러음악의 발전 단계로 볼 때, 1901년은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말러의 개인적으로도 터닝 포인트였는데, 바로 부인이 되는 알마 쉰들러를 만난 때가 이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1901년은 꽤나 성과도 있던 때였다. 말러는 1901년 여름 휴가철에 5번 교향곡의 세 악장과 8곡의 가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말러 자신도 이 해의 성과에 흡족했던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초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5번 교향곡은 비슷한 분위기의 4악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알마 쉰들러를 만나면서 (이것은 멩겔베르크의 주장) 연애 편지의 구조를 가진 그 유명한 아다지에토 악장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악장인 론도-피날레 악장이 아다지에토와 주제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것을 고려하면 마지막 악장은 이듬해인 1902년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1902년 6월, 말러는 크레펠트에서 교향곡 3번을 연주한 후 마이에르니히의 별장으로 돌아와 교향곡 5번의 나머지를 작곡하는데 열중했다. 이때는 결혼한 아내 알마 말러도 같이 있었는데 말러가 작곡한 악보를 옮겨 적는 일을 도왔다. 결국 1902년 가을에 전곡을 완성해 알마 앞에서 피아노로 연주하게 된다.


사실 이전 교향곡에 비해 작곡 과정은 순탄한 편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말러의 전통은 5번 교향곡에서는 개정과 출판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1903년에 5번 교향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완료가 되었지만 말러는 계속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이듬해인 1904년 봄에 가진 빈 필하모닉의 시범연주에서 같이 감상한 알마는 '타악기를 위한 교향곡'같다고 평했고 말러 자신도 그렇게 느꼈던지 타악기 파트를 대폭 축소했다.


사실 말러 자신부터 이 곡에 쉽게 만족을 할 수가 없었던 것 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4개의 교향곡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곡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현악법을 적용해야 했던 것이다. 사실상 말러는 죽을 때까지 5번 교향곡의 개정에 매달렸다. 크게 개정한 것만으로 따지면 세 가지의 다른 버전이 존재한다지만, 자잘한 수정은 무수히 많다. 말러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잔뜩 악보를 수정해서 단원들에게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럴 지경이니 말러 자신도 이 곡을 몇 번이나 수정했는지, 몇 가지의 버전이 존재하는지 모를 것이다. 마지막 수정은 1910년, 말러가 병으로 쓰러지기 전에 행해졌고 이게 말러 생전의 마지막 음악작업이었다.


2. 출판


말러로선 수도 없는 개정을 거치며 나아지는 오케스트레이션에 매우 뿌듯했겠지만, 그걸 출판해야 하는 출판업자의 입장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이야 컴퓨터 입력으로 인쇄가 쉽게 가능하다지만 그 당시는 금속판형을 만들어 찍어내는 방식이었으니 계속 바뀌는 악보대로 금속판형을 만들어내는 것도 고역이었을게 분명하다. 그만큼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은 말 안해도 뻔한 일이었을 것이고. 결국 계속되는 수정에 짜증날대로 짜증이 났던 이 문제의 주인공, C.F. 페터스 출판사의 소유자였던 헨리 힌리센은 계속 수정되는대로 금속판형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해 1913년에 게오르크 괼러가 연주를 희망했을 때도 최종판을 만들지 않았다. 게다가 짜증나게 만든 말러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쇄판까지 없애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폭탄선언에 충격을 받은 말러의 열렬한 팬이었던 당시 젊은 작곡가였던 아놀드 쇤베르크는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말러 음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강연을 준비했다. 이런 쉔베르크의 열성 덕에 말러의 자필 교정본을 넘겨받아 수작업으로 교정한 후 최종본을 완성했고, 1914년 1월 9일에 괼러의 지휘로 이 최종본이 연주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종판 악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 버전의 포켓 스코어를 인쇄했던 힌리센에게, 말러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멩겔베르크가 최종판 악보의 포켓 스코어를 인쇄해야 한다고 힌리센을 들볶았기 때문이다. 멩겔베르트가 들볶았던 사연인즉,1920년에 자신이 지휘하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페스티벌을 기획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멩겔베르크의 독촉에 못이긴 힌리센은 새 포켓 스코어를 인쇄했지만 실은 이것도 말러가 1904년의 오리지널 포켓 스코어에 자필로 교정한걸 인쇄한 것이었다.


결국 말러의 최종판은 어윈 라츠에 의해 1964년 IGMG-패터스 에디션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으나, 이 에디션도 결정적으로 말러의 최종 교정을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 이 긴 역사를 지나 최종 교정원고는 이미 어딘가에서 분실되어진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연주는 1964년 판이며, IGMG-패터스에서는 이 악보를 좀 더 다듬어서 1989년에 두 번째 판을 내놓았다.


3. 초연


이 곡의 초연은 1904년 10월 18일, 쾰른에서 말러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말러의 3번 교향곡의 연주회가 상당한 호평을 받은 후 귀르체니히 콘서트의 지휘자인 프리츠 슈타인바흐는 5월의 쾰른 축제 기간에 이 곡을 공연하고 싶어했지만 알마 말러가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러는 연주회를 10월로 연기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10월 공연에도 알마 말러는 오지 못했다. 연주회의 객석으로부터 야유와 갈채가 함께 터져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아다지에토와 론도-피날레는 호평을 받았다. 다음 날 신문들에서는 당연히 별로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브루노 발터도 이 연주회에 참석했는데, 그는 생애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말러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케스트레이션 때문이었는데 그는 말러의 관현악이 다성음악을 표현하기에는 불투명하다고 생각했고, 말러 자신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1년 후 빈 초연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안티-말러리안으로 유명한 로베르트 히르슈펠트는 빈 청중까지 싸잡아서 '자연의 기형(奇形)'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사고(思考)의 기형'을 듣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제 1 부


1악장: 장송 행진곡 <신중한 속도로, 엄격하게, 장례행렬처럼>

Trauermarsch. In Gemessenem Schritt. Streng. Wie ein Kondukt


1악장은 특이하게도 장송 행진곡(Trauermarsch, Funeral March)이 10분 넘게 펼쳐지는 ‘해괴한’ 악장이다. 게다가 군대의 행진 나팔처럼 들려오는 도입부의 트럼펫 팡파르. 그것은 오늘날 매우 감각적인 록음악처럼 들려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당대의 빈 사람들이 듣기엔 진부하다고 느낄 만큼 ‘보편적인 나팔 소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러는 별다른 음악적 가공 없이 ‘날것’ 그대로의 나팔소리를 교향곡의 입구에 깃발처럼 내걸었다. 게다가 이어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연주하는 가요 풍의 선율은 또 어떤가? 마치 ‘저잣거리의 엘레지’와도 같은 그 선율은 군대의 행진 나팔과 어울리면서 혼돈과 광란, 때로는 절규의 장면들을 펼쳐놓는다. 말러는 그렇게 통속을 끌어들이면서 당대 사람들에게 여전히 익숙했던 ‘음악다움’과의 결별을 시도했거니와, 아울러 화해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려가는 세상의 단면들을 복잡하게 뒤엉킨 리듬과 선율로 묘사했다. 그리하여 훗날 철학자 아도르노는 이 첫 번째 악장에서 어떤 파탄을 예감하는 “불길한 꿈”을 읽어낸다.



James Levine, cond.

Philidelphia Orchestra


Part 1 of 2

Part 2 of 2

Roland Berger, Horn

Leonard Bernstein, cond.

Vienna Philharmonic


2악장: 아주 격렬하게 폭풍우가 일듯이

Sturmisch Bewegt. Mit grosster Vehemenz


수많은 음악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듯이 2악장은 추락의 악장이다. 치솟아 오르거나 가득 차올랐다가 힘없이 주저앉아 소멸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주제를 재현하다가도 중간에 고개를 푹 떨군 채 그대로 침잠하고 만다. 아도르노는 이 뻥 뚫린 듯한 공허함을 중세의 신비주의에서 빌려 온 개념으로 설명했거니와, 이른바 ‘파현’(破顯, Durchbruch)이 바로 그것이다. “거대한 세상에 대한, 인간이 기계 부속처럼 맞물려 들어가 있는 사회의 맹목적 세계 운행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다.



James Levine, cond.

Philidelphia Orchestra


Part 1 of 2


Part 2 of 2

Roland Berger, Horn

Leonard Bernstein, cond.

Vienna Philharmonic


제 2 부


3악장: 스케르초 <활기 있게, 너무 빠르지 않게>

Scherzo. Kraftig, Nicht Zu Schnell


호른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3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이다. 스케르초로서는 보기 드물게 연주시간이 약 20분에 달하는 이 악장에는, 말러의 교향곡에서 빈번히 얼굴을 내비치는 왈츠 풍 무곡이 역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춤은 빈의 은성한 무도회를 연상케 하기보다는 오히려 해골들의 괴기한 춤처럼 들려온다.



James Levine, cond.

Philidelphia Orchestra


Part 1 of 2


Part 2 of 2

Roland Berger, Horn

Leonard Bernstein, cond.

Vienna Philharmonic


제 3 부


4악장: 아다지에토 (아주 느리게)

Adagietto. Sehr langsam


이어서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덕분에 유명세를 얻은 악장이다. 하지만 말러가 “사랑의 고백”이라고 아내 알마에게 설명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이 악장은 유명 인사들의 장례식장에서 빈번히 연주되면서 ‘엇갈린 수용’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James Levine, cond.

Philidelphia Orchestra


Leonard Bernstein,cond.

Wiener Philharmoniker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영화 'Death in Venice (베니스에서의 죽음)'


베니스에서의 죽음 (Mort à Venise 1971)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 >은 토마스 만이 191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프랑스 합작으로 1971년에 거장 루치노 비스콘티가 감독한 작품이다.

토마스 만의 소설에서는 주인공 아센바흐가 작가로 나오고 영화에서는 음악가로 나온다.


그 음악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병에 쇠약해진 작곡가 구스타프 아센바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베니스로 여행을 오며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던 아름다운 소년 타지오를 발견하게 된다.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타지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센바흐는 친구인 알프레드와

예전에 벌였던 예술과 아름다움, 순수함에 관한 논쟁들을 떠올리고,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이 세기말의 불안하고 모호한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중요 모티브로 흐른다.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말러 교향곡 5번'은 말러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작곡되었으며

1901년 말러는 장출혈로 죽음의 위기를 넘겼는데 당시 죽음과 고통의 경험은 전반부 주제에,

이듬해 19살 연하의 알마 신틀러와 결혼에서 온 희망과 환희가 후반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의 주제음악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이다.

처연하고 비극적인 느낌의 이 느린 악장은 영화에서 스토리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5악장: 론도 피날레. 알레그로 - 알레그로 지오코소

Rondo-Finale. Allegro - Allegro giocoso. Frisch


마지막 5악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적 악장’이다. 19세기와 20세기의 경계인이었던 말러는 마지막 악장에서 결국 한계를 보이고 만다. 앞의 3개 악장에서 ‘세계와의 갈등’이라는 측면을 극한까지 묘사했던 말러는 마침내 마지막 악장에서 힘이 빠진 모습을 드러낸다. 음악사적으로는 베토벤 이후부터 낭만까지를 관통해 온 ‘어둠에서 광명으로’의 이데올로기에서 그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일까? 아도르노는 이 절충주의적인 마지막 악장에 대해 “강요된 화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말러의 교향곡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가장 널리 알려진 4악장부터 먼저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Part 1 of 2


Part 2 of 2

Roland Berger, Horn

Leonard Bernstein, cond.

Vienna Philharmonic



말러에게 있어 교향곡 5번은 새로운 출발이다. 불혹을 넘긴 그는 새로운 기악 교향곡의 첫 작품인 교향곡 5번에서 고도로 세련된 작곡 기법을 구사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교향곡의 구성을 살짝 비틀어 특유의 음악적 풍자와 냉소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드러냈다. 자신의 삶과 음악을 밀접하게 관련시키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도 그가 경험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교향곡 5번에 착수하던 1901년에 말러는 심각한 장출혈로 위기를 겪은 데 이어 교향곡을 완성하던 1902년에는 미모의 알마 신들러와 결혼하면서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뒤섞여 있는 비극적 음악과 환희의 음악


비록 그 자신은 교향곡 5번에 어떠한 표제도 붙이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장송 행진곡으로 시작해 유난히 밝고 경쾌한 5악장으로 마무리되는 교향곡 5번은 죽음의 위기와 결혼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나타내는 듯하다. 비극적인 음악에서 환희의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전개 방식은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전통적인 독일 교향곡의 구성과 닮았지만, 말러는 이 교향곡 곳곳에 자신의 가곡에서 따온 선율을 암시하며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이뤄낸 가장 놀라운 업적은 작곡 기법에서의 성취가 아닐까 싶다.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선 그 어떤 선율도 단순하게 등장하는 법이 없다. 하나의 주제가 또 다른 주제와 동시에 제시되는가 하면 조그만 반주 음형이 거대하게 자라나 전체 음악을 압도하기도 한다. 1, 3악장에선 트럼펫과 호른이 마치 협주곡의 솔리스트인 양 전면에 드러나고, 3, 5악장에선 여러 악기들이 매우 정교한 폴리포니(polyphony)를 만들어내며, 2, 5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금관악기들이 통쾌한 코랄을 연주한다. 물론 교향곡 5번에서 가장 유명한 악장인 4악장 아다지에토의 아름다운 음악은 영화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로맨틱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그토록 다양하고 세련된 작곡 기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말러가 J. S. 바흐의 작품을 깊이 연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01년 3월경, 말러는 바흐의 악보 전집을 들여 놓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봤으며 여름휴가 때도 바흐가 사용했던 코랄에 다양하게 화성을 붙이며 하루 일과를 보내곤 했다. 바흐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작곡 기법에 눈을 뜬 말러는 교향곡 5번을 작곡하면서 “초보자처럼 새롭게 곡을 썼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교향곡 5번은 그의 초기 교향곡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이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교향곡 5, 6, 7번으로 구성된 ‘중기 3부작’의 새 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 세 교향곡은 순수 기악곡으로, 일종의 ‘교향악적 칸타타’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 2, 3, 4번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새로운 3부작은 가사도 가수도 합창도 없이 진행된다. 또한 교향곡에 자신의 가곡을 인용하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는 단지 ‘암시’만 할 뿐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중기 3부작 교향곡의의 새 시대를 연 작품


새로운 3부작을 여는 교향곡 5번은 악장 구조 역시 독특하다.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졌으나, 1악장은 마치 2악장의 서주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제1부를 구성하고, 3악장은 제2부, 그리고 4, 5악장이 연결되어 제3부를 구성한다. 제1부는 인상적인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한다. 곧이어 마치 고통스러운 발걸음처럼 무겁고 침통한 장송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팡파르와 행진곡으로 이루어진 두 가지 악상은 곧이어 폭발적인 슬픔으로 중단되며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팡파르와 행진곡, 슬픔의 폭발이 교대되는 동안 이 음악을 듣는 이들 역시 감정적인 고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악장 말미에 터져 나오는 탄식의 울부짖음에서 절정에 달할 것이다.


▶1악장 장송 행진곡의 비극성은 탄식과 슬픔의 절정을 선사한다. 말러의 데스마스크


이어지는 2악장은 1악장과 몇 가지 악상을 공유하고 있어 사실상 1악장에 연결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악장은 격렬한 분노를 담은 제1주제와 평화를 갈망하는 듯한 제2주제로 중심으로 전개된다. 2악장의 핵심은 이 악장 말미에 금관악기들이 연주하는 통쾌한 코랄이지만 이는 오래지 않아 불협화음과 반음계적인 추락 모티브들로 좌절되면서 쓸쓸한 결말에 이른다.


제1부가 장송 행진곡과 분노의 폭발이라면, 스케르초로 된 제2부는 일종의 춤곡이다. 시골 풍의 거친 렌틀러와 도시풍의 세련된 왈츠가 교대되는 이 스케르초는 말러 자신의 표현대로 “우리는 삶의 한 가운데서도 죽음 속에 존재한다.”(media vita in morte sumus)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듯하지만 시시각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집요한 시간의 추적이 ‘♪♪♩♩’의 반복되는 리듬과 광포한 춤곡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결코 삶에 대한 확신이 아니다. 온갖 모티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거대한 폴리포니를 이루고 있는 이 음악은 죽음의 추격에 쫓기며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혼란스러운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3악장의 난폭한 죽음의 춤을 거쳐 제3부의 첫 악장인 아다지에토에 이르면 지극히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이 현악기만으로 연주된다.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이 악장의 마지막 부분의 베이스 파트에 암시된 음악은 말러의 뤼케르트 시에 의한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라는 가곡이다. 이 곡은 말러가 “이 곡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가곡이긴 하지만 사랑을 노래한 음악에 왜 이런 쓸쓸한 노래를 인용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다지에토’ 악장은 사랑을 고백하는 듯한 로맨틱한 선율과 쓸쓸한 정조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4악장에 곧바로 이어지는 5악장은 지나치게 밝고 경쾌한 음악이다. 5악장에서는 2악장 말미에 잠시 등장했던 코랄이 완전한 승리로 끝나고 있어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을 보여주는 음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5악장 도입부에서 목관악기들이 연주하는 선율의 단편들 중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멜로디를 잘 분석해보면 놀랍게도 그 성스럽고 장엄한 코랄 선율임이 드러난다. 5악장 도입부에서 툭 내던져지듯이 연주되는 선율의 단편이 교향곡 5번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성스러운 코랄의 단편이라는 사실은 어쩐지 신성모독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5악장 도입부에서 연주되는 바순의 상행 모티브는 말러의 뿔피리 가곡집 중에서 ‘높은 지성의 찬가’(Lob des hohen verstands)에서 따온 것으로 그 내용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이 가곡에서 당나귀는 귀가 크다는 이유로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의 노래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다. 그는 단순하게 두 음만 반복하는 뻐꾸기의 노래가 더 훌륭하다고 판정한다. 이는 나이팅게일의 멋진 노래와도 같은 말러의 훌륭한 작품이 당나귀와 같은 당대 비평가들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말러의 자조인 듯 느껴진다. 말러의 냉소적인 풍자는 계속된다.


말러는 4악장에서 그토록 간절하고 안타깝게 표현했던 아름다운 사랑의 주제를 5악장의 제2주제로 가져와 지나치게 가볍고 경쾌한 음악으로 바꿔 놓으면서 진실한 사랑을 회피하려는 듯하다. 이것 역시 코랄의 신성모독 못지않은 충격을 전해준다. 과연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지만, 말러가 이 교향곡에서 표현한 그 현란한 폴리포니와 화려한 기교는 오늘날의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