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게는 '손님' 원하는 것 다 공짜"
화수동의 겨울, '민들레국수집'과 '민들레가게' 방문기
13-12-09 06:14ㅣ 김영숙 기자 (ich2182@hanmail.net)
이번 겨울은 더 춥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 그래서 마음이 더 쓸쓸하고 추운 사람들은 어떻게 이 겨울을 지낼까.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는 민들레국수집을 다시 찾아가 봤다. 지난 봄에 민들레국수집을 찾고(본지 5월 6일자), 겨울이 되면서 어떻게 준비를 하는지 궁금했다. 서영남 대표(59)는 만나자마자 점심 먹었냐며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내놓았다. 국수를 먹으면서 인터뷰를 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수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이 따뜻했다.
-요즘도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사람이 많은가요
“가난한 사람들이 참 선해요. 욕심도 없어요. 가난한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잘 쓸 수 있게만 하면 참 부드럽게 변해요. 사람들은 아무나 그냥 먹게 하면 누구나 몰려와서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안 그래요.”
“가장 놀라운 건, 밥집에서 세 그릇 먹고 여기 국수집에 와서 또 먹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어떻게 먹냐고 했더니 “고파서”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금세 알겠더라구요.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했어요. 배 고프면 그럴 수가 있어요. 허기가 많이 진 사람은 먹고 돌아서도 배고파요. 그 다음부터는 여기서 국수 드시고 저기 가서 밥 드시고, 밥 드시고 와서 국수를 몇 그릇 드셔도 이해가 가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는데, 문 열기 전부터 손님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딱 그 시간에 열면 얼마나 야박하겠어요. 국수집만 하루에 150명 정도 오고, 2,3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밥집에는 500명가량 찾아와요.”
-이제 날이 추워질 텐데, 노숙하는 분들한테는 더 힘들겠죠.
“겨울이면 손님이 점점 늘어납니다. 보통 경계선상에 있던 분들이, 여관에서 여인숙에서 살던 분들이 겨울이면 더 힘들어요. 견디다 못해 며칠 굶으면 쪽팔려 하면서 먹으러 와요. 그러다가 날이 풀리면 손님이 줄어들어요. 거꾸로 어르신들은 추워지면 덜 오세요. 장마철이나 겨울에 많이 늘어나요. 진짜 먹을 게 없어서요.”
-여기 있는 옷과 신발은 어디서 오나요?
“착한 분들이 보내주시죠. 저 박스는 여름옷들 모아서 필리핀에도 보내려는 겁니다. 신발, 속옷, 허리띠, 모자는 사야 돼요. 중고로 구하기 힘들어서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은 그냥 선물로 드립니다. 희한한 장사 하죠, 하하하.”
“겨울에 추우니까 패딩잠바가 많이 나가요. 아무래도 노숙하는 분들이니까 침낭, 내복, 팬티, 양말을 많이 찾아요. 아침에 꽉 채워서 걸어 두었는데 다 빠져나갔잖아요. 다 나간 거예요. 아무래도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골라가니까 좋은 거부터 빠지는 거죠. 오늘을 어딜 가야 하는데 준비할 시간도 없어요. 누가 뭘 가져갔는지 노트에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바쁠 때는 회원장부에 쓰지도 못해요. 예를 들면, 김지한씨는 부천에서 3년 노숙하고, 패딩잠바, 청바지, 내복을 가져갔고…. 어제는 어떤 분이 설사를 해서 팬티를 가져갔다. 겉옷만 입고 팬티 안 입은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우리 민들레국수집 일은 다 연결돼 있어요.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등록한 노숙자분들은 약 2300명가량 됩니다. 지원센터에서는 날마다 독후감을 발표하면 3000원씩 50분한테 드려요. 책을 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발표하게’ 하는 게 목적이에요. 어디서나 쭈뼛거리지 말고 자신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노숙하는 분들 가운데 혹시 누가 감기 걸렸거나 감기 기운이 있으면 찜질방 표 드려요. 동네에 있는 찜질방에서 표를 한 달에 300장가량 사요. 그렇지 않고 샤워만 해야 하는 분들은 지원센터에서 하고, 빨래하고 낮잠 자고 컴퓨터도 하면서 쉴 수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11년째. 방 얻어줘서 사는 공동체 39가구가 있구요. 민들레꿈공동체, 민들레진료소 한 달에 두 번 진료하고, 민들레치과도 한 달에 두 번 하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도 있고… 1층에는 상담도 하고 주민등록증도 만들어줘서 일하러 가게끔 하죠. 필리핀 스콜라십 110명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필리핀에 민들레국수집을 세 군데 차려요.”
“지금은 내복, 패딩잠바, 침낭, 따뜻한 골덴바지, 솜바지가 많이 나가요. 페브리지로 냄새 안 나게, 다림질, 새것처럼 해서 선물하죠. 새옷과 헌옷이 섞여 있어요. 운동화, 양말은 새로 사는 게 많구요. 팬티는 전부 새 거예요. 손님들이 아무래도 노숙을 해도 팬티, 양말, 운동화는 잘 신어야죠. 허리띠는 다 새 걸로 사와요. 하루에 열두 명에서… 내일은 패딩잠바가 70개 나가요. 독후감 발표하시는 분들한테 선물로 나가거든요. 하루에 확 많이 나가는 날이 있어요. 길에서 자니까 밤에 추워요. 침낭 많이 나가요. 내복도 많이 나갔어요. 욕심 내서 막 가져갈 것 같죠? 안 그래요. 자주 오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오기도 해요. 한 달에 한두 번 오는 사람이 많아요. 회원이 2300명이니까요. 술만 안 먹고 오면 회원이 될 수 있어요. 회원가입이 갈수록 많아져요. 평소에 마시다가 옷 가지러 올 때만 안 마시면 돼요. 하지만 많이 드시는 분은 술을 안 먹어도 간이 나빠지면 냄새 날 수 있어요. 술을 먹어요. 봐주는 거죠.”
“제가 옷가게를 25년 동안 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금도 하고 있어요. 돈을 벌어야죠. 손님이 들어와서 옷을 찾으면 사이즈를 딱 알아요. 옷을 못 고르는 사람도 많아요.”
서 대표가 송년음악회 이야기도 전해준다.
민들레국수집에서 하는 일은 모두 노숙하는 분들한테 정말 필요한 일들이다. 서영남 대표 부부랑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는 일이 많아 힘들 텐데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터뷰하는 내내 궁금했다. 결혼한 지 11년째 된다. 결혼하고 넉 달 후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다.
-어떻게 민들레가게를 시작하게 됐나요.
“민들레가게는 처음에는 박스에 옷을 넣었다가 나눠주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 거예요. 대표님이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게 문을 열게 된 거죠. 3년째 하고 있어요. 진료소도 있어요. 노숙하는 분들한테 정말 필요한 걸 하고 있어요. 그러다 노숙하기 싫다, 하는 분들한테는 방을 얻어주고 이 동네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힘든 점 없어요. 재미있어요. 돈 버는 건 직원한테 맡겨 놓았어요. 딸 모니카는 어린이 밥집, 공부방 쪽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민들레가게랑 지원센터를 도와주고 있어요. 혼자서 여러 군데를 못하니까요. 노숙인들이 찾아오면 즐겁게 담소하고 놀면서 합니다. 행복해요. 힘들지는 않아요. 대표님은 아주 행복하다고 해요. 좋은 길동무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거죠.
“옷 손질하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요. 박스 오면 걸어놓을 것 걸어놓고, 다림질 할 것 하고… 25년 한 일이라 아주 빠르게 할 수 있어요.(웃음) 해본 일이잖아요. 지금도 하는 일이구요.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렇지 않아요.”
-손님들이 찾는 옷이 따로 있나요.
“겨울에는 따뜻한 옷을 찾죠. 어떤 손님은 담요도 찾아요. 또 오늘은 어떤 분이 직장에 됐다고 해서 이 분들이 트레이닝복이랑 옷을 준비해 주고, 주민등록증 만들라고 2만원 드렸어요. 일하러 나갈 때, 면접할 때 필요한 옷이랑 가방도 준비해 드립니다. 지원센터에서는 면접 요령도 알려줘요. 이력서 쓰는 법도 알려주고요, 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쳐드리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혹시 전화번호가 필요하면 가게 전화번호나 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줘요. 노숙하는 분들이라 딱 정해놓고 잠자는 데가 없으니까 연락처를 받아줘야 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분들한테는 가족이 되어 주기도 하고, 대표님이 탄원서도 써주고 보증도 해주죠. 보증을 해줘야 가석방이 될 수도 있어요. 손님에게 ‘맞춤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아픈 사람은 병원도 같이 가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야 하면 도와주고…. 노숙하는 분들한테 민들레국수집은 언덕이죠. 누구든지 비빌 언덕이 있어야 일어나잖아요.”
-운동화는 다 새 거네요.
“운동화, 허리띠, 속옷, 양말은 거의 다 삽니다. 우리 가게는 손님이 꼭 필요한 걸 도와드리고 있어요. 신발이 구멍 나면 운동화를 드리죠. 신발이 다 떨어져서 고무줄로 묶고 오는 사람도 있고, 맨발로 오는 사람도 있고,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사람도 있어요.”
“노숙하는 분들끼리 알음알음 소문 듣고 많이 옵니다. 또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보고 와요. 사람대접 받고 싶다고 오는 사람도 많아요. 필요한 물건을 선물 받으러 와요. 오줌냄새 많이 나는 사람이 오면 지원센터로 보내서 샤워 하게 해요. 샤워를 세 번은 해야 냄새가 빠지거든요. 단계적으로 빼서 새 옷을 입혀서 내보내는 거죠. 면접하고, 일할 때 필요한 안전화를 드려서 보냅니다. 또 주민등록증이 필요한 분은 만들라고 2만원 드리고, 일할 때 휴대폰이 필요하니까 지원해줍니다. 필요한 건 다 해드립니다. 결핵 걸린 분은 무료진료소에서 엑스레이 찍게 해서 치료를 해드립니다. 방 얻어주고, 용돈 주고, 여인숙에 방을 6개월 잡아드리고 거기서 제대로 약 먹고 결핵을 낫게 해야죠. 그렇게 힘든 사람이 많은데도 국가에서는 도와줄 법이 없다고 그냥 냅두죠.”
“우리 가게는 난방이 덜 들어갑니다. 일반 사람들이 따뜻하게끔 난방하면 우리 손님들은 밥을 못 먹어요. 15, 16도로 맞춰야 밥 먹기 좋아요. 늘 밖에서 춥게 지내는 분들이라 더운 걸 힘들어 합니다. 대신에 우리 봉사자들은 몸을 녹일 수 없으니까 고생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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