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Op.26
브루흐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작품26
Max Bruch 1838-1920
전곡 연속듣기
Aaron Rosand, violin
제1악장 Prelude. Allegro moderato
Jascha Heifetz, violin
Sir Malcolm Sargent,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No.1 In G minor op.26
Slovak Philharmonic
Violin : Takako Nisizkki
Director : Stephen Gunzenhauser
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Prelude. Allegro moderato
자유로운 형식의 1악장은 대단히 화려하며 독주자에게 엄청난 기교를 요구한다. 목관악기가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아름다우며, 오케스트라의 역동적인 음악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마치 독립된 1악장이 아닌, 2악장의 서주 같아 보이는데, 발전부가 대단히 짧다는 사실과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이 하나의 동기를 교대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브루흐는 자유분방한 형식의 1악장 때문에 이 작품을 환상곡의 범주에 넣으려 했었다.
2악장 - 아다지오 Adagio
서정적인 세 개의 주제로 전개되는 아다지오 악장은 물안개가 자욱한 호숫가를 은은하게 흘러가는 배의 움직임의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전체적으로 갈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뒤덮고 있으며 약음의 섬세한 활쓰기가 요구된다. 감수성 어린 2악장은 명상적이면서 어떤 애틋함의 기운이 느껴진다.
3악장 -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Finale. Allegro energico
행진곡 스타일의 활기찬 리듬이 인상적인 이 악장은 제2주제는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G현으로 연주된다. 제1주제는 3도의 기교적인 더블 스톱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고 곳곳에서 집시의 기운이 느껴질만큼 흥겨움과 떠들썩함이 코다의 장엄함으로 이끌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의 치열한 경합이 대미를 장식한다.
Scottish Fantasy for Violin and Orchestra, Op. 46
브루흐 / 스코틀랜드 환상곡, 작품 46
전곡 연속듣기
Adagio cantabile 08'41
Jascha Heifetz, violin
William Steinberg, cond.
RCA Victor Symphony Orchestra
Max Bruch 1838-1920
브람스보다 5년 늦게 태어난 막스 브루흐는 자신이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 위에 서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슈만과 브람스가 바라본 음악적 지평선 따라가고 싶다는 열망은 브루흐의 작곡 스타일을 결정지었다. 멘델스존은 브루흐의 역할 모델로서 작용했고 그는 자신이 멘델스존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는 열등감에 시달렸다.
그가 1864년부터 2년 동안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가 바라보는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로맨틱한 정서는 곡 전체를 끈적끈적하게 맴도는데, 바로 이 멜랑콜리함은 브루흐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고,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더구나 멘델스존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던 브루흐는 선배 작곡가의 로맨틱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연주에서 영감은 얻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협주곡은 1866년 4월 24일 브루흐 자신의 지휘와 오토 폰 쾨니히 슬뢰프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독일 코블렌츠에서 초연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작곡가가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수정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개정판은 1868년 1월 5일 카를 마르틴 라인탈러의 지휘와 요아힘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브레멘에서 초연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형태가 이 때 결정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작곡가의 대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브루흐는 요아힘처럼 지명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필요했다.
아마도 브루흐가 이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세 곡의 교향곡은 대부분 그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며 나머지 두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끔씩만 녹음될 뿐이다. 두 개의 현악 사중주나 <오디세이> 같은 오라토리오 작품 또한 같은 운명에 놓여 있다. 따라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라는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한 거대한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협주곡 1번을 제외한다면 <스코티시 환상곡>이나 첼로 작품인 <콜 니드라이>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1831-1907)
작품에 작곡가가 가려진 현상은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동안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비슷한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이 협주곡이 초연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20세기 초에 브루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보자.
“저기 저들은 이곳 구석구석에서 내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 따위 인간들의 지긋지긋한 타령에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이나 훌륭한데 말이지. 제발 이제들 그만해줬음 좋겠어!”
브루흐에겐 좀 안 된 얘기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만 멈출 수가 없다. 사실 브루흐가 존더샤우젠의 궁정악단 지휘자에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교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도 협주곡 1번의 성공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죽는 그 순간까지 브루흐는 협주곡 1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이 패전하는 것과 새로운 조류의 음악인 R.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초연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브루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가지 모두 그를 상심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스코트랜드 환상곡 (Scottish Fantasy Op.46)>
1838년 쾰른에서 태어나 1920년 베를린에서 타계한 막스 브루흐는 살아 생전에는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명성을 누렸던 인물이다. 독일과 영국을 오가며 지휘자로 맹활약했고, 베를린 음대의 저명한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작곡가로서는 무엇보다 ‘합창음악의 대가’로 각광받았는데 특히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와 같은 오라토리오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또 스물 다섯 살 때 발표한 출세작 <로렐라이>, <헤르미오네>로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 분야에도 족적을 새겼으며 교향곡도 세 편을 남겼다.
하지만 오늘날 브루흐의 이름은 ‘협주곡 작곡가’로 기억된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는 그에게 최고의 성공작이자 영원한 족쇄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는 평생 동안 이 매력적인 작품을 능가하는(적어도 필적하는) 협주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가 남긴 다양한 협주작품 중에서 다음 두 곡은 명예의 전당에 추가될 만하다.
하나는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콜 니드라이>이고, 다른 하나는 어쩌면 <G단조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한층 더 풍부한 선율과 리듬, 다채로운 상상력을 머금고 있는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다.
스코틀랜드 민요 선율에 기초한 자유로운 환상곡
브루흐가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작곡한 것은 1879년에서 1880년에 걸친 겨울 동안, 베를린에서였다.
당시 그는 곧 영국 리버풀의 필하모니 협회의 음악감독(1880~83)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브루흐는 이 곡을 영국, 그 중에서도 스코틀랜드의 민요에서 유래한 영감과 상상력으로 채웠다. 다만 보다 직접적인 작곡 동기는 그가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월터 스코트(Walter Scott)의 작품에 감동을 받은 데 있다고 전해진다.
사실 민요는 브루흐에게 있어서 창작의 원천이었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영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민요들을 꾸준히, 면밀히 연구했고 그 성과를 자신의 음악에 반영했다.
‘선율’이야말로 음악에서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었던 그는 특히 민요선율의 소박한 단순성에 주목했다.
브루흐는 하나의 좋은 민요선율이 2백 개의 다른 음악선율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단언했고, 민요가 지닌 내면성, 잠재력, 독창성, 그리고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그런 브루흐의 신념과 주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 독주와 하프가 포함된 2관 편성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위한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민요선율에 기초한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에 기초한 선율, 그리움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악보상으로는 네 개의 악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3악장 구성처럼 들리는데, 그것은 중간의 스케르초 악장과 완서 악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첫 악장 앞에는 느린 서주가 놓여있으며, 첫 악장이 통상적인 빠른 템포가 아니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것도 이채로운 점이라 하겠다.
1. 서주 - Grave 장중하게, e♭단조, 4/4박자
무겁게 탄식하는 듯한 관현악의 울림이 장송곡풍의 쓸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작된다.
그 위로 바이올린 독주가 랩소디풍의 선율을 얹어놓는데, 때로는 지그시 누르는 듯 흐르고 때로는 격하게 솟구쳐 몸부림치는 그 선율은 우수와 비감으로 가득하다.
말미의 페르마타에 이어 쉼 없이 제1악장으로 이행한다.
2. 제1악장 - Adagio cantabile 매우 느리게 노래하듯이, E♭장조, 3/4박자
관현악의 섬세한 울림이 다분히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하프의 아름다운 탄주가 두드러지며 환상적인 아우라가 피어오른다. 그 속에서 바이올린이 스코틀랜드 민요 '늙은 롭 모리스(Auld Rob Morris)'에 기초한 선율을 그윽하게 노래한다.
풍부한 표정과 따뜻한 정감으로 가득한 그 흐름은 듣는 이의 가슴에 애잔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3. 제2악장 - Allegro 빠르게, E♭장조-G장조, 3/2박자
스케르초에 해당하는 악장.
목관의 울림이 스코틀랜드 민속악기인 백파이프를 연상시키는 관현악의 당당하고 힘찬 마르카토로 시작되어 이내 무곡풍의 리듬이 부각된다.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유쾌한 선율은 역시 스코틀랜드 민요인 '먼지투성이 방앗간 주인(Dusty Miller)'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고 다채로운 기교를 구사하는 변주가 한 동안 이어지다가, 종반부로 접어들면 템포가 아다지오로 느려지며 첫 악장을 회상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흐름 그대로 단락 없이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4. 제3악장 - Andante sostenuto 음 하나하나를 충실히 다루며 느리게, A♭장조, 4/4박자
바이올린이 다시금 스코틀랜드 민요에 기초한 선율을 노래한다.
그 민요의 제목은 <조니가 없어 나는 적적하다네, I'm a-doun for Lack O'Johnnie>.
처음에는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잔잔히 흐르다가 차츰 분위기가 고조되어 중간부에 이르면 바이올린은 절절하고 격정적인 어조로 드높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다시 차분한 어조로 가라앉아 조용히 마무리된다.
5. 제4악장 - Allegro guerriero 빠르게 전투적으로, E♭장조, 4/4박자
시작과 함께 바이올린의 힘찬 독주로 부각되는 이 악장의 주제선율은 중세 스코틀랜드의 전투가 <우리 스코트 사람들은 월레스의 피를 흘렸다, Scots Wha hae wi Wallace bled>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서 바이올린은 눈부신 기교를 뽐내며, 하프도 다시금 활약한다.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현란하며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악장이지만, 중간에 C장조의 (Un poco tranquillo, 조금 고요하게) 부분이 삽입되어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종결부 직전에는 템포가 아다지오로 느려진 가운데 잠시 첫 악장의 주제를 회상하는 장면이 놓여 있다.
브루흐는 이 곡을 쓰면서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때 그랬던 것처럼 독일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 m)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나 정작 1881년 2월, 리버풀에서 요아힘과 이 곡을 협연했을 때 그는 요아힘이 작품을 망쳐버렸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사실 브루흐는 이 곡을 <찌고이네르바이젠>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사라사테(Pablo Sarasate)를 위해서 썼고 그에게 헌정했으며, 함부르크에서의 초연(1880년 9월)도 그와 함께 치렀다.
이 곡의 바이올린 독주부가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에 비해 한층 더 적극적인 기교를 과시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슴 속에 간직한 그리움을 노래하다>
그런데 이 곡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전편을 관류하는 주된 정조가 ‘그리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의 느린 악장에서도, <콜 니드라이>에서도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했다. 그것은 무엇을 향한 그리움이었을까?
브루흐는 언젠가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바덴-바덴에 있는 독일 숲과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단다.” ...
브루흐의 고향은 쾰른 근교의 산지였다. 그는 친근한 지인들이 사는, 그리고 어린 시절 익숙했던 라인 지역의 환경이 있는 그곳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고향을 떠나 독일 각지를 돌며 지휘자 생활을 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베를린에 정착하여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음악 속에서 그토록 사무치는 그리움을 노래한 이면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자리하고 있지 않았을까? 더구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쓸 무렵에는 독일도 아닌 머나먼 영국에서의 체류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가. 그는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아들아, 나는 작품에 대한 구상과 생각을 대부분 자연에서 얻는단다.
유감스럽게도 삶의 많은 시간을 대도시 (베를린)에서 보내야만 했는데, 그것은 사랑하는 너희들을 위해서 강단에 서야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삶에 봄이 찾아오고, 그 푸르름이 만발할 때, 내 안에서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소리가 들려온단다. 그 때 나는 사랑하는 고향에서 즐겁게 산 숲을 방랑하지. 그러면 내 안은 온갖 멜로디들로 가득 채워진단다."...
<추천 음반>
이 곡에 관한 한, 역시 전설적인 야샤 하이페츠의 음반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1961년 레코딩에서 그는 예의 냉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깊은 애착을 드러낸다(RCA). 이와 상반된 스타일의 연주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1962년 레코딩을 들 수 있다.
그는 특유의 선 굵은 톤을 바탕으로 뜨겁고 감성 풍부한 연주를 들려주지만, 자칫 감정과잉으로 비칠 소지도 안고 있다(Decca). 한편 1972년에 정경화는 예리한 직관과 불타는 정열이 공존하는 명연을 음반에 담았다.
여기서는 루돌프 켐페가 이끄는 관현악 파트의 충실함도 돋보인다(Decca).
이 연주가 다분히 독일적인 냄새를 풍긴다면, 태스민 리틀의 연주는 영국적인 향취로 가득하다.
버논 핸들리가 이끄는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1996년 레코딩에서 그녀는 결 고운 음색과 온화한 표정으로 민요적인 선율미를 아름답게 부각시킨다(EMI).
- 글의 출처: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Op.26)>
브람스보다 5년 늦게 태어난 막스 브루흐는 자신이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 위에 서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슈만과 브람스가 바라본 음악적 지평선 따라가고 싶다는 열망은 브루흐의 작곡 스타일을 결정지었다. 멘델스존은 브루흐의 역할모델로서 작용했고 그는 자신이 멘델스존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는 열등감에 시달렸다.
<멘델스존의 뒤를 잇는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작>
그가 1864년부터 2년 동안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가 바라보는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로맨틱한 정서는 곡 전체를 끈적끈적하게 맴도는데, 바로 이 멜랑콜리함은 브루흐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고,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더구나 멘델스존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던 브루흐는 선배 작곡가의 로맨틱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당대의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연주에서 영감은 얻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협주곡은 1866년 4월 24일 브루흐 자신의 지휘와 오토 폰 쾨니히 슬뢰프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독일 코블렌츠에서 초연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작곡가가 요아힘의 조언을 받아들여 수정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개정판은 1868년 1월 5일 카를 마르틴 라인탈러의 지휘와 요아힘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브레멘에서 초연되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형태가 이 때 결정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고만고만한 작곡가의 대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브루흐는 요아힘처럼 지명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필요했다.
아마도 브루흐가 이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다면 그의 명성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남긴 세 곡의 교향곡은 대부분 그 존재 자체도 모를 정도며 나머지 두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끔씩만 녹음될 뿐이다. 두 개의 현악 사중주나 <오딧세이]>같은 오라토리오 작품 또한 같은 운명에 놓여져 있다. 따라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브루흐라는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한 거대한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협주곡 1번을 제외한다면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나 첼로 작품인 <콜 니드라이>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작품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진 작곡가 브루흐의 명성>
작품에 작곡가가 가려진 현상은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동안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비슷한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이 협주곡이 초연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20세기 초에 브루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 보자.
...“저기 저들은 이곳 구석구석에서 내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 따위 인간들의 지긋지긋한 타령에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이나 훌륭한데 말이지. 제발 이제들 그만해줬음 좋겠어!”...
브루흐에겐 좀 안된 얘기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만 멈출수가 없다.
사실 브루흐가 존더샤우젠의 궁정악단 지휘자에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교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성공에 힘입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죽는 그 순간까지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이 패전하는 것과 새로운 조류의 음악인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초연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브루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가지 모두 그를 상심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1. 제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자유로운 형식의 1악장은 대단히 화려하며 독주자에게 엄청난 기교를 요구한다.
목관악기가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아름다우며, 오케스트라의 역동적인 음악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마치 독립된 1악장이 아닌, 2악장의 서주 같아 보이는데, 발전부가 대단히 짧다는 사실과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이 하나의 동기를 교대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브루흐는 자유분방한 형식의 1악장 때문에 이 작품을 환상곡의 범주에 넣으려 했었다.
2. 제2악장 - 아다지오
서정적인 세 개의 주제로 전개되는 아다지오 악장은 물안개가 자욱한 호숫가를 은은하게 흘러가는 배의 움직임의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전체적으로 갈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뒤덮고 있으며 약음의 섬세한 활쓰기가 요구된다.
감수성 어린 2악장은 명상적이면서 어떤 애틋함의 기운이 느껴진다.
3. 제3악장 -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행진곡 스타일의 활기찬 리듬이 인상적인 이 악장은 제2주제는 독주 바이올린에 의해 G현으로 연주된다.
제1주제는 3도의 기교적인 더블 스톱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고 곳곳에서 집시의 기운이 느껴질만큼 흥겨움과 떠들썩함이 코다의 장엄함으로 이끌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의 치열한 경합이 대미를 장식한다.
'음악 > 음악감상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흐 /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노트" 중 '미뉴에트 G장조' BWV. 114/116 (0) | 2013.03.20 |
---|---|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0) | 2013.03.18 |
모차르트 / '봄을 기다리며' (0) | 2013.03.14 |
봄이 오는 길 외 - 박인희 (0) | 2013.03.11 |
파헬벨 / 캐논 변주곡(Canon) (0) | 201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