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uerdos De La Alhambra
타레가 /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Francisco Tárrega, 1852-1909
(In Spanish)
Duermen tus recuerdos de ebano y perfume
en tus aposentos, llenos de ternura,
mi querida Alhambra.
Viste mil amores nacer en tus entranas,
luces que acarician desde tus ventanas,
despechada Alhambra.
Brillan tus ensuenos en un mar de estrellas
y la luna canta tu silencio, Alhambra.
Lagrimas de yedra lloran los vencidos,
Entre espada y rosa crecen tus olivos,
mi querida Alhambra.
Guardo en mi recuerdo tu sabor a luna,
brillas sobre el pueblo como el sol, Alhambra.
Sueno con Alhambra, mi querida Alhambra.
(In Enlish)
Your memories of ebony and perfume
are sleeping in your rooms, full of tenderness,
my beloved Alhambra.
You saw a thousand loves be born within you,
lights which caress from your windows,
despaired Alhambra.
Your dreams shine in a sea of stars
and the moon sings your silence, Alhambra.
Tears of ivy weep for the vanquished,
between sword and rose your olives grow,
my beloved Alhambra.
Saved in my memory you savour of moon,
shining over the village like the sun, Alhambra.
I dream of Alhambra, my beloved Alhambra.
흥망의 역사를 품안에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온화함을 머금고 서 있는
나의 소중한 알함브라여.
네 안에선 많은 사랑이 피어나고
창가에 스미는 달빛만이 어루만져 주고 있는
가여운 알함브라여.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속에 너의 꿈은 빛나고
달빛만이 너를 위해 노래하고 있구나, 말없는 알함브라여.
망국민을 위해 설움의 눈물을 흘리며 사랑과 죽음 속에
어느덧 평화의 싹을 틔우고 있구나,
나의 사랑스런 알함브라여.
오래 전 보았던 달빛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언덕 위에 태양처럼 빛나고 있구나, 알함브라여.
나는 알함브라를 꿈꾸노라, 나의 사랑스런 알함브라여.
Sarah Brightman
Sharon Isbin
Narciso Yepes, guitar
Teatro Real de Madrid 1979
Andrés Segovia, guitar
New York, 1955.03
Pepe Romero, guitar
San Francisco, California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물결 가운데 스페인의 음악계는 일종의 섬과 같았고, 20세기 접어들 무렵에야 비로소 지난 19세기의 축소판으로나마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거장의 시대인 19세기에 대해 스페인은 그다지 커다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천재 작곡가 후안 크리소스토모 데 아리아가(Juan Chrisostomo de Arriaga, 1806-1826)가 교향곡과 현악 4중주,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하여 놀라운 천재성과 개성을 보여주었는데, 만약 그가 요절하지만 않았다면 스페인의 19세기 음악사를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는 역사의 가정형만이 아쉽게 남아 있다.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스페인의 민족주의 음악 운동
작곡에서는 아리아가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은 채 19세기 후반의 스페인은 여전히 암흑기를 걷고 있었지만, 기악 연주 부문에서는 몇몇 괄목할 만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스페인 음악계의 새로운 여명기를 탄생시키고 있었다. 비르투오소 연주자로 국제적으로 활약한 최초인 인물인 페르난도 소르와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헤수스 데모나스테리오, 엔리케 아르보스, 파블로 데 사라사테 등과 같은 소수의 인물들, 그리고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와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등의 젊은 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페라는 이탈리아에게, 교향곡은 독일에게 지배당하고 있을 무렵, 르네상스 시대의 영화로움을 되살리고자 하는 민족주의적 부흥 운동이 19세기 중엽부터 여러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탈루냐에서 안젤모 클라베(Anselmo Clavè)에 의해 근로자합창협회가 조직되었고, 이러한 운동은 이후 스페인 음악학 연구의 창시자인 펠리페 페드렐(Felipe Pedrell, 1841-1922)에 의해 계승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스페인 작곡가인 빅토리아의 작품으로부터 각 지방의 민요들까지를 모두 연구하여 스페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제자인 그라나도스, 데 파야, 알베니스 등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고, 이러한 민족주의적 음악운동의 반대편에는 카탈루냐에서 한동안 지낸 바 있던 뱅상 댕디(Vincent D'Indy)와 같은 프랑스-바그네리안들 덕분에 바그너라는 막대한 영향력 또한 스페인에 공존하게 되었다.
스페인의 영혼을 되살린 타레가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19세기 후반의 스페인을 대표하는 기타 작곡가이자 20세기적인 의미에서 현대적인 연주법을 완성한 위대한 연주가이기도 하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비르투오소로서 경이적인 테크닉과 낭만적인 연주 스타일 덕분에 일명 ‘기타의 사라사테’로 불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기타라는 악기를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한 몸에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랜 동안 다른 악기에 밀려 사라질 운명에 놓였던 기타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해냈다. 특히 그는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생의 마지막 9년 동안은 손톱이 아닌 손끝의 살로만 현을 튕기는 새로운 주법에 매진하기도 했다.
▶기타의 현대적 연주법을 완성한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타레가
한편 작곡가로서 그는 1880년대부터 1903년에 이르는 20여 년 동안 베토벤과 쇼팽, 멘델스존, 베르디, 바흐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기타로 편곡하거나 현대적인 테크닉을 완성하기 위한 연습곡을 작곡하여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테크닉과 확장된 표현력, 새로운 음향을 이끌어냈다. 연주가로서 기타 소리를 더욱 맑게 울려 퍼지게 하고 풍부한 울림을 이끌어냈던 것이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된 타레가의 작품들은, 20세기의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칭송받는 나르시소 예페스의 말대로 동시대 및 후대의 기타 거장들과 현격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타레가의 많은 편곡 작품들 덕분에 기타 레퍼토리 또한 급격히 넓어지게 되었다는 점 또한 그의 선구자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단순히 악기 자체에 쏠려 있지만은 않았다. 그의 친구인 알베니스의 영향으로 스페인의 민속적 요소들을 낭만주의적인 감수성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호타’와 같은 스페인 고유의 무곡을 주제로 한 많은 기타 작품과 알베니스의 피아노 작품 편곡들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서 낭만주의 음악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 서 있다.
‘알람브라’는 붉은색을 의미하는 아랍어에서 유래된 명칭인데, 옛 시가지인 알바이신 언덕에서 바라본 알람브라 궁전은 붉은색보다는 황토색에 가깝게 보인다.
붉은 궁전 알람브라에 드리워진 추억
타레가가 발전시킨 트레몰로 주법이 그 신비로움과 애절함을 더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가 그라나다를 방문했을 때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 받은 감동을 기타로 옮긴 것이다. 이 궁전은 스페인에 존재했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가 13세기 중반에 세우기 시작했으며 증축과 개보수를 거쳐 완성된 것으로서, 현재 남아 있는 궁전의 모습은 대부분 14세기에 완성된 것이다.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
특유의 인공미는 물론이려니와 자연과의 조화 또한 일품으로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로 일컬어지는 알람브라 궁전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그해, 카스티야 왕국의 페르난도 2세의 공격을 막지 못한 그라나다 왕국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이 궁전을 평화적으로 내주고 아프리카로 떠난 것이다. 그리하여 스페인은 비로소 근대국가로의 이행을 걷게 되었지만, 알람브라 궁전은 이전 800여 년간 내려온 이슬람 문화의 찬연함을 간직한 채 홀로 오롯이 서 있게 된 것이다.
트레몰로 주법이 자아내는 그 애잔한 분위기와 낭만성 넘치는 멜로디 라인은 이러한 알람브라 궁전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작곡가의 개인적인 사건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896년 타레가는 그의 제자인 콘차 부인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타레가의 사랑을 거부했고 실의에 빠진 타레가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알람브라 궁전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달빛이 드리워진 궁전의 아름다움을 따라 자신의 사랑을 떠올리며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영화 <킬링필드>의 주제가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아름다운 명곡을 들으며 자신의 추억이나 옛사랑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몹시 메마른 가슴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작품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알함브라 궁전 (La Alhambra)
이슬람 왕국인 나사리 왕조의 보아브딜 왕은 스페인 국민의 국토 회복 운동에 굴복하여 평화적으로 이 성을 카톨릭 왕에게 건네주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 때가 1492년 1월, 바로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이 있던 해이다. 이로써 스페인은 1238년부터 시작된 약 8세기 간의 이슬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근대 스페인의 탄생을 보게 된 것이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라는 뜻으로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의 성벽은 2km이고 길이가 740m, 넓이가 220㎡에 달하고 있다. 나사리 왕조의 번성기였던 14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세개의 정원, 즉 맞추카의 정원, 코마레스의 정원, 그리고 라이온의 정원을 기본 축으로하여 설계된 정원 형식의 건축물이다. 내부는 왕궁, 카를로스 5세의 궁전, 헤네라리페 정원, 알카사바(성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근대 기타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뛰어난 기타 연주가였다. 손가락으로 현을 퉁긴 뒤 이웃 현에 머물게 하는 ‘아포얀도(apoyando) 주법’을 비롯해 그가 기타 언어에 부여한 창조적 다양성은 에밀리오 푸홀, 미겔 리오벳 등 제자들에게 전수돼 20세기 음악 공간에서 기타의 영토를 두드러지게 넓혔다.
타레가는 작곡과 편곡에도 욕심을 내, 적잖은 기타 독주곡과 연습곡을 남겼고, 바하와 모차르트에서 하이든과 슈베르트를 거쳐 쇼팽과 바그너에 이르는 많은 작곡가들의 클래식 작품을 기타 연주용으로 편곡했다. 타레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일 것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에 자리잡은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운데 하나일 터인데, 타레가가 이 궁전에 헌정한 곡 역시 그 못지 않게 아름답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아름다움 밑에는 슬픔이 깔려 있는 듯하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 슬픔은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기독교도들에게 내주고 지중해를 건너 달아나야 했던 이슬람교도들의 슬픔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기독교인인 타레가가 중세 이슬람인들의 마음을 자신에게 투입해 곡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알함브라 궁전은 13세기 후반부터 건축하기 시작해 근 100년이나 지난 14세기에야 완성을 보았다. 그래서 한때 이베리아 반도 전체에서 화려하게 꽃피웠던 이슬람 문명의 위대함을 뽐내고 있다. 그 시절의 시인 이븐 잠락은 알함브라와 그라나다를 다로강(江)에 허리가 감싸인 귀부인에 비유한 바 있다.
(2004. 12. 14 한국일보 고종석 기자)
▲ 600년 전에 지어진 이슬람 왕궁으로 세계 문화유산이 된 알함브라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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